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6)
“여기에 서명하시면 됩니다.”
변호사의 말에 한 대표는 침을 꿀꺽 삼키고서는 제 앞의 계약서를 바라봤다. 유연서는 안 주머니에서 고급 만년필을 꺼내서 유려한 손놀림으로 서명했다. 역시 이런 계약을 많이 해 본 티가 났다.
한 박자 늦게 제 이름 옆에 서명한 한 대표는 유연서와 계약서를 교환했다.
“네, 이것으로 인수 계약 마칩니다.”
서류를 확인한 양측 변호사들이 악수를 청했다. 한 대표는 작게 숨을 토해냈다.
“진짜 이렇게 되는구나.”
“벌써 후회하는 건 아니죠? 이제 못 물러요.”
유연서와 한 대표도 서로 악수했다.
“저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사님.”
“네, 들어가세요.”
변호인들이 나가자, 유연서는 펜을 들어 마치 마이크를 든 것처럼 한 대표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부자가 된 소감은 어때요?”
“너만 하겠냐.”
유연서는 헤일로 미디어의 지분을 51% 샀다. 사실 100% 인수할 수도 있었는데, 한 대표의 체면을 봐서 이 정도다. 대신 그동안 봐온 시간이 길어서 값을 조금 더 쳐 줬다. 실제로 한 대표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회사 이거 됐다고 나한테 막 대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못 하죠. 계약서에 명시돼 있잖아요. 자세히 안 봤어요?”
엄지를 치켜들었던 한 대표는 손을 스르륵 내렸다. 그거야 자세히 봤지. 회사 운영에 관한 건 오로지 한 대표에게 일임한다. 유연서는 어느 정도 간섭할 수는 있지만, 그냥 지분만 가진 수준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다.
“대표님은 그냥 하던 대로만 하세요. 애초에 대표님 보고 지분 산 거니까.”
“네가 그런 말을 한다고······?”
“왜, 나는 이런 말 하면 어색한가?”
허어······ 유연서에게 립 서비스를 받는 날도 오다니. 한 대표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훔치는 척했다.
유연서는 태도를 느슨하게 풀었다. 아까는 비즈니스였고, 지금은 그냥 친한 소속사 대표와 배우였으니까.
“그 돈으로 뭐 할 거예요?”
“누구 좀 데려올까 하는데. 마침 나윤채 FA 떴더라. 작품 보는 눈만 없지, 연기력은 죽이던데. 계약금만 잘 쳐 주면······.”
“그걸 왜 대표님 돈으로 해요. 알아서 잘 추려서 나한테 보내시던가.”
“이야. 역시 우리 이사님이야. 사인 잘했네.”
한 대표가 박수 치며 감탄했다. 유연서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돈 벌었다고 소속 배우 늘리기부터 생각하는 한 대표도 참 이상했다.
“근데 너 아직도 차기작 안 골랐어? 아는 사람이 물어보더라. 너 작품 안 들어가냐고.”
“천천히 보고는 있어요. 아직 쇼핑할 회사가 많아서.”
유연서의 가벼운 대답에 한 대표는 질린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유연서는 최근 자신이 몸담은 업계에 관한 회사를 사들이고 있었다. 몇몇 큰 회사도 있었지만, 규모가 작아도 알짜배기들만 모아놓은 곳 위주로 인수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업계 관계자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안 그래도 컨텐츠 공룡이라 불리는 JSENM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데 차기 회장이 될 거라 보는 유연서의 행보가 수상했으니까.
“살살 해라. 요즘 업계가 술렁거리는 거 알고 있지?”
“왜요, 내가 다 먹을까 봐?”
“뭐, 그런 식이지.”
유연서가 지분까지 살 정도로 이 회사에 애정이 있는 건 확인했고, 한배를 탄 한 대표에게는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업계의 평판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어디까지 할 거야?”
“내가 또 사고 칠까 봐 걱정돼요?”
“아니······ 그건 이제 걱정 안 되는데.”
유연서의 할아버지이자 주성의 명예 회장인 유창호는 본격적인 재산 정리에 들어갔다. 유연서도 공평하게 유산을 상속받았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회사를 좀 샀을 뿐이다. 그게 좀······ 많았을 뿐이지만.
“설마 내가 업계 망치는 짓을 하겠어요? 살리면 살렸지.”
“그걸 네 입으로 말하는 건 좀 자화자찬 아니냐?”
“자화자찬? 칭찬할 일은 맞다 이거죠?”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 없어진다. 유연서가 참여한 작품 관련해서는 어떠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열정 페이도 없었고, 오히려 다른 회사보다도 급여를 높게 줘서 그것 때문에 사람이 몰렸다. 그것 때문에 유연서를 아니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곤해질 텐데.’
물론 적이 많다고 해서 유연서가 가만히 있진 않을 거 같다.
유연서가 한창 시끄러웠을 때 한 대표는 그의 구설수를 수습하느라 환장하긴 했어도, 마음이 쓰였었다. 진실이 다 밝혀진 지금도 한 사람의 인간 대 인간으로 걱정됐다.
“아무튼 조심해. 너는 데뷔 때부터 견제 많이 받았잖아.”
“그거는 뒷사정이 있었고.”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작 유연서는 별생각 없이 벌인 행동이었다. 그냥 부자의 고급 취미로 생각하면 편한데, 업계 사람들은 제 밥그릇이 뺏길까 봐 벌써 경계하고 있었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국내는 우리 회사가 마지막이에요.”
유연서는 손에 들린 계약서를 장난스럽게 흔들었다. 한 대표는 저 유연서의 입에서 우리 회사라고 불릴 날이 오다니······ 감회가 새로워졌다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잠깐, ‘국내’는 이라고? 그렇다면 ‘국외’는?
“대체 어디까지 할 건데?”
“비밀.”
“······부디 우리 소속 애들 잘 부탁한다.”
경계하는 것과 반대로 유연서에게 어떻게든 연줄을 대려는 사람도 많았다. 한 대표를 통해 다리를 놔 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시상식이나 사석에서 마주치게 되면 유연서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도 많았다.
[공식] 유연서, 헤일로 미디어 지분 인수 완료1차 유산 상속받은 유연서, 본인 소속사 헤일로 미디어 지분 인수
유연서, 공격적인 투자 인수전 벌여···대기업의 시장 장악인가
이제는 소속사까지 인수한 유연서에 업계 관계자 ‘경계 중’
그들이 대화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기사는 올라오고 있었다. 홍보팀이 뿌린 자료를 바탕으로 ‘어디 깔 건수 없나?’하고 간을 보는 기사도 있었다.
“팬 미팅 준비는 잘 돼가고 있어?”
“우리 직원들이 몇 번 해 본 사람들이라 그런지 잘하던데요? 공연장도 마침 원하는 날짜에 받았고.”
“내년이지? 공연장이 어디인데?”
유연서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JSENM은 여러 규모의 공연장도 보유하고 있었다.
“JS 아레나? 거긴, 크잖아. 수용 인원이 2만 명 정도 되지?”
유연서는 그게 무슨 문제라도? 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대표는 입을 쩌억 벌렸다. 보통 배우 팬 미팅 규모는 만 석을 넘지 않았다. 게다가 공연에 특화된 JS 아레나는 웬만한 가수도 채우기 힘든 규모였다.
“좁아서 올 사람 못 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좌석 남는 게 낫잖아요.
“허어······ 손도 크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큰 공연장 잡더니 좌석도 못 채웠다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겠지만, 애초에 그런 반응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유연서였다.
‘근데 왜 난 쟤가 다 채울 거 같지?’
해외도 아니고 국내에서 배우 팬 미팅으로 2만 명을 채운다? 아마 국내 최초일 것이다. 한 대표는 설마 했지만, 왜인지 모를 기대감이 생겼다.
“빈 좌석 보면 내 마음이 아프니까 사돈에 팔촌까지 다 부른다?”
“그러시던가.”
“앨범 작업은 어때?”
“준영이 형이 알아서 잘하겠지.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요?”
유연서는 꼬치꼬치 캐묻는 한 대표가 귀찮아졌다. 생각해 보니 최준영한테 들를 때도 됐네······ 그의 노래를 듣고서 갑자기 영감을 받았다며 연락도 제대로 안 된 채 작업실에 칩거했다고 한다.
“신기하잖아.”
넘쳐나는 돈으로 관종 짓만 하다가 이제는 그 돈으로 제 사람을 챙기기 바빴다. 게다가 팬들을 위한 자리까지 마련하다니······ 몇 년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다.
“너 그······ 몸은 어떤데?”
“어떻긴, 똑같죠.”
“그래?”
한 대표는 의심의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유연서의 예능을 맡은 이재학 피디는 한 대표도 사적으로 연락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이 피디가 제대로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 연서님 건강 좀 잘 챙겨줘]라고 문자가 올 정도면 촬영 중간중간 무슨 일이 있다는 건데······.
한 대표의 의심스러운 표정을 보고 유연서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별일 아니라니까.”
“알았다. 알았어.”
한 대표는 목구멍까지 치고 들어온 걱정의 말을 삼켰다. 쓸데없는 동정 말라며 틱틱 내뱉을 걸 알아서였다.
‘또 저러네.’
유연서는 한 대표의 속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이 피디한테서 뭔가를 들었나 본데, 그때는 영혼 조정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무리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처럼 열심히 영혼 조정을 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지.’
기간이 늘어났다 뿐이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이러다가 확정된 날짜가 당장 내일이 될 수도 있었다. 유연서는 작게 기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아이고, 들어가세요. 대주주님.”
“오냐입니다.”
유연서가 손을 휘적이며 나가자, 남겨진 한 대표는 계약서를 소중히 들고 금고에 넣었다.
소속사를 나선 유연서는 이젠 익숙한 듯 최준영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형.”
“어, 왔어?”
한창 전자피아노를 두드리던 최준영이 유연서를 맞이했다.
“곡 작업은 잘 돼?”
“너무 잘 돼서 큰일이다. 이거 좀 들어 봐.”
유연서가 사 온 음식으로 배를 채운 최준영은 자신이 만든 데모 곡을 들려주었다. 그는 유연서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웃으며 지켜봤다.
“······다 좋은데?”
“그렇지? 버리긴 아깝고······ 너 그냥 아예 정규 앨범 낼래?”
“그건 좀······ 다른 가수한테 주면 되잖아.”
정규 앨범까지 가면 너무 본격적이다. 지금도 판을 너무 벌여서 힘든데. 유연서는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 데모 곡을 보고 입을 벌렸다.
“이게 다 데모야?”
“더 있어.”
물론 전부 최준영이 작업한 건 아니었다. 유연서의 의견을 반영한 리드, 즉 기획안을 최준영의 회사를 통해 뿌리고, 그 기획안을 토대로 작곡가들의 데모를 받은 것이다. 최준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곡가들의 곡을 받고 싶었다.
“자, 여기서 네가 마음에 드는 거 추려서 나한테 알려주면 돼.”
“쉽지 않네.”
유연서는 아예 헤드폰까지 빌려 써서 데모 곡을 들었다.
“이참에 작사도 해 보는 건 어때?”
“글쎄······ 해 보고는 싶은데, 잘 쓸 자신은 없어서.”
“해 봐.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써 오면 형이 다듬어 줄 테니까.”
최준영은 믿음직스럽게 말했다. 곡 작업 인맥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유연서는 다시 데모 곡을 재생했다.
***
-솔직히 주성 독과점은 사실이지ㅋㅋ 자기 입맛대로 하겠다는거 아니냐
-유연서 누가 견제좀 해야하는거아님? 이거 방치했다가 더 커질듯ㄷㄷ
-근데 일개 배우가 회사 좀 샀다고 문제가 될 일이야?
-그런데 유연서 재산이 시장 독점이 될 수준이야?
유창호 유산 받은거 보니까 어마어마한건 알겠는데 주성치곤 작지않음?
└그게 1차임
└└아 ㄹㅇ? 그럼 더받아? 미친ㄷㄷ
키보드 위를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이 있었다.
└여태껏 자기 입맛대로 하긴 했지ㅇㅇ 표절당한 작가 억울함 풀어주고 제작사에 시놉뺏긴 감독 데뷔시켜준거? 단역 배우 길바닥에 하루종일 대기하게 한거 없앤 거? 그정도?
└견제는 니가 하고 있는거 아님?
└그러니까 말이야ㅋㅋ 유연서 덕분에 업계 연봉 후려치는거 없어졌다며 그럼 착한 시장장악 아니냐고ㅋㅋ
└유산 5차례 걸쳐서 받는다던데ㄷㄷ 클라쓰 오지지않냐?
유연서 관련 게시글에 댓글을 주르륵 달던 손은 불과 몇 초 전에 뜬 게시글을 보고 손을 떨었다. 설마,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 헐 기사 뜬 거 봄?
└뭔데?
└└유연서 앨범낸다는데?
└└└ㄹㅇ?
└(링크)
[단독] 유연서, 이번엔 가수 활동 시작하나···극비리에 앨범 작업 진행 中현란하게 키보드 위를 왔다 갔다 했던 손이 멈칫했다.
“저 왔어요.”
한참을 키보드 배틀을 뜨던 임혜주는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우당탕 뛰고서는 방문을 열어젖혔다.
“오빠악!”
“뭐, 뭐야.”
임승현이 몸을 움찔했고, 그의 부모님들은 ‘또 시작이네’라고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오빠 앨범 내?!”
임혜주가 말하는 ‘우리 오빠’란 자신도 아니고 형도 아니고 유연서를 말하는 것이다. 임승현은 다짜고짜 귀를 따갑게 하는 동생보다는 질문하는 내용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비밀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