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64)
◈ 264화. 신룡의 싸움
소수정예인 놈들에게 열 명의 죽음은 작지 않은 타격일 것이다.
진무립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소실봉 산문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들이로군.”
순간 모두의 고개가 산문을 향해 휙 돌아간다.
길쭉한 풀잎을 입에 물고.
태산 같은 기도를 풍기며 천천히 걸어오는 거인은 바로 화령의 영주 단소룡이었다.
단소룡의 눈이 시퍼런 안광을 토해냈다.
“성유기.”
눈이 마주친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며 전신의 솜털이 곤두섰다.
성유기의 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자신을 향한 단소룡의 살기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진심이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하하하!”
“그 목은 여기 두고 가야겠다.”
백화무단원 중 성유기와 단소룡의 악연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조장 구홍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필 저자가 무당에…….’
단소룡이 새로운 맹의 창설을 위해 중원으로 간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런데 하필 무당에 들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상대는 천하제일인.
십이사령이나 단주가 있다면 모를까 자신들만으로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다.
“노존.”
구홍의 목소리에 그답지 않은 망설임이 담긴다.
“떨 것 없다.”
성유기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혼자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소룡의 장심에서 벼락같은 장력이 쏟아져 나왔다.
콰앙!
공간을 찢어발기는 파공성의 강렬함이 이들의 가슴을 묵직하게 후려친다.
환인장각 타공포(打空砲)의 초식.
발을 돌린 운화결이 다급하게 외쳤다.
“산개!”
흩어지는 칠 조원들을 따라 단소룡의 장력이 부챗살처럼 뻗어 나간다.
“받아쳐라!”
일갈을 토해낸 성유기의 검신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콰지직!
날카로운 검극이 활화산 같은 장력을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쾅!
폭음과 함께 장력을 찢어발긴 검신이 새하얀 빛을 쏟아낸다.
벚꽃처럼 흩날리는 기파 사이로 단소룡의 신형이 맹렬하게 짓쳐 들었다.
슈아악!
솟구친 발이 부릅뜬 무인의 눈동자에 떠오른다.
‘피할 수 없다.’
비산하는 기파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빠져나갈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는 전신 내력을 끌어올려 두 팔을 머리 위로 교차시켰다.
달빛을 등진 단소룡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번뜩인다.
“막아봐라.”
벼락 치듯 떨어진 발이 적의 두 팔에 작렬했다.
우두둑!
소름 끼치는 소음이 두 팔에서 흘러나왔고.
“큭!”
짧은 신음과 함께 무릎을 굽힌 상대가 다람쥐처럼 몸을 굴려 빠져나갔다.
단소룡의 눈에 이채가 번진다.
‘이걸 피해?’
단숨에 머리통을 으깨버릴 줄 알았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내자 놀란 것이다.
‘이런 자들이 일백이라면 놈들이 두 번째 회천을 꿈꿀 만하다.’
만일 적에게 화윤과 같은 지재가 있다면 충분히 이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란 것은 단소룡만이 아니었다.
‘일격에 두 팔을 부러뜨렸다고?’
부조장 금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단소룡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낸 양형은 조원 중에 내력이 가장 고강한 인물.
그런 양형을 일격에 무력화시켰으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물인가.’
금교가 침을 꿀꺽 삼키는 사이, 성유기와 운화결의 검이 좌우에서 단소룡을 찔러 갔다.
쉬익!
살갗을 저밀 듯 날카로운 예기가 오싹하게 날아든다.
지면에 왼발을 틀어박은 단소룡이 내력을 끌어올리며 두 손을 좌우로 활짝 펼쳤다.
짓쳐 들던 두 자루 검극이 단소룡의 장심과 격돌한다.
콰쾅!
단소룡의 좌우로 묵직한 폭음이 터지며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그사이 조장 구홍의 도신이 단소룡의 머리 위로 뚝 떨어진다.
“어딜!”
기함을 토해낸 단소룡의 오른발이 매섭게 솟구치며 도신을 후려찼다.
콰앙!
‘큭!’
도를 내리친 구홍이 달려들던 속도 이상으로 튕겨져 나간다.
‘말도 안 되는 힘!’
부르르 떨리는 도신과 함께 손목의 시큰함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좌우의 공격에 힘이 분산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소룡은 상상 그 이상의 무위를 선보인다.
밀려나는 구홍의 좌우로 두 무인이 달려들며 검과 도를 찔러왔고, 어느새 세 명이 배후로 침투해 단소룡을 압박해갔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신속한 움직임.
그러나 단소룡은 이 정도에 당황할 만큼 녹록한 무인이 아니었다.
구홍의 도를 후려친 발이 태산처럼 떨어지며 짓쳐 드는 두 자루 병기를 찍어 눌렀다.
쐐액!
손목을 틀어 피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
콰쾅!
“큭!”
달려들던 그들은 하마터면 병기를 놓칠 뻔했다.
지잉!
등 뒤에서 쏟아지는 세 가닥 은밀한 공격에 단소룡의 육감이 강렬한 경종을 울린다.
‘이놈들부터 끝낸다.’
단소룡은 개의치 않고 되려 앞의 두 명을 향해 장심을 내뻗었다.
슈아아!
단전에서 솟구친 가공할 내력이 순식간에 장심으로 쏟아져 나온다.
“아!”
땅에 박힌 무기를 들어 올릴 겨를도 없이 두 사람의 안면에 적설포(的楔砲)의 장력이 적중했다.
퍼퍽!
일직선으로 쏘아진 두 줄기 장력에 두 사람의 머리가 마치 수박이 박살 나듯 터져 나간다.
끔찍한 소음과 함께 머릴 잃은 몸통에서 피가 솟구치는 사이.
슈슈슉!
배후에서 찔러온 공격이 단소룡의 옷자락을 파고 들어간다.
단소룡은 몸을 비틀며 주먹을 내리쳤다.
파팟! 쾅!
두 자루 검신이 예리하게 살갗을 베며 지나가고 중앙의 묵직한 도신이 단소룡의 주먹에 튕겨 나갔다.
몇 방울 피가 허공에 흩날리는 가운데 단소룡의 발이 번개같이 솟구쳤다.
“하압!”
솟구친 발로 무시무시한 내력이 쏟아진다.
쏴아아!
뚝 떨어지는 각법이 세 사람의 눈앞에서 수십 가닥으로 갈라진다.
‘천사각(千蛇脚)!’
마치 눈앞에 수백 마리 이무기가 나타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무공은 환인장각 천사각의 초식이었다.
콰콰콰콰콰쾅!
마치 춤을 추듯 흔들리는 이무기가 아가리를 잔뜩 벌린 채 세 사람을 맹폭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달려들던 세 사람은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콰콰쾅!
차마 받아내지 못한 공격이 옆구리와 다리에 틀어박히며 끔찍한 충격이 밀려온다.
“조장!”
그들은 결국 구홍에게 도움을 청했다.
견디지 못한 그들이 도움을 청할 때, 구홍과 백화무단원들은 이미 단소룡의 후방으로 짓쳐 드는 중이었다.
“신룡!”
세 사람을 몰아붙이던 천사각이 허공에서 방향을 비틀더니 전방위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카카카카캉!
쏟아지는 공격에 단소룡의 각법이 적중하며 날카로운 쇳소리가 하늘로 솟구친다.
등 뒤의 공격으로 인해 단소룡의 시선이 분산되자 천사각을 받아내던 이들이 가까스로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왔다.
기어코 천사각을 막아낸 것이다.
단소룡의 눈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단전에서 솟구친 내력이 두 주먹으로 쏟아지더니 이내 시꺼먼 어둠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알고 있다.
구홍이 도신에 내력을 쏟아부으며 외쳤다.
“흑천권이다! 어둠에 잡아먹히지 마라!”
복령천 최대의 적인 단소룡에 대해 연구를 거듭해온 까닭이다.
그러나 들어온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피어오른 어둠이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하며 백화무단원들을 집어삼켰다.
쾅! 콰콰콰쾅!
어둠 속, 치열한 사투를 증명하듯 오싹한 폭음과 뭔가가 부러지는 듯 둔탁한 소리가 뒤섞인다.
운화결의 동공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일렁인다.
‘이것이 신룡인가.’
한 걸음 물러나 있던 운화결은 허공에 검을 집어 던지며 어둠 속으로 장력을 퍼부었다.
쏴아아!
팔천영신공 극일화(極一化)의 초식.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장력에서 강렬한 폭음이 터져 나온다.
기파가 비산하며 일순 지독한 어둠이 옅어진다.
그 너머로 구홍의 숨통을 옥죄어가는 단소룡이 보인다.
운화결은 거침없이 지면을 박찼다.
슈우욱!
움켜쥔 주먹으로 빨려든 강력한 내력이 단소룡의 옆구리를 향해 쏘아졌다.
운화결의 개입으로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구홍이 뒤로 물러나며 그를 쳐다봤다.
‘운공!’
고개 돌린 단소룡의 서늘한 눈빛이 운화결의 눈동자를 매섭게 파고든다.
네까짓 게 할 수 있겠느냐?
마치 세상 모든 것을 발아래로 깔아보듯 오연한 눈빛은 무림의 정상에 선 절대자다웠다.
“흐아앗!”
강렬한 기합성과 함께 단소룡의 주먹이 운화결의 주먹에 부딪혔고.
콰아아아앙!
강렬한 충돌에 말려 올라가는 용오름 사이로 시뻘건 낙뢰가 벼락 치듯 떨어졌다.
조금 전 운화결이 시전한 팔천영신공 혈옥비(血獄飛)의 초식이었다.
쌔애액!
그와 동시에 부조장 금교의 도가 단소룡의 허리를 날카롭게 베어온다.
눈을 부릅뜬 단소룡은 가공할 속도로 베어오는 금교의 도를 거침없이 움켜쥐었다.
콰직!
손바닥이 갈라지며 피가 배어 나왔으나 개의치 않는다.
“하앗!”
단소룡은 우렁찬 기합성을 토해내며 움켜쥔 도신을 하늘로 밀어 올렸다.
“아아!”
금교의 눈에 절망이 떠오르는 순간.
콰지지직!
“크아악!”
떨어지던 혈옥비가 그의 육신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단소룡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 단소룡은 손에 쥔 도신으로 혈옥비를 후려쳤다.
쾅!
시뻘건 검광이 유리처럼 깨져나가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사이 옅어진 어둠 너머로 허공을 가득 채운 검영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소룡!”
성유기의 독문무공, 천왕검법(天汪劍法) 검천유사(劍天流沙)의 초식.
“성유기.”
시퍼렇게 눈을 빛낸 단소룡은 움켜쥔 우권에 전신 내력을 쏟아부었다.
쏴아아아!
이윽고 일직선으로 뻗어 나온 주먹에서 엄청난 권풍이 몰아치며 주변 대기를 집어삼켰다.
성천투공 천파의 초식.
허공을 가득 채운 검영과 단소룡의 권영이 격돌하며 가공할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화산이 분화하듯 솟구친 흙먼지에서.
“큭!”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는 이는 바로 성유기였다.
두 손으로 도신을 움켜쥔 구홍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이자는…… 상대할 수 없다!’
만일 백화무단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단소룡은 천하제일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한 차례 거친 폭풍이 지나간 뒤, 불어온 바람이 흙먼지를 걷어가며 초토화된 전장이 드러났다.
피에 젖은 참혹한 전장에서.
흔적도 알아볼 수 없이 널브러진 아홉 구의 시신은 바로 구홍과 함께 왔던 백화무단원들이었다.
남은 이들의 상태도 온전하지 못했다.
가까스로 선 구홍의 앞섶은 검붉은 피로 흥건했으며 쓰러진 성유기는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나마 접촉이 적었던 운화결이 온전히 서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입에 문 풀잎을 뱉어낸 단소룡이 오연한 시선으로 살아남은 세 사람을 쳐다본다.
“감히 내 앞에서 무당을 불태우고도 살아 돌아가리라 생각했느냐?”
전신에서 발산하는 절대자의 기도가 소실봉의 경내를 은은히 뒤흔들었다.
숨어서 전투를 지켜보던 진무립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패인다.
‘설마 진짜 전부 죽이려는 건가?’
단소룡의 살기는 그가 계획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강렬했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 진무립이 운화결을 찾았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생각대로 진행됐다.
이제는 계획에 방점을 찍을 차례다.
주먹을 움켜쥔 운화결의 얼굴에 아쉬운 빛이 스쳐 간다.
‘백궤만 있었더라면…….’
그는 당초의 목적조차 망각한 채 이 전투에 빠져들고 있었다.
진무립의 날카로운 전음이 운화결의 정신을 일깨웠다.
‘아아. 그랬지.’
지면을 박찬 단소룡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백화무단원, 구홍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실핏줄 터진 구홍의 눈에 단소룡의 주먹이 빨려들 듯 확장되는 순간.
“장문인을 죽이기 싫다면 멈춰라!”
구홍의 얼굴 한 치 앞에서 단소룡의 주먹이 우뚝 멈췄다.
바스러진 구홍의 속눈썹이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주먹을 거둔 단소룡이 구홍의 가슴을 걷어차며 돌아선다.
“교활한 놈이로군.”
운화결은 청화의 목에 검을 들이밀며 말했다.
“추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장문인을 이대로 두고 돌아가겠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단소룡은 실소를 삼켰다.
단 세 사람을 살려둔 것부터 운화결이 구홍을 위기에서 구한 것과 장문인을 인질로 잡는 것까지.
진무립의 치밀한 계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공한 것이다.
성유기를 힐끔 쳐다본 단소룡이 기세를 거두며 말했다.
“장문인이 죽으면 네놈들도 전부 죽는다.”
“추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럼 장문인을 두고 가겠다.”
“약속하지.”
북경의 왈패였던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내뱉은 말은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단소룡이다.
운화결은 천천히 청화를 내려놓고 구홍을 부축했다.
“돌아간다.”
두 사람이 몸을 날린 뒤, 단소룡을 힐끔 쳐다본 성유기가 그 뒤를 따라 사라졌다.
화광이 충전했던 무당산의 전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