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97)
이제 기억 동기화도 몇 번 안 남은 시점, 유연서는 과거 기억의 대부분을 환영을 보고 살아왔다. 민성철에 관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부터는 환청까지 시달렸다.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시야가 거슬리니 짜증이 났다.
사람들이 유연서 인성 터졌다 욕했지만 상관없었다. 몸을 휘감는 트라우마 때문에 입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남들이 대사도 제대로 못 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게 다 그 새끼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 자신이 상관없다고 여겨도 다 괜찮은 건 아니었다.
의사에게 의존하는 건 스스로 나약한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오기로 참았다. 짜증과 울분을 다른 데다 풀었다. 이에 사람들이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래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연서는 박경석의 집무실로 성큼성큼 향하면서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에 관해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죽을 때까지 때릴까? 아니면, 박경석 때문에 죽은 엄마처럼 목을 매달까. 유연서는 마침 눈앞에 보이는 경호원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유연서를 알아본 경호원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도련님?”
유연서는 경호원의 허리춤에 있는 총에 시선을 고정했다. 맞아봐서 아는데, 총에 맞으면 진짜 아프다. 아마 이 시대에도 똑같지 않을까? 게다가 대한민국은 총에 맞을 일도 없으니 이참에 경험시켜주는 것도 좋겠지.
“미안합니다.”
“네?”
재빠른 몸놀림으로 경호원을 기절시킨 유연서는 그의 허리춤에서 총을 뺏어 탄창을 확인했다. 역시 주성의 경호팀 소속이라 그런지 실탄이 들어가 있었다.
유연서는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집무실 바깥에서는 비명소리도 들렸다. 날아간 총알은 박경석의 뒤에 있는 난 화분에 맞았다. 하지만 유연서는 멈추지 않고 총을 재장전했다.
“다음엔 저 새끼 대가리야.”
“연서야!”
총소리를 듣고 뒤늦게 도착한 유은호가 뒤에서 소리쳤다. 백서준은 팀원에게 손짓해 그를 들여보냈다.
[은호야, 놀라지 말고 잘 들어. 범인을 찾았어.] [근데······ 너 빨리 주성 H&C로 가서 네 동생 좀 막아 봐.]백서준의 의도는 먼저 도착한 유연서에게 박경석이 혹시 해코지할까 봐, 혹시 유연서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까 봐 유은호에게 말려달라고 한 거였는데, 설마 유연서의 손에 총이 들려있을 줄은 몰랐다.
“위험하니까 그거 이리 줘.”
“형, 저 사람이야.”
“그래, 알아. 나도 들었어.”
백서준에게 대략적인 상황은 들었다. 고모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은 했었다. 막상 실체를 확인하니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이 직접 찾아갔다는 소리에는 모든 생각을 접어두고 이곳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연서야.”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알잖아.”
유연서는 충혈된 눈으로 박경석만을 응시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목소리가 하염없이 떨렸다. 집무실에 모인 사람들은 숨죽여 그들의 대화를 들어야 했다.
“알아, 이해해. 하지만······.”
“······아직도 엄마가 보여.”
아직도 저 앞에 매달려 있다고, 나 때문이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을 때는 유은호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건 현실이 아니야. 알잖아.”
“알아.”
어린 내가 민성철을 안내하지 않았더라면 달랐을까? 아니, 애초에 저택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양홍식과 박경원이 있었다.
하지만, 장장 24년이다. 거의 평생을 걸쳐온 이 고통의 종지부를 내 손으로 찍으면 안 되는가? 죽음에는 죽음으로 갚아 줘야 하는 거 아냐?
“윽······.”
“연서야?”
유연서는 갑작스러운 이명에 눈살을 찌푸렸다. 기억 다시 보기의 여파와 지속적인 환영과 환청의 노출 때문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날 봐봐.”
유은호는 박경석의 앞을 가로막고 총구 앞에 섰다. 백서준이 긴장해서 숨을 삼켰다. 당연히 제 형을 쏘진 않을 거지만, 총기에 숙련된 사용자가 아닌 이상 실수로 총이 격발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
“······.”
“우리 손으로 꼭 잡자고 했잖아.”
죽이는 게 아니라.
유은호의 설득에 머뭇거리던 유연서는 팔을 내렸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백서준이 그 총을 빼앗고 장전을 해제했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가자.”
유은호가 망연자실한 동생을 이끌고 집무실 밖으로 향하자, 상황을 다 듣고 있던 백서준의 팀원은 몸을 옆으로 비켜 지나가기 편하게 만들었다.
“박경석 씨, 당신을 이희서 살인 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남겨진 백서준은 박경석에게 다가가 수갑을 채웠다. 박경석은 작게 발버둥 쳤다.
“나, 난 안 했어!”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시네, 황승준이 다 불었어요. 증거까지 예쁘게 포장해서. 게다가 그 세 명도 우리 쪽에 있는 거 아시죠?”
“뭐, 뭐?”
“자세한 얘기는 서로 가서 하자고.”
나도 당신에게 물어볼 게 엄청 많거든. 백서준은 박경석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우악스럽게 집무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뭐, 뭐야?”
“살인? 이희서?”
“우리 사장님이······.”
지나가면서 직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박경석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황승준이? 걔가······ 무슨 증거가 있다고······.”
백서준은 코웃음을 쳤다. 이 와중에 체면을 지키려고 고개를 푹 숙이는 게 우스웠다.
“그건 직접 확인해 보시죠.”
아마 깜짝 놀랄걸. 드디어 범인을 잡았다는 성취감과 빨리 가서 조사를 마치고 박경석을 감방에 처넣고 싶은 마음에 성큼성큼 바깥으로 향한 백서준은 갑작스러운 플래시 세례에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입니까?!”
“박경석 사장은 왜 잡아가시는 거죠?”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었다. 마침 주성 H&C 건물이 언론사가 밀집된 지역에 있어서 소문이 빠르게 퍼졌나 보다.
“이런 씨······.”
하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야? 백서준이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제 일거수일투족을 예민하게 관찰하던 옆자리 동료 형사를 떠올렸다.
“곽치훈 이 개새······.”
“어떻게 할까요?”
“일단 차에 태워.”
어차피 주성과 이희서가 엮인 이상 조용히 수사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장에 사진이 찍혀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
“와······ 이게 무슨 일이야.”
한진석 기자는 유연서와 유은호를 중점적으로 찍었다. 유연서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처절하고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옆에서 박경석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유은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표정이······.”
박경석이 경찰차에 올라타고, 기자들은 곧바로 유연서와 유은호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물러서세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백서준의 팀원들이 눈치 빠르게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형제에게 쏠리는 시선을 차단했다. 백서준은 뒤에 몰린 기자들을 골치 아프다는 듯 쓱 훑어보며 말했다.
“너희는 일단 집에 가 있어. 내가 연락할게.”
“······그래.”
“괜찮냐?”
유은호는 미처 떨어지지 못해 눈가에 매달려 있던 눈물을 소매로 쓱 훔쳤다. 괜찮아야지. 이제 시작인데.
“······연서야?”
“잠깐······.”
유은호와 백서준은 비틀거리는 유연서의 팔을 붙잡았다. 고개를 숙인 유연서의 입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어······.”
망했네. 당황해서 고개를 든 유연서는 제게 향하는 카메라 렌즈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헉!”
“뭐야?”
“찍어! 찍어!”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찍지 마세요!”
“연서야!”
“구급차! 구급차 불러!”
유연서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기자들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주성 H&C 직원들이 급히 나와 기자들을 가로막느라 아수라장이 됐다.
수갑 차고 나오는 박경석 주성 H&C 사장 현재 사실 확인 中
[이슈포토] 주성 H&C를 나서는 유은호·유연서 형제 [포토] 유연서, 참담한 표정박경석 주성 H&C 사장 체포, 유연서 실신
주성 H&C에 도착한 구급차···주성서울병원으로 향하는 유연서
곧바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박경석이 왜 체포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시선은 유은호와 유연서에게 쏠렸다.
└?
└대체 무슨일이야?
└헐
└아니 시발 기레기들 미쳤나 저걸 찍고 앉아있네
└뭐야??
└저거 피임?
└(사진) 나 근처 목격사진 주웠어 기자들봐 ㅅㅂ 좀비떼냐?
└└미친 사람이 쓰러졌는데 몰려드는거 뭐냐?
└└기레기는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한다
└지금 무슨상황이야??
갑자기 쓰러진 유연서에 시선이 쏠려 이런저런 추측 글이 난무했다. 그러다 곽치훈을 통해 박경석이 왜 체포됐는지를 재빨리 알아낸 한진석은 곧바로 기사를 올렸다.
[1보] 경찰, 故 이희서 살인 피의자 3인 체포 [속보] 故 이희서, 극단적 선택 아니었다···박경석 주성 H&C 사장 긴급 체포└?
└헐
└아니 미친
└자살이 아니ㅏ고?
└근데 박경석은 왜 체포됨?
└ㅁ1친 살인교사ㄷㄷ
소식은 여러 커뮤니티로, 뉴스를 볼 줄 아는 모든 사람의 대화방으로 퍼졌다. 대한민국에서 그들에 관한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 없었다.
백서준이 박경석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때쯤 소식은 빠르게 유 회장과 가족들에게 흘러들어갔다.
“회장님!”
재계 모임에 참여하던 유 회장과 유건민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자네가 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
“······회장님, 부회장님.”
전략 기획실 본부장, 박상형이 직접 행차했다. 보통 일이 아닐 거라 짐작한 두 사람은 귓속말로 전달되는 충격적인 사실에 눈을 부릅떴다.
“그게, 그게 무슨······.”
충격에 벌떡 일어난 유건민은 이내 중심을 잡을 수 없어 비틀거렸다. 곁에 있던 박지원이 그를 부축했다.
“이, 이만 가봐야겠네.”
“살펴 가십시오.”
두 사람의 반응으로 보건대, 무슨 일이 난 게 분명했다. 주성이 있기에 이 자리에 모였던 재계 인사들은 아쉬운 얼굴로 그들을 배웅했다. 그리고는 표정을 바꾸고 제 수행원들에게 소리쳤다.
“유 회장이 말을 더듬었어. 대체 무슨 일이야?”
“박 비서, 박 비서! 주성에 무슨 일 있는지 알아봐!”
JSENM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회의실로 들어온 차윤호에 최유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소식에 굳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임원진 중 하나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회장님?”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네, 회장님.”
최유진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우리 쪽으로 오는 연락 다 막으세요. 대꾸하지도 말고.”
“알겠습니다.”
“연서는?”
뒤에서 전화를 받던 차윤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주성 병원으로······ 하아, 잠시만.”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아요. 그 애들이 문제지.”
살짝 비틀거린 최유진은 벽을 짚고 멈춰 섰다. 곳곳에서 연락을 받은 직원들이 최유진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평정심을 되찾은 최유진이 뚜벅뚜벅 밖으로 향했다.
“자, 오늘 할 방송은······ 저희 대학 동기들이랑 게임 내기를 할 거예요!”
“안녕하세요!”
하필 그 시기에 실시간 방송을 하던 박선우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채팅창을 통해 알았다.
–
-??
-?
–
-머임?
-??
-서누야 뉴스봐
-서누야 너네아빠체포됐다는데?
“네? 뉴스 뭐냐고요? 무슨 일 있어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알림 때문에 화면을 엎어놓았는데······ 박선우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어?”
굳이 기사를 찾아보지 않아도 됐다. 지인들이 알아서 기사의 링크를 긁어와 줬으니까.
-선우야 이거 너네 아빠 아니야?
-박선우 이거 뭐임? 뭐 아는 거 있어?
“어, 어어······?”
나도 모르는데······ 대체 무슨 소리지? 아빠는 왜 체포됐고, 현장에 왜 형들이 있는 거지? 연서 형은 왜 쓰러졌는데? 혼란스러워서 몸이 굳은 박선우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음에 정신을 차렸다. 그의 어머니이자 유 회장의 막내딸 유선영이었다.
“······우리 방송 그만해야 하는 거 아냐?”
“저거 끄자.”
“방종하겠습니다.”
박선우의 절친 중 하나가 급한 손짓으로 카메라를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