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301)
◈ 301화. 필승의 대책
후각에 예민한 사사령 음묘악이 거리에 접어들어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금!”
벼락같은 외침에 이어 좌우의 전각과 전후의 담장에서 암기 다발이 쏟아졌다.
슈슈슈슈슈슈!
복령천 무인들의 뇌리에 경종이 울린다.
허공을 가득 채운 암기의 의미는 비단 기습을 알리는 것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화무단이 당했다!’
이젠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럴 것 같더라.”
속았다는 생각에 인상을 쓴 오사령 자현이 번개같이 솟구치며 장력을 쏟아낸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간 장력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암기들을 후려쳤다.
콰콰콰콰콰쾅!
부서진 암기 파편이 화살처럼 튕겨 나갈 때.
멀리서 대기하던 당가의 무인들이 다시 줄을 잘랐다.
그러자 담장 너머에서 절묘하게 튀어 오른 주머니에 암기 파편이 틀어박혔다.
퍼퍼퍼퍼퍼펑!
순식간에 시꺼먼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더니 살랑이며 내려앉는다.
향에 민감한 사사령 음묘악의 눈이 옅은 떨림을 보인다.
‘무취독?’
시꺼먼 연기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길게 생각할 틈이 없다.
그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숨을 참아라!”
십이사령과 흑의인의 뇌리를 지배한 것은 흑연을 들이켜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산개!”
주유성이 침착하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크아악!”
소완공을 펼쳐 은밀히 후미로 접근한 천영이 단숨에 흑의인 한 명을 베어버렸고.
쐐애애액!
오십 장 밖에서 벼락 치듯 쏘아진 화살이 좌우의 담장을 무너뜨리며 적의 분산을 막았다.
쿠콰콰콰콰콰쾅!
활을 쥐고 전각 위에 우뚝 선 인물은 대별채주 송조광과 궁황 투월초였다.
전방으로 내달려 흑연의 위협에서 벗어난 무인들이 호흡을 재개했다.
그때 그들이 밟고 달리는 땅에서 흙먼지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사령 음묘악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이건?’
이상함을 느낀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한겨울이다.
비록 강남이 중원보다 덜 춥다곤 하나 이렇게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를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허공의 시꺼먼 연기가 내려앉는 지금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들이 순식간에 다음 갈림길까지 도착했을 때, 십이사령의 정면으로 복호채주 이하빈이 나타났다.
“존재 자체가 무의미한 자들.”
차갑게 눈을 빛낸 이하빈이 냉랭한 어조로 말하며 온 힘을 다해 창을 내질렀다.
쐐애액!
주유성의 미간에 처음으로 주름이 패였다.
전방에서 날아드는 강렬한 창영은 결코 무시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빗살같이 뽑혀 나온 주유성의 검이 일진광풍을 동반한 창광에 부딪혀간다.
끼기기기기…….
태산 같은 두 개의 기운이 아귀처럼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고.
콰아아아앙!
이내 엄청난 폭발과 함께 지축이 들썩이며 희뿌연 먼지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태천각의 지붕으로 솟구친 화윤의 눈동자에 희열이 번진다.
‘성공이다!’
눈에 보이는 독은 숨을 참으면 그만이다.
최초의 흑연은 적의 경계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 독이 아니었다.
적에게 흑연을 독으로 착각하게 만든 뒤, 삼면을 통제하고 전방으로 적을 몰아넣는다.
화윤이 꾀한 것은 흑연에서 벗어난 적이 안도해 숨을 들이켜는 것까지 염두에 둔 완벽한 함정이었다.
적이 밟고 지나간 희뿌연 연기는 독랑 막월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흑룡침혈(黑龍侵穴).
흑룡침혈은 중독자의 체내를 점점 돌처럼 딱딱하게 굳게 하는 절독이다.
이각 내에 해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는 독으로 천하대전 당시 권성 대연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무서운 독이었다.
이백여 명의 정예만 남기고 모두를 내보낸 것도 당장 제조할 수 있는 해약이 딱 그 정도 수밖에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복면에 가려진 막월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깃들었다.
‘이곳이 화령도라 다행이로군.’
화령에서 비축한 약재가 충분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당가의 무인들이 도왔더라도 그 많은 해약을 하루 만에 완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적이 흑룡침혈에 휩싸이자 그는 즉시 화윤에게 전음을 보냈다.
[독분의 양이 부족해 다른 것을 섞었으니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거다.]그 사실을 알고 있던 화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면 충분해.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십이사령도 문제였으나 그들이 거느린 흑의인의 기도도 백화무단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
개개인의 무공은 이 자리에 모인 화령의 정예들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독을 쓴 게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화윤이 속으로 간절히 바랄 때였다.
복령천 무인들을 덮쳤던 흙먼지가 차분히 가라앉으며 분노한 십이사령의 면면이 드러났다.
대노한 삼사령 평사군이 집채만 한 거구를 이끌고 한 발 나섰다.
“고작 생각한 것이 독이었느냐?”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린 화윤이 이하빈의 곁에 내려서며 웃었다.
“네놈들이 자랑하는 백화무단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당했지.”
그 말과 동시에 멀리 숨어있던 무인들이 일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화윤의 외침에 그들은 엄청난 함성으로 화답했다.
“우와아-!”
쩌렁쩌렁한 외침이 지축을 뒤흔들었고.
평사군의 두 눈에 시뻘건 불길이 일어났다.
“죽여주마.”
득달같이 달려드는 평사군을 향해 화윤이 섭선을 휘두른다.
슈우우우!
부채에서 일어난 강풍이 평사군의 전신으로 날아들었고, 가공할 기세를 머금은 주먹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콰아앙!
경이로운 괴력으로 단숨에 화윤의 공격을 찢어낸 평사군이 재차 지면을 박찼다.
파아앙!
파공성을 흘리며 벼락같이 달려든 평사군이 지척까지 도착한 순간.
쐐액!
골목에서 쏟아져 나온 시꺼먼 흑봉이 평사군의 옆구리를 노려왔다.
“어딜 감히!”
불같이 소리친 평사군이 짓쳐 드는 흑봉을 향해 수도를 내리쳤다.
태산같이 떨어진 수도가 흑봉에 닿기 직전이었다.
시평의 봉이 잔상을 남기며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휴우. 깜짝 놀랐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화윤의 앞을 막아선 인물은 바로 양산채주 시평이었다.
상대에 대응하고자 초식을 준비했던 화윤이 씩 웃으며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시평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우리 군사님을 그렇게 쉽게 내어줄 순 없지 않겠습니까?”
느닷없는 개입에 흐름이 끊어지자 평사군이 이를 갈며 물었다.
“네놈. 상천의 잡졸이더냐?”
단 한 번의 움직임에서 영화무한봉(影化無限棒)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이다.
시평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걸 알아보는 걸 보면 그쪽도 평범한 잡졸은 아닌 모양이야.”
“내 주먹에 곤죽이 된 뒤에도 그렇게 이죽거릴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매섭게 눈을 빛낸 평사군이 지면을 박차자 뒤로 물러난 시평이 그를 넓은 공간으로 이끌어갔다.
그에 이어 속속 상천팔기를 비롯한 고수들이 나타나 공격을 개시했다.
쿠콰콰콰쾅!
담장을 뛰어넘고 벼락같은 일격을 퍼부은 장우기가 대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 이제 진짜 제대로 싸우는 거지?”
도랑 도운수가 당부하듯 말했다.
“약한 놈들이 아니니까 정신 바짝 차려라.”
“너나 잘하십쇼. 나보다 약한 주제에.”
투둑.
도운수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불거진다.
“끝나고 보자.”
불시의 기습에도 십이사령과 흑의인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사령 곽인평이 외쳤다.
“모조리 죽여라!”
“예!”
그들의 침착한 반격을 시작으로 마침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카카카카캉!
사방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음에도 주유성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주!]뭔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주유성이 곽인평의 전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간다.”
몸을 완전히 돌리는 순간까지도,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이하빈이 서 있었다.
가슴의 떨림이 시작된 것은 그녀의 일 초를 받아친 순간부터였다.
분명 어디서 만난 듯한 느낌이 있는데 확실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 아이가 살아있을 리 없지.’
그는 고개를 털어 상념을 털어버렸다.
‘빈아.’
천하대전에서 양친을 잃은 자신에게 마지막 빛이 되어주었던 아이.
자신의 마지막 빛마저 빼앗긴 그날, 오로지 복수의 일념으로 천하를 피로 물들이리라 다짐했다.
“큭큭큭. 역시 이 섬에는 붉은색이 어울려.”
주유성이 짙은 조소를 흘릴 때였다.
“네놈이로군.”
고개 돌린 그의 눈동자에 담긴 이는 검황 천영이었다.
담장 위에 우뚝 선 천영은 세상을 굽어보든 오연한 눈길로 주유성을 바라보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십이사령을 이끄는 자는 바로 이자다.
그를 향한 주유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
‘검황 천영.’
불과 일 장의 거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상대의 기척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름값은 하는 모양이군.”
거리에 접어들었을 때 부하 한 명이 반응조차 못 하고 죽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런 은잠술을 가진 상대라면 어쩔 수 없었을 테니까.
천영은 담담하게 검파에 손을 올렸다.
“길게 끌 여유가 없을 것이다. 시작하지.”
자타공인 천하제일검으로 평가받는 천영이다.
하지만 주유성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검에 의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재미있겠군.”
살기 가득한 미소와 함께 그의 전신에서 서릿발 같은 기세가 활화산처럼 쏟아져 나올 때였다.
카카카캉!
별안간 둘 사이에서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시뻘건 불꽃이 피어올랐고.
천영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제법이군.’
백화무단주 양무화조차도 최초의 한 번은 반응조차 못 했던 천인검 무음사식이다.
그런데 주유성은 예비 동작조차 없는 공격을 단번에 받아친 것이다.
팟!
순식간에 사라진 주유성이 천영의 우측에 나타난다.
쉬익!
극한의 쾌검이 천영의 목을 벼락같이 노려온다.
카앙!
비껴친 검신이 우측으로 흘러가더니 얼굴로 주유성의 발등이 날아든다.
슈아악!
천영은 좌수로 얼굴을 가리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쾅!
발등과 손바닥이 충돌하며 천영의 신형이 담장 아래로 튕겨 나갔다.
콰지지직.
주르륵 미끄러진 천영이 튕기듯 몸을 일으켰고.
어느새 정면에 도착한 주유성이 날카로운 일검을 찔러온다.
“내가 대책도 없이 호랑이 굴에 들어왔을 거 같은가?”
슈슈슈슈슉!
천영의 신형이 갈대처럼 흔들리며 연이은 쾌검을 피해냈다.
“대책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그렇지.”
숨이 턱 막히는 쾌속 공방 속에, 주유성이 천영의 반격을 피해 우측으로 미끄러졌다.
방향을 바꿔 달려드는 주유성의 눈에서 지독한 살기가 줄기줄기 쏟아졌다.
“내가 바로 필승의 대책이다.”
쐐애애액!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그의 검 끝에서 팔사검해(八蛇劍海) 무경천참(武京天斬)의 초식이 피어올랐다.
천영의 눈앞에 나타난 수십 개의 검영이 마치 몸을 비트는 뱀처럼 종잡을 수 없는 궤적으로 짓쳐 들었다.
천영의 미간에 처음으로 짙은 주름이 패인다.
‘이자는 강하다.’
쾌검을 쓰는 검수 중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연속공격의 움직임에서 나타난다.
직선적인 공격만 반복해서 찔러오는 자는 하수.
거기에 종잡을 수 없는 궤적을 섞을 수 있는 자는 능히 고수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주유성의 검초에는 궤적을 예측할 직선적인 공격이 하나도 없다.
눈앞의 상대는 어지간한 고수와는 차원이 다른 검수인 것이다.
스윽.
소리조차 감춘 천영의 검신이 허공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카카카카카카카캉!
오싹한 쇳소리와 함께 피어오른 불꽃이 꽃잎처럼 화려하게 흩날린다.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과 함께 전장의 혈꽃이 뜨겁게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