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86)
◈ 86화. 저놈은 너무 위험하다
운룡각의 무인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천무대원들도 누구 하나 떠나고자 하는 인물이 없었다.
강유월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자네들이 이러는 게 정녕 광무대주를 위한 거라 생각하는가?”
용추의 등에서 내린 나백륜이 싱긋 웃었다.
“어차피 제대로 달릴 수도 없는 몸. 짐이 되느니 이대로 남겠습니다.”
육군명은 조영성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이 자식,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데?”
이어서 당자경이 암기를 움켜쥐었고.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합니다. 구명지은을 저버리는 금수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습니다.”
천무대원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린 천무대입니다. 무림 후배를 희생시켜 목숨을 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아…….”
나직이 탄식한 강유월은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하종보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들을 두고 간다면 이들은 평생을 후회 속에 살게 될 것이오. 뜻을 존중해줍시다.”
“옳은 말씀이에요.”
검파를 움켜쥔 진설란은 어느새 그의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
당천이 그녀의 곁으로 따라붙었다.
진설란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당신에게 전우애라는 게 남아 있었나요?”
당천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눈앞에 적을 두고 도망치기 싫을 뿐이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행동이네요.”
두 사람은 마치 경쟁하듯 진무립 일행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나둘 돌아서는 가운데 당중호가 강유월에게 다가왔다.
“지금쯤 사천맹의 지원병력이 대설산맥 인근까지 도착했을 겁니다. 서둘러 그들을 데려오겠습니다.”
“부탁하네.”
“예.”
돌아서는 당중호의 귀로 국철영의 전음이 틀어박혔다.
다른 이는 몰라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국철영은 당중호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
[후회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헛소리 그만하고 네놈도 살고 싶으면 따라와라.]새까맣게 몰려드는 적이 어느새 진무립 일행의 지척까지 도달했다.
뒤를 쳐다본 국철영의 입가에 쓰디쓴 미소가 번졌다.
[가라. 나는 못 가겠다.]당중호는 시선조차 던지지 않고 훌쩍 몸을 날렸다.
‘멍청한 놈들.’
적과 아군의 전력은 누가 봐도 상대조차 되지 않을 만큼 차이가 크다.
‘죽고 싶은 놈들은 마음대로 해라.’
당중호에게서 시선을 거둔 국철영은 검파를 쥔 자신의 손을 내려보았다.
‘염치라는 건 예전에 버린 줄 알았는데.’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분명 당중호를 따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나도…… 일단은 동료니까.”
나직이 중얼거린 국철영은 서둘러 동료들의 뒤를 쫓았다.
하종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가십시다.”
“이것 참…….”
다소 오만하기까지 하던 천무대와 자신들밖에 모르던 후기지수들이 살길을 마다하고 죽을 길로 들어간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된다.
‘광무대주. 이건 모두 자네 탓일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강유월은 하종보를 따라 몸을 날렸다.
도망쳐야 할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일부는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기까지 빼 들었다.
인상을 구긴 진무립이 혀를 찼다.
“단체로 돈 거야?”
단려화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젠 다시 보낸다 해도 늦었네요.”
그녀의 말처럼 적은 백 장 안까지 도달한 상태.
그중 앞서 달리는 적발의 사내가 맹렬한 속도로 짓쳐 든다.
“생긴 걸 보아하니 네놈이 진무립인가!”
풍기는 기세로 보아 적어도 적사곡에서 상대한 혈위사신보다 위에 있다.
놈의 뒤로 멀리 소유붕의 얼굴이 보인다.
‘제대로 이를 갈았군.’
진무립은 나서려 하는 구양무를 붙잡았다.
“일단 제가 나서겠습니다.”
“위험하네.”
“괜찮습니다.”
진무립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발적인 기세로 뛰쳐나갔다.
단려화가 노파심에 전음을 보냈다.
[그건 안 돼요.] [알고 있어.]보는 눈이 많은 이곳에서 팔천영신공을 쓸 생각은 없다.
염화교가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제법 배짱이 두둑한 놈이로구나!”
순식간에 간격을 좁힌 두 사람.
치솟은 도가 강풍을 일으키며 뚝 떨어졌다.
진무립은 즉시 우측으로 미끄러졌다.
콰앙!
빗나간 도가 지면을 강타하며 눈보라가 솟구친다.
지면을 강하게 박찬 진무립은 경화사검 사신출세의 초식을 전개했다.
쐐애액!
빗살처럼 쏟아지는 극상의 발검술.
염화교는 즉시 상체를 비틀며 도신을 끌어올렸다.
한 줄기 섬광이 묵직한 환도에 적중한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튄다.
진무립의 서늘한 눈빛과 염화교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고작 이 정도냐?”
씩 웃은 염화교는 도신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진무립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서걱.
번개 같은 일도에 진무립의 앞섶이 길게 갈라졌다.
피하지 못한 게 아니다.
일부러 아슬아슬한 간격을 유지한 것은 즉각 반격하기 위함이었다.
도극이 스쳐 지나가기 무섭게 진무립의 검극이 쏘아졌다.
검극의 예리함이 심상치 않다.
염화교는 즉시 상체를 뒤로 꺾으며 몸을 비틀었다.
서걱.
갈라진 염화교의 옷깃이 바람에 나풀거린다.
이번엔 진무립이 웃었다.
“네놈도 큰소리칠 실력은 아닌 거 같은데.”
염화교는 재밌다는 듯 광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턱 끝을 치켜든 진무립의 눈빛이 다소 도발적이다.
“쪽수가 많군. 네놈 혼자선 힘들 것 같은데 한꺼번에 와도 좋다.”
“웃기는 소릴 하는군.”
길쭉하게 올라간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내려오더니 이내 비릿한 미소로 변했다.
“광룡 진무립. 실력 좀 보자.”
말이 끝난 순간 염화교의 도신에 어스름한 적무(赤霧)가 피어오르며 폭발적인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무려 십 장 밖에 멈춰선 구양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광무대주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등골이 오싹해지며 상대의 강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염화교는 온전한 상태의 자신조차 승부를 점칠 수 없는 강자였다.
상대에 대항해 진무립도 내력을 끌어올렸다.
‘내력을 아끼며 상대할 놈이 아니야.’
상대는 적사곡에서 상대했던 혈위사신보다 명백히 위에 있다.
서슬 퍼런 기세가 줄기줄기 솟구치며 진무립의 장포가 찢겨 나갈 듯 거칠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상대와의 간격은 일 장.
팟!
무릎이 살짝 굽혀진다 싶더니 진무립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이어서 내지르는 일검.
움켜쥔 은광검으로 극강의 음한지기가 물밀 듯 쏟아진다.
쏴아아!
염화교는 마치 눈사태가 쏟아지듯 노도와 같은 일격에 도신을 부딪쳐갔다.
쉬익!
바람을 가르며 혈선을 그린 도신이 은광검에 닿기 직전, 진무립의 발이 전방을 찍으며 한순간 속도를 조절했다.
파앙!
간발의 차이로 염화교의 도가 허공을 찢었고.
진무립의 검극은 비어버린 옆구리로 방향을 틀었다.
“어딜!”
벼락같이 끌어당긴 도파가 검신을 오차 없이 내리쳤다.
카앙!
묵직한 쇳소리만큼이나 육중한 힘에 진무립의 상체가 살짝 흔들렸다.
그 순간 도신에서 피어오른 적무가 진무립을 잡아먹을 듯 짓쳐 들었다.
진무립은 피하지 않고 되려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시뻘건 도신이 진무립을 지나치며 떨어졌고 두 사람은 서로의 숨결마저 느껴질 만큼 근접했다.
무기가 소용없는 간격.
둘은 약속한 것처럼 서로에게 좌장을 내질렀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일진광풍이 몰아치며 주변의 눈이 일 장이나 치솟는다.
주르륵 밀려난 두 사람은 지체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드드드드드…….
서로의 전신에서 피어오른 엄청난 투기와 살기는 대지의 진동마저 이끌어낼 만큼 강렬하다.
두 사람의 간격이 일 장까지 좁혀진 순간이었다.
염화교는 사해격무도 만극형참(萬克形斬)의 초식을 전개했고 진무립은 경화사검 사검주유의 초식으로 응수했다.
불길한 적무가 허공에 수십 가닥 붉은 혈선을 새기며 진무립을 몰아쳤고.
푸르게 빛나는 섬광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며 염화교의 전신을 압박했다.
치치치치치칭!
검과 도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며 멈춰선 두 사람 사이로 시뻘건 불꽃이 피어올랐다.
허초는 없다.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살초.
스치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이 될 법한 무시무시한 공격이 서로의 숨통을 조여간다.
육군명의 두 눈에 짙은 희열이 번졌다.
‘크흐. 본신 무공도 아니고 고작 몇 달 안 익힌 마도림의 무공으로 저 정도라니. 정말 괴물은 괴물이야.’
다른 이들의 생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나 유대하는 진무립의 모든 것을 머리에 담고자 작은 행동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했다.
‘전부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때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던 단려화의 귀에 짧고 강렬한 전음이 틀어박혔다.
[검!]그녀는 봇짐에서 예비로 챙겨둔 검집을 꺼내 진무립에게 던졌다.
[가요!]그 순간 진무립과 염화교 사이에 거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주르륵 밀려나는 염화교는 눈을 부릅떴다.
‘뭐냐?’
지금까지 자신의 도신을 비껴치던 상대의 검이 정면으로 쏟아진 것이다.
솟구치는 눈발의 반대편.
은광검이 허공에 살짝 떠올랐고 진무립의 오른손엔 어느새 단려화가 던진 검이 쥐어졌다.
지척까지 도달한 소유붕과 오백의 무인들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드는 상태.
조금 전 구양무의 곁에 도착한 사천맹 무인들도 언제든 출수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오백과 육십이 마주 보는 전장의 한복판.
전원의 시선이 모여든 가운데 지면을 강하게 밟은 진무립의 손으로 세상을 태워버릴 듯한 열양지기가 쏟아졌다.
화르륵.
손잡이가 녹아내리고 홍염이 피어오른 검신에 미세한 실금이 새겨질 때.
지면을 강하게 밟은 진무립은 활처럼 휘었던 오른팔을 채찍질하듯 휘둘렀다.
파아앙!
한 줄기 섬광이 공간을 찢고 빗살같이 쏘아졌다.
눈을 부릅뜬 현유립의 뇌리에 지나간 악몽이 되살아난다.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전방으로 튀어 나간 현유립은 전신 내력을 끌어올려 짓쳐 드는 섬광에 검을 내질렀다.
맹렬한 섬광에 그의 검극이 부딪치는 순간.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난 검편이 포탄 파편처럼 비산했다.
“크아악!”
후방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솟구쳤다.
현유립의 고개가 휙 돌아갔고 아슬아슬하게 파편을 피한 소유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 이게 대체 뭐냐?’
단 한 수에 무려 스무 명의 부하가 절명했고 수십 명이 쓰러져 꿈틀거린다.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격.
진무립과 염화교 사이로 솟구쳤던 눈발이 잦아들며 전장에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혈교의 무인들도, 진무립의 무위를 처음 목격한 사천맹 무인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광무대주의 무위란 말인가?’
구양무는 부릅뜬 눈을 감지 못했다.
그 곁에 멈춰선 당천의 눈빛도 거칠게 흔들렸다.
‘진무립.’
적사곡에선 그의 무위를 감상할 기회가 없었으나 오늘은 똑똑히 보았다.
진무립은 강자다.
그것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엄청난 고수였다.
당천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적과 대치한 상황임에도 호승심이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무거운 침묵 속에 하종보의 입이 작게 열렸다.
“광무대주의 무위가……. 이 정도였단 말이오?”
염화교와의 숨 막히는 일전조차도 놀라울 지경인데 어느새 접근한 적까지 놓치지 않고 진군을 멈춰 세웠다.
떨리는 목소리에 반응한 강유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이 아니라고 하질 않았소이까.”
모두의 가슴 속 떨림이 천천히 잦아들 무렵, 염화교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을 느꼈다.
“감히, 감히 네놈이 나를 앞에 두고!”
부하 몇 명 죽은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진정 화가 나는 것은 자신과 싸우던 중 한눈을 팔 만큼 여유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호공 소유붕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저놈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이대로 보내기엔 너무 위험하다.
설령 이 자리에 데려온 무인이 전부 죽더라도 진무립 하나만큼은 잡아야 한다.
“전원 놈을…….”
명을 내리던 소유붕의 눈에 활짝 핀 진무립의 미소가 담겼다.
“이제 숫자로는 이쪽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데 계속해보겠나?”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고원의 반대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무인이 나타났다.
수백, 아니 족히 일천은 되어 보이는 무인이 해일같이 밀려온다.
뒤를 돌아본 사천맹 무인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지원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