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51)
이정훈 감독의 ‘다만’은 소위 ‘다만법’이라 불릴 정도로 죄의 무게가 무거운 데 비해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저격하는 영화였다.
범죄자 그리고 조폭과 유착 관계에 있는 판사, 그리고 생각보다 낮은 형량에 항소도 먹히지 않아 분노한 피해자가 판사와 범죄자를 직접 징벌하러 가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사연이 많아 보이는 주인공은 범법을 서슴지 않는다. 나쁜 놈 잡는 나쁜 놈은 이젠 클리셰가 될 정도로 많이 쓰이는 소재였다.
‘딱 대중 취향이네. 다음 달 개봉이면 대진운도 좋고······ 흥행은 무난히 성공하겠어.’
‘오······ 신인이라더니 연출은 제법······?’
‘뻔한데 재밌다? 왜 재밌지?’
이에 심드렁했던 기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흥미로운 눈빛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시원시원하고 화려한 액션에 준수한 연기력의 배우들, 대사 몇 마디로 서사를 드러내는 캐릭터성까지.
(여기는 왜 온 거예요?)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리고 중반부에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주인공이 허름한 창고의 문을 열자, 외관과는 다른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내부가 눈에 띈다.
(뭐, 뭐야?!)
그에 정신이 팔린 여자는 뒤늦게 제 귀를 스쳐 벽에 박힌 나이프에 침을 꿀꺽 삼켰다.
[오신 김에 특별출연해 주실 수 있어요? 마침 적당한 역할이 있는데······.] [나를요?] [이용할 건 다 이용해야죠. 투자도 많이 해 주셨는데.]처음에는 쩔쩔맸던 이정훈은 제법 뻔뻔하게 말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유연서가 이죽거렸다.
[나 몸값 비싼데?] [에이, 영화가 잘 되면 연서 씨도 좋잖아요.] [허, 내가 특별출연한다고 잘 되긴······ 뭐 하면 되는데요?]그리고 ‘다만’이 흥행하면 할수록 이득인 것은 유연서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제이, 장난질이 심하네.)
(너만 할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다는 스크린에서는 유연서의 잘생긴 얼굴이 한가득 담겼다. 객석에서 누군가의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화면 속 유연서, 제이는 마치 졸부가 된 것처럼 금목걸이에 화려한 패턴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미 이야기의 흐름이 좋았는데, 여기에 생각지 못한 특별출연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제이라 불린 그는 춤을 추는 듯한 몸짓으로 주인공의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긴 파트너?)
(······첫인사 치고는 거치네요.)
(오, 이런. 쏘리. 나 때문에 뽑아준 거야?)
제이는 여자가 뽑은 나이프를 갸륵한 표정을 지으며 뺏어갔다. 그리고는 나이프를 허공에 띄우며 던지고 돌리고를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손에 자석이 달린 듯 착착 감긴다. 짧은 행동임에도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 풍겼다.
사실 특별출연을 위해 대기하는 동안 촬영용 소품을 만지작거린 것인데, 그것을 본 이 감독이 장면에 쓰자고 즉흥으로 넣은 것이다.
(여긴 왜 왔어? 아직도 네가 쑤신 옆구리가 비 올 때마다 가려운데.)
(뭐라고요?)
(얘 믿지 마. 씨발 새끼 중에도 으뜸인 새끼라.)
제이는 여자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한다. 입에서는 찰진 욕설이, 나긋나긋한 어조와 행동이 경박하다. 유연서의 얼굴에 홀린 사람들은 그때서야 제이와 주인공의 사연은 뭘까? 궁금증을 가졌다.
쟤 또 시작이네. 하늘을 보고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던 주인공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 도움 좀 받자.)
(난 아무나 안 도와주는데.)
(홍창원 판사, 너도 알지?)
‘다만’의 악역인 오진성이 맡은 배역이다. 그 이름을 듣자마자 여유롭게 미소 짓던 제이의 얼굴에 찰나의 증오가 담겼다.
(이 새끼 날로 처먹으려 하네.)
대답과 달리 제이는 여러 가지 무기를 내놓는 것으로 더는 나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래 나왔네.’
그 뒤로는 피해자들을 모은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극이었다. 홍창원의 죽음을 끝으로 영화는 끝났다. 킬링타임 오락 영화로는 제격이었다. 손익 분기점이 250만이라 그랬나······ 무난하게 넘을 것 같다.
“고생했습니다. 감독님.”
영화의 메인 OST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유연서는 옆에 앉은 이정훈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무기 상인 “J” 유연서
그는 이정훈을 자리에 두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화면에는 때마침 유연서의 이름이 올라가고 있었다.
“정훈이는?”
“그냥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이정훈은 소리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감상을 방해하고 싶진 않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천 감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해하네, 나도 저런 적 있었지.”
“감독님도요?”
“그래. 이렇게 바로 나오지 않고 크레딧에 나온 모든 사람의 이름을 훑어봤었어.”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던 말단 스탭부터 구르고 굴러서 얻은 거장의 자리였다. 천 감독은 제 밑에 있던 각색 작가가 이제는 후배 감독이 되었다는 것을 인제야 실감했다.
“아무튼, 진짜 고맙네.”
“제가 뭘 했다고요. 결과물 보니까 재능 많던데요.”
“자네가 아니었다면 발굴되기 힘든 재능이었겠지.”
그가 상영관을 나와 영화관 로비로 향하자마자 언론사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임승현과 차윤호가 사진은 곤란하다며 제지하고 있었다.
“유연서 씨!”
“잠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유연서는 천 감독과 짧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 앞에 멈춰 섰다.
“네, 말씀하세요.”
“저······ ‘다만’의 제작을 위해 업계 최고의 지원을 해 주셨다고 했는데······.”
“이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하던가요?”
“네, 은인이라고 하시던데요. 이렇게 지원해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정훈, 뒤에서는 이런 얘기를 나불거렸나. 유연서는 가능성에 투자했다는 평범한 대답을 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정훈 감독님이 ‘다만’ 전에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셨지 않습니까?”
“휘말리다뇨, 일방적으로 당한 건데.”
“네? 네······ 그렇죠.”
이정훈의 일을 수습해 준 것으로 누군가는 유연서를 괴짜라고 불렀다. 나는 올바른 일을 한 거로 생각하는데 괴짜라니······ 참 이상하다. 아마 ‘영화사 구상’ 쪽 사람이었겠지.
“그럼 혹시 이정훈 감독님과 같은 사람을 키울 생각이신가요?”
“키운다는 건 어감이 좀 그렇네요. 밀어주는 거로 합시다. 능력이 된다면 신인이고 기성이고 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유연서의 행보에 몇몇 사람들은 가능성이 보이는 신인을 골라 키워서 자신만의 사단을 만드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었다.
“그게 잘 될 거라고 봅니까?”
한 기자가 손을 들어 삐딱한 질문을 건넸지만, 유연서는 여유로운 미소로 응수했다.
“네, 저는 이미 행동으로 증명하지 않았나요?”
2018년 이전에도 유연서는 ‘신인의 희망’이라 불렸다. 사실 연기력이 받쳐 주지 않아 신인 작품에나 들어간다고 반쯤 조롱 조로 불렸지만, ‘정말 아끼는 작품인데 도저히 영상화가 안 된다면 유연서에게 보내라’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사고 이후 행보는 더욱 도드라졌다. 투자자가 붙지 않아 떠돌기만 했던 ‘백호함’, 그리고 이름값이 없어 기성 작가에게 작품을 도둑맞을 뻔한 ‘드리밍’이 대표적인 예였다.
“오늘 영화 재밌게 보셨죠?”
게다가 무작정 돈을 쓴 것도 아니다. 이정훈 감독의 영화는 도저히 신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좋았다. 원래도 천 감독의 각색 작가 출신이었으니 가능성은 충분했고······.
“저분의 질문만 받고 가겠습니다.”
유연서는 가장 뒤에서 간절히 손을 올리고 있는 한 기자를 가리켰다.
“혹시 배우로서가 아닌, JSENM의 이사로서 추구하는 방향을 알 수 있을까요?”
“방향이라······.”
유연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정훈의 시나리오는 ‘다만’ 밖에 없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시놉시스가 있었다.
[이것들 왜 진작 영화로 만들 생각 안 해 봤어요?] [제가 왜 연출까지 배우겠어요.] [스토리 작가로는 영화판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라?] [그렇죠. 다행히 저는 연출에 재능이 좀 있는 편이긴 해요. 하지만······ 안 그런 사람도 있겠죠?]작가 시절 이정훈이나 ‘백호함’의 작가 김대성 같은 오로지 스토리만 창작하는 사람들은 고료를 떼 먹히거나, 영화가 상영관에 걸렸다 내려가도 약속된 러닝 개런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게다가 감독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들 하고······. 김대성은 가끔 메시지를 보내 연서 씨와 만난 것은 운이 좋다고 얘기하기까지 했었다.
‘사실 처음 이정훈에게 투자한 건 천 감독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
“우선,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야죠.”
“그러니까, 어······ 작가 말씀이십니까?”
“네.”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에서요?”
“분야를 단정 짓는 건 아니고······ 그냥, 자신만의 이야기를 살릴 수 있는 사람들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작가는 참신한 스토리에 집중하게 하고, 그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면 된다. 이정훈이야 재능이 있으니 감독으로도 대성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굳이 연출을 배워 시간을 버리지 말라는 얘기였다.
‘그 김에 나도 마음에 드는 작품 골라서 연기하고.’
보통 시놉시스는 배우 소속사 전체에 돌린다. 애초에 그가 최유진의 사내이사 제안을 받은 것도 제작사 이사로서 배우 소속사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작품을 먼저 검토해볼 수 있는 이점 때문이었다.
‘소문이 빨리 날수록 좋지.’
유연서가 씨익 웃었다.
“지망생들의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들렸지만, 기자 중 몇몇은 다른 시각이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키운 영화 혹은 드라마가 흥행한다면······ 그는 이야기를 독점하는 것뿐만 아니라 IP 자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가죠.”
“네, 도련님.”
기자들이 열심히 받아 적는 사이, 그는 두 비서와 매니저를 데리고 영화관 밖으로 나갔다.
‘다만’ 관계자 및 언론 시사회 호평 일색
‘다만’ 제작 투자 관여한 유연서 “이야기의 힘을 키우겠다.”
‘다만’ 신인 감독에 과감한 투자 감행한 유연서 “가능성이 있으면 누구든 투자하겠다.”
‘다만’의 시사회를 했던 곳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자랑했다. 그에 객석도 많았는데, 대여섯 자리 빈 것 외에는 꽉 채웠다.
이정훈의 지인과 언론사 기자도 몇 없었고, ‘다만’의 스태프와 단역까지 초대했지만 남아도는 좌석이었다. 유연서는 신인 감독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사람을 동원했었다.
유연서, ‘다만’ 관계자 시사회에 JSENM 회사 직원 동원했다
‘다만’ 관계자 시사회에 JSENM 직원 억지 동원 “논란”
그 기사에 직장인 커뮤니티에 우후죽순 글이 올라왔다.
-우리 억지로 갔냐?
그날 영화도 보여주고 반차 차감도 안해준대서 신나서 갔는데
└우리 점심에 영화 보고 칼퇴했자너 개꿀
└└와 씨 부럽다ㅠㅠㅠ
└나 추첨 떨어져서 농담 안하고 진짜 울었는데
└억지 동원이라니ㅋㅋ 기사가 창조 논란인데
-시사회 논란 뭔 개소리지
저기 가겠다고 경쟁률 빡셌는데ㅋㅋ 영화 본 사람들 어땠음?
└개재밌었음ㅇㅇ
└흥행하면 인센 주려나? 나 벌써 기대한다
└근데 저거 추첨에 우리 부회장님도 떨어진 거 알아?
└└부회장님은 그냥 가셔도 되지 않나?
└└└특혜 논란난다고 추첨 떨어지면 안 간다고 하시던데
-시사회 간 형들 이사님 얼굴 어땠음?
난 왜 같은 회사 다니면서 본 적이 없냐
└이사님 오셨었어? 빛밖에 안 보이던데
└이사님 보려면 주성전자 본사로 가는게 빠를듯ㅋ
└└ㄹㅇ 거기 로비 스크린 화질이 아이맥스보다 좋다더라ㅋ
└└└나는 실물로 보고싶다고!
└야 나 이사님 앞자리였음 자리 불편한척 계속 뒤돌아봤는데 나보고 씨익 웃어주시더라 순간 나 죽
└윗댓 글 쓰다 죽었냐?
그 반응에 논란 기사는 소리소문없이 내려갔고, 남은 건 억지 논란 때문에 분노한 팬들의 커뮤니티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