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51)
◈ 251화. 절대자들의 싸움
단소룡은 나직이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뒤를 맡길 사람이라.”
지금까지 그 어떤 전투에서도 선봉에서 싸워온 자신에게.
전선에서 적과 싸워달라는 부탁도 아니고 뒤를 맡기겠다고 한다.
문득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세월 참 빠르군.’
하지만 아직 뒷방 늙은이가 되기엔 이르다.
단소룡이 물었다.
“천하대전의 실패를 경험한 놈들은 그때보다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을 것이다. 과연 네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
“나는 상천의 수장입니다. 소문을 들었다면 알고 있겠지만 한번 결심한 일은 반드시 해냅니다.”
화윤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빙그레 웃는다.
‘닮았군.’
단소룡을 오늘날 천하제일인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책임감이다.
비록 성격은 다를지 모르나 책임감이 뛰어난 수장이라는 점에선 매우 비슷하다.
‘이 정도 사내라면 부하들의 신임도 대단하겠어.’
화윤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단소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윤.”
“응?”
“미안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직접 결정하고 싶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든 독단으로 처리한 적이 거의 없는 단소룡이다.
그런 사람이 정말 오랜만에 직접 결정을 내리겠다고 한다.
‘상대가 진무립이기 때문이겠지.’
화윤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 대목의 판단에 맡기지.”
무슨 결정을 내리든 자신은 그가 내린 판단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게 만들면 된다.
단소룡이 진무립을 지목하며 말했다.
“일어나라. 네게 과연 그런 실력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한판 붙자는 소리다.
당천이 놀란 눈을 치켜뜨는 사이.
“좋습니다.”
진무립은 거침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환. 육병흑궤를 가져와라.”
“예. 주군.”
회담장을 나선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리에 접어들었다.
북광남신(北光南神).
두 명의 절대자가 함께 걷는 그 모습에 만인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들을 향한 눈빛들이 이내 육병흑궤를 짊어진 서진환에게 닿는다.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천진서가 차갑게 눈을 빛냈다.
‘설마 한판 붙으려는 건가?’
기세를 갈무리한 두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천진서는 그것이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서.]언제 나타났는지 양천과 검중호가 뒤에 서 있었다.
[볼 수 있을까?]양천의 눈동자가 여느 때보다 반짝인다.
천하에서 가장 고강하다고 평가받는 무인들의 비무에 흥미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나는 막아도 볼 생각이다.]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무인의 비무.
상대는 바로 그분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여겨지는 젊은 무인이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소완공을 전개한 천진서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진 직후였다.
“헤헤. 재밌겠는데요.”
일자 머리를 한 앳된 얼굴의 청년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타났다.
궁황 투월초의 아들이자 양천이 대주로 있는 무령대 조장 투백비였다.
양천이 말했다.
“분위기를 봐선 관전이 허용되지 않을 거 같다.”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두든 패한 쪽에는 치명적인 오점이 남을 비무다.
만일 자신이 두 사람의 측근이라면 절대 이 전투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대주는 여기 계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투백비의 신형이 담장 너머로 사라진다.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 대주.”
뒤이어 히죽 웃은 검중호가 투백비를 뒤쫓아 사라졌다.
“…….”
잠시 망설이던 양천이 씩 웃었다.
“그럼 난 너를 잡으러 가야겠구나.”
그때 돌아서던 양천의 앞에 양 갈래로 머리를 딴 귀여운 여인이 나타났다.
“어이. 양천.”
그녀는 천진서가 대주로 있는 숭무대의 부대주이자 악왕 탁이신의 딸 탁소혜였다.
양천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이년이 대주한테.”
“우리 대주 못 봤어?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화령도의 대연무장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쿠아아아앙!
양천은 탁소혜를 뿌리치며 몸을 날렸다.
“포구로 갔다!”
“아니면 죽어!”
족히 삼십 장은 될 만한 너비의 원형 연무장.
화령의 수뇌들과 진무립의 동료들이 벽을 치듯 담장을 지키는 가운데 두 사람의 비무가 막을 올렸다.
‘빠르군.’
화령의 화성원주이자 천하제일검사로 평가받는 검황 천영이 미간을 좁혔다.
연무장을 넓게 이용하며 맞붙고 떨어지길 반복하는 두 사람은 범인이라면 눈으로 좇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단소룡의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한 그는 진무립의 무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광룡 진무립. 소문대로 실력은 있는 모양이로구나.’
좌우로 움직이는 그의 눈동자에 활짝 열린 육병흑궤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무기가 보인다.
팔황문주 황운천이 사용했던 팔천영신공.
그 실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다들 관심이 많은 모양인데요. 저대로 두어도 되겠습니까?]고개 돌린 곳엔 뒤를 가리키는 사마진이 보인다.
[수준 미달인 자들은 알아서 내보내라.]남들의 눈을 속이고 몰래 지켜볼 만한 수준의 무인들은 이 비무에서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극상승의 공방에 자괴감만 느낄 뿐이다.
[알겠습니다.]사마진이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 진무립과 단소룡의 비무는 치열함을 더해갔다.
단소룡은 차오르는 미소를 애써 억눌렀다.
‘훌륭하다.’
기대 이상이다.
자신의 사각을 집요하게 노려오는 진무립의 검술은 속도만 보면 천영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단소룡은 접근하는 진무립을 향해 우권을 내질렀다.
쏴아아아!
탓!
공격을 피해 지면을 박찬 진무립이 좌측으로 미끄러지며 사각을 파고든다.
‘육감.’
천하대전을 수도 없이 연구해왔기에 익히 알고 있다.
천룡의 감각이라 일컫는 능력.
주인의 위기를 감지해 사전에 알려주는 이 능력은 신룡 단소룡의 천부적인 전투감각에 날개를 더해주었다.
‘당신을 넘어선다면 누구도 나를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타오르는 투지가 내지르는 검신에 담긴다.
슈슈슈슈슉!
장대비처럼 쏟아지던 검영에 단소룡은 침착하게 좌장을 내밀었다.
희뿌연 두 개의 기운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순간.
쿠콰콰콰쾅!
귓전을 강타하는 강렬한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진다.
‘역시 사각은 통하지 않는가.’
전투가 시작된 직후, 집요하게 사각만을 노려봤으나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과연 천하제일인이라 부를 만하다.
검을 내던진 진무립의 손으로 묵직한 흑도가 빨려든다.
“그렇다면 힘으로!”
쾅!
지면을 박차는 순간 으깨진 장석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쏘아진 진무립은 도신에 전신 공력을 쏟아부었다.
쏴아아아!
대기의 흐름이 터질 듯이 요동치는 가운데 강렬한 투기가 하늘로 솟구친다.
때마침 도착한 양천의 눈이 부릅떠진다.
‘저것이 광룡 진무립.’
반드시 이기겠다는 열기가 이십 장은 떨어진 이곳까지 느껴진다.
진무립의 도신에서 솟구친 흑광이 부챗살처럼 퍼져 나간다.
단소룡은 말아쥔 주먹을 옆구리에 붙였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봐라.”
쿠우우우…….
혈맥을 미끄러지듯 질주한 내력이 주먹에 운집하는 순간.
콰아앙!
경악스러운 파공성과 함께 단소룡의 주먹에서도 진무립과 같은 흑광이 쏟아져 나왔다.
공간마저 꿰뚫은 두 사람의 흑광이 허공에서 춤을 추듯 엉켜든다.
파지지직!
부서지는 기파가 암기처럼 사방으로 쏟아진다.
지켜보는 당천의 미간에 짙은 주름이 패인다.
‘강렬하다.’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진무립은 그 이상으로 멀어져 있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둘 사이에 일 장 남짓한 구덩이가 패인다.
솟구친 흙먼지가 전장을 뒤덮는 가운데 장대비가 철판을 두드리는 속도로 엄청난 굉음이 연신 터져 나왔다.
콰콰콰콰콰콰쾅!
흙먼지 사이에서 먼저 튕겨져 나온 것은 진무립이었다.
화살처럼 미끄러지는 진무립의 무복은 어느새 넝마가 된 상태였다.
“역시!”
화령 측 무인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소공자!”
울상이 된 동초개의 외침은 극도로 집중한 진무립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흙먼지를 뚫고 나온 단소룡이 벼락같이 진무립을 쫓아온다.
‘와라.’
지면을 가볍게 박찬 진무립은 허공에서 빙글 회전하더니 지면에 도신을 내리꽂았다.
콰직…….
순식간에 거리를 압축한 단소룡이 주먹을 끌어당길 때였다.
‘이건?’
뇌리에 강렬한 경종이 울려 퍼지는 순간.
도신에서 시작된 실금이 그를 향해 퍼져 나가더니 종국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쿠아아아앙!
팔천영신공 지폭참(地爆慘)의 초식.
용오름처럼 치솟는 거대한 흙먼지가 단소룡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렸다.
경악한 화령의 무인들이 입을 쩍 벌렸고.
울먹이던 동초개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우와아아!”
진무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피했을 거다.’
단소룡의 육감이라면 이 정도 공격은 가볍게 감지했을 터.
‘육감의 반응을 능가해야 한다. 압도해야 한다!’
손을 내뻗기 무섭게 육병흑궤에서 수십 개의 화살이 쏟아져 나온다.
당천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 녀석.’
암기를 주로 사용하는 당가는 천하에서 가장 귀접을 잘 활용하는 세가.
그런데 진무립의 귀접은 자신뿐만 아니라 부친의 귀접조차 따르지 못할 정도로 고절하다.
진무립의 눈앞에 무수한 철시가 떠올랐을 때였다.
팽이처럼 회전한 진무립이 주먹과 발로 떠오른 철시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팔천영신공 연탄폭시(聯彈爆矢)의 초식.
따다다다다다당!
맹렬하게 쏘아진 철시가 파공성을 흘리며 흙먼지로 돌진한다.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야?’
앞머리를 든 투백비의 눈이 동그래진다.
활을 사용하는 무인으로서 진무립의 공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익히 알기 때문이다.
“후후.”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싶더니 흙먼지 속에서 태산 같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슈아아아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격과 반격이 가능한 성천투공(成天鬪功) 관천집경(貫天輯勁)의 초식.
콰지지직!
일점으로 쏘아지던 철시가 하나씩 터져 나가더니 종국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손에 땀을 쥐고 숨어있던 화령의 무인들이 자신의 처지조차 잊고 속삭였다.
“역시 영주님이시다.”
“그래. 영주님은 절대 물러나지 않아.”
긴장한 채 지켜보는 것은 진무립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투쟁심에 들끓는 당천은 품 안의 암기를 조물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것은 진무립도 마찬가지다.
그는 누구보다 진무립의 힘을 믿고 있었다.
어느새 사라진 진무립의 신형이 단소룡의 지척에 도달한 상태.
당천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일성을 토해냈다.
“무립! 저들에게 네 힘을 보여줘라!”
그의 외침이 들렸을까.
주먹을 말아쥔 진무립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깃들었다.
단소룡도 우권에 내력을 쏟아부으며 웃었다.
“즐거운 모양이구나.”
촤르르르!
서로를 향해 달려들던 두 사람이 동시에 지면을 찍으며 미끄러진다.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앞서 미끄러지던 진무립의 오른발이 살짝 떠오르는 순간.
단소룡의 뇌리에 강렬한 경종이 울려 퍼졌다.
‘진각?’
생각하는 순간 진무립의 독문보법, 무령경천보 백하진각(魄下鎭脚)의 초식이 망치질하듯 지면을 내리찍었다.
쿠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솟구치는 흙먼지, 비산하는 돌가루가 단소룡의 전신을 따갑게 난타한다.
간발의 차이로 뛰어오른 단소룡을 향해 허공을 가득 채운 권영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팔천영신공 승연비겸권(勝連批鎌拳)의 초식.
슈아아아아아!
살갗을 에일듯한 투기에서 자신을 넘어서겠다는 상대의 의지가 여실히 느껴진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긴장감이 반갑다.
번뜩이는 안광을 쏟아낸 단소룡은 쏟아지는 권영을 향해 환인장각 흑사천격(黑蛇千擊)의 초식을 전개했다.
피어오른 시꺼먼 어둠이 순식간에 흙먼지를 밀어내며 전장을 뒤덮는다.
어둠의 중심에서, 단소룡의 주먹과 발이 태산 같은 기세로 쏟아지는 권영에 부딪쳐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하늘이 무너진 듯한 뇌성벽력이 몰아치며 어둠을 뚫고 나온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숨 막히는 접전이 무려 일다경이나 이어질 무렵.
콰앙!
초식에 방점을 찍는 듯한 강렬한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어둠 밖으로 튕겨졌다.
부릅뜬 무인들의 눈에 두 사람의 신형이 떠오른다.
“영주님의 무복이…….”
놀란 화령의 무인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단소룡의 무복 또한 진무립처럼 넝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법 머리를 쓸 줄 아는군.’
초식과 초식 사이에 진무립은 연신 진각을 섞으며 자신의 육감에 혼란을 주었다.
고작 이각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그사이 진무립은 자신을 상대할 방법을 확실하게 깨우친 것이다.
단소룡은 찢겨나간 상의를 뜯어냈다.
“짓눌러주마.”
구릿빛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며 전신에서 살갗을 찌를 듯한 투기가 활화산처럼 쏟아져 나온다.
슈욱!
육병흑궤에서 튀어나온 흑창이 단소룡을 향해 겨눠진다.
수십 년의 세월을 쫓기며 살아온 이들이 있다.
평생을 바쳐온 끝에 가까스로 그들이 설 자리를 만든 참이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그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쓰러질 순 없다.
“내 뒤에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이상 누구도 나를 쓰러뜨릴 수는 없습니다.”
보폭을 벌린 진무립의 두 눈이 강렬한 빛을 토해냈다.
“설령 당신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