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37
00337 암흑무저갱暗黑無低坑 =========================
“잠깐만, 질문.”
“뭔가.”
마그로 에델라제의 이야기를 듣던 레이븐이 손을 들며 끼어들었다.
“네가 그 암야제일검인가 뭔가라고?”
“그랬지.”
“그런데 그것 치고는 스타이너에게 너무 쉽게 바닥이 보인거 아니냐?”
“아, 그것 말인가.”
레이븐의 물음에 마그로 에델라제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최고를 겨누는 수단은 여러가지 아니겠나.”
“예를 들자면?”
“그대는 총잡이니까 그대의 식으로 하자면 말일세. 최고의 총잡이를 겨누는 방식을 취할 때 꼭 다 같은 것은 아니지 않겠나. 어딘가에서는 세븐즈 샷이라는 결투 방식을 채택하는데 서로 등을 맞대고 시작해 7걸음 걸어 마주 총을 쏘는 방식이 있는가하면, 마르단지역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목표물을 누가 더 잘 맞추는가에 대한 내기도 있었지. 로보토 지역에 파란카는 슬란링의 결투도 했고.”
“앞의 2개는 알겠는데 뒤의 것은 뭐냐?”
맨 처음 것은 카우보이들이 과거에 하던 내기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두번째는 군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사격 대회의 방식이었다.
“흠? 파란카 말인가 슬란링 말인가.”
“둘 다.”
“그 쪽에는 비슷한 총기가 없나보군. 파란카는 손에 끼는 일종의 대포라네.”
“손에 낀다고?”
“그래. 마력을 이용해 쏘는 건데 위력에 비해 반발력이 상당히 적지. 그래도 소형화시켰다한들 무거운 대포를 손에 끼다보니 어느 정도 근력이 요구되어 마포사魔砲士들이 주로 쓰는 무기였네. 슬란링은 그것을 누가 더 정교하게 쓸 수 있는가에 대한 내기였지.”
“즉, 네가 암야제일검이라 불린 이유는 또 다르다고?”
“말했잖나. 나는 연구자였다고. 검 자체의 재능이나 실력등으로 따지자면 나보다 우위에 있는 자들도 적지 않았지만, 나는 상대를 연구하고 분석하는데 재능이 있었지. 일단 100합만 버텨낸다면 나는 무조건 상대를 분석해내고 이길 수 있었다네.”
“뭔가 애매하게 많은 수치인것 같은데?”
“조건부라고 너무 무시하지는 말게.”
“무시하지는 않아.”
조건부가 붙는다고 한들, ‘절대’라는 단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경지에 올랐음이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겠네.”***암야제일검이라 불린 이후에도 그의 연구는 그치지 않았다.
또한 그의 불안감도 멈추지 않았다.
적어도 그가 그렇게 잘나지 않았을 때는 자신의 부족이라는 위안이라도 가질 수 있었지 암야제일검이라 불릴 때 까지 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자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더욱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들의 종의 한계가 아닐까?
‘암야제일검,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아, 아니오.’
대륙의 한 산에 나타났다는 요괴를 퇴치하러 나온 마그로 에델라제는 그 산기슭의 마을에 들렀었다.
그러다 우리에서 사육되고 있는 그로기라는 가축들을 보았다.
‘저들은, 평생이 가도 자신이 사육되는지 모르겠지.’
시간이 되면 밥이 나오고, 시간이 되면 바람을 씌어주고, 시간이 되면 사는 곳의 정리를 해준다.
그 대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양식으로 도축된다.
그들은 과연 그런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있을까?
‘모르겠구나.’
설령 그들이 안다고 해도 그 운명을 거부할까?
그로기라는 가축은 원래 산에 사는 짐승들이다.
그것들은 사육되며 많은 능력들이 야생의 그것보다 쇠태하고 도태됬다.
허나 생존율과 삶의 질적인 부분만 따지자면 야생의 그로기들을 압도했다.
야생의 그로기들은 하루 한 끼 해결하기도 힘든 약육강식의 세계를 살아간다.
자신의 천적으로부터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며 사냥을 하고 살아가야 된다.
사육당하는 그로기들은 성체가 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죽지만, 실상 야생의 그로기들은 성체까지도 못 가고 죽는게 태반이다.
자유를 대가로 안정적인 삶을 얻었다지만, 그들은 그 삶에 불만족스럽냐면 그건 또 확신이 안선다.
남의 밑에 들어가 고개를 조아리고 사는 삶.
그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자면, 지금 당장 자신의 주변에서 고개를 조아리는 산기슭 마을 촌장을 보자니 함부로 결론을 내리기도 힘들다.
그들은 진정 에델라제의 귀족들을 자신의 머리 위로 두며 온전한 군림자로 인정하고 살아간다.
지금도 그렇다.
물론 경우가 다르긴 하다.
에델라제의 귀족들은, 당장 자신만 해도 그들에게 딱히 받는 것도 없으면서 그들이 처치하기 곤란해 하던 문제들을 해결해주니까.
그 대가로 잠자리나 식사를 제공해주기는 하나 그것은 정말 하등 비견될만한 것도 안 될 문제다.
에델라제의 귀족들에겐 허영심이란 것이 없다.
허영심이란 감정은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대신 채우기 위해 생겨나는 어리석은 감정.
이미 스스로의 고귀함에 대해 더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들이 그런 어설픈 감정을 가질 턱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위대한 만큼 다른 이들이 미천하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주관적 평가가 아닌 객관적인 평가였다.
당장 타고나서부터 가진 힘이 다르니까.
그렇기에 남이 할 수 있는 일을 알기에 식사나 잠자리의 부족함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잘난 자신들이 그 정도는 당연히 참아 주어야 생각하고 때에 따라서는 낮은 이들이 그 정도도 해결해주기 힘들 정도로 힘들다 생각하면 스스로 외부로 나가 잠자리를 만들어 잠을 청하거나 사냥을 나가 식량거리를 구해와주기도 한다.
그런 그들에게 비교하자면 그로기의 취급은 너무 나갔다 싶을 수 있으나, 결국 그로기들의 삶도 크게 다를 것 없는 것은, 일단 그들은 생존 그 자체가 문제다.
생존을 하고나서야 다른 무언가를 비교할 여력이 되니 함부로 평가 요소를 결정짓기도 힘들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연구에는 진척이 없고 그저 그런대로 흐르는 시간속에 그의 연구는 지지부진해져갔다.
나날이 그는 강해져갔다.
단지 그가 목적으로 하는 그 힘의 원류에 대한 결과만 답이 없을 뿐이지, 자신의 힘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늘어갔다.
힘의 역량의 향상이라기보다는 기술적 향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외부적인 시선으로는 계속하여 강해지는 마그로 에델라제였으나 그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렇다고 선을 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안전성.
이 일을 하는 것도 그에게 있어 더 없이 소중한 사린 에델라제의 안전을 위한 것.
나탈란 대륙에는 금기를 넘어서 요괴가 되거나 이형의 다른 것들이 된 존재들이 상당히 많았다.
어중간한 이도 그렇게 되면 원래에 몇 배나 강해지는데 암야제일검이라 불리는 마그로 에델라제가 그렇게 되버린다면 어떤 재앙이 닥쳐올까.
아직 자신이 죽으려면 수천년의 시간은 남았으니 불안함이 끊임없이 그를 재촉해와도 그 시간동안 천천히 고민하기로 했다.
그 수천년의 시간을 우습게 여길동안 알아낼 수 없었던 문제는 그에게 불안감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그 시간이나 안전했기에 수천년 정도는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떠나시겠다구요?’
‘그렇습니다, 여왕페하.’
‘어째서인지 물어도될까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흐음~’
그녀는 마그로 에델라제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그녀를 성심히 지키며 이 곳 저 곳 대륙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그녀의 명성을 올려대던 그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안 되겠습니까?’
‘아뇨, 그럴리가요.’
그녀는 그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신기해했던 것은 단지 신기해했던 것일 뿐, 오히려 그의 요청은 꼭 해줬으면 하는 바 였다.
그녀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대륙 이 곳 저 곳 문제 해결을 하러 움직일 때 빼고는 다른 이와 어울리지도 않고 혼자 연구실에 박혀있는다.
그녀가 불러서야 겨우 미적미적나오는 그 모습은 아무리 어둠속에 거니는 자신들이라 할 지라도 영 보기 좋지 않다.
귀족들은 어둠속에 사는 것인지 음침하게 사는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자발적으로 밖으로 나돌겠다면 환영하는 바이다.
물론 그래봐야 연구목적이겠지만, 그래도 안에 박혀있는 것 보다야 낫겠지.
‘언제 출발하실것인가요?’
‘내일 바로 떠나겠습니다.’
‘준비는 다 해놓으셨나봐요?’
‘딱히, 챙길 것도 없으니까요.’
하긴.
그가 하는 연구도구들이야 그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들이고 딱히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것도 없다.
필요한 재료들은 이제 막 밖으로 나가서 얻으면 되는 것.
취미도 딱히 없는 그이기에 준비랄 것도 없었다.
흔쾌히 떨어진 그녀의 승낙에 그는 그저 몸 상태를 점검하며 밤을 보냈다.
어둠으로 둘러쌓인 에델라제 일지라도 밤은 있었고, 그 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다가올 시간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날 밤.
바벨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