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291
00291 부패왕국腐敗王國 =========================
파리대왕의 제안은 합리적이었다.
분명 그와 싸워 이겨서 얻을 이득은 보이지가 않는데, 당장 그와 싸우는 것만으로 생길 손해는 수두룩 했다.
“정말 합리적인 말이네.”
“크후후, 그래. 자네들 정도의 자격요건을 갖춘 ‘종’은 지위고하에 막론하지 않고 ‘종’ 자체를 이 몸의 친우로 인정해주마.”
고개를 끄덕이는 바랑마다에 파리대왕은 크게 웃었다.
허나,
“그런데 말이야.”
“으음?”
“정말 합리적인 말인게 또 문제네.”
“무슨 말인가?”
“내가 아무리 봐도 우린 서로 싸워야 할 것 같은 관계야.”
“크후, 이해 할 수 없군.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것이지?”
실컷 긍정하다가 갑작스레 정반대의 답을 하는 바랑마다를 보며 파리대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말은 분명 합리적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곳 바벨은 불합리의 대명사와 같은 공간이거든.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싸웠던 것은 맞아.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반드시 타 종족을 공격하고 약탈해야만 했지. 그것은 그 종족들에게 있어 불합리 그 자체였지. 가뜩이나 이미 멸망해버린 세계, 겨우 아둥바둥 살아가는 곳에 왠 낯선 놈들이 나타나 약탈전쟁을 펼치니까 말이야.”
“그래, 그러나 그것은 이 몸과는 상관 없는 일이네. 게다가 그 것은 자네들의 기준에서 보면 합리적인 전쟁이었지않나? 단순한 흥미위주의 학살이 아닌 살기위한 투쟁이었으니까.”
“그렇게 핑계대는 것이 가능할 수 도 있겠지. 근데 그건 핑계고, 네가 이해해 줄 만한 일도 아니지. 우리한텐 그렇게 강제된 전쟁 그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니까.”
“그후후, 자기비하인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그러니까 말이야. 네 말대로 우리가 싸움을 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이 세계가 우리를 그렇게 놔둘것 같지는 않아. 우리 입장에서 설령 합리적이지 못한 전쟁이지만 그것이 강제된 불합리는 우리가 이 곳에 온 이후 항상 따라붙은 것이거든. 너를 죽인들 뭔 이득이 있을 진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우리가 합쳐질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신한다.”
“이해할 수 없구나.”
“이해할려고 하지마. 이해할 만한 세상도 아닌데.”
“정녕 권주를 멀리하고 벌주를 가까이 하려하나?”
“요새는 쓰지도 않는 말을 쓰는군. 솔직히 지 부하들을 밀어죽여놓고 그렇게 쳐죽인 이들과 친구가 되겠다는 놈과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데?”
“어리석은 말이다. 그것은 종족에 따른 가치판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차가 아닌가? 당장 너희들은 동족포식을 금하나 어느 종족은 전통적으로 선조의 힘을 계승하기 위해 동족포식이 전례로 내려오는 종족도 존재한다.”
“그건 아는데, 그 딴거 상관없이 난 네가 싫어.”
“크후후, 고집불통이구나.”
권좌에 앉아 그를 설득하던 파리대왕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뭐 좋다. 지금보니 그대들의 우두머리 역할은 자네가 하나 보지만, 곧 그대들의 황제가 오면 또 다른 협상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 이 몸은 대화를 원하나 그대는 투쟁을 원하니 잠시간 놀아줄 수 밖에 없구나.”
딱!
안타깝다는 듯이 말한 파리대왕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이 울려퍼졌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온다, 준비해!”
딱 봐도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진동.
그에 모두가 경계태세로 돌아섰고, 얼마되지 않아 그들이 나온 여기저기 뚫린 구멍, 그리고 그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뚫려있는 수 많은 구멍에서 어마어마한 크고 작은 군세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기괴한 혼종들!”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든 종류의 괴물들이 다 튀어나왔다.
흩어졌던 각종 영지에서 보았던 여러괴물들.
극독을 포함한 것, 타 종족에 기생된 형태, 여러 종족이 짜맞춤된 것, 뼈만 남아 기이하게 움직이는 것, 그 틈새에 총알 같이 날아다니는 초소형의 기생파리.
파리대왕은 마치 유희거리인 것 마냥 그 모든 것들을 콧노래를 부르며 불러들였다.
“사전에 기계획된대로 대처한다!”
“라져!”
“알겠소!”
“알겠습니다!”
워낙 사방팔방에서 나오기에 전체적인 진형으로 맞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전에 계획된대로 조합에 맞춰 섞여가며 최소한의 진영을 갖추고 개별적으로 상대해가야 했다.
전체적인 전장의 지휘는 힘들어도 야전의 지휘에 한 해서는 아이오닐도 고개를 끄덕이는 바랑마다였기에 다른 이들도 딱히 그 오더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바랑마다를 보며 파리대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이해하려 하지 말라니까.”
거리상으로 수십미터는 떨어진 둘의 시선이 마주했다.
“그대는 약하다.”
“시끄러.”
“당장만 해도 말…응?”
또 다시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가 갑작스레 나타나 바랑마다를 향해 손을 뻗은 파리대왕.
그런데 이번엔 그 손이 바랑마다에 의해 막혔다.
“불쾌하니 꺼지시지?”
투쾅!
바랑마다는 그대로 반대쪽 손으로 파리대왕을 후려쳤다.
“허허. 그렇군.”
허나 파리대왕은 너무나 여유롭게 그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대는 사기꾼이었구나.”
“시끄러.”
“당장 스스로부터 속이는 그런 사기꾼 말이야.”
크게 드러난 것은 없으나 파리대왕의 눈에는 보였다.
아까와는 달리 전시에 들어서자 어느새 바랑마다의 육체내부에는 수십가지 버프가 걸려있었다.
온갖 종류의 신경가속과 비전향상, 사고팽창, 소규모의 육체변이.
그런 것들이 수십가지가 걸려있었다.
“평시에는 크게 뛰어나지 않을 육체를 전시상황에만 수십가지의 버프를 걸어 강화시키는 군. 스스로의 육신을 속이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했다간 그 명이 언제 달할지는 그대 또한 알텐데?”
말이 좋아서 ‘버프’라고 할 수 있지, 저 정도로 과다하게 사용하는 ‘버프’는 ‘저주’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육신의 성능을 속이는 것도 한 두번인데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것을 저렇게 순간적으로 거는 것은 분명 그 동안 몸에 베일 정도로 사용했기에 쌓인 숙련도.
바벨을 오르며 육신이 강해지고 격이 높아졌다고 한들, 그 상태에서도 스스로의 명을 재촉하는 행위다.
“내일은 커녕,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할 곳 없는 세상에 그게 무슨 상관이야.”
“크흘흘, 과연 훌륭한 사기꾼인가? 가장 먼저 자신의 목숨을 저당잡았다고 봐야하는가?”
“좋을 대로 보던가.”
쾅!
포탄을 발사하듯, 땅을 박차고 내달린 바랑마다가 품에서 전투용 쿠크리는 꺼내들고 달려들었다.
파리대왕 역시 물러서지 않고 마주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
카앙!
마주한 손과 쿠크리사이에서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인간의 육신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 인간 처음보는 것도 아닐텐데?”
“그건 뭐…”
강체를 다루는 무인들은 맨손이 별의 핵에나 존재할 법한 고압축된 금속 뺨치는 강도를 내보인다.
다만 이 쿠크리에 각인된 것은 단순한 강도 향상 뿐만이 아니다.
우드득.
맞부딪친 파리대왕의 손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렸다.
“저주인가?”
순식간에 검게 물들어가는 그의 손, 그러나 그것은 물들어간 것 만큼이나 빠르게 다시 사그라들었다.
“가소롭군.”
쿠직,
파리대왕이 부딪친 손을 갈퀴마냥 휘둘러 쿠크리를 부여잡고 힘을 주자 그대로 쿠크리는 종이마냥 우그러들었다.
그대로 바랑마다가 대응하기도 전에 반대쪽 주먹이 그의 복부에 쑤셔박혔다.
콰앙!
폭음이 울려퍼지며 뒤로 날아간 바랑마다가 벽을 부수며 쳐박혔다.
“흠, 그 의류 또한 어지간한 옷은 아니군.”
복부를 후려친 그의 주먹은 뻘겋게 달아오르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헉…헉..”
순식간에 준비해둔 방어술식들이 부서지며 짜릿한 고통을 느낀 바랑마다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들어 여유롭게 품평하듯이 다가오는 파리대왕을 노려봤다.
“그렇게 몸을 속이고, 혹사시켜 생명선을 당겨와서도 겨우 인간의 육신에 깃든 이 몸의 움직임을 시선에 담을 수 있을 정도군. 그대 혼자로는 너무 가소롭지 않나?”
“혼자라고 안했다.”
“음? 이런.”
퍼퍼퍼퍽!
무언가 쏜살같이 날아드는 것을 느낀 파리대왕이 몸을 반전시켜 그 자리를 이탈했다.
그가 이탈한 자리엔 대여섯개의 병기가 꽂혀있었다.
“무례하군.”
“파리대왕이라더니, 진짜 빠르네?”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어느새 수십가지 무구를 허공중에 뛰운채로 히죽, 하고 웃으며 다가오는 만병장이 있었다.
“그대가 다음 순번인가?”
“아니, 그러고 싶지만 말이야.”
타앙!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콰직.
“쯧, 공동 순번이군.”
어느새 날아든 총알을 손으로 잡아챈 파리대왕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엔 마찬가지로 웃으며 두 자루의 리볼버를 손으로 장난치듯 돌리며 걸어오는 레이븐이 있었다.
“영광인줄알아. 대인전 빅3가 널 위해 모였거든.”
========== 작품 후기 ==========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