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24)
“그 뒤로 계속 황제를 조사했어요?”
“응.”
성 회장의 밑에서 조용히 힘을 키웠다. 언젠가 황제를 몰아낼 그 날을 위해서.
“왜? 난······ 너에게 아무것도······.”
그냥 빗길에 쓰러진 아이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누구라도 갈 곳 없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면 보살폈을 것이다. 성현우는 제 볼에 닿는 이서은의 손에 입술을 묻었다.
“너는 별일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나는 그게 전부였어.”
“······.”
“네가 나를 살렸어.”
아무도 기댈 수 없는 어린 시절, 죽어가던 그를 발견한 게 이서은이었다. 그리고 이 훈은 그가 처음으로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 줬다.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린 이서은이 성현우의 목을 감쌌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고, 화면은 밤하늘을 비췄다.
동이 트고, 셔츠의 단추를 채우던 성현우가 이서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국새가 정말 여기 있는 거 맞아요?”
“아마 삼촌은 못 찾았을 거예요.”
이서은은 홀린 듯 복도 끝 방으로 걸어갔다. 어린 그들이 자주 놀던 방이었다. 누군가 파헤친 듯 어지러운 방 안, 그녀는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색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게 진짜 국새?”
“응.”
그녀는 투박한 나무 상자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를 보고 작게 웃었다. 진짜 국새가 대단한 것인 줄 알았을 것이다. 단순 어린애의 장난감인 줄 알고 넘어갔겠지. 엄지로 몇 군데를 누르자, 정밀한 기계 장치가 움직이더니 황금색의 국새가 드러났다.
“이제 됐어요.”
황제를 몰아낼 준비가 끝났다. 준비를 마친 그들이 밖으로 나서려고 할 때, 충전해 놨던 이서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황녀님?)
“어, 최 상궁. 뭔 일 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아 세상에······ 다행이다······.)
혹시 누가 들을까 봐 소곤거리던 최 상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가 저희를 감금했어요. 그리고는 황녀님은 죽었다고······ 자기들한테 붙으라고 했어요.)
“뭐?”
(저희는 갇혀서 꼼짝도 못 하는데 황녀님은 연락도 안 되고······ 진짜 돌아가신 줄 알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최 상궁이 울먹이면서 말을 이었다.
성현우의 물밑 작업 끝에 황제와 이 강의 만행이 드러나면서 청문회가 열린다. 세간에서는 현 황제를 몰아내고 적통인 이서은을 황제로 추대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황제는 이서은을 죽이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아무래도 황녀님 죽이고 죄를 덮어씌우려는 것 같아요. 어디세요?)
이서은이 심각하게 통화를 받는 도중에 성현우는 커튼을 살짝 걷어 바깥을 살폈다. 저 멀리서 심 내관 무리가 보였다. 성현우가 표정을 굳혔다. 이 훈을 죽인 당사자가 눈앞에 있다.
(어떡하죠? 지금 청문회까지 세 시간도 안 남았어요.)
“두 시간, 충분해요.”
(성 이사님이랑 같이 계셨어요?)
이서은은 일단 최대한 빨리 가보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어쩌려고요?”
“뒤에 차 보이죠?”
이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안에 황제랑 이 강의 비리를 밝힐 증거 자료를 뒀어요. 먼저 가요.”
“그럼 당신은?”
성현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심 내관의 무리가 꽤 많았다. 이서은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그는 여기에 남기로 한다. 과거에 이 훈이 두 아이를 살리기 위해 미끼를 자처한 것처럼.
“꼭 돌아와요.”
그 표정에서 성현우의 의도를 읽은 이서은은 진짜 국새를 그의 손에 쥐여 준다.
국새는 이서은이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청문회에서 발언권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으면 심 내관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컸다.
성현우는 놀라서 그것을 다시 돌려주려고 한다.
“아니, 가지고 있어.”
“······.”
“늦지 않게 와. 네가 나 황제로 만들어 줘. 약속해.”
“······그래.”
꼭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성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집이군.”
그리고 이 훈의 집 대문 앞에 도착한 심 내관이 음험하게 웃었다. 그는 옆에 서 있는 황 내관에게 지시했다.
“둘 다 죽여.”
“네.”
황 내관이 마당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한 승용차가 대문을 박차고 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장정이 차에 치인다.
“황녀다!”
“쫓아!”
심 내관의 부하들이 차에 타서 이서은을 쫓아가려고 할 때, 반대쪽으로 뛰어가던 성현우가 크게 외쳤다.
“심 내관!”
그는 황금색의 국새를 얄밉게 흔들었다.
“진짜 국새가 필요하지 않나?”
“잡아!”
심 내관이 크게 외치고, 장정들이 성현우에게 뛰어간다.
[서은 씨, 무슨 운전을 이렇게 험하게 해요?] [현우 씨가 너무 조심스러운 거예요. 운전은 원래 이렇게 해줘야 재밌지.] [허······ 선수 하셔도 되겠어요.]이서은을 뒤쫓는 두 개의 차. 그것을 따돌리려고 거침없이 핸들을 꺾는 이서은. 숨 막히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 드론 카메라로 영화처럼 펼쳐진다.
“성현우, 이제라도 우리 쪽에 붙는 건 어때?”
한 편, 심 내관과 황 내관을 폐창고로 유인한 성현우는 막다른 길에 몰린다. 독기 가득한 시선에 심 내관은 한 남자아이를 기억해냈다.
“그래, 네가 그 쥐새끼였구나.”
“······.”
“기억나나? 그때도 여기였는데.”
성현우를 무릎 꿇린 심 내관은 그의 품속에서 진짜 국새를 빼앗았다. 자신을 이렇게 고생시킨 게 화가 난 심 내관은 이 훈을 들먹여 그를 도발한다.
“사람이 죽는 건 참 쉬워? 그렇지?”
“······.”
“이 쇳덩어리 한 방이면 끝나는 게 말이야.”
유연서는 제 촬영 날도 아닌데 촬영장을 찾았다. 그리고 몰입을 위해 아역들의 연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했었다.
부모나 다름없는 이 훈의 죽음, 그리고 심 내관과 현 황제. 그는 그 상황을 이희서와 그녀를 죽인 범인, 그리고 죽음을 사주한 사람에 저절로 대입했다.
[너 때문에.]그래서 그런가, 유연서는 자신을 괴롭히던 환청이 오늘따라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배역에 더 몰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를 찍는 카메라마저 같이 호흡하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성현우는 제 이마에 닿는 권총의 차가움을 느꼈다. 증오가 담긴 시선으로 심 내관을 노려보던 그는 단숨에 심 내관의 손목을 쳐낸다.
“헉······!”
그리고 당황한 심 내관을 제압하고, 주먹을 날린다. 상대를 구석까지 몰아붙인 그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죽여버릴 거야.’
구석으로 미끄러진 권총을 쥐고 쓰러진 심 내관에게 다가가는 성현우, 아니 유연서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만약 범인을 찾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그 질문의 답을 찾은 것 같다.
이서은이 자신을 쫓는 사람들을 무사히 따돌리고 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폐창고에서는 재빠르게 심 내관을 제압한 성현우가 무릎 꿇은 심 내관의 이마에 총을 겨눈다.
“기억나지······.”
“잠깐······ 대화를 하자.”
“그때부터 널 죽이고 싶었는데.”
위험하게 번들거리는 눈이 심 내관의 떨리는 눈동자를 응시하고, 성현우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소리는 당연히 들리지 않았다. 권총은 진짜가 아닌 촬영 소품이었으니까.
“······컷!”
잠시 침묵 끝에 감독의 컷 사인이 들렸다.
“연서 씨. 괜찮아요?”
“아, 네.”
말투가 변한 심 내관을 보고 유연서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심 내관 역할의 배우를 일으켜 세웠다. 겉으로는 멀쩡하긴 한데······.
“혹시 제가 진짜 때렸나요?”
“아, 괜찮아요. 조절 잘하셨어요.”
다행히 몰입은 해도 진짜 때리지는 않았나 보다. 유연서는 작게 숨을 토했다.
“모니터 볼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감독의 목소리가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는 것임에도 유연서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감독이 이럴 정도인데 직접 눈빛을 마주하는 사람은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다. 심 내관 역할의 배우는 눈빛이 바뀐 유연서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건 유연서가 유일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이게 완전히 몰입한 상태인가?’
유연서는 모니터 속 자신을 생소한 듯 바라봤다. 예전이었다면 그냥 ‘내가 연기를 하네, 여기서는 다르게 연기해볼까’같은 분석을 했겠지만, 지금은 유연서가 아닌 성현우 그 자체가 있었다.
그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손뼉을 치고 있었다. 방금 했던 장면이 ‘국새’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한 스태프가 유연서에게 다가가 블루투스 마이크를 내밀었다.
“우리 주연 배우 연서 씨, 한마디 해 주세요.”
유연서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관찰했다. 기억 동기화에서 봤던 악의적인 시선은 이제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
황녀가 사망했다는 황제의 충격적인 발표. 그리고 그간 있었던 수많은 비리는 황녀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황제는 선언한다.
“서은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황제가 손수건으로 제 눈을 찍고 있을 때,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청문회장의 문이 열린다.
“잠깐만······.”
“뭐야?”
기자들이 술렁거리고, 당당하게 청문회장에 들어선 이서은이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섰다.
“그래서, 제가 죽었나요?”
“어떻게 된 겁니까?”
“조금 전까지 황제 폐하는······.”
기자들이 벌떡 일어나 질문 세례를 한다. 이서은이 한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좌중이 조용해지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납치당했던 것은 황제의 측근인 심 내관의 소행이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이서은이 나타나 황제와 이 강은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이서은은 성현우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황제와 이 강의 만행을 밝힌다.
“따라서, 제 아버지의 유지를 이은 제가 황위를 계승하겠음을 밝힙니다.”
“아니, 이건 무효야! 국새, 국새는!”
“넌 조용히 있어!”
이 강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황제는 그런 아들을 제지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새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새 없이는 황위에 오를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서은이 살아 돌아온 이상 황제의 차선책은 이 강을 다음 대 황제로 만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이서은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성현우가 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뭐야, 그럼 지금 국새는 가짜라는 거야?”
“황제의 비리가 사실이라고 치면, 다음 대 황제는 이 강? 이서은?”
사람들이 또 술렁였다. 허를 찔린 이서은, 그리고 막다른 길에 몰린 황제와 이 강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을 때, 청문회장의 문이 열렸다.
“황 내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이 강의 측근인 황 내관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진짜 국새. 이 강이 다시 벌떡 일어나 기쁘게 소리치고, 황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초조해진 이서은이 고개를 숙였다.
“이쪽입니다.”
그런데 곧바로 이 강에게 갈 줄 알았던 황 내관은 갑자기 옆으로 비켜서더니 누군가를 깍듯이 모셨다.
“성현우?”
“뭐, 뭐야?!”
황 내관을 제 부하처럼 부리는 이는 성현우였다. 그리고 그의 뒤에 나타난 경찰들은 황제와 이 강의 뒤에 서서 언제든 수갑을 채울 준비를 마친다.
당황한 황제와 이 강의 목소리가 들리고, 성현우는 황 내관의 손에 들린 국새를 가지고 이서은에게로 뚜벅뚜벅 다가갔다.
“현우 씨.”
안심하는 이서은을 보며 성현우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윽고 그는 이서은의 손에 국새를 쥐여 주고, 붉은색 곤룡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준다.
“약속 지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