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6)
민성철을 감금한 방에서 나온 유연서는 곧바로 메모리 카드를 확인했다. 스크롤을 빠르게 내리면서 자료를 확인했다.
다행히 가짜를 전해준 건 아니었다. 사진과 문서 그리고 원본이 숨겨진 장소에 녹취록과 동영상 파일도 발견했다.
‘많이도 모아놨군.’
언젠가 이럴 순간이 오게 된다면 쓰려고 모아둔 것 같았다. 민성철의 행동으로 보건대, 아마 이희서가 없는 세상을 가정하고 언젠가 아들의 구원자가 되기 위해 모았을 수도 있다.
‘그럴지도 모르지······.’
확신한다. 자기가 죽이고, 그 증거를 가지고 흔들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역겨웠다. 민성철이라는 배역에 순간적으로 너무 몰입했다.
자료를 빠르게 훑는 동안 계속해서 기침이 나왔다. 유연서는 모니터 위에서 아른거리는 형체를 흘끔 바라봤다. 이제 저것도 곧 끝날 것이다.
[너무 세게 잡지 마. 멍이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당신, 당신 그때 스토커······!]그러다 숫자만 쓰여 있는 녹취 파일을 들었을 때는, 그는 벌떡 일어나 제 머리를 부여잡고 배회했다.
“이런 씨······.”
설마 그 사건을 녹음까지 한 줄은 몰랐다.
‘이제 어떡하지?’
드디어 날 괴롭혔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과 드디어 복수할 수 있다는 증오가 섞여서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생각할 필요가 있나?’
이미 사건의 공모자는 다 잡았다. 게다가 ‘머리’의 정체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가서 잡으면 되는 거 아냐? 사건의 진실을 알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서야. 괜찮니?]한 가지 의문, 박경석은 왜 그랬을까? 박경석은 고모 유선영과 함께 조카들에게도 친밀했고, 다정했다. 그 모든 행동이 단순 죄책감 때문에 한 행동이었을까?
‘베타, 박경석에 관한 기억을 다시 봐야겠어.’
‘해 봐.’
이유는 알아야 내가 박경석을 어떻게 죽일지 더 명확해지지 않겠나. 잠시 눈을 감고 기억을 되돌아보던 유연서는 짧은 숨을 토해냈다.
“······하.”
이제 머리를 찌릿하게 울리는 전기 신호는 하나를 가리켰다. ‘통찰’이 괜찮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었다. 유연서는 벌떡 일어났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거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제 몸이 가는 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벌써 왔어? 자료는, 마음에 들고?”
민성철을 가둔 방으로 다시 돌아온 유연서는 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주먹을 내질렀다. 퍽! 소리와 함께 민성철의 고개가 힘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아까부터 이러고 싶었지.”
고개를 숙인 민성철은 미동도 없었다. 죽이진 않았다. 기절할 만큼만 힘을 조절했을 뿐.
“하아······.”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기억 다시 보기’의 여파로 얼굴은 금세 창백해졌고, 눈가는 빨갰다. 이윽고 그는 눈빛을 날카롭게 뜨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
박경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늘 푸근하게 웃으며 맞아주고, 유연서가 어떤 사고를 쳐도 할아버지에게 한 번만 봐 달라고 했던. 그 이면에 추악한 그림자가 있었다. 유연서는 그렇게 바라던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놓치고 있었다.
‘죽여버릴 거야.’
드라마 촬영 중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래, 난 예전부터 이러고 싶었다.
한편, 곽치훈의 전화를 받은 한진석 기자는 주성 H&C 건물 근처 카페에 들어가 카메라를 거치했다. 마침 이 근처에 있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오, 진짜 왔네.”
끼이익, 타이어가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한 고급 세단이 요란하게 정차했다. 저럴 사람은 하나밖에 없지. 한 기자는 카메라를 들었다. 긴 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은 유연서가 보였다. 일단 주정차위반은 확실하고.
“······진짜 뭔 일 있나?”
건물 안으로 향하는 유연서의 표정과 걸음걸이가 심상치 않았다. 저런 건 드라마에서나 봤던 개빡친 표정인데? 왜지?
‘······특종이다!’
잠시 생각하던 한진석은 핸드폰을 들어 주소록을 살폈다.
‘이런 걸 혼자 먹었다간 탈 날 거 같은데······.’
상대는 주성이다. 그렇게 싸고도는 둘째 손자. 혹시나 오보였을 때 혼자 뒤집어쓰긴 싫었다.
“여보세요? 어, 김 기자. 잘 지냈어?”
어차피 정보력은 그를 따라갈 수 없다. 무슨 이유로 주성 H&C에 갔는지는 곽치훈을 통해서 알아보면 된다. 적선하듯 정보를 던져주고 동료들의 신임을 얻어야지. 그냥 건물 밖을 나서는 유연서만 찍어도 남는 장사다.
“에이, 그런 거 아니고. 내가 진짜 끝내주는 정보가 하나 있는데, 워 뭐야······ 무슨 경찰이······.”
유연서에 뒤이어 백서준과 그의 팀원들이 신분증을 내밀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도착한 유은호도 건물 안으로 뛰어갔다.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담던 한 기자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와 진짜 뭐 있나 본데?
(경찰? 뭔데? 혼자 알지 말고. 여보세요······ 야, 한진석.)
“이유 물어보지 말고 당장 주성 H&C로 와!”
***
박경석에게 치이고, 제 자리까지 위태로워진 황승준은 계속 생각한 끝에 하나의 답을 도출했다.
‘분명히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만약 양홍식과 박경원을 잡은 사람이 박정호라면? 박 관장이 비밀리에 며느리의 사망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박금주는 이희서의 출신을 따지지 않고 좋아했으니까. 아니, 유 회장 일가 전부가 그랬다.
‘······나는 박경석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증거를 가져가면, 박금주와 박정호는 그걸 이해해줄지도 모른다. 핍박받던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준 박금주라면······ 이미 박금주 쪽으로 몸을 의탁하기로 마음먹은 황승준은 제게 날아오는 재떨이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도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돼?”
“사장님.”
“안 되겠어. 넌 빠져.”
박경석은 서랍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황승준에게 던지듯 건넸다.
“이게 뭡니까?”
“보면 몰라?”
비행기 표와 통장이었다. 그러니까······ 박경석은 지금 은퇴를 종용하고 있다. 너는 너무 많이 알아버렸으니 대한민국에서도 꺼지라는 소리였다.
‘여기에 있으면 내가 잘살 수 있나?’
티켓에 인쇄된 목적지는 필리핀, 통장에는 마치 복권 당첨이 된 듯 거금이 들어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당신 때문에 온갖 더러운 일은 내가 다 했는데, 그 대가가 고작 이거야?
최남윤의 사망에도 황승준이 개입해 있었다. 만약 시키는 대로 필리핀에 갔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저는 더 일할 수 있습니다. 여기 있고 싶습니다.”
“나는 사람 세 명 찾아 죽이라는 간단한 명령도 못 들은 너를 그냥 둘 순 없다.”
사람을 죽이는 게 간단한가? 황승준은 주먹을 꽉 쥐고 나직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하신다면 저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겁니다.”
“네가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박경석은 눈을 부릅뜬 제 후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있는 먼지를 떼어주며 말했다.
“승준아. 왜 그러냐. 네가 지금 이런 옷 입고 있는 것도 내 덕이잖아.”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알지. 하지만 요즘 좀 실망스러워. 그러니까 그만 은퇴해. 보라카이 해변에서 여생을 즐기라고.”
황승준은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박경석이 시키는 온갖 더러운 짓을 하면서 그도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제가 거기 가면 살 수는 있습니까?”
“뭐?”
“사장님, 그날의 진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거로 뭐 어쩌게? 경찰에 가서 일러바치기라도 하게? 누가 널 믿어주겠어?”
박경석이 코웃음을 쳤다. 그가 아는 황승준은 그렇게 대범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황승준은 여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상사의 모습에 없는 정도 다 털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얘기하기 싫다는 듯 등을 돌린 박경석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가. 더 볼일 없었으면 좋겠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음엔 감방에서 봅시다. 황승준은 그 말을 삼키고 허리를 숙였다. 그가 나가고, 제 자리에 앉은 박경석은 작게 숨을 토해냈다.
“설마······.”
아니지, 아닐 거다. 그가 아는 황승준은 그렇게 치밀한 사람이 아니었다. 둔하고 멍청해서 이희서 사망과 관련된 일을 시키기 딱 맞았다. 20년이 넘게 지나도 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을 보면, 황승준도 홧김에 저지른 것일 수도 있다.
‘혹시 모르니 감시를 붙여둬야겠군.’
어차피 황승준은 필리핀에 도착하는 순간 총을 맞을 운명이었다. 자리에 편히 앉아 아직 못 찾은 세 명을 누구에게 맡길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잠시만요, 지금 들어가시면 안 되는······.”
급히 말리는 비서의 목소리, 벌컥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고리를 잡은 사람은 유연서였다. 박경석은 반사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연서야? 여긴 웬일이야?”
“왜 그랬습니까?”
대뜸 물어보는 질문에 박경석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 설마 황승준이······?
“뭐를?”
“우리 엄마, 왜 죽였어?”
안 그래도 유명한 유연서, 갑자기 나타난 모습에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뜬금없이 내뱉는 말에 뒤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박경석은 비서에게 눈짓해 집무실의 문을 닫으라 했다.
“연서야, 무슨 연기 연습하니? 그게 무슨 소리야.”
“최남윤.”
그때까지만 해도 황승준의 얘기를 듣고 홧김에 쳐들어온 줄 알았던 상황이 반전됐다. 유연서의 입에서 그렇게 경계하던 이름들이 툭툭 튀어나온 것이다.
“양홍식, 박경원 그리고 민성철. 익숙한 이름이지?”
“······너.”
“누가 잡았을 거 같아?”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에 박경석은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 은연중에 미래의 신체를 드러내서일까, 살기만으로 저절로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런다고 달라질 거 없다.”
“아니? 적어도 당신은 이 세상에 없겠지.”
철컥 소리와 함께 유연서는 박경석에게 총을 겨눴다. 박경석이 숨을 삼켰다. 그리고 그때, 집무실의 문이 또다시 벌컥 열렸다.
“내가 문 닫으라고 했지!”
“박경석 씨, 경찰입니다.”
백서준은 일단 신분증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유연서의 뒤로 다가갔다.
박경석의 집무실로 향하는 동안, 경호원 한 명이 쓰러져 있었었다. 백서준은 단번에 유연서가 한 일임을 눈치챘다.
‘어떻게 경호원을 제압하고 총을 뺏을 생각을······.’
유연서가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갖춘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유 회장 일가의 경호팀은 대한민국에서 실탄을 소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호팀이었다.
‘쟤는 진짜 쏠 수도 있는데.’
백서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연서야. 그거 내려놔라. 위험하다.”
“······형은 다 알고 있었잖아.”
“그래. 알고 있었다. 증거 찾느라 잠깐 비밀로 한 거야. 이제 다 찾았으니까 그거 내려놔.”
유연서는 자신을 설득하는 백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작 쏘지는 못할 거라고 안심한 박경석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럼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도 알겠네.”
타앙! 총이 격발되고, 유연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반사적으로 상체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