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2)
이서은은 이강의 말을 믿지 않는다, 애초에 그녀를 향한 언론의 공격과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수작질의 배후에 이강이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믿을 가치가 없었다.
‘그럴 리 없어.’
하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심은 점점 커졌다.
감독은 전부터 이서은만 보면 환하게 웃다가도 뒤돌아서면 어딘가 싸하게 가라앉던 성현우의 얼굴을 몇 번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떡밥을 날렸었다.
이서은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처음 봤을 텐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황제와 성현우, 그리고 자꾸 어릴 때 기억이 나지 않냐고 질문하는 두 사람.
“그래, 아직도 못 찾았다고?”
“네, 아예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의심에 불을 지피는 황제와 성현우의 은밀한 대화가 나온다.
“내 사랑하는 동생이 어디다 꼭꼭 숨겼을까.”
하지만 황제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성현우의 눈빛이 이상하다. 날카로운 시선에는 증오가 담겨 있었다.
“현우야.”
“네.”
황제가 등을 돌려 성현우를 바라보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설마 서은이 그 아이를 진짜 사랑하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성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황제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그를 관찰했다. 도저히 속을 읽을 수 없었다. 마치 자신처럼.
“하긴, 네가 그럴 리 없지.”
“······.”
“너는 나랑 닮았어.”
황제는 맏아들로 태어났지만, 선황의 외도로 태어난 사생아였다. 그런 의미에서 성현우는 황제와 닮았다. 서자의 위치, 조용히 숨죽이며 기회를 노리는 성격이······ 어쩌면 아들인 이강보다 더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성현우는 제 어깨에 손을 얹는 황제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국새는 반드시 가져오겠습니다.”
“그래야 할 거야. 요즘 서은이 그 녀석이 자꾸 신경을 긁더라고.”
황제와 이강의 비리를 들쑤시는 언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적통성에 대한 논란, 이것들을 잠재우려면 진짜 국새가 필요했다.
진짜 국새에는 황족들만 풀 수 있는 비밀 장치가 있었다. 현 황제의 것은 모조품이었다. 애초에 선황이 양위하려고 했던 사람은 이서은의 아버지였다.
“빨리 찾아. 나는 나대로 움직여야겠다.”
황제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성현우는 그 등에 대고 짧게 고개를 숙이고 황제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사람이 위험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배다른 동생도 죽였던 사람이다. 조카라고 안 그럴까. 성현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밖으로 나가기 전, 몸을 돌려 황제의 집무실을 바라본다.
[그래야 할 거야.]‘나를 의심하는군.’
다시 돌아선 성현우의 표정이 냉랭하게 변했다.
그리고 짧은 회상 장면, 성현우는 사실 황제와 이강을 실각시키기 위해 비리를 캐고, 적통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황제의 측근이 되어서 더 많은 정보를 캐기 위해 이서은과의 혼담을 먼저 제시한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서은이 황제가 되는 것, 어릴 때 받았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하지만 황제와 성현우의 얘기를 엿듣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서은, 성현우가 황제를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최 상궁이 기지를 발휘해 도청기를 심었었기 때문이다.
“많이 기다렸어요?”
“······나 들었어요.”
“뭘요?”
“삼촌이랑 당신 얘기하는 거.”
결국 아닐 거라 부정하던 이서은은 폭발한다.
“나한테 일부러 접근했어요?”
“······.”
“그런 거예요?”
“네, 그래요.”
차마 이서은에게 거짓을 말할 수 없었던 성현우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다. 이서은은 그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서 헛웃음을 짓는다.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힌다.
“잠시만요, 서은 씨.”
“왜요? 왜 그랬는데요?”
“그건······!”
말하기 어려웠다. 사실 난 너와 너의 아버지에게 목숨을 빚졌고, 너를 위해 네가 바라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고. 하지만 황제는 위험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숨겼다.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이서은이 위험해질까 봐.
“우리 여기서 끝내죠.”
“서은아.”
성현우는 이서은의 팔목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잡는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하게 말한다.
“정말 기억 안 나?”
대체 내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 뭐가 있는 건지, 그걸 뭘 어쩌려는 건지. 화가 난 이서은은 그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벗어난다.
“컷, 오케이!”
배신감에 몸서리치는 이서은, 그리고 애절하게 붙잡는 성현우. 명장면의 탄생을 직감한 스태프들이 환호했다. 넘쳐나는 제작비에 촬영 현장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하지만 유연서는 우두커니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형도 그래서 나에게 말 안 한 건가?’
유은호가 백서준과 뒷조사를 하면서도 사건 목격자인 유연서에게 조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모든 걸 해결한 뒤에 얘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괜히 교통사고로 잃은 기억을 찾아서 이희서의 이름만 들으면 발작할까 봐, 그래서 다시 정신적 충격이 올까 봐 조심했다고 한다.
그가 해석한 ‘국새’ 속 성현우도 비슷했다. 고생은 내가 해도 좋으니 이서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황위를 이어받게 하고 싶었다.
“연서야, 모니터하러 안 가?”
“아, 가야죠.”
그래도 나는 빨리 얘기해주는 편이 좋았는데······. 유연서는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모니터 앞으로 걸어갔다.
‘국새’의 촬영이 기승전결의 결로 향해가고 있을 때, 촬영팀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해산할 준비를 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합시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게 다 반 사전 제작이라서 가능했다. 스태프들이 분주히 정리하고 있을 때, 신예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집에 늦게 가도 되는 사람 있어요? 우리 드라마 같이 보지 않을래요?”
“그럴까요?”
배우들이 손을 흔들었다. 유연서가 제 촬영 날이 아닌데도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꼬박 출석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다른 배우 몇 명도 합류했었다. 그리고 탑스타인 신예원이 이렇게 스스럼없이 다가오니 배우들 사이 분위기도 좋았다.
“저는 집에 갈까 하는데······.”
“에이, 여기서 남주가 빠지면 어떡해요.”
최 상궁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야유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유연서는 남몰래 한숨을 쉬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근데 이 많은 사람이 다 들어갈 곳이 있어요?”
“제가 다 준비했어요.”
신예원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알고 보니 계산된 행동이었나······ 도중에 빠져나오려던 유연서는 그 생각을 접었다. 성의를 봐서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겠다.
‘국새’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인근의 고깃집으로 향했다.
“우리 첫방 시청률 얼마였죠? 더 늘겠죠?”
“오늘 작정하고 데이트 씬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자리에 앉으면서 가볍게 내기를 시작했다. 설마 그 신예원과 유연서가 붙었는데, 시청률이 늘지 않을 리가라는 자신감이 내포되어 있었다.
“어! 시작해요!”
최 상궁 역할의 배우가 호들갑을 떨었다. 신예원이 미리 준비한 큰 스크린 화면에서는 긴 광고가 끝나고 ‘국새’의 오프닝이 시작됐다.
1회 방영 직후 사람들이 극찬하던 오프닝이었다. CG로 멋들어지게 복원한 경복궁,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색색의 천들 사이를 뚫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이서은, 그리고 정장 위에 도포를 걸친 성현우가 만난다.
(이번엔 바다를 가자고요?)
2회의 마지막에서는 데이지 꽃밭 장면이 나왔었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한 커뮤니티는 실제로 사람이 몰려서 터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 보고 있는 3회에도 이서은과 성현우의 간질간질한 데이트는 계속됐다. 얼핏 보면 신예원과 유연서의 영상 화보 같았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이야, 고기가 원래 이렇게 달았나?’라고 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작게 웃었다.
(어?!)
(조심······!)
그렇게 데이트를 이어가던 와중에 이서은에게 달려드는 사람을 성현우가 제압하는 장면이 나왔다.
(와, 뭐 무술 같은 거 배운 적 있어요?)
(옛날에 잠깐 배웠죠.)
단순 서비스 장면이 아니라, 내일 찍을 액션 씬의 떡밥이었다. 이서은은 황제의 부하에게 납치당하고, 그걸 성현우가 구하는 클리셰가 남아 있었다. 애초에 민주경 작가가 유연서를 남자 주인공으로 염두에 둔 것도 ‘백호함’과 ‘드리밍’에서의 액션 씬에 꽂혀서였다.
“그런데 너 진짜 뭐 배웠어?”
신예원은 저 장면을 찍을 당시에 유연서가 스턴트 없이 한 번에 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보는 눈이 없는 그녀의 눈에도 진짜 전문가 같은 몸놀림이었다.
“재벌이니까 호신술 같은 거 배운 거 아닐까요? 납치에 대비해서?”
이강 역할을 맡은 배우가 끼어들었다.
“뭐, 비슷해요.”
“오······.”
대충 대답한 유연서는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다. 꽤 그럴싸하게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다들 소리 지르면서 좋아하는 가운데, 막상 유연서 자신은 화면 속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 그래도 환영 때문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는 게 걸렸다.
“이야!”
“와 진짜 설렌다.”
“저거 내가 하면 오글거릴 거 같은데.”
민주경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대사, 그리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뱉는 성현우. 곳곳에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다들 술 한잔 걸쳐서 더 과장되게 행동하는 게 있었다. 그 분위기가 질린 유연서는 잠시 바깥으로 나왔다.
“도련님.”
마침 임승현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건 가져왔어요?”
“······여기 있습니다.”
“수고했어요.”
유연서는 그가 내민 서류를 받았다. 할머니가 붙여준 비서 박정호와 함께 조사했던 당시 사용인의 재산 내용이었다. 두께를 보니 내용이 꽤 많아 보였다. 조만간 유은호와 백서준을 불러 같이 분석해볼까······.
“저······ 하나만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늘 묵묵히 유연서가 시키던 일만 하던 임승현이었다. 뭐, 고생했으니 질문 정도는 안 답해줄 이유가 없다. 유연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범인을 찾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임승현이 처음 유연서의 비서를 맡았을 때 들었던 말은 시키는 일만 하고, 절대 모시는 분의 저의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말라는 지시였다. 그래서 궁금해도 입을 꾹 닫고 있었다.
하지만 유은호와 함께 그 현장을 봤을 때부터 과연 정말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박 비서님.]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제가 관장님을 모신 지 꽤 됐지만, 후회하는 일이 있긴 합니다.]이희서의 죽음 이후 실의에 빠진 박금주, 내색하지 않아서 잘 몰랐다. 일말의 이변을 눈치챘을 때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말라는 박금주의 명령에 안절부절못하다가 시간이 흘러 버렸다. 그 사이 박금주와 유연서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박정호는 때에 따라서는 참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쎄요······.”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허를 찔린 유연서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범인을 찾는 이유? 그냥······ 본체가 도와달라고 해서.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찾아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나도 잘 모르겠네.”
주성은 대한민국을 내로라하는 재벌가니, 판사쯤은 구워삶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범인은 죽을 때까지 교도소에서 썩을지도 모른다. 이희서의 죽음에 분노할 사람은 많았다. 아버지가 알아서 잘하겠지.
‘······근데 진짜 그거로 만족할 수 있을까?’
유연서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억 동기화는 이제 50% 남짓, 두 자아가 섞이는 과정이 이제 절반.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