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52)
◈ 252화. 경천동지
연신 터져 나오는 굉음에 전각이 무너질 듯 흔들린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천장을 쳐다본 진설란이 단려화에게 물었다.
“가보지 않아도 되겠어요?”
단려화는 애써 웃으며 답했다.
“별로 안 보고 싶어요.”
아버지의 패배도, 진무립의 패배도 보고 싶지 않은 게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으니까.’
여기까지 온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버지에게도, 진무립에게도 짐이 되긴 싫었다.
지금은 그저 돌아오는 두 사람을 평소처럼 맞이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그게 마음처럼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려화가 말했다.
“진소저. 궁금하면 가보셔도 괜찮아요.”
잠시 망설이던 진설란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들을게요.”
왠지 지금은 단려화를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연무장의 비무는 실전처럼 변한 지 오래였다.
수비를 굳히며 진무립의 무공을 탐색하던 단소룡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 될 무시무시한 공격이 연신 서로의 숨통을 옥죄어간다.
진무립은 물러나지 않았다.
‘신룡은 육감이 전부가 아니다.’
화령의 개파조사, 천룡 한사운이 창시한 성천투공은 내력을 완전히 속으로 갈무리한 무음(無音), 무흔(無痕)의 무공.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공격을 피하는 방법은 오로지 상대의 준비 동작과 권각이 향하는 방향을 읽고 대비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론상의 공략법일 뿐, 천하제일인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소룡의 어깨가 꿈틀거리는 순간, 진무립은 즉시 지면을 박차며 우측으로 미끄러졌다.
스팟!
무음무흔의 엄청난 일격이 어깨를 스치고 사라진다.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치명상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일격.
검황 천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처음 본 은천야(隱天夜)를 피했다?’
은천야는 그 이름처럼 밤하늘의 어둠보다 은밀하고 쾌속한 초식.
단소룡과 무수한 비무를 한 자신조차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하는 공격이다.
부릅뜬 진무립의 동공에 흔들리는 단소룡의 좌장이 비친다.
‘좌측!’
무령경천보를 전개한 진무립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미끄러진다.
오싹한 무언가가 왼팔에 옅은 실선을 새기며 지나간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이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단소룡이 공격을 시도했다는 것은 안다.
진무립에게 상처가 생겼으니까.
그런데 그것을 피가 튀고 나서야 알아챘다는 사실이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연무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두 사람의 소리 없는 공방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일각이 지날 무렵.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던 화윤의 표정에 감정이 사라졌다.
‘정말 무서운 적응력이군.’
처음엔 깊게 갈라지던 상처가 점점 희미해진다.
진무립은 엄청난 속도로 단소룡의 공격에 적응하고 있었다.
아마도 지켜보는 이들의 태반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두 사람은 엄청난 수준의 공방을 선보이고 있었다.
무심한 단소룡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진무립을 따라붙었다.
‘몰아 넣어주마.’
성천투공은 위력이 엄청난 만큼 막대한 내력과 심력을 소모하는 무공.
벽을 넘어 내력에 제한이 없다시피 한 단소룡조차도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없는 무공이다.
스스스…….
극성의 은심환보(隱心幻步)를 전개한 단소룡이 무수한 잔상을 남기며 갈지자로 쇄도한다.
‘온다!’
이때를 기다렸다.
육병흑궤로 향한 진무립의 손아귀로 흑봉이 빨려든다.
‘한 번만 막아내면 공세로 전환할 수 있다.’
그 순간 진무립의 시야 밖으로 자세를 낮춘 단소룡이 비격삼광(秘擊三光)의 초식을 쏟아냈다.
허공에 스며들어 날아간 세 줄기 공격이 진무립의 전신으로 쏟아진다.
‘셋.’
단소룡은 분명 주먹을 세 번 내뻗었다.
흑봉을 수레바퀴처럼 회전시킨 진무립이 그것을 가슴 앞에 띄우더니 두 손으로 허공에 원을 그려냈다.
‘어디냐!’
카캉!
두 개의 공격이 흑봉을 스치는 순간 진무립의 눈이 번뜩이는 안광을 토해냈다.
‘우측!’
그 찰나의 순간 간격을 계산해 남은 하나가 어디로 쏟아지는지 예측한 것이다.
뒤로 주르륵 미끄러진 진무립은 정확히 방향을 파악하고 원선지벽(圓線地壁)의 초식을 쏟아냈다.
콰콰쾅!
둥그런 빛무리와 소리 없는 공격이 정확히 충돌하며 기파가 비산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방어다.
천영은 그답지 않게 놀란 눈을 치켜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반응이란 말이냐.’
흑봉을 띄워 공격이 들어오는 곳을 파악한 뒤 순식간에 반응해서 완벽하게 파훼해버렸다.
정말 경악스러운 두뇌와 반사신경이다.
이채가 떠오른 단소룡의 눈동자에 공간을 압축한 진무립이 떠오른다.
어느새 진무립의 손아귀엔 흑창이 쥐여진 상태.
촤르륵!
전방으로 미끄러지던 진무립이 정확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멈춰 서더니 장대비 같은 창영이 단소룡을 향해 폭사한다.
걸리는 모든 것을 꿰뚫어버리는 팔천영신공 백사참격(白死慘擊)의 초식.
허공을 가득 채운 공격엔 빈틈이 없다.
단소룡은 성천투공이 아닌 환인장각 흑사천격(黑蛇千擊)의 초식으로 응수했다.
화르륵!
단소룡의 주먹에서 피어오른 검은 기운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단소룡의 주먹과 발의 연속공격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창두에 부딪쳐간다.
콰콰콰콰콰콰쾅!
부서지는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하고 으깨진 장석 파편이 암기처럼 튕겨 나간다.
그야말로 완벽한 방어에 진무립의 미간이 좁아졌다.
‘황운천이 패한 이유를 알겠군.’
검수와 상대하다 별안간 상대가 창수로 바뀐다면, 그 어떤 노련한 고수일지라도 간격 유지에 약간의 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천부적인 전투감각에 육감까지 타고난 단소룡에겐 그런 약점이 전혀 없었다.
단소룡에겐 팔천영신공의 장점인 간격의 이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는 수밖에 없다.’
내지르는 창두에 단소룡의 주먹이 정확히 걸리는 순간.
쾅!
진무립의 신형이 화살처럼 흑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차르르륵!
지면에 깊은 고랑을 패며 미끄러지던 진무립은 온 힘을 다해 창을 내던졌다.
쏴아아!
과거 서장의 적사곡에서 수십 명을 일 수에 도륙했던 일섬격관(一閃擊貫)의 초식.
달려들며 공격을 전개하려던 단소룡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창에 방어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창두가 단소룡의 손등에 걸리는 순간.
콰아아아앙!
강렬한 굉음에 이어 흑창이 우측으로 튕겨 나간다.
그사이 육병흑궤에서 검과 도가 연이어 튀어나왔다.
슈욱!
검을 잡기 무섭게 허공으로 내던진 진무립은 순식간에 도를 움켜쥐고 단소룡에게 달려들었다.
쏴아아!
흑도에서 솟구친 도영이 폭포수 같은 궤적으로 전신을 덮쳐 온다.
단소룡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내게 혈옥비는 통하지 않는다.’
먼저 던진 검은 분명 허공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을 터.
순간 쏟아지는 공격의 틈을 비집은 단소룡의 신형이 길쭉하게 늘어지더니 환인장각 섬룡각(閃龍脚)의 초식을 전개했다.
카앙!
빗살 같은 일격에 진무립의 손에서 벗어난 도가 솟구치는 순간.
지잉.
육감이 강렬한 경종을 울리며 위기를 알려왔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진무립의 눈빛이 단소룡의 눈동자를 시리게 파고들었다.
“들어오길 기다렸습니다.”
단소룡이 뻗어오는 진무립의 좌수를 확인하는 순간, 희뿌연 안개가 두 사람을 집어삼키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두 팔을 교차한 채 튕겨 나온 단소룡의 전신이 찰과상으로 가득했다.
“이 자식!”
단소룡이 헛웃음을 흘린다.
쉴 새 없는 연속공격으로 육감에 혼란을 준 뒤, 자신이 간격을 파고들 때를 기다렸다가 불시의 기습을 가한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분명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자신이 본능으로 싸우는 부류라면 진무립은 철저하게 모든 것을 계산하며 싸우고 있었다.
흙먼지를 뚫고 나온 진무립이 단소룡의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 막아냈군.’
전신이 피로 흠뻑 젖었으나 어느 하나 치명상은 없다.
그것은 진무립도 마찬가지.
벌써 반 시진째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는 두 사람은 용호상박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연무장을 좌우로 살핀 진무립이 차갑게 눈을 빛냈다.
‘여기서 승부를 낸다.’
결연한 각오가 단소룡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소룡 또한 이대로는 쉽게 끝이 나지 않을 것을 본능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끝을 보자! 무립!”
우렁찬 외침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끝이 다가옴을 알렸다.
단소룡이 자세를 낮춘 채 주먹을 끌어당기는 순간 화윤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이건 좋지 않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의 곁에 선 집법원주 검신운이 검파에 손을 올렸다.
“천파(天破).”
금정산에서 일수에 이백이 넘는 적을 도륙하고 팔황문주 황운천을 끝장낸 경천동지할 초식이 다시금 세상에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피하겠느냐?’
단소룡이 눈빛으로 묻는다.
일신의 자존심과 명예에는 아무 관심 없는 진무립이었으나 오늘만큼은 물러날 수 없다.
‘피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다.’
미소로 답한 진무립은 장심을 내뻗은 채 혈천비(血天飛)의 초식을 준비하는 상태.
사방에 떠오른 다섯 개의 무기가 순식간에 혈무에 휩싸였고.
물러나지 않는 두 사람의 주먹과 장심에서 태산 같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쏴아아아!
이대로라면 진무립은 천파에 직격당하고 단소룡은 사방을 둘러싼 혈천비에 먹힐 것이다.
두 사람은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으로 서로의 숨통을 노리고 있었다.
“이 멍청한 놈들! 이건 비무란 말이다!”
일갈을 토해낸 천영은 어느새 전장의 중심에 도착한 상태.
그 뒤를 따라 양측의 고수들이 일제히 달려가며 전력을 다해 천파와 혈천비에 공세를 퍼부었다.
“모두 물러나라!”
주변을 주시하던 사마진의 다급한 외침이 끝난 직후였다.
쿠콰콰콰콰쾅!
고막을 후려치는 굉음에 이어 연무장 전체가 폭발에 휘말렸고 대지가 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린다.
“큭!”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이들이 비산하는 돌가루를 피하며 귀를 틀어막았다.
일진광풍에 휘말린 일부는 낙엽처럼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 정도로 충격의 여파는 무시무시했다.
드드드드…….
떨리는 대지의 진동이 잦아들 무렵, 먼지를 흠뻑 뒤집어쓴 양천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됐지?”
바로 뒤에서 천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흙먼지가 가셔야 할 것 같군.”
긴장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천진서의 바람에 부응하듯 한 줄기 경풍이 불어와 전장의 흙먼지를 휩쓸어 갔다.
투백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탄성을 흘렸다.
“와아…….”
마치 운석이 떨어진 듯 곳곳이 움푹 꺼진 전장.
그 중심에서 오롯이 마주 선 두 사람은 진무립과 단소룡이었다.
전신이 피로 흠뻑 젖은 그들이었으나 청광을 쏟아내는 눈빛만큼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도리어 말리기 위해 달려들었던 고수 상당수가 두 사람보다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검황 천영과 귀제 화윤, 무결천검 검신운과 악왕 탁이신.
그리고 언제 왔는지 투백비의 곁으로 활을 들고 온 궁황 투월초까지.
십대고수의 다섯 명에 당천, 서진환, 은무대와 용추까지 달려들고 나서야 둘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만일 이들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짙게 깔린 무거운 정적 속에 누군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정말…… 엄청나구나.”
경천동지.
그야말로 절대자들의 싸움에 어울릴 만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