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89
00289 부패왕국腐敗王國 =========================
원래라면 이 정도의 공격에 이렇게 주변 지형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허나 거대 구더기 인버즈는 그 이름답게 거대한 몸집으로 주변의 지형속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가 몸을 움직이니 자연스레 그 자리만큼 빈 자리가 생겼고, 거기다 용트림까지 크게 쳐주니 주변 지반에 심각한 피해가 누적된 것이다.
거기다 추가적으로 공격이 가해져 주변 대지가 전부 붕괴되었다.
“붕괴 10초전입니다!”
그들을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반투명한 육면체의 공간이 붕괴되기 10초 전.
들려오는 카운터에 아이오닐의 사고가 가속했다.
“중력역전과 기류제어로 추락을 최대한 늦춰라.”
“예? 네!”
아이오닐이 한 말은 정말 잠깐의 시간 벌기와 다름없다.
당장의 추락을 멈출 뿐, 위에서 떨어지는 무수한 살덩어리를 무한정으로 막아낼 수 도 없을 뿐더러 바닥이 붕괴되어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동료들의 추락을 막아내는 상태에서 그 마법의 지속시간은 더욱 짧아질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
그들의 마음을 읽은 아이오닐은 작게 읇조렸다.
곧 이어 붕괴가 시작됬다.
주변의 온 살덩어리가 무너져 내리고 붕괴하며 그들을 추락시켰다.
“지금이다!”
아이오닐의 신호와 함께 마법을 운용하는 이들의 능력이 발동됬다.
각종 마도공학 도구를 포함해, 개인의 마법, 단체의 마법이 발현되어 추락하는 일만이 넘는 이들에게 작용하는 중력을 반전시키고 그들에게 쏟아져내리는 살덩어리들의 기류를 제어해 직접적인 타격을 빗겨내게 했다.
동시에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 전개하는 2가지 마법, 거기다 머리 위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는 막대한 크기의 질량 덩어리들은 마법을 쓰는 자들에게 격한 부담을 배가시켰다.
“오래는 못 버팁니다!”
적을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이렇게 그냥 있는 것으로 많은 마력을 낭비했다가는 후에 전투시에 무리가 온다.
“버텨.”
황제의 안색은 좋지는 않았으나, 그렇게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그의 의도를 모르는 이들이야 다급했으나 그렇다고 독단적인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서 제 살길 찾겠다고 타인을 배신하는 이들은 지금의 인류제국에는 더 이상 없으니까.
절망적인 상황에서 핀 인류애의 꽃, 그것의 정화가 인류제국이었다.
쿠구구궁.
지각이 뒤틀리고 변동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웅장한 소프라노와 같은 음, 그 속에서 갑작스레 이질적인 소음이 섞여들었다.
쿠궁, 구구궁.
“어? 저게 뭐야?!”
마법을 직접적으로 발현하지는 않은채, 동료들의 부담속에 몸을 보호하며 미안함에 할 일이라도 찾자 사주경계를 하던 이들 중 하나가 문득 바닥을 보며 의아스러움을 띄었다.
그에 따라 다른 이들도 바닥을 보자, 놀랍게도 붕괴되어 사라졌던 바닥이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되었다. 천천히 기류제어와 중력반전의 마력을 조절하며 하강한다.”
“오케이!”
희망이 보였다.
그들은 웃으며 각자 마력을 조절했고, 천천히 바닥에 내려섰다.
위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질량들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일단 지지할 바닥이 생겼으니 이젠 말이 다르다.
“화력쏟아 부어서 위를 막아, 저것들도 결국 그친다. 그 동안 그랜드캐슬에서 커버할 것을 만들어.”
“라져!”
콰아아앙!
쾅! 콰아앙!
각각의 원거리 공격들이 쏟아지는 머리 위를 향해 쏟아부어지며 화려한 불꽃의 향연을 만들었다.
그런 그들의 엄호밑에서 그랜드캐슬은 무너진 살덩어리를 이용해 비계를 만들고 벽을 만들며 천장을 만들었다.
일단 건축의 기반이 쌓인다면 단순한 물리량은 그랜드캐슬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별다른 의지도 저주도 없는 것들은 적설積雪의 술식을 이용해 내린 눈이 쌓이듯 그들의 건축물의 자재가 되어 강도만 튼튼하게 바꿔주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순식간에 그들을 지켜주는 작은 성채가 완성되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짧은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으, 이 악취는 어떻게 안되나.”
“배부른소리하는군.”
“쩝.”
건축 자재가 썩은 살덩어리다보니 주변에서 풍기는 악취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이것에 의해 한 몸 건사하고 있으니 딱히 불만을 표시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황제.”
“왜 그러지?”
“갑자기 저 바닥이 꾸물거리며 생길 줄은 어떻게 알았소?”
“그거 말인가.”
한 쪽에서 음료 겸 포션으로 몸을 회복시키던 아이오닐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계속 생각해봤다. 군대란게 결코 쉽게 만들것도 아니고,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 곳엔 너무나도 많은 수의 괴물들이 존재하더군. 그것들을 다 먹여살릴려면 자원은 한정되 있을 것인데, 다른 것들처럼 주변의 마나를 포식하는 것들이면 몰라도 전투중에 보자니 분명 육식행위를 하는 것들을 유지시키자면 주변의 것을 먹고 살아가야 된다. 거기다 여기는 파리 대왕의 부패왕국이라는 곳. 그런 놈들이 먹을 것들이야 뻔하지.”
주변에 산재한 썩은 살덩어리들.
“뭐, 그것도 있고 말이지. 우리를 납치한 그것이 처음엔 뭔지 확신이 안섰는데 살아있는 놈이 분명한 이상, 저 거대한게 존재하는 길을 따라 움직일리도 없는데, 우리를 덮치려고 주변 땅을 다 쳐먹으면서 오는 것을 보니 평소에도 주변 지형을 먹고 다닐 것 같더군. 그럼 좀 이상하잖아. 그렇게 온 주변을 먹고 다니는 괴물들이 많은데 이 부패왕국이란 곳이 남아나는 것이. 당연히 그 살덩어리들이 증식하거나 재생하거나 누가 보충하거나 할텐데. 지금껏 아무리 봐도 딱히 누군가 보충시키는 일은 없었으니 증식아니면 재생이거니 했겟지.”
“허…”
“역시..”
아이오닐의 설명에 모두는 대단하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그 급박한 순간에 그 많은 가정을 하고 결론을 도출시키고, 수 많은 인명이 걸린 막중한 책임감의 자리에서 한 치 망설임없이 판단을 내린다?
그야말로 황제의 그릇.
“그런데 하나 궁금한게 있소.”
“뭐지?”
“그렇게 따지면 이 곳에 길이 있는게 이상하지 않소?”
“뭔 소리야?”
동료의 질문에 듣고 있던 옆의 이가 물었다.
“아니, 길이 다 재생했어야 맞지 않겠냐는 거지. 완전한 벽으로 막혀있어야 할텐데 우리가 진군할 때 길이 파헤쳐져있었잖아.
“그건 뭐 여기 있던 괴물들이 만들었겠지. 여기도 왕국인데 걔들도 길은 필요했을 것 아냐?”
“걔들 나올 때 못봤냐? 벽이고 뭐고 그냥 꾸물거리며 나오는 거? 우리같은 인간의 기준에서야 길이 필요하겠지만, 쟤들한텐 그딴게 필요할까?”
그 말에 동료는 일리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오닐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것도 생각하지 않은 바는 아니네. 하지만 아직 확신이 없으니 답은 뒤로 미루지.”
“흠, 알겠소.”
답을 피하는 아이오닐의 모습에 따로 추궁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굳이 분란을 만들필요도 없으니까.
낮게 웃은 아이오닐의 시선이 운성을 향해 돌아갔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오?”
“그걸 나한테 물어보나? 결정권자는 내가 아닐텐데.”
“당신이 괜히 저 거대한 구더기를 보자고 온 것은 아닐터. 저 밑으로 꺼지긴 했으나 찾자면 못 찾을 것도 없을터. 당신이 원하는게 있을 것 아니오?”
“그런가?”
“그렇소.”
“그렇네.”
운성은 유쾌하게 웃었다.
실제로도 지금 그의 기분은 꽤 좋았다.
그가 이곳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 한 가지, 아이오닐이 깨달아주었으면 하는 것을 아이오닐은 훌륭하게 깨닫고 처한 상황을 해결해주었다.
“일단은 그 거대구더기들을 찾아야지.”
“흠.”
“왜 그래?”
“아니. 이러면 우리가 꽤 다른 이들과 멀어질 것 같아서 말이오.”
“걱정되나?”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소.”
“그럼 돌아가길 원하나?”
“아니, 그것은 아니오.”
“왜?”
“나 없다고 허망하게 무너질 이들이 아니오. 그간 그들에게 우두머리로서 해야할 것들을 나눠서 가르쳐주기도 했고, 그들이 해야할 역할만큼 여러가지를 분배해두기도 했으니. 내가 없어도 그들은 잘해주겠지.”
“그런데 왜 걱정해?”
“잘할 것을 알더라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동료아니겠소.”
“그것은 또 그렇네.”
피식.
운성은 실없이 웃었다.
“그럼 계속 진행하는 걸로 하지. 우리는 그 거대한 괴물들을 포획하는게 목표거든.”
“포획?”
“그래. 살려서 쓸 거야.”
“그것 참 유쾌한 계획이군. 그것을 이동수단으로라도 쓰자는 것이오?”
“아까봤잖아?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우린 이동하려면 열린 길로만 가야 되는데, 저들은 없는 길도 만들어가는 것.”
“뭐 좋긴한데.”
“좋긴한데?”
“보통 이런 절대권력적인 종족은, 하위 종이 상위 종에게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배되어 있지 않소? 우리가 제 아무리 정신지배를 잘 한들, 그들의 왕 그러니까 파리대왕에게 가면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가지않소?”
“그건 그 때 봐서 알 일이고. 지금 당장은 이 쪽이 편하니까.”
“흠, 알겠소.”
운성의 말에 아이오닐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뭘 하면 되오?”
물어오는 아이오닐의 질문에 운성은 웃으며 답했다.
“땅 파.”
========== 작품 후기 ==========
삽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