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62
00262 자유연합 =========================
“크으히히히!”
음침한 귀속성을 흘리는 숲 속에서 레이븐은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청화로 증발시키며 주변을 훑었다.
‘거의 합쳐졌나.’
사령술에는 조예가 없지만 오랜 전투 경험은 대략적인 본질을 꿰뚫게 한다.
이 미친 숲과 저 미친 놈이 부분적으로 하나가 됬다.
미친 놈 끼리 참 어울리는 조합이다.
꾸드득 우드득.
기괴한 소음을 내며 달려드는 귀신들린 나무줄기에 썩어내리며 계속해서 덮쳐드는 멜팅 자이언트, 땅속을 파헤치며 달려드는 망자들과 대기 자체에 가득한 독소와 심심하지 않게 다가오는 저주들.
숨쉬는 행위부터 시작한 모든 주변이 적의를 가진 이 혹독한 환경에 레이븐은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이런 빌어먹을 공간, 그나마 제 역량을 낼 수 있는 자는 자신의 동료 중에서도 끽 해야 바랑마다가 끝일 테니까.
그러니까,
“전부 없애주마”
타타타타타탕!
그의 총구가 가열차게 불을 뿜었다.
끝없이 다가오던 공세는 어느덧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원념은 남아돌아도 그것이 자신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뭉치게 해줄 핵은 그의 청화를 둘러싼 총화에 괴멸적으로 줄어들었으니까.
끝없이 안에 든 것을 쏟아내며 녹아내리던 멜팅 자이언트도 이제는 듬성 듬성 빈자리가 보인다.
그 순간.
우우우우우웅!
저 멀리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졋다.
“저 곳은..”
“키키, 그가 최후의 불꽃을 태우는구나.”
서로에게 익숙한 기운들이다.
하나는 매드 콕로치요 하나는 만병장.
둘 다 강력하지만 그 기세는 이것이 그들이 최후의 스퍼트를 낸다는 것.
“우리도 슬슬 끝을 봐야지?”
“키캬하하하”
그것이 신호.
이 지루한 혈전의 끝을 볼 때가 온 것이다.
사령술사는 끊임없는 물량공세를 통한 장기전이 주 특기지만 모비딕스 쯤 되면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최고의 상황이야 말로 그가 진정한 ‘사령술사’라고 불리는 이유.
지금껏 그가 준비했던 모든 판이 완성됬다.
‘온다.’
레이븐 역시 상대의 변화를 눈치챘다.
“크키키키, 그래 이제 끝을 내자고!”
광기에 완전히 물들어 전투전의 여유를 잃고 이성이란 전부 내다버린 것 같은 모습을 한 모비딕스가 괴악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온통 썪어 문드러진 모습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만 같으나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맨 몸으로 덤벼들다니, 배짱도 좋구나!”
그렇다고 겁먹으면 레이븐이 아니다.
무언가 있을 지언정 전부 쏴죽이면 그만 두 자루 리볼버가 총구에서 불을 뿜기 시작하는 그 때,
“와라! 부서진 망자들아!”
-사망유희 Rank S+ 발동!
-망자의 영혼을 초혼한다.
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비딕스로부터 퍼져나간 거대한 마력파동이 주변에 깔린 온 원념을 강타했다.
일반사람이라면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이나 레이븐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기는 힘들 원념이 그 마력파동과 닿는 순간 격변하기 시작했다.
기에에으아갸아아아아아
무형의, 그저 곡소리를 내는 것만 고작이던 놈들이 반투명해지더니 흐릿해 무너질것만 같은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맹렬한 적의를 품은 그들은 부활하자마자 온 주변과 거칠게 싸웠다.
“허.”
한 둘이 아니다.
지금껏 분해시켜버렸던 모든 망자들의 원혼이 반투명하기 실체화하기 시작했다.
기껏 다잡아 왔던 것들이 전부 다 살아나는 광경.
‘아니, 그 뿐이 아냐.’
단순히 그 뿐이 아니다.
살아있는 이들에게 버서커마법을 건 듯이 그들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당장 멜팅 자이언트를 구성하던 망자들 역시 폭주하기 시작했는지 녹아내리는게 가속화 되고 꽉 압축되어 있던 온갖 원념이 폭주하듯 솟구치며 멜팅 자이언트는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쓰러져갔다.
“정말, 넌 죽일 놈이구나.”
이 원혼들은 이 순간 주변에 자리한 모든 대상을, 망자와 생자를 구분하지 않고 덮칠 것이다.
그들이 가졌던 모든 원망을 풀 수 있도록.
그리고 사라질 것이다.
모비딕스의 입장에서는 그가 긴 시간동안 쌓아왔던 병력을 한 순간에 모두 날려버리는 것이지만 단순히 그것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이제는 정말 죽어버린 이들을 완전히 존재의 소멸로 몰아붙이며 자신의 병기로 쓰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안식조차 방해하는 그 모습에 레이븐은 이를 갈았다.
어차피 누군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지만, 이 것은 정말.
“키하하하, 본편이 끝났으니 스핀오프가 아닌가!”
이 광경을 만든 모비딕스 역시 망자들에 온 몸을 뜯기고 있었다.
“하..”
자신에게도 다가오다 청화에 녹아내리고 그러면서도 다시 다가와 조금씩 청화를 사그라트리며 몰려드는 망자들.
“그래, 끝을 봐야지.”
더 이상의 감상은 사치라는 것을 느낀 순간 레이븐이 전방을 향해 뛰어들었다.
청화가 그가 내달리는 길에 잔상이 되어 타오르고 총구는 불을 뿜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
“키하하하핫!”
광기에 찬 웃음과 우레와 같은 총성이 사방을 메웟다.
콰아아아아아앙!
시간이 흘렀다.
주변을 폐허로 만든 광폭한 시간이 흘렀다.
쿠웅!
“크히ㅎ…커헉!..킿,히히히히!”
모비딕스를 땅바닥에 쳐박은 레이븐이 저주로 물든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쿨럭.
꺼멓게 죽은 피가 솟구쳤다.
“이제 좀 죽어라.”
“키힣히히히히힛”
걸레짝이 되고도 연신 웃고 있는 모비딕스는 다시 걸어온다.
탕!
총성이 울려퍼지고 그를 꿰뚫는다.
그럼에도 그는 죽지 않는다.
“미치겠군, ‘죽음’ 그 자체를 뒤로 미뤄놨냐?”
-데스도어 – 생사의 문턱 발동 Rank S+
-10초 동안 술자는 결코 죽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빈사상태에 빠진다.
레이븐은 결코 알 수 없는 최후의 한수를 발동시킨 모비딕스는 웃으며 양팔을 벌린다.
“키하햐햐햐, 아직, 아직 이 축제를 끝내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다시 한 번 거대한 그를 중심으로 거무침침한 마력이 몰려든다.
그 마력이 주변에서 미쳐날뛰는 원혼들을 강제로 잡아들인다.
그리고 구축하는 것은 하나의 갑주.
원혼이 물들이 검고 검은 칠흑과 같은 플레이트 아머가 모비딕스의 전신을 휘둘렀다.
-죽은 자의 갑주 Rank S+ 발동!
죽은 자가 입은 것이 아닌.
죽은 자로 만들어내는 죽은 자의 갑주를 둘렀다.
그런 그의 시야를 갖가지 환상이 뒤덮는다.
이것은 이 갑주를 구성한 망자들의 생전 기억이 만들어낸 환상.
이 순간 더 이상 모비딕스는 스스로의 자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나 상관없다.
망자는 언제나 생자를 증오하고, 죽은 자의 갑주를 입은 자는 일시적으로 ‘망자’가 되기에
이 곳에 놓인 생자는 오로지 저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다 죽어가는 레이븐 뿐이니까.
이 뒤는 원한에 미친 자들이 알아서 해줄테니까.
“끔찍하기 그지 없군.”
자세한 사정 까지 알리가 없는 레이븐은 그저 다시 두 자루의 총을 쥐었다.
모비딕스는 공간 내의, 자신조차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자를 죽이는 술식을 펼치고 자신의 목숨을 데스도어로 강제로 연명한 채 레이븐에게 충분한 피해를 입히고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한 상태로 자신이 초혼시킨 원혼으로 만들어낸 죽은 자의 갑주를 입고 싸우려드나, 레이븐의 입장에서야 어차피 숨쉬는 것부터 시작한 주변 모든게 적이기에 변한 것은 없다.
그저 이제 좀 끝날 때가 됬음에도 안 끝나고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질질 끄는 상대가 질릴뿐이다.
쿠드득!
망자의 갑주가 기이하게 뒤틀리며 거대한 모닝스타를 만들어냈다.
순간순간 모양이 뒤틀리며 그 안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의 얼굴과 같은 형상이 튀어나오는게 보니 저것의 재료가 무엇일지는 뻔하다.
“와라.”
그렇다고 한 치 물러날수는 없으니 그저 싸울뿐이다.***”야, 길이 보인다!”
정처없이 헤매던 까마귀 여단은 이 빌어먹을 숲이 무너지더니 점점 길을 보이는 것을 눈치챘다.
중간중간 별 기괴한 놈들이 습격 해왔으나 겨우 이 정도에 쓰러지기에는 그 이름값이 아까웠다.
다행히 동료들끼리는 모두 만났으나 단장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들은 그 순간 직감했다.
이 빌어먹을 숲을 만든놈과 그들의 단장이 만나서 한판 뜨고 있을 것을.
그 순간 그들은 한대 뭉쳐 길을 찾기위해 길을 개척해나갔다.
보아하니 온갖 주술로 미로와 같은 형상으로 얽힌 것 같은데 별다른 술법의 조예가 없는 그들에게 이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힘으로 때려부수고 무조건 직진하는 것.
어찌보면 낭비에 가까운 힘의 소비였으나 그들의 정성이 마침내 통했을까?
갑작스레 거대한 힘의 진동이 느껴지더니 숲이 크게 뒤흔들렸다.
저기다!
모두의 머리속에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느껴진 파동의 근원지를 찾아 온 화력을 쏟아부으며 길을 뚫어내니 마침내 그들의 단장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비틀거리면서도 총을 뻗어 쓰러진 상대의 머리통을 향해 겨누고 있는 그들의 단장의 모습이.
“키히히, 마,말도 안되는 구나.. 손가락 까딱할 힘 밖에 없을텐데…”
온갖 추악한 술법으로 길게 길게 전투를 끌었다.
지쳐 쓰러질 법도 한 상대는 그럼에도 끝가지 쓰러지지 않고 싸웠다.
죽은 자의 갑주가 부서져나가며 일부나마 이성을 찾은 모비딕스는 질린 듯이 말했고,
그에 레이븐은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킥킥대며 웃으며 답했다.
“멍청아, 방아쇠를 당기는데 손가락 까딱할 힘 이면 충분해.”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한 쪽이 끝났네요!
슬슬 정리 시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