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51)
◈ 51화. 화려한 복귀
지부를 나선 유대하는 진무립이 마련해둔 안가로 달렸다.
주변을 살핀 유대하가 담장을 훌쩍 넘자 순식간에 세 명의 무인이 나타나 그에게 검을 겨눴다.
“나요.”
유대하를 알아본 흑영대원들이 일제히 검을 거뒀다.
그들의 뒤로 흑영대주 지월인이 나타났다.
“준비가 끝났소?”
“예. 림주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안에서 기다리고 계시오.”
“일다경 안에 개방의 거지들이 이곳으로 올 겁니다. 속히 움직일 수 있게 채비해야 합니다.”
“말씀 올리겠소.”
지월인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림주님. 채비하셔야겠습니다.”
외림원주 우가산과 함께 차를 마시던 초무강은 찻잔을 내려두고 일어났다.
“원주.”
우가산이 공손히 읍을 했다.
“예. 속히 준비하겠습니다.”
은밀히 중경을 떠난 초무강 일행이 성도에 도착한 것은 이틀 전의 일이다.
성도를 문턱에 두고 멈춘 그들은 표나지 않게 짝을 나눠 진무립이 준비한 안가로 들어섰다.
이들이 성도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사천맹의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무강의 지시로 중경 세작들의 전서구를 전부 차단했기 때문이다.
초무강이 진무립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때, 북문에 진입한 한천월의 팔두마차는 지부 근처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날씨 한번 쾌청하군.”
살짝 열린 창문으로 시린 공기가 들어오며 푸른 하늘이 보였다.
마주 앉은 당문경이 말했다.
“어떤 아이인지 참으로 궁금하군요.”
“자네의 기대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였으면 좋겠군. 그래야 이렇게 몸소 찾아가는 보람이 있지 않겠나?”
마주 보며 부드럽게 웃은 그들은 점점 마차의 속도가 느려지며 밖이 소란스러워짐을 느꼈다.
“이곳이 원래 이렇게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었나?”
한천월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뜬 당문경이 창밖을 살폈다.
“그 아이가 뭔가 준비한 모양입니다.”
“당연히 우리를 위해서는 아니겠군.”
“그렇겠지요. 그것도 기대되는군요.”
당문경의 얼굴에 묘한 흥분까지 떠오르자 한천월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자네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
어른부터 아이까지.
지부 앞은 발 디딜 곳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미리 언질을 받고 도착한 철검대원들은 인근 건물의 지붕에 올라 지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육군명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걸.”
곁에 선 이환이 물었다.
“소공자께 뭐 들은 거 없습니까?”
“없어. 그냥 너희들과 함께 구경하러 오라더군.”
지부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개방도가 불러들인 이들이었다.
“언제 시작되는 거지?”
“조금만 기다려보세. 아직 지부 문도 열리지 않았네.”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신평이 중얼거렸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뭐지?”
이런 인파를 불러모을 정도라면 아마도 며칠 전부터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곳은 성도. 만일 진무립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면 사천맹에서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자신들은 아무것도 들은 바가 없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밑에서 청우가 지붕으로 뛰어 올라왔다.
“다녀왔습니다.”
육군명이 물었다.
“알아봤나?”
“예. 알아보긴 했는데. 허허허.”
무슨 일로 모인 건지 알아보러 갔던 청우는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별거 아니던데요.”
담장 너머를 슬쩍 살핀 단려화는 즉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왔는데요?”
눈대중으로 봐도 족히 천 명은 되어 보였다.
고작 열 명도 안 되는 개방도가 반 시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만한 인원을 모아온 것이다.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마도림의 상징, 흑색 무복에 윤기 나는 검은 장포를 걸친 진무립이 운광검을 허리에 차고 일어났다.
“괜찮아 보이나?”
이마에 검은색 영웅건까지 두른 진무립은 헌앙장부가 따로 없었다.
‘잠시 잊고 있었구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적어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뭐해? 옷 갈아입어야지.”
단려화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도요?”
씩 웃은 진무립이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마도림의 뼈와 살을 갉아 먹으려 하는 놈들이다.
그렇다면 이쪽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 * *
지부 앞의 웅성거림이 절정에 달했다.
“근데 마도림은 망한 거 아니었어? 지금까지 사천맹에선 거들떠도 안 봤잖아? 갑자기 영입하려는 이유가 뭘까?”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자네들 아직 듣지 못했나? 마도림은 얼마 전 대검문을 멸문시키고 중경의 패권을 되찾았다고 하네. 그러니 사천맹에서도 손을 내민 게 아닐까?”
“그게 정말인가?”
“나도 일단 소문으로만 들은 이야기라…… 오늘 지켜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있겠지.”
모두의 눈이 기대감에 빛날 때 인의 장막 너머에서 우렁찬 외침이 솟구쳤다.
“길을 열어주시오!”
지부 앞에 몰린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지자 스무 명의 호위와 여덟 필의 흑마가 이끄는 마차가 나타났다.
“사천맹주의 마차다.”
“정말 왔구나.”
개방의 거지들에게 듣긴 했으나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눈으로 직접 보니 거지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들이 순수하게 사천맹주를 보러 온 것은 아니었지만.
속도를 줄이던 팔두마차가 지부의 정문 앞에 멈춰섰다.
천천히 마차 문이 열리며 당문경이 내렸고, 이어서 봉황이 수놓인 회색 무복 차림의 한천월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천맹주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한천월이었기에 군중들의 뜨거운 시선이 쏟아졌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한천월이 손을 들어 군중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 지부의 정문이 열리며 자색 장포를 걸친 용추가 나타났다.
“마도림의 소공자께서 나오십니다!”
쩌렁쩌렁한 외침은 한천월에게 쏠렸던 군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치 불가의 사천왕처럼 매섭게 생긴 용추가 천천히 길을 비켜서자 그 뒤에서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무복 차림에 단려화가 선물해준 장포를 두른 진무립.
진무립이 선물한 붉은 궁장 차림에 곱게 단장을 한 단려화는 놀랍게도 면사를 벗은 상태였다.
“오오…….”
군중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새어 나왔다.
송옥과 반안을 저리 가라 할 만큼 수려한 용모의 청년, 그의 뒤를 다소곳이 따르는 절세미녀.
빛나는 두 사람의 용모는 감탄하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문경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후후후. 이런 방법을 사용할 줄이야.’
뭘 준비했나 했더니 고작 자신의 용모를 이용해 이목을 끄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군중들의 반응을 보니 나쁜 방법이라 볼 수도 없었다.
‘목적을 위해선 뭐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왠지 이 녀석이 사천맹에 들어오면 재밌어질 것만 같았다.
물론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진무립은 단려화에게 전음을 보냈다.
[괜찮겠어?]면사를 벗은 것을 묻는 거다.
그녀가 싱긋 웃자 뭇 사내들의 눈이 황홀감에 젖어 들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그림을 만들어 보자면서요?]오늘의 주인공이 마도림이라는 것을 만인에게 각인시키고.
과거의 위상을 잃고 추락했던 마도림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세상에 선포하고자 하는 계획.
진무립은 흡족한 듯 웃었다.
살면서 자신의 외모를 이렇게 이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단려화.
진무립과 함께 하며 얻는 경험들은 그녀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전음을 보냈다.
사실 강남에서도 그녀의 진짜 얼굴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외부에 나갈 때마다 역용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를 힐끔 쳐다본 진무립이 말했다.
[그 얼굴도 나쁘진 않은데 본판이 훨씬 나아.]그 말을 내뱉고 성큼성큼 나아간 진무립은 그녀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번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긴 한천월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생겼다.
‘초이린을 쏙 빼닮았군. 영악한 것까지 그 아이를 닮았어.’
하지만 진무립이 앞에 도착했을 땐 미간의 주름 대신 입가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진무립은 매우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중경 마도림의 소공자 진무립. 사천맹주께 인사 올립니다.”
“반갑네. 한천월일세.”
“우리 마도림을 사천맹에 초대해주시고자 이곳까지 방문해주시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비록 그간 왕래가 소홀했다곤 하나 마도림도 당당한 사천 무림의 일원일세. 그런 마도림이 성도에 지부까지 세우며 의지를 보였으니 어찌 함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모두를 둘러보며 빙그레 웃은 한천월이 농담조로 말을 내뱉었다.
“점창신검과 탈혼일섬이 예까지 찾아와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왔으니 내 직접 오는 수밖에.”
두 사람은 사천 무림뿐만 아니라 세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들.
한천월은 그들을 들먹여 진무립의 무례를 살짝 꼬집으려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군중들이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노사님과 강노사께서 문전박대를?”
“그게 정말일까?”
하지만 진무립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송구하오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부에 그런 분들이 오셨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을뿐더러 행여 오셨더라면 안으로 모셨을 겁니다.”
목격자가 한둘쯤 있어도 상관없다.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뭘 어쩔 것인가?
진무립의 뻔뻔한 태도에 한천월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만인 앞에서 내색할 수도 없고 더 이상 추궁해봐야 옹졸해 보일 뿐이다.
한천월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 자네와 같이 올곧은 청년이 알고도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겠지.”
마주 보며 웃는 이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시간인데.’
둘의 대화가 시작된 이상 외모로 시선을 끌어모으는 효과는 끝이 났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한천월의 어깨너머를 빠르게 확인한 진무립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당사자가 전부 모였군요.”
그때 후방이 술렁이기 시작하자 의문 섞인 한천월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군중들 너머에서 터져 나오는 우렁찬 외침.
“길을 열어주시오!”
밀집한 군중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나타난 것은 여덟 필의 백마가 이끄는 화려한 금빛 마차.
그것은 사천맹주의 마차보다도 훨씬 화려했다.
초무강의 수신호위들과 흑영대가 서릿발 같은 기세를 풍기며 좌우를 지킨 가운데, 마차의 지붕엔 황룡이 수 놓인 검은 장포를 휘날리며 세상을 굽어보듯 오연하게 선 초무강이 있었다.
마부석에 앉아있던 유대하가 외쳤다.
“마도림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앞선 등장과 다르게 사방은 숨 막히는 정적으로 가득했다.
다부진 체구에 범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눈빛, 전신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은은한 기도는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진무립의 의도는 정확히 먹혀들었다.
초무강 일행을 향한 군중들의 눈에 경외감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을 보고 그 누가 마도림이 망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초무강의 마차는 정확히 한천월이 타고 온 마차 옆에 멈춰섰다.
마치 오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란 듯이.
진무립의 의도를 눈치챈 한천월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한 방 먹었군.’
사천제일세의 명성을 잃고 변경으로 밀려났던 마도림이 중심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순간.
모두의 관심이 초무강에게 향한 가운데 자신은 그저 이들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마차가 완전히 멈춘 뒤에야 훌쩍 뛰어내린 초무강은 절도 있게 예를 갖췄다.
“마도림의 초무강이오.”
상대는 일개 소공자가 아닌 일파의 수장.
속이 쓰린 한천월이었으나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없었다.
“사천맹주 한천월이오.”
“맹주님을 너무 오래 세워두는 것은 예가 아닌 줄로 아오나 이 자리에 모인 분들께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한천월은 헛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그러시구려.”
다시 마차의 지붕으로 훌쩍 뛰어오른 초무강은 만인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우리 마도림이 사천맹의 일원이 되는 기쁜 날이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을 위해 술과 고기를 부족함 없이 준비했으니 오늘 하루 마음껏 즐기다 가시오!”
군중들이 무엇보다 기다렸던 말이다.
무인도 아니고 일개 양민이 사천맹과 마도림을 보기 위해 구름같이 이곳을 찾았겠는가?
이들은 이곳에 오면 술과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개방 거지들의 유혹에 넘어가 온 것이었다.
마차 뒤편에서 수십 명의 숙수들과 고기를 잔뜩 실은 짐마차가 나타났다.
“우와아!”
“마도림이 최고다!”
군중들의 환호성이 하늘로 솟구칠 때, 지붕 위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육군명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정말 재밌는 녀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