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62)
M사 드라마국 국장 박철호는 요즘 들어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유연서의 주연 합류 소식을 보도 자료로 뿌리자마자 광고 협찬 문의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자연스레 ‘스네이크’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상승 중이었다.
유연서, ‘스네이크’ 홍보 위해 예능 출격···단독 토크쇼 출연 확정
이번에는 관찰 예능이다···유연서, ‘24시간’ 촬영
게다가 유연서가 안 하던 홍보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예능 국장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히죽 웃던 박철호는 뒤에서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를 듣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형님.”
“어, 왔어? 리딩은 잘했고?”
국장실에 노크 없이 들어올 사람은 엄동필이 유일했다. 박철호는 표정이 좋지 않은 그를 보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또 뭐가 불만이야?”
“이젠 매니저까지 나한테 간섭하잖아요.”
“왜, 뭐라고 했는데?”
“무슨 공지용 커뮤니티 빨리 비공개로 돌리라고······.”
“그 사람이 맞는 말 했네, 좀 조심 해라. 예전에 사고 난 거 몰라?”
별거 가지고 불만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엄동필을 염려하는 척 표정 관리를 했다. 엄동필이 제 머리를 거칠게 흩트렸다.
“······제가 연출 잡았어야 했어요.”
“너 감 떨어진 지 오래인 거 요 앞에 길고양이도 알던데, 잘도 유연서 주연 드라마를 맡기겠다.”
“형님.”
형님이 그러시면 안 되죠. 엄동필이 항의하듯 말하자, 박철호가 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적당히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되는 거, 네가 잘하겠다고 했잖아.”
경력 있는 감독을 조감독으로 보내는 것은 다들 자존심 때문에 안 하려고 들 것이다. 하지만 복귀하고 싶다고, 현장 감 익히겠다고 먼저 도움을 요청한 것은 엄동필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자문만 하라고 앉혀준 것이고.
‘그런데 주연으로 유연서가 오니까 갑자기 태도를 바꿨지.’
유연서에게 잘 보여서 JS 쪽으로 가려는 심보가 너무 잘 보여서 맘에 들지 않았다.
“이번엔 제발 조용히 지내자.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
“형이 부탁할게. 이번 한 번만 잘 넘기면 다시 연출 꽂아준다니까?”
“······알았어요.”
박철호가 사정사정하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엄동필이 국장실을 나갔다. 그는 역시 저 형님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받았지만, 박철호의 생각은 달랐다.
‘쯧, 저것도 오래 못 가겠어.’
옛정을 생각해 한 번 기회를 줘봤건만······ 그것도 이번으로 끝이다.
***
제 촬영이 올 때까지 유연서는 ‘스네이크’의 홍보 활동으로 화보를 찍거나 예능을 찍었다. 토크쇼를 찍을 때는 일부러 번화가 인근의 카페를 빌려 녹화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모를 수도 있겠지.’
만약 집착 대상이 이희서에서 내게로 넘어왔다면, 내 일정을 다 꿰고 있을 줄 알았다. 그놈은 이희서에게도 지긋지긋하게 굴었으니까.
유연서는 작정하고 떡밥을 던지기로 했다. 이번에도 안 온다면, 이태겸의 가설은 폐기다.
Y__Yeonseo
오늘 오후, 강남역.
SNS에 올린 글은 몇 분 지나 삭제했지만, 이미 여러 커뮤니티에 퍼졌고 기사로도 나왔다.
유연서, SNS서 의미심장한 게시물 올려 ‘화제’
오늘 오후 강남역에 무슨 일이? 유연서, SNS 게시물 올렸다 삭제
잠시 유연서의 심부름을 하러 나갔던 이태겸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의 손에 든 핸드폰에 진동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야, 너 어디에 글 올렸었어? 감독님이 나한테 전화했었는데.”
“어, 방금.”
“비밀 아니었어? 이렇게 올려도 돼?”
조용하다가 갑자기 왜 이러나. 이태겸은 의심의 눈으로 유연서를 관찰했다.
“왜 올렸는데?”
“미끼가 되어볼까 하고.”
“······설마 내가 한 말 때문에?”
유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진이 조금 고생하겠지만, 내 알 바 아니다. 그는 임승현에게 경호 인력을 데려오라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그 사람이 올 거 같아?”
“모르지. 확인해 봐서 나쁠 건 없잖아.”
그렇긴 한데······ 이태겸은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강남에 뭐 함? 왜 다들 강남역 얘기임?
└유연서가 인별로 예고함
└└헐 뭐지 뭐있나?
-근데 왜 갑자기 강남역이야?
└드라마 홍보한다고 게릴라 데이트하는거 아냐? 전에 박민우도 하지 않음? 유연서 요즘 드라마 홍보 많이 돌던데
└└헐 그거맞나보다
└근데 이렇게 대놓고 예고해도되나?
└몰라 나 지금 강남역 가는중ㅋㅋㅋ
└└나도ㅋㅋㅋㅋ
└└└강남역 굳이 왜 가냐? 내 남편 지금 소파에 누워서 가기 싫다고 나한테 앵기는데ㅋ
└└└└염병
└└└└ㅗㅗㅗㅗㅗ
└└└└아 존나 한물간 드립ㅋㅋ 저 드립 어제 배워서 오늘 썼다고 좋아하겠지?
유연서는 게릴라 데이트 촬영 장소로 가면서 백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진짜 막무가내인 거 알지?)
“왜, 어차피 형 오늘 비번이잖아. 집도 강남이고.”
(내 스케쥴을 네가 어떻게 알아? 집은 또 어떻게 알고.)
“다 아는 수가 있지.”
(······나 진짜 너네 형제랑 엮이기 싫어.)
내가 아니라 형제? 형도 뭔가를 했었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진 그는 갑자기 형에게 연락하고 싶어졌다.
“형이 원하는 거 해 줄게. 누구 소개해 줘?”
(안 그래도 지금 와 있다. 그런데 사람 진짜 많은데?)
“그래? 아직 낮이라 없을 줄 알았는데.”
(너는 네 인기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냐?)
갑자기 태세를 전환한 백서준의 반응이 웃겨서 작게 키득대던 유연서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기우뚱했다.
(이런 상태에서 그놈이 왔다고 해도 못 발견할 가능성 있는 거 알지?)
“알아, 그냥 혹시나 하고. 최남윤 통화 기록에 남은 그 사람 조사는 잘 돼가?”
(누가 보복할 게 무서웠나, 여기저기 잘 쏘다니더라고.)
대략적인 위치 파악은 됐다는 소리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 직감한 유연서는 아직 촬영 장소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길거리에 보이는 많은 사람에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나 때문에 이렇게 모인 건 아니겠지?
“위층에서 보는 게 나을 거야. 주소 보내줄 테니까 거기 있어.”
(그래? 그냥 근처 2층 카페에 앉아 있으면 되는데.)
“내 건물이거든. 필요한 건 다 준비해 놨어.”
(아······ 그래, 알았다.)
나도 부족함 없이 살았는데, 들을수록 놀랍네. 백서준은 떨떠름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익숙한 밴이 눈에 보이자, 제작진 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유연서가 창문을 열었다.
“연서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람이 좀 많죠?”
팬덤 성향이 강한 아이돌 팬들은 이렇게 모일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어지간한 탑 배우도 이런 많은 인파를 모이게는 못 한다. 유연서는 자신도 이런 상황일 줄 알았다.
“쯧······.”
과거 기억에서 관심 종자였던 내가 오늘처럼 SNS에 예고하고 거리에 가기도 했지만,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신기해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뿐이지 이렇게 작정하고 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적은 없었다. 그 기억 때문에 오늘도 괜찮을 줄 알았다.
‘그놈이 있어도 못 볼 가능성이 점점······.’
살짝 후회됐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유연서는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뒤를 가리켰다.
“제가 글을 괜히 올렸네요. 그래서 따로 경호 팀은 준비했는데.”
“어머, 그렇게까지······ 사람 많으면 저희로서는 좋죠.”
“네.”
경호팀을 준비했다는 소식에 제작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유연서가 사람을 모은 게 문제가 아니라 감당 못 할 사람이 몰려 혹시 그에게 해가 되는 일이 생기는 게 더 걱정이었다.
“네! 게릴라 데이트! 드디어, 저희가 출연을 간절히 바라왔던 그분이 출연하십니다! 오늘은 특별히 실시간 스트리밍까지 준비해 봤는데요!”
예상치 못한 인파가 몰려서 녹화와 실시간 스트리밍을 병행했다. 하지만 마이크를 찬 유연서가 화면 안으로 들어오자, 스트리밍이 계속 끊기는 사태가 벌어져서 제작진이 애를 먹었다.
“꺄아아악!”
그를 보기 위해 달려왔던 팬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급하게 슬로건까지 만들어 와서 흔들기도 했다.
“잠시만요, 여러분. 연서 씨 인사할 시간은 주세요.”
“안녕하세요.”
“꺄아악!”
환호성이 끊이질 않아서 소개를 끝마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런데 연서 씨, 우리 강남역 기습하기로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미리 예고장을 올리시다니!”
“사실 더 많은 분을 만나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습니다.”
이태겸이 멀찍이 떨어져 주위를 관찰했다. 임승현도 마찬가지였다. 급하게 고용된 경호원들에게도 스토커가 있을 수도 있으니 특별히 주의를 바란다며 그 사람의 걸음걸이와 귀의 흉터 버릇 등을 알렸다.
‘이게 될까?’
혼의 영향으로 비약적인 신체 능력을 얻었으니, 혹시 군중 속 소리도 솎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연기할 ‘스네이크’속 한유준처럼 말이다. 유연서는 점점 ㅇ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고 평온을 가장했다.
“자, 그럼. 어느 분을 고를까······.”
“저요!”
“나!”
리포터가 인터뷰를 위해 무작위로 사람을 뽑을 때는 너무 많은 사람이 소리쳐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기 빨간 코트 입으신 분! 이쪽으로 오세요.”
“우아악!”
지명된 사람이 펄쩍 뛰더니 우다다 뛰어왔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유연서가 작게 웃었다.
“어떤 거 원하세요, 3초 눈빛 교환 갈까요?”
“저, 저 심장 떨리는데······!”
짓궂은 리포터는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유연서의 지척에 선 여성이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자, 갑니다. 하나, 둘······!”
“잠시만요······!”
얼굴 사이에 있던 종이를 확 치워버리고, 유연서는 마치 ‘국새’에서 성현우가 이서은을 바라보듯 그녀를 응시했다.
“흐억······.”
“어, 조심.”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 쓰러질 뻔한 상대의 어깨를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괜찮아요?”
“헉······!”
순식간에 안긴 모양새가 되자, 주위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들렸다. 심지어 지목된 여성이 작고 아담한 체형이라 덩치 차이에서부터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좋아요, 이번엔 다른 분을······.”
“저요!”
앞선 팬 서비스가 생각보다 더 세서, 사람들은 더 의욕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하지만, 리포터는 그들의 기대를 벗어났다.
“우리 좀 특별하게 남자분 모셔볼까요? 음······ 네, 저분!”
“저, 저요?”
“네! 이리로 오세요!”
여자친구를 따라 구경 온 남자가 걸리기도 했고, 근처에서 아르바이트하던 학생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몇 명 더 팬 서비스를 하고, 너무 인파가 모여서 잠시 자리를 이동하기로 한 그들이 강남역 거리를 걸었다. 어차피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서 범인 찾는 건 글렀다.
‘여기 뭔가 익숙한데.’
유연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인파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여기는······ 내가 사고를 당했던 곳이다.
“연서 씨?”
“······.”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뇨.”
그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사고가 났던 사거리의 중앙에서 하얀색 형체가 언뜻 보였다 사라졌다. 늘 보던 환영이었다. 이젠 익숙해질 정도까지 왔다.
‘방금······ 뭐였지?’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잘못 봤나?’
워낙 찰나의 순간이어서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건 허공에 떠 있지 않고 두 발을 땅에 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