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5)
긴장감 있게 마무리됐던 강윤성의 수상한 움직임은 다음 회에서 밝혀졌다.
“그래서, 혼자 조사하고 있었다고?”
“네······.”
“나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강윤성은 고승혜와 똑같이 연쇄 살인 사건을 먼저 인지했고, 따로 은밀히 조사하고 있었다. 화면이 잠시 바뀌더니 자취방 한 벽면을 사건 수사 관련 증거로 꽉 채운 강윤성의 모습이 나왔다.
한참을 사건에 관련한 자료를 쳐다보던 강윤성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울먹이는 것 같기도 했고, 화난 것 같기도 했다. 저절로 사연이 궁금해지는 표정이었다.
[여보세요? 엄마?] [윤성아. 아직 안 자고 뭐 해?]그러던 강윤성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채고 눈을 부릅떴다.
[엄마 설마 거기 갔다 왔어?!] [계속 마음에 걸려서······ 그냥 시신만 확인하고 왔어. 수습은 안 하고······.] [그래도 그렇지 왜 거기에 가!]옥중에서 사망한 그의 친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이 생각나서 답답함에 제 앞머리를 쓸었다.
[미안하다.]하지만 어머니의 지친 음성을 듣자마자 정신 차린 강윤성은 후우 한숨을 크게 쉬었다.
[······죄송해요.] [윤성아.] [끊을게요. 나중에 얘기해요.]“야, 내 말 안 들려?”
상념에서 깨어난 강윤성은 입을 삐쭉 내밀고 웅얼거렸다.
“······하지만 형사님도 혼자 조사하고 계셨잖아요.”
“나는 팀장이잖아!”
“그럴수록 더 팀원들에게 맡기셨어야죠.”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어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여간 맹랑한 놈. 단 한 마디를 안 지려고 하네. 그래도 고승혜와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은 강윤성이 유일했다.
“이렇게 몰래 조사할 거면 같이 해. 알았어?”
“넵.”
“의심되는 거 있으면 나한테 숨김없이 얘기해야 할 거야.”
“넵.”
강윤성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눅 든 모습은 이전 필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연서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아 뭐야 별거 아니였네ㅋㅋ
-비에젖은 멈머같아 개귀여워ㅠㅠㅠㅠㅜㅜㅠ
-미친 윤성이 내가 키우면 안되냐?ㅋㅋ
-작감한테 속았다ㅠ 진짜 범인인줄 알았는데
-일부러 쎄하게 연출한건가?
그렇게 강윤성과 함께 동네를 조사하던 고승혜는 김 형사의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이어서 들린 음성에 고승혜가 버럭 소리쳤다.
“뭐?!”
장면이 바뀌고, 뉴스 화면으로 바뀐다.
(어젯밤 우성시에서 또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 통제선이 붙여진 사건 현장에 고승혜와 강윤성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뉴스 카메라에 찍힌다.
“고 형사, 어떻게 됐어?”
“어떻게 되긴. 된통 깨지고 왔지.”
대체 왜 아직도 못 잡느냐고 윗선에 불려가 대판 한 소리 들은 고승혜는 짜증 나서 인상을 찌푸렸다. 위에서 한 소리 들었다고 짜증 난 게 아니라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이 짜증 나서였다.
사건이 벌어진 지역은 고승혜가 의심했던 두 지역 중 하나였다. 게다가 발견된 피해자만 무려 두 명. 우성시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의 피해자가 벌써 여섯 명이나 된 것이다.
“점점 살해 시기가 빨라지는데······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이대로 뒀다간 폭주할 거야. 일단 이 지역을 중점적으로 순찰하자고.”
사건의 심각함을 점점 인지하고 있던 경찰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범인 잡기에 열중했다. 그때, 뒤에서 고민하던 강윤성은 고승혜를 따로 불러냈다.
“······형사님 혹시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 아세요?”
“시궁쥐?”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은 우성시와 인접한 다른 지자체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확인된 연쇄 살인 사건이었다.
고승혜는 강윤성의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그래, 왜 그걸 생각 못 했을까?
“황수철? 그 사람은 잡혔잖아?”
몇 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은 살인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한 학생을 살해한 끝에 검거되었다.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고, 지병을 앓다가 옥중에서 사망했다.
“모방범이 아닐까요?”
“모방범이라······ 하지만 황수철의 살인 방식을 어떻게 알고?”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은 2000년대 후반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다. 범행 현장에 목에 리본을 묶은 시궁쥐를 놓고 가서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금 우성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다른 점이라면 시궁쥐 대신 길고양이라는 점 그리고 시궁쥐 연쇄 살인의 범인 황수철은 피해자를 노약자 여성 상관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잡았지만, 지금 범인은 노약자와 여성만을 노렸다는 점이다.
“시궁쥐 사건은 인터넷에만 쳐도 자세하게 나와요.”
쥐의 사체를 놓고, 피해자의 복부에 특유의 자상을 남긴 것이 황수철의 시그니처였다. 그리고 피해자가 눕혀진 모양 그리고 범행 현장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해놓은 것 등을 비교하면 소름 끼칠 정도로 지금의 사건과 똑같았다.
“보니까 외국에는 이런 범죄자의 팬도 많다면서요. 한국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는 거 아닐까요?”
비교적 최근 일이라 인터넷에 남은 자료가 많았다. 그 자료를 토대로 범행을 계획한 거라면?
“그리고······ 첫 번째 피해자가 나온 시기가 황수철이 사망하고 난 다음 날이었어요.”
“그거에 버튼이 눌렸겠군.”
황수철을 숭배하던 범인은 자신의 우상이 그깟 병도 못 이기고 교도소에서 사망한 것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상을 숭배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황수철 그 자체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을 수도······.
강윤성이 내민 화면을 보던 고승혜는 눈을 가늘게 좁히고 그를 쳐다봤다. 시궁쥐 연쇄 살인 사건은 미제로 남을 뻔했다가 해결된 사건이라서 고승혜도 잊고 있었다.
“이런 걸 혼자만 알고 있었단 말이지?”
“그······ 아직 확신이 없어서······.”
볼을 긁적이는 강윤성을 보고 고승혜는 한숨을 쉬었다. 범죄심리학도 배웠고, 생각하는 것도 트여 있는데 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에 소극적이지? 이게 다 동료 경찰들이 예쁜이라고 놀려서 그런 건가?
‘정말 범죄 패턴이 수상할 정도로 비슷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느꼈던 기시감이 이거였나. 고승혜는 빨리 깨닫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그녀는 사무실로 돌아가서 자신의 겉옷과 차 키를 챙겼다.
“이놈을 잡으려면 우선 황수철부터 알아야겠어.”
“어디 가세요?”
“황수철을 잘 아는 사람한테.”
“저, 고 형사님!”
강윤성이 다급하게 고승혜를 불렀지만, 고승혜는 그걸 무시하고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고승혜가 찾은 사람은 1회에서 나왔던 교수, 정석준이었다.
“황수철, 당연히 기억하지. 내가 마지막으로 잡은 범인인데.”
“어땠나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정석준이 입을 열었다.
“황수철은 연쇄 살인범의 프로파일과 맞지 않는 사람이었어. 중견 기업에 다녔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 게다가 주변 평판도 좋았어. 전과도 없었고.”
“저희는 지금 우성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인 사건을 황수철의 모방범으로 보고 있어요.”
고승혜는 정석준에게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넘겼다. 그것을 천천히 넘겨 보던 정석준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모방범이라······ 수상할 정도로 패턴이 똑같군.”
“어떻게 보세요? 황수철과 가까운 지인이었을까요? 그러고 보니 황수철의 아들이 있다고 하던데······.”
“아냐, 아들은 아닐 거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세요?”
고승혜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젓고 확신하는 정석준 교수. 고승혜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황수철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아들이 경찰에 신고해서야.”
“······그래요?”
“예전부터 제 아버지가 수상했다고 증언했지. 아마 미리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황수철은 영영 잡을 수 없었을 거야. 지금쯤 어떻게 컸으려나······.”
정석준은 회한이 담긴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자신의 잘못이 생각나서였다. 아들은 잘못이 없었는데······ 너무 몰아세웠었지.
“설마, 피해자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는 게.”
“그래. 그 아이.”
정석준이 경찰을 은퇴하게 된 계기였다. 갓 고등학생이 된 아이가 알면 뭘 알겠는가. 제 아버지를 밀고하는 일이다. 용기를 내 경찰서를 찾은 그 아이에게 왜 인제야 말했냐며 추궁했었고, 정석준은 그게 아직도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겠어?”
“저희 좀 도와주세요.”
그렇게 정석준 교수를 모시고 서로 돌아온 고승혜는 자신의 팀원들에게 정석준을 소개했다.
“사건의 자문을 맡아 주실 정석준 교수님.”
“영광입니다. 선배님.”
정석준은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벌어진 연쇄 살인범을 잡은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고승혜의 팀원들은 황송한 듯 그의 악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석준의 눈에 띈 건, 맨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강윤성이었다.
“자네는.”
“······안녕하세요.”
강윤성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랜만이구나.”
경찰이 됐구나. 정석준의 슬픈 표정과 시선을 피하는 강윤성, 그런 두 사람을 고승혜와 팀원들이 의아한 눈으로 지켜봤다.
“정 선배님이랑 아는 사이야?”
“그게······.”
“그냥 좀 아는 사이야. 자, 이럴 시간 없으니 범인이나 빨리 잡자고.”
정석준 교수가 황급히 화제를 돌렸고, 팀원들은 곧바로 정석준이 말하는 황수철의 특징을 머리에 새겼다. 말하는 도중에도 강윤성을 의식하는 정석준, 두 사람을 고승혜가 번갈아 쳐다봤다.
“정 선배님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고승혜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강윤성을 따로 불러냈다.
“그······ 사실 고 형사님께는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
잠시 망설이던 강윤성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고승혜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불같은 성격이지만 따로 시간 내 수사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이 있었다.
“황수철 아들 말이에요······ 그거 저예요.”
“뭐?”
힘겹게 토해낸 진실에 고승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은 바뀌면서 어린 시절 강윤성을 보여준다.
“진우야.”
“네!”
누군가의 음성에 활기차게 뒤돌아보는 유연서의 모습을 끝으로 한 회차가 끝났다.
-헐 뭐야?
-ㅁㅊ 유연서 원세븐시절 보이는데?
-아역임? 누구야?
-그냥 유연서인데? 화면 효과준 거 아니야?
마지막에 보였던 유연서의 어린 모습에 ‘연좌제’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유연서가 동안이라고 해도 갓 고등학생이 된 역할을 맡기에는 너무 튀었다. 원래라면 그와 닮은 아역 배우를 쓰거나, 혹은 학생 역할을 전부 성인 연기자로 써서 위화감을 줄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 이런저런 말이 오갔지만, 의외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아역 배우 좋죠, 그런데 연서 씨의 아역을 소화할 배우가 있을까요?”
“으음······.”
작 중에서도 유난히 튀는 얼굴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쉽게 못 잊는다는 설정이었다. 유연서와 닮은 아역 배우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다.
“간단하네.”
“네?”
유연서는 투자와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어서 제작 회의에 참여했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듣고 있던 그는 한 마디로 상황을 종료했다.
“돈을 쓰면 되잖아요. 어차피 사전 제작 드라마고.”
“네?”
“요즘 기술도 좋아졌는데 후 작업으로 만지죠? 나도 그편이 몰입하기 좋고.”
사실 CG 효과보다는 아역을 쓰는 게 더 제작비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연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제작비 부족하면 저한테 말씀하시고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도 충분히 제작비 많거든요······ 제작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렇게 ‘연좌제’의 제작진은 후 작업을 통해 유연서의 얼굴을 만지기로 했고, 그의 미세한 표정 연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CG 스튜디오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끝에 전파를 탄 것이다.
-야 미쳤다ㅠㅠ 내배우 어린 모습을 이렇게 보다니ㅠㅠ
-진짜 원세븐 시절 얼굴 나오는데?
-갓기모습 진짜 오랜만에 본다ㅠㅜㅠㅜㅠ
-위화감 너무 없는거 아냐?
유연서의 팬들은 생각지도 못한 유연서의 어린 모습에 열광했다. 그가 고등학생이던 원세븐 시절 자료는 별로 없었고, 얼마 활동하지도 않고 바로 모습을 감췄었으니까.
그렇게 베일에 싸인 강윤성의 과거보다는 유연서의 어린 모습으로 주목을 받은 ‘연좌제’도 드디어 마지막 회를 향해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