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4)
(어제저녁, 우성시에서 또 노약자를 노린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서장님.”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불편한 기색으로 보고 있던 중년 남성은 뒤에서 들리는 음성에 몸을 돌렸다.
“더는 숨길 수 없습니다.”
최근 수상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터지니 언론은 꼬리를 안 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고승혜 형사가 길고양이가 살해된 증거를 제출해 충분히 연쇄 살인으로 보고 수사를 할 정황 증거가 있었다.
“사건 전담팀 만들겠습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하아. 어쩔 수 없게 됐군. 사건 더 커지기 전에 빨리 잡도록 해.”
그런데도 우성시에 얽힌 재개발 그리고 기타 문제 때문에 연쇄 살인이라 결론짓지 않았던 것이다. 민심이 흔들리면 안 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아무리 낙후된 지역이라도 잘 찾아보면 CCTV는 있다. 길거리에는 블랙박스가 널렸다. 그런 요즘 세상에 연쇄 살인이라니. 믿고 싶지 않았던 터라 넘겼는데, 결국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겼다.
“하필 내가 서장으로 있을 때 이런 사건이······.”
경찰서장은 피곤한 기색으로 눈을 감았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우성시에 연달아 발생했던 4건의 살인 사건을 연쇄 살인 범죄로 결론지었습니다.)
(이에 우성경찰서는 연쇄 살인 전담팀을 신설해 범인을 잡기 위해······.)
TV를 꺼버린 고승혜는 새로 꾸려진 자신의 팀원들을 향해 힘있게 말했다.
“자, 들었지? 쟤네들이 건수 더 물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한다는 거.”
고승혜는 사건의 시작부터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이 벌인 연쇄 살인이라 의심했었고, 동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자연스레 연쇄 살인 전담팀을 맡게 됐다.
“예쁜이도 우리 팀이야?”
“아, 김 형사님. 그런 소리 그만하시라니까요.”
“그래, 알았다. 우리 윤성이.”
김 형사는 강윤성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고는 고승혜의 옆에 섰다. 김 형사를 시작으로 다른 선배 경찰들이 강윤성을 놀렸다.
“관심 없다며?”
“뒤치다꺼리해야 할 사람은 필요할 거 아냐.”
고승혜가 강윤성을 팀에 합류시킨 건 별 이유 없었다. 팀원들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로, 수사할 때 얼굴마담으로는 충분하다. 전에도 얼굴 하나만으로 탐문 수사를 쉽게 하지 않았는가.
고승혜는 불현듯 박가영과 그녀의 딸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너는 좀, 남녀면 다 엮으려는 버릇 좀 고쳐.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네네, 알겠습니다.”
김 형사는 도망치듯 그녀의 옆을 빠져나가 강윤성의 짧은 머리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었다. 고승혜가 강윤성을 팀에 넣은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그 쪽지를 놓고 간 사람이 강윤성이야.’
대체 그 힌트 쪽지는 누가 놓고 간 것인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사무실의 CCTV를 돌려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너 대체 뭘 알고 있냐? 그리고 왜 숨기고 있지?’
고승혜를 감싸는 소문은 많았다. 강압적인 수사로 민원도 받았고, 확실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박가영에게 했던 말을 옆에서 들었으니, 나를 신뢰할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런 일에 누구를 믿고 아니고를 따져야 하나?
“자, 그럼 김 형사는 첫 번째 사건이랑 두 번째를 맡고, 나는 얘랑 네 번째 사건 현장부터 다녀올게.”
고승혜는 흰색 칠판에 사건의 피해자를 순서대로 정리하는 강윤성을 흘끔 바라보다가 자신의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예쁜이랑 같이 가?”
“하지 말라고.”
“넵.”
그녀는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는 김 형사에게 이를 악물고 말했다. 조금 짜증 나지만, 고승혜가 믿는 동료는 김 형사밖에 없었다. 밉상이고 유들유들해도 처음 연쇄 살인을 의심했을 때부터 그녀를 응원하던 사람이었다.
“넌 나 따라와.”
“넵.”
강윤성은 좋다고 헤헤 웃으며 고승혜의 뒤를 따랐다. 사무실에서 커피 심부름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수사에 합류하는 게 좋았으니까. 하지만 그 해맑은 웃음은 네 번째 피해자의 시신을 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젊은 여성이네.”
고승혜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신을 살폈지만, 뒤에 남겨진 강윤성은 치마 아래 혈색 없이 창백한 여성의 다리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복부에 자상 남긴 것도 똑같고.”
“······.”
“강윤성, 어떻게 생각해?”
강윤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심장이 평소보다 크게 뛰었고, 몸에 오한이 들었다. 고승혜 역을 맡은 류주하는 근거리에서 유연서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눈치채고 감독에게 다급히 손짓했다.
“컷, 잠시만요. 연서 씨?”
“······후우, 네.”
잠시 굳었던 유연서는 깊은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은 모형이 아니라 진짜 분장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적인 모습이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유연서의 변화를 지켜보던 감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조금 쉬었다 하실까요?”
“아뇨, 괜찮아요.”
유연서는 피곤한 듯 제 눈을 꾹꾹 눌렀다. 지긋지긋했던 환영과 환청이 사라져도 말끔하게 다 나은 건 아니었다. 가끔 이런 식으로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는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짧게 기침을 했다.
“죄송합니다.”
흐름이 끊긴 상대 배우에게 사과하는 걸 잊지 않았다. 류주하는 되레 사과하는 모습에 손사래를 치며 그를 안심시켰다.
“아냐, 나는 괜찮아.”
흰 치마만 아니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네······ 라고 생각한 유연서는 이태겸이 가져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짧게 심호흡했다.
“다시 하죠.”
아직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지만, 자신의 신체적 변화 마저 연기로 이용하기로 했다. 강윤성은 네 번째 피해자의 시신을 과거 누군가와 겹쳐 보기 때문에 오히려 튀지 않고 잘 어울릴 것이다.
시청자는 평소와 다른 강윤성의 모습, 그리고 정신적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묘하게 사실적인 연기로 강윤성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그거로 족했다.
다시금 몰입을 시작한 유연서에게 걱정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강윤성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강윤성?”
“어, 음······ 여성과 노인만 노리는 것을 보면, 범인은 몸이 불편한 사람 아닐까요?”
뒤늦게 정신 차린 강윤성이 자신 없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 고승혜는 그 소심한 모습에 의아한 듯 강윤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전에는 내가 심했다고 잘도 말하더니 지금은 왜 이래? 잘 말했는데.
“······아니면 범인이 여성일 수도 있지.”
“그런데 연쇄 살인범 대부분이 남성 아닌가요?”
“우리가 드물게 여성을 상대하는 걸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죠.”
고승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었다. 앞선 범죄의 유형과 범죄자의 패턴을 분석하는 게 프로파일링의 기본이라지만, 앞선 범죄의 유형을 참고하다가 고정관념으로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했다.
“근데 너 범죄심리학도 배웠니? 잘 아네?”
“네, 조금······.”
“잘됐네.”
뭐 하나 내뱉으면 나쁘지 않은 대답을 하니 제법 재밌어진 고승혜는 계속 그에게 질문하면서 생각의 범위를 넓혔다.
“저, 고 형사님!”
“왜?”
“여기······.”
강윤성의 앞에는 고양이의 사체가 있었다. 목에 묶인 노끈까지 앞선 세 번의 살인 사건 현장 징후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또 고양이네.”
고승혜는 강윤성을 떠보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강윤성은 ‘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어차피 고승혜가 다 알고 있으리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 강윤성이 쪽지를 남긴 게 무슨 상관이야. 아직 범인도 못 잡았는데.’
그러니까 진작에 연쇄 살인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했으면 네 번째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을 건데······ 고승혜는 갑자기 속이 답답해져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 띈 건 골목 저편에 설치된 CCTV였다. 낡고 기능이 별로 없는 카메라였다.
“······저 CCTV 말이야. 360도 카메라가 아니니까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겠지?”
CCTV는 남은 팀원을 보내 영상을 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는 건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안 찍혔다는 거다.
“네. 가능할 거 같은데요. 게다가 골목도 어두워서 작정하고 숨으면 모를 수도요.”
“범인은 이 동네를 잘 알고 있겠군.”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혼자 사는 사람을 노린 걸 보면.”
“하지만 피해자가 각각 다른 동네에서 살고 있었잖아?”
네 번째 피해자에게서 얻을 건 다 얻었다. 피해자의 시신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모습을 숙연하게 지켜보던 고승혜와 강윤성은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동네 곳곳을 살폈다.
“피해자들이 사는 동네를 다 알면서 CCTV의 사각지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 뭐가 있을까?”
“배달원? 아니면 택배 기사?”
“좋아, 더 해봐.”
“가스 검침원? 요구르트 판매원?”
고승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윤성의 대답을 재촉했다. 강윤성은 눈을 굴리며 일단 동네를 다 돌아다닐 수 있는 직업군을 마구잡이로 뱉어냈다.
“그런데 택배 회사도 많은데 새벽 배송까지 포함하면 용의자가 너무 많아지지 않을까요?”
“그건 지금부터 좁혀 봐야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노가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승혜와 팀원들은 의심 가는 직업군의 사람들을 찾아 의심할만한 용의자를 점점 좁혔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실마리는 찾지 못하고 다들 지쳐갔다. 요즘 세상에 연쇄 살인이라니, 작정하고 찾으면 금세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CCTV나 블랙박스로는 건진 게 없었다. 감식 결과에도 특별한 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지쳐서 밤늦게 퇴근할 무렵, 홀로 서에 남아 범인을 찾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던 고승혜는 연쇄 살인과 관련된 정보가 나열된 흰 칠판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뭔가······ 걸려.’
정말 이렇게 조사하는 게 맞는 일일까? 왜 범인의 뒤를 쫓고 있지? 우리는 한발 먼저 나아가서 범인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범행의 패턴, 사건 하루 전에 길고양이 살해 등등을 생각하니 무언가 기시감을 느꼈다.
‘뭐지?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고민하던 고승혜는 피해자가 나왔던 지역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다음 범행이 있을 만한 장소를 좁히고 좁혔다.
‘다음은 아마······ 여기, 혹은 여기.’
지도에 빨간 형광펜으로 표시한 고승혜는 곧바로 서를 뛰쳐 나와 다음 범행이 벌어질 만한 동네로 향했다.
화면은 여러 시간대와 장소를 돌아다니는 고승혜를 보여주면서 몸소 범인을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몇 번의 집요한 수사 끝에 드디어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꼼짝 마!”
수상한 그림자를 향해 총을 들고 있는 고승혜가 크게 외쳤다.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있던 남자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두워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그녀의 뒤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라이트 불빛으로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강윤성?”
“고 형사님.”
강윤성은 평소처럼 웃고 있지 않았다. 그의 아랫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범행을 들켰다는 초조함일까? 아니면 충격적인 무언가를 본 것 때문에 놀라서 이런 것일까?
“네가 왜 여기 있어?”
고승혜의 허탈한 목소리와 함께 회차의 마지막을 알리는 드라마의 메인 OST가 흘러나왔다.
-아 여기서 끊으면
-다음주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그래서 강윤성 범인일까?
-아닌듯ㅋㅋ 너무 대놓고 보여주지 않았어?
마지막에 보인 강윤성의 의미심장한 표정, 그리고 앞선 회차에서 강윤성에게 의미심장한 연출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연좌제’로 보는 또 다른 피해자들···“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 다수
유연서가 범인일까? ‘연좌제’ 자체 최고 시청률 연일 갱신 중
초반의 부정적인 기사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유연서가 은근하게 언론 플레이를 한 것도 있었고,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좌제’의 작가, 김예진이 생각했던 직·간접적인 피해자의 현실을 극에 녹여내며 공익적인 메시지까지 담으니 드라마 자체의 이미지도 좋았다.
그렇게 많은 시청자가 다음 회를 부르짖으며 곳곳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키던 ‘연좌제’도 종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