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81)
제481화
#481. 너무 늦게 알았어.
메두사의 머리는 아마존과 함께 대표적인 미지의 대지로 알려져 있었다.
면적은 아마존에 훨씬 미치지 않는 좁은 곳이었지만, 각각 구역별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지금처럼 메시지 스킬이 통하지 않는 건 흔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실종된 헌터가 적지 않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최대한 빠르게 일을 마쳐야 해.’
그래서 2순위 목표는 배제하기로 했다.
미라주 내에서도 광기라는 단어로 평가되는 마스터 삐에로, 사실 그는 아주 똑똑하게 미친놈이었다.
일루전이 그를 중용하는 이유였다.
“뭐, 죽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군.”
그렇게 계획을 정리한 마스터 삐에로는 작전 위치를 찾아 섰다.
바야흐로 사냥의 시간이었다.
* * *
게리 디가 되물었다.
“그 광대 녀석이 왔나?”
“역시 아는 놈인가 보네? 친한가 봐. 여기까지 쫓아온 걸 보면.”
미스터 조가 이기죽거리자 게리 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날 죽이고 싶어 하는 놈이란 건 생각도 하지 않나 보군.”
“너희 미라주를 죽이고 싶어 하는 애들이 천지삐까리야. 테러범 놈들끼리 동료애가 생길 리도 없고, 싸우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신랄하군.”
“마음에 와닿지도 않으면서 폼 잡지마. 페스에서 사람들 날려버린 짓도 그렇고, 면상만 봐도 확 때려버리고 싶어지니까.”
미스터 조가 주먹을 들이밀자 게리 디는 땀을 삐질 흘렸다.
얼마 되지 않은 경험이지만, 절대 평범한 여자는 아니었다. 여자면서 ‘미스터’ 호칭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왜 그러는 건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왠지 엮이면 귀찮아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미스터 조가 뿜는 적의에 난감해하고 있는 게리 디를 구원한 건 강무혁이었다.
“그래서 그 마스터 삐에로라는 자는 누굽니까?”
“일루전 님의 명령을 받드는 실행 부대인 ‘광대’의 수장이다.”
“그건 방금 들어서 알고 있고. 다른 정보는?‘
“삐에로에 대해서 알려진 건 많지 않아. 아마 일루전 님만 알고 계실 거다.”
“행적만 말해요. 판단은 내가 할 테니.”
게리 디는 순순히 마스터 삐에로에 대해 말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등지를 오가며 조직에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해온 부대다.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았어. 그만큼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놈이란 뜻이야. 생존자를 남기지 않지.”
“쉽게 입을 여는 걸 보면 별로 친해 보이진 않는 것 같군요.”
“아무래도 미라주의 전투 부대를 이끄는 사이이다 보니 경쟁 관계거든. 그리고 그놈 좋아하는 놈은 조직에서도 거의 없어.”
강무혁은 현정건과 미스터 조가 왜 다시 돌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경쟁했다는 건 당신처럼 미라주의 간부겠군요. 텔레포트 스크롤도 있을 테고. 현정건 헌터, 토마스 헌터를 빌리러 온 거군요.”
“맞습니다. 도망가지 못하게 해야죠. 잡으면 좋고 못 잡으면 죽여야 합니다.”
강무혁은 토마스를 돌아봤지만, 명령이나 부탁을 입에 담진 않았다.
토마스의 몸 상태를 명확하게 진단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강무혁의 눈빛이 뜻하는 바를 눈치챈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마법 발동 구조만 흩트리는 거라 별로 힘들지도 않고요.”
“계속 무리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러라고 데려온 것 아닙니까? 단장님 계획에서 제 지분이 크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까 거인 같은 놈이 아닌 이상 또 기절할 일은 없을 겁니다.”
“쿠브와 같은 괴물이 또 나오지 않길 기도해야겠군요.”
강무혁은 진심으로 토마스가 무리할 일이 없길 바랐다.
* * *
미스터 조와 현정건은 다시 정글로 들어갔다. 토마스 역시 누구도 모르게 자릴 비웠다.
그들의 빈자리는 알렉스와 레이븐이 채웠다.
연맹 소속 헌터가 게리 디를 감시하는 건 단순히 커맨더의 명령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게리 디는 연맹이 쫓는 미라주의 조직원이었고, 한시라도 빨리 아일라를 찾기 위해선 방해물을 제거해야 했기에 군소리 없이 임무를 인계받았다.
강무혁은 현 상황을 이글스와 공유했다. 그리곤 공격대의 이동 속도를 약간 높였다.
광대가 공격대를 쫓아 오게 되면 은신이 풀릴 테고, 위치가 확인될 터였다.
미스터 조와 현정건 페어는 바로 그때를 노려 저격할 예정이었다.
‘저기 기어오는 놈.’
현정건이 미스터 조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미스터 조는 체크만 하고 통과시켰다. 이후로도 계속 적의 위치를 확인했다.
수풀 아래 엎드려 숨어있던 둘은 적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스터 조가 말했다.
“난 오른쪽 라인. 현 씨는 왼쪽. 오케이?”
“삐에로는 누가 맡지?”
“그놈은 제가 잡죠.”
대답은 갑작스레 등장한 토마스로부터 나왔다.
“아씨, 깜짝이야. 기척 좀 내고 다녀요.”
미스터 조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인상을 찡그렸다. 현정건 역시 말만 하지 않았을 뿐 깜짝 놀란 상태였다.
‘이게 마법사의 은신 능력이라고?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역시 S랭크의 벽은 차원이 다르다는 건가?’
미스터 조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괜찮겠어요? 골골대는 사람이?”
“상대가 S랭크가 아닌 이상 지금 상태로도 문제없습니다.”
토마스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자 미스터 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S랭크를 걱정하는 게 웃기긴 하네. 그럼, 굿 헌팅.”
곧바로 토마스가 사라졌다. 남은 두 헌터 모두 그의 움직임을 눈으로 전혀 쫓지 못했다.
두 사람은 병약한(?) S랭크의 위용에 아찔함을 느꼈다.
“같은 편이라 생각하니 든든하긴 한데. 적이라고 생각하면 또 오싹하네. 어쩐지 삐에로가 불쌍해졌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실수하지 마라, 조 가야.”
“그쪽이나 잘하쇼.”
“뒤에서부터 친다. 앞에만 신경 쓰느라 대응이 늦을 거다. 기회가 나면 단숨에 죽여.”
“누구보고 오더질이야? 나 미스터 조야. 안 해서 그렇지 작정하면 무섭다고.”
아담한 몸으로 인상을 찡그려봤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현정건은 헛웃음을 뱉으며 돌아섰다.
“사냥당하지나 마라. 넌 내 영 순위니까.”
살생부에서.
“…….”
이윽고 홀로 남은 미스터 조는 기이한 표정으로 조금 전 현정건의 말뜻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뭐지? 방금?’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킨 가운데 미스터 조는 겨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놔, 이놈의 인기란. 나란 여자, 마성의 여자. 가만히 있어도 홀린다니까.”
미스터 조는 앞서 카피했던 페드로의 모습으로 변하며 목표물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의 손아귀에선 단검이 빙글빙글 노닐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현 씨는 내 타입이 아니야.”
* * *
먹잇감을 노리고 있던 마스터 삐에로는 문득 이질감을 느꼈다.
‘뭔가가 잘못됐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의 직감이 위기를 알려왔다.
그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척 연기하며 어떻게든 이질감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그는 이내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숲이 죽어있어.’
조금 전까지 들리던 벌레 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던 몬스터 울음도,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와 덩굴 스치는 소리마저 모조리 사라져있었다.
그야말로 무음의 세계. 죽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언제부터 이런 거지?’
너무나 자연스레 환경이 바뀌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스터 삐에로는 처음에 봤던 거인과 같이 위험한 몬스터의 영역에 들어온 건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이내 앞서간 표적들에게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깨닫곤 그 가정을 지웠다.
“아니면 내가 뭔가를 건드린 건가?”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건드리긴 건드렸지. 우리 단장님 성질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세계에 유일하게 답변해주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마스터 삐에로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독분을 뿌리며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순간 바람이 사라진 세계에 바람이 등장했다. 바람은 독분을 날려버렸다. 독이 닿은 나무가 검게 변색하더니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졌다.
“독하긴 한데, 우리 길드 독술사만큼은 아니야.”
토마스는 표범희를 떠올리며 마스터 삐에로의 독분을 평가했다.
그는 길드 소속 고랭크 헌터들의 능력을 강무혁으로부터 들어 파악하고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제아무리 S랭크라도 솔로 플레이로 게이트를 깨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최소한 공격대로 참가할 고랭크 헌터들의 특성 정도는 알아둬야 일이 쉬워졌다.
토마스가 잠시 딴생각을 하는 동안 마스터 삐에로는 코웃음을 치며 낫 모양의 무기를 꺼냈다.
“여유를 부리는군.”
“여유?”
“방금 스킬. 마법이지? 꽤 당황스러운 짓을 벌인 건 인정하지. 하지만 마법사가 홀로 딜러 앞에 모습을 보인 건 실수다.”
“실수?”
토마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마스터 삐에로가 빠르게 접근했다.
같은 헌터라도 마법사와 딜러의 민첩성은 큰 차이가 있었다.
원거리 공격에 유리한 평원 지형도 아니고, 엄폐물이 많은 정글에서 고작 10m 남짓한 거리는 죽여달라고 목을 내미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죽어… 라앗?”
쾅!
마스터 삐에로의 시야가 한순간에 뒤집혔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었다. 등판에 충격이 느껴졌다. 머리 위로 높게 솟은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그리고 눈앞에 불쑥 튀어나오는 마법사의 얼굴.
“좋은 말로 할 때 게리 디처럼 잡혀주면 좋을 텐데.”
“…….”
“표정을 보아하니 얌전히 잡혀줄 것 같진 않네?”
“이익!”
마스터 삐에로는 몸을 굴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다시 균형을 잃으며 엎어졌다.
‘뭐지? 내가 뭐에 당한 거지?’
다시 토마스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항복?”
그 말과 동시에 마스터 삐에로의 입에서 독침이 쏘아졌다.
안타깝게도 독침은 허무하게 공중에 멈춰섰다.
마스터 삐에로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는 상대가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
‘기습은 물 건너갔다. 대신 이놈을 죽이는 데만 집중한다.’
그는 품에서 자그마한 호루라기를 꺼냈다. 광대 부대원들을 모조리 불러모아 마법사를 제거할 속셈이었다.
하지만,
“소리가…….”
아무리 호루라기를 힘껏 불어도 소리가 퍼져나가질 않았다.
“간단한 결계인데. 나쁘진 않지? 그런데 그쪽, 학습능력이 없네? 소리가 나질 않는다는 걸 알았을 텐데 말이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바람에 잊고 있었다.
이 안엔 소리가 사라졌다는 걸.
마스터 삐에로는 황급히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냈다. 부하들이 전멸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자신만 살아 돌아가면 됐다.
“두고 보자.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는 힘껏 스크롤을 찢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왜?!”
토마스가 다가왔다.
“올 땐 마음대로지만, 갈 땐 내 허락을 받아야지.”
그제야 마스터 삐에로는 텔레포트가 막힌 이유가 눈앞의 마법사 때문이라는 걸 눈치챘다.
“게리 디…. 스케어크로우가 당한 이유가 있었구나.”
“너무 늦게 알았어.”
토마스의 손에 바람이 맺혔다.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거센 마나의 유동이 마법을 느끼게 했다.
마스터 삐에로는 이를 갈며 악다구니 쳤다.
“게리 놈! 그러게 잡히기 전에 뒈졌어야지이!”
콰아아앙!
이어 일진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