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427)
427화 마교, 백씨세가, 참사교 (1)
“요연비……?”
이강은 그 이름을 말로 되뇌었다.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다. 당장 그의 시점에서는 며칠 전까지 함께 부대꼈던 인물이니까.
“예, 진마궁주 요대순이라는 자의 하나뿐인 자식으로…… 대수혈마공이라는 절세마공의 진전을 이어받은 진짜 마인이라고 합니다.”
하오문주는 당황하며 그리 말했다.
앞부분은 틀린 말이 없었다.
요연비는 실제로 진마궁주 요대순이라는 절대고수의 독자(獨子)다.
이강이 겪은 바로, 요대순은 진정한 마인이었다.
천마가 창안한 대수혈마공 역시 전 강호를 휩쓸기에 부족함이 없는 절대신공이 맞다.
“요연비가 강하다고요?”
“예, 저희 문도들이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가 뿜는 마기가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다고 합니다. 제법 무공을 익힌 아이들도 숨쉬기가 어려웠다더군요.”
마공을 익힌 자는 마기를 뿜는다.
경지에 다다른 마인들은 그 기세만으로 양민을 죽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강은 도무지 의심스러웠다.
“문도들과 실제로 맞부딪친 적이 있습니까.”
“금화가 직접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문에 많지 않은 절정고수를 동원했음에도 단박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틀림없는 극마지경 이상입니다.”
하오문주와 그 문도들은 경지가 높지 않다.
요연비의 허세에 그들이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절정고수 여럿이 나가 떨어졌다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한가락이 있을 것이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지만 이강은 요연비를 알고 있었다.
그의 혈통과 배경이 범상찮은 것은 맞지만, 요연비는 고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대수혈마공의 진전을 이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절정은커녕 이류 소리나 들을까.
그것은 두 가지를 의미했다.
요연비라는 자의 근성이 썩어 빠져 진심으로 무공에 정진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포함하더라고 무재(武才)라고는 쥐뿔만큼도 없으리라는 것.
‘사 년이 넘게 지나기는 했지만…….’
혈혈단신으로 내던져진 그가, 사 년 사이에 대오각성해서 무공을 끌어올린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그 망종은 분명 마공의 재능은 터럭만큼밖에 없는 놈이었다. 게다가 근성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지.」
망나니의 개심이라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강 역시 한때는 백씨세가의 망나니였지만, 그것은 그저 이강의 의지에 따른 일이었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강이 계속 의심하자 하오문주가 그리 말했다.
이전보다는 자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언제 만날 것이라고요?”
“오늘 저녁, 서안의 흑시에서 만날 겁니다.”
“흑시? 이곳에도 흑시가 있습니까?”
흑시(黑市)라 함은 암시장을 의미한다.
주로 흑도방파가 지배하는 구역에나 있는 곳이다.
돈만 있으면 사지 못할 것이 없다는 곳.
무기며 폭약, 그 연원을 알 수 없는 영약.
심지어는 사람과 목숨까지 사고팔 수 있다.
백씨세가가 지배하던 서안에는 그런 흑시가 없었다.
“세상이 바뀐 이후에 생긴 곳입니다. 매일 열리는 곳은 아니고 오늘은 열리지 않는 날입니다만…… 축시(丑時) 초에 그곳에서 회합을 약조했지요.”
“……만나 보면 알게 되겠지요.”
대체 사 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싶지만.
요연비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눈으로 확인하면 되는 일이다.
이강은 하오문주의 호위를 맡아 주기로 약속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저물고,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북경은 물론이거니와 대도시들은 양민의 야간 통행을 금지시킨다.
기록에 따르면 심지어 은주시대에서부터 유지되어 온 정책이었다.
허가받은 자를 제외하고는 삼경(三更) 이후에는 저자를 돌아다니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심야가 되면 포쾌와 순라군(巡邏軍)들이 돌아다니며 순찰을 나선다.
서안 역시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도시의 불이 꺼진다고 모든 사람들이 얌전히 자는 것은 아니다.
법도 위에 있는 자들, 혹은 법도를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은 어둠 속을 돌아다녔다.
그들은 순찰을 경계하며 조용히 밤을 나다닌다.
하지만 율천(律川). 서안을 가로지르는 그 오래된 강가에는 순찰을 도는 자가 없었다.
“이곳에 흑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순찰하지 않습니다.”
“관에서 사정을 봐주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흑시를 운영하는 이들이 매달 큰돈을 가져다 바칩니다. 그것을 받고 눈감아 주는 일이지요.”
그런 것이다.
율천은 잘 정비된 관도 아래쪽에 있어서 안 그래도 그림자가 진 강가다.
순찰자도 없고 흑시를 찾은 이들도 없으니 으슥하기 그지없었다.
이강 일행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오문주와 금화, 정구. 그리고 이강과 하준.
다섯 명의 인원이 전부.
이강은 만약 그와 하준이 없었다면 어쩔 생각이었냐고 물어봤다.
“가용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이라면 데려올 수 있으나…….”
그들은 일이 틀어지면 마인들에게 처참하게 찢겨 죽을 뿐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겨우 셋만 나서기로 했단다.
「제법 기세가 있는 자로군. 일문의 주인이라면 마땅 그래야 한다.」
하오문주는 자신이 지금 천마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것을 알까.
그의 옆에는 금화가 있었다.
금화는 하오문주의 손을 잡고 그가 듣지 못하는 내용을 손바닥에 써 주었다.
이강은 기감을 끌어올렸다.
“곧 저들의 영역이 나타날 겁니다.”
하오문주가 그리 경고했지만 이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작 알고 있었다.
몸을 숨긴다고 숨긴 이들이 있었지만 이강의 이목을 피할 정도는 못 됐다.
강가를 따라 계속 걷자, 물가의 버드나무들이 더욱 커졌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
세상이 변한 이후로, 저 청명한 달빛도 탁한 보랏빛 광채를 뿌렸다.
그 달빛마저 아쉬울 정도로 어두워졌을 때였다.
마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강변에 서 있었고 저 버드나무 위에 숨어 있었다.
이강 일행이 조용히 지나치자, 그들은 기척을 숨기지도 않고 뒤따랐다.
종래, 이강 일행은 수십 명의 마인을 끌고 다니는 형국이 되었다.
크르르르-
몇몇은 이빨을 드러내며 낮은 울음소리를 흘렸다.
그것이 사람이라기보다는 마치 늑대 무리 같았다.
금화와 정구가 잔뜩 긴장했다.
반면, 하준은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겁먹은 개들처럼 구는군.”
표현이 조금 이상하지만, 하준은 세상에서 가장 정순한 마공을 익힌 자였다.
마인들이 뿜어내는 잡스러운 마기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았다.
마인들은 점차 가까이 다가왔다.
일행은 자연스레 이강을 중심으로 뭉쳤다.
그리고, 이강이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일행을 돌아보지도 않고 수면만 바라보고 있는 가면 쓴 사내였다.
하오문주가 슬쩍 신호했다.
저자가 바로 서안에 마교의 지부를 세운, 진마궁주의 자식 요연비라는 것이다.
하오문주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회합을 요청해 놓고 이게 무슨 짓이오. 그대들은 손님을 맞는 예의도 없는가?”
하오문주가 짐짓 준엄하게 꾸짖었다.
마인들이 적의를 드러냈지만 가면을 쓴 상대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수면을 응시하는 채로 답했다.
“손님이라. 내가 복속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 손을 뿌리친 너희들이?”
말투가 오만하고 강압적이다.
마교 서안지부가 하오문을 접수하려 했다는 말이 사실인 듯했다.
‘잘 모르겠는데…….’
요연비의 말투와는 다르다.
가면까지 써서 왜곡된 목소리는 더욱 구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또 요연비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언뜻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이강은 일단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오. 하오문을 휘하로 들이겠다니.”
“싫다면 이곳에 찾아오지 말았어야지. 내게 죽여 달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가면에는 눈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하오문주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강과 하준을 알아보는 눈치는 없었다.
이어지는 대화를 잠시 지켜보던 이강.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이강에게 쏠렸다.
가면 사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례한 놈이.”
짜증을 내는 목소리.
여전히 이강과 하준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그는 요연비가 아닌 것일까.
“맞네. 저거.”
이강은 상대가 요연비임을 확신했다.
그 꾸며 낸 목소리며, 가면에 뚫린 눈구멍을 통해.
무엇보다 상대는 하오문주의 평가대로 고수가 아니었다.
반박귀진하여 그 경지가 이강을 뛰어넘지 않는 이상 이강의 기감을 속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 정도 고수가 겨우 이 정도 어둡다고 사람을 못 알아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연비, 나 못 알아보겠나? 담이백인데.”
“……다, 담이백!”
이렇게 옛 가명만 대도 화들짝 놀랄 거면서.
요연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악을 지르며 외쳤다.
“자, 잡아 꿇려라!”
마인들이 그에게 충성하는 것은 사실인 듯했다.
그들은 일제히 이강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이강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그는 가까이 있던 마인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요연비의 코앞까지 치고 들어갔다.
요연비가 찰나 간에 주먹을 뻗었지만, 여전히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이강은 손가락을 튕겨 요연비의 가면을 날렸다.
어둠 속에서도 그 겁먹은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강은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사람 두들겨 패는 소리는 뒤에서 울린 것이다.
하준이 달려들던 마인들을 모두 제압한 것이다.
이강은 발악하는 요연비의 정강이를 툭 차서 무릎 꿇렸다.
요연비는 그러면서도 또 손을 뻗는 게, 몇 년 새에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강은 요연비의 손목을 청림의 등라수로 잡아챘다.
“진정하지 연비.”
“연비는 무슨. 이 개자식아아!”
아무래도 이강에게 쌓인 감정이 있는 듯했다.
이제 상황을 정리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하오문주가 말했던 극마 이상의 고수.
요연비가 아니라면 그 고수는 어디에 있다는 말일까.
요연비가 있던 강가.
그 더러운 강물의 수면이 일렁이더니, 사람 한 명이 불쑥 솟구쳤다.
그 마인은 요연비를 제압하고 있던 이강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 기세가 과연 고수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쉬이이익!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강타하는 곤을 이강이 막아냈다.
아름드리나무도 부러뜨릴 만한 강공이었다.
하지만 그 타격음은 한 번뿐이었다.
이강은 곧 발로 상대의 가슴을 걷어찼다.
그리고, 등에 매달려 있던 백아가 매섭게 쏘아졌다.
기습의 묘리를 잃은 이상 이강이 못 이길 상대는 아니었다.
이강이 유성아를 뽑아 그의 목을 꿰뚫으려던 순간이었다.
검이 우뚝 멈추고.
동시에 그 마인이 경악해서 외쳤다.
“배, 백이강!”
“노……식?”
이강의 눈이 커졌다. 마인의 정체는 노식이었다.
그 죽어 가던 개방의 거지가 이곳에 살아 있던 것이다.
“살아 있었구나.”
“사, 살아 있었습니까!”
이강과 노식이 동시에 외쳤다.
노식은 주저하지 않고 이강을 와락 껴안았다.
그 축축한 물기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이강은 웃었다.
여전히 바닥에 쪼그려 있던 요연비가 아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뭐야…….”
그는 울상을 지었다.
“날 내팽개쳐 두고 간 나쁜 놈이라고 저놈은.”
“미안하군.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젠장할!”
요연비도 결국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곧 서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사이였습니까?”
당황한 하오문주만이 그리 중얼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