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110
00110 살아가는 것 =========================
공포.
그 감정이 하프라인 데드라이브를 잠식했다.
동경하고 또한 두려워 했던 그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도망쳤다.
차오르던 분노도 질투도 모든 것이 눈녹듯 사라져버리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죽인 이들에 대한 추격도 내팽개쳐버리고 도망쳤다.
그렇게 오란마을의 평화는 지켜졌다.***”스승님!”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던 츠바사는 그 끝에 힘없이 쓰러져 내렸다.
황홀경에 빠져 자신에게 허락된 이상에 닿았던 그는 추락해버렸다.
“정신차리십시요 스승님! 적이 물러갔습니다!”
뒤늦게 달려가 불러보지만 츠바사의 초점은 어느새 흐릿하기 그지없었다.
눈은 떠져있으나 그 위로 맺히는 상이 없다.
“후후,용화야.”
그런 그에게 츠바사는 힘없이 웃었다.
“말씀하십시요, 제자 여기 있습니다!”
“나는 너만할 적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줄 알았다.”
후후하고 웃는 그의 시선은 먼 과거를 향해있었다.
최연소로 세계검도대회를 제패하고 각국에서 난다긴다하는 검술가들을 전부 압도적인 실력차로 이겨버렸던 시절이다.
모든 것이 지루했고 모든 것이 한심했다.
“그것이 틀리지는 않았으나, 그것이 항상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하더구나.”
강해지기 위해서 떠난 무사수행.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자리서 우물안 개구리마냥 있기보다는 세상을 떠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세상의 등지에 숨은 많은 은거기인들과 겨루며 자신을 닦기로 했다.
메마른 사막을 건너고 극한의 빙하를 넘어 오지의 밀림을 가로지르며 수 많은 이들과 만났다.
분명 그 과정속에 츠바사는 강해졌으나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했다.
그 이유를 이제서야 깨달았다.
“진리는 언제나 눈 앞에 있으나 보지를 못 한다고 하더니… 틀린 말이 없구나.”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은 강해지는 길은 사실 별게 없다는 것.
매 순간 지금의 자신보다 더욱 강해져간다면 굳이 먼 길을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괜히 남을 보고 남에 의해 씌워진 제일검이라는 별명에 연연했던 것이 자신의 앞길을 막았던 것이다.
세상을 둘러보는 것 또한 마찬가지.
굳이 먼 길을 나갈필요가 없었다.
이제서야 깨달은 세상이란 자신의 소중한 이들이 모여만드는 곳이라는 것.
가장 소중한 제자가 바로 근처에 있것만 무엇을 찾아보겠다고 돌아다녀야 했을까.
“너를 만나서 나는 그제야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구나.”
지지직.지직.
노이즈가 낀다.
서서히 사멸해가는 그의 몸이 점점 흐릿해져간다.
존재하는게 분명한 육신이 자연물과 동화되가며 마치 디지털데이터마냥 주변과 동화되며 사라져갔다.
붕 떠오르는 기분이다.
육체는 이 곳에 있음에도 정신은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그렇기에 최후의 말을 해야 했다.
언제나 생각해왔던 말을.
아직은, 아직은 하고 미뤄두었던 그 말을.
겨우겨우 날아갈 것 같은 정신을 붙잡고 츠바사는 웃었다.
“고맙구나, 제자야.”
우웅.
사라진다.
흐릿해지고, 없었던 듯이 존재자체가 세상속에 사라져갔다.
“아..”
용화는 그 광경을 하염없이 바라만보았다.
느껴지는 것은 극한의 무기력증.
또 다시 자신은 이렇게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가?
지구에서도, 이 곳에 와서도, 결국 스스로 지킨 것은 없었다.
그런데, 또 다시 이렇게?
그럴 순 없다.
이럴 순 없다.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버릴 수는 없다.
그러니까,
“허운서어어어어어어어어엉!!!!!!!!!!”
목이 터져라 부르짖었다.
분명 스승은 말했다.
그는 다른 무엇보다 그 ‘눈’이 특별하다고.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 눈.
그렇다면 분명 이 또한 보고 있으리라.
“보고 있는거 알고있습니다! 당장 나오십시요!!!”
어찌보면 과다망상이고 현실도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화는 확신했다.
그 남자는 이 곳을 보고 있으리라고.
그리고,
“아, 거참 동네방네 소리치지좀 말라고.”
동네 양아치처럼, 건들건들한 목소리로 그가 나타났다.
우득.우드득.
그와 함께 어둠이 일었다.
붉은 오란으로 뒤덮인 주변을 검게 물들이는 물감이 주변을 뒤덮었다.
“사람이란 실로 대단하군. 솔직히 열외 2안에 도달할 줄이야”
운성은 여유로이 웃으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용화의 표정은 구겨졌다.
“당신, 알고 있었지 않습니까!”
“음? 뭐를? 네 사부가 이 작은 마을에서 작은 소녀와 인연이 닿을 거라는거?
그런 것 까지는 내가 어떻게 알아”
실제로 운성은 츠바사가 오란 마을에서 소녀와 인연을 맺을지 몰랐다.
까드득.
용화는 이빨을 부서질듯이 꺠물었다.
“모르는 척 하지 마십시요..! 스승님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잖습니까!”
작은 인연은 몰랐다고 치자.
하지만 저렇게 거대한 무언가의 존재를 그가 몰랐을리 없다.
자신이나 츠바사는 그가 관심을 두는 중요인물.
이러한 상황이 쳐하기 까지 몰랐을리가 없다.
필시 이 상황은 그가 의도한 것.
아니, 그가 의도치 않더라도 방관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아아~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작해야 남탓인가?”
“?!”
“어이어이, 닥쳐온 자연재해를 원망하기는 턱도 없으니 그나마 만만한 내게 핑계를 돌리는건가?”
“그게 무슨…”
“어이, 검.”
당혹감과 차오르는 분노를 냉혹하게 끊었다.
“네가 애초에 저 검은 놈을 베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웃..!”
“웃기지 말라고? 내가 할 소리야. 검은 베는 도구야. 상대가 강하던 연하던 그건 네가 신경 쓸 필요가 없지. 무엇이든 베는 것. 그게 네 역할이라고.”
“큭, 그게 말이 되는…!”
“왜 말이 안돼. 지구상에 있을 떄 자연재해던 거대한 파도나 폭풍. 지금의 너라면 충분히 베어버릴 수 있잖아?이번엔 네가 그러지 못했을뿐이야. 네가 약했을 뿐이고.”
억지다.
항거할 수 없는 폭력이고, 괴변일 뿐이다.
하지만,
하지만 맞는 말이다.
결국 이런 세계다.
인간대 인간이 싸우는 것이 아닌,
인류를 멸망시키려드는 세계와 싸워나가야 하는 바벨이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는 것은 결국 핑계밖에 대지 못한다.
그러나, 인정할 수 없다.
여기서 쉬이 인정하기에는 너무 분하다.
“웃기지 마십시요..! 그렇다 한들 스승님의 죽음을 방관하실 것 까지는 아니었잖습니까! 당신이라면 그 전에 충분히 빼돌릴 수 있었잖습니까! 어째서 그냥 내버려둔 것입니까! 저를 강하게 연단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라면 분명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가온 검은 괴물을 쓰러트리지는 못했을지언정, 그전에 자신의 스승을 대피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방관해버렸단 말인가?
허나,
“갈수록 가관이군.”
운성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천형.”
그리고 손가락을 들어 용화를 가리켰다.
“그 지병은 널 1년안에 죽게 한다. 네가 살고자 한다면 너의 여동생을 죽이고, 암향의 핵이 되는 그 심장을 취해라. 지금 네 상태를 보자면 일주일안에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무슨 수를 쓰든 넌 죽는다. 그럴 수 있겠나?”
푹.
차가운 말이, 날이 서린 비수가 되어 날아와 박힌다.
할 수 있을리가 있나.
그럴 수 있을리가 있나.
그녀야 말로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임을.
“사람의 가치관은 모두 다르지. 제 목숨이 제일 귀중한놈도 있고, 제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제 목숨도 뭣도 중요한 것이 없는 놈이 있을 수도 있지. 네 스승은 개중 제일 처음이었지. 만난지 한달도 안된 소녀와의 인연을 위해 제 목숨을 받칠 수 있는 사람. 목숨 그 위에 자신의 긍지를 올리고, 신념을 세우며 자신이 옳다고 하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 그게 네 스승이였다. 틀린가?”
맞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전부 어리광이었을 뿐이다.
운성이라 한들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만’ 있었을 것이다.
그의 스승의 신념과 긍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작은 인연이라도 그것이 자신에게 소중하다면 그를 위해 목숨을 받칠 수 있는 사내였다.
그 인연이 소중하다기보다는 그것이 그의 신념이었을 뿐이다.
그것은 운성이라한들 어떻게 할 수없다.
설혹 스승을 구한답시고 강제로 본거지에 살린들 그것이 스승을 위한 것일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깨져버린다면 그로구한 목숨은 의미가 있는가?
“크흑…!”
뜨거워지는 머리를 차갑게 식혀버리는 현실이 다가왔다.
냉혹한 실상은 열띈 이상을 부숴버리고 그에게 말한다.
네 잘못이야.
네가 약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야.
자연재해라고 포기하는 것은 어리광일 뿐이다.
지구상에 있던 시절에도 인류는 자연재해에 도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고, 이루어냈다.
자신은 그저 이루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지구상에서야 자연재해가 그리 빈번하지 않아 못이겨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지만, 바벨은 다르다.
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자연재해에 이겨내야하고 그러지 못하면 죽을 뿐이다.
그 뿐인 것이다.
약육강식과 약자도태.
모든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그저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만만한 상대에게 화풀이를 했을 뿐이다.
그것을 깨닫고서야 용화는 힘없이 무릅꿇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냉혹하더라도, 고개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차가움이 그를 감쌋고 비탄의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그 때 였다.
“뭐, 팩트폭행은 이 쯤하자고.”
그 차가움을 부수는 목소리가 들렸다.
“더 늦으면, 네 스승을 살리지 못 할지도 모르니까.”
========== 작품 후기 ==========
두둥!
이제 주인공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