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76
00376 망량군도 =========================
낡은 것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삐걱이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곳을 거닐고 있자니 온갖 것들의 환상이 불려오는 기분이다.
“개인 호실인가?”
아마도 그런 공간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낡아빠진 개인 물품들이 이리저리 흩어져있다.
그 앞에 놓인 것은 서적.
“또 글이군.”
바벨 이전의 기억은 말은 통하게 하지만 글을 통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게 무슨 판정인가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답답하다.
하지만,
“아니, 그림이었나.”
책을 펼쳐드니 무언가 뇌리를 직접 파고드려는 느낌이 듣는다.
이건 마법이다.
종이 다를지라도 그 뜻을 전달하는 마법.
물론 지능이 낮은 생물일수록 복잡한 의사는 전달되지 않겠지만, 일단 그것보다 당장의 문제는 이 사념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여부.
사념을 전달하는 마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신방벽을 연다는 것이다.
만약 이 안에 세뇌의 술식이라도 담겨 있으면 골로갈 수 있다.
“쯧.”
고민이 되지만,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진.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들겨보고 건널 시간은 없다.
결심하고 책을 펼쳐들자 낡은 먼지가 우수수 떨어지고 자연스레 책장이 열려 그 안의 뜻이 다가온다.
-절망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가오는 한 마디의 말과 함께 여러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이미 멸망에 가깝에 황폐화 된 대륙.
그 곳에서 최후의 생존자들이 모인 지역.
그리고 그 곳에 모인 이들의 마지막 진격, 바로 그 직전.
-모든 것을 전부 앗아간 후 한 길만을 남겨 놓으면 결국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최후의 밤, 배에 오르기 전 육지에서 보내는 마지막.
-‘그’가 마지막 일지를 남기라고 했고, 나 역시 이 곳에 이것을 남긴다.
“…벌써 끝인가?”
딱 3줄이 끝이다.
책은 두꺼웠는데 남겨진 의식은 그게 끝이다.
“글이 아니라 그림이라 그런가.”
마법을 구성하는 그림이라 그런가, 혹은 이것을 쓴 사람이 워낙에 말이 없던 사람이었던 것인지 책을 읽고 있으면 여러가지 배경이 눈에 들어오기는 하는데 이 것을 적은자가 말로
전하려는 것은 참 적다.
‘아니, 어쩌면 답은 나와있는 것인지도.’
정말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너무 큰 절망이었던 지라 뭘 하든 의미가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일까.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유서라 해야할지 출사표라 해야할지 모를 것을 보던 아이오닐은 다시 책을 덮고 방을 나왔다.
방은 여러개니 이 곳 저 곳을 들어갔다가 나왔으며 그 와중에 방마다 각기 다른 유서와 같은 것들을 보아왔다.
다행이도 개인 호실이라 짐작되는 곳 마다 하나씩 그런 일지같은 것이 있었고, 그것들은 모두가 딱히 처음의 글을 남긴 사람과 같이 짤막한 글만을 남기지는 않았기에 그것들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이야기였기에 대부분이 큰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글이라던가,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나서며 남기는 결의, 가끔 가다가는 죽음을 앞두고도 장난을 쳐놓는 놈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꽤 쓸모가 있었던 것은 짤막하게나마 적힌 글귀.
-그 저주받은 드래곤과 끝을 보러간다.
-…생각해보면, 놈도 우리도 기구한 운명이다.
이런 것들.
“드래곤이라…”
그 글귀들을 읽다보면 여러가지로 의아한 점이 들었다.
추가로 적이 있었으나 적지 못했을 수 도 있지만, 아무래도 최후의 결전의 대상을 바벨의 악마들이라기 보다는 드래곤이라고 명칭했다.
헌데 그 드래곤도 정상적인 드래곤 같지는 않았다.
저주받을 드래곤이 아니라, 저주받은 드래곤.
적이라 명명한 상대도 제 상태는 아닐 것 처럼 보였다.
자신들에 대한 회한과, 적에 대한 미약한 동정.
두 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나오며 여러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애초에 ‘드래곤’ 이란 단어 자체가 여러가지로 와닿는다.
그 단어는 자체로 여러가지로 많이 유명하다.
당장 지구상에도 워낙에 쟁쟁한 전설의 대상이 되니까.
다만, 그렇게 유명하니 바벨에서 꼭 적이나 조력자로 조우하게 될 것이라 여겼지만 최종층에 오르면서도 진정 드래곤이라 불릴만한 존재는 만나보지를 못 했다.
기껏해야 파충류인 아룡의 종류.
사실 드래곤을 만나본적이 없으니 왜 굳이 파충류라고 잣대를 대는지는 모르겠다.
중세에서야 인간크기의 불뿜는 파충류정도라고는 하지만 시대에 따라 달랐고 그 때에도 드래곤을 본적은 없었으며 전승에 나오는 것은 파멸적인 존재의 총칭이었으니까.
그런 존재가 얼마나 강할지는 쉽게 짐작할 수 없었으나 이 글을 보자니 참 상대하기 골아플 것이라는 짐작은 왔다.
그리고, 그 존재를 굳이 지금 상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것도.
“아무리 봐도 드래곤이란 존재가 있을 것이란 생각되지 않는단 말이야.”
이 곳에서 느껴지는 것들은 강한 원념이 안개로 이루어질 정도의 망량들.
혹시 모른다.
드래곤이란게 지구에서 생각하던 이미지에 육체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실제론 강한 정신체여서 이런 원념을 지배하는 저 바다 밑의 존재일지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벨이전의 기억이라던가 이런 의식의 전달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최대한 동일화 한다.
여기서 말하는 ‘드래곤’이란 것이 ‘드래곤’으로 받아들여졌다는게 생각보다 지구 상에 펼쳐진 문화의 드래곤이란 존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말이겠지.
“다만 그것도 문제인가.”
드래곤이라 불렸던 것들의 전승을 떠올리자면 워낙에 다양해진다.
그리고 하나같이 강하다.
그런 세기말 존재들과 부딪칠 생각을 하니 골이 아플 수 밖에.
“쯧.”
혀를 차고 마지막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나왔다.
양 쪽으로 이어지던 문들과는 달리 이번에 남은 것은 정면에 놓여있는 마지막 방.
여기가 종착지임을 말하고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느껴지는 오싹한 기운들은 이 공간의 종착지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종착지가 될 수 있음을 어필하는 듯 했다.
그런데 그게 뭐 한 두번 느껴지는 감이어야지.
심호흡도 필요없다.
그렇게 여긴 아이오닐은 쿨하게 문고리를 당겨 또 다시 낡은 목재의 신음소리가 반겨줌과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섰다.
우우웅.
귀곡성 비슷한 울림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맞이한 새로운 공간은 역시나 낡아빠졌지만 굳이 따지자면 선장실과 같았다.
이 배의 헤드가 존재하는 방.
그 곳에서 아이오닐은 방의 가운데 서서 자신을 반기듯 있는 이를 보았다.
“당신이 이 배의 선장인가.”
“…”
대답은 없다.
낡은 제복에 낡은 모자를 쓴 상대는 묵묵히 존재하다 고개를 들어 자신을 응시했다.
‘대화가 가능한가?’
지성체는 항상 대화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게 페인트가 섞여 있는 사기꾼일지라도 일단 그 대화에서 그 사기꾼이 사기를 치는 배경지식을 유추할 수 있으니 분명 여러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또 잘못된 기대구나.”
갑작스럽게 위험한 기운을 물씬풍기는 적을 보며 아이오닐은 그 기대를 깔끔히 접었다.
“카-아아앗!”
거칠게 가레침을 뱉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입이 쩍 벌어지더니 칠흑같은 어둠이 쏟아져나왔다.
이런 전개야 익숙한 아이오닐이기에 애총 골드 익스퍼리언스를 꺼내들어 갈겼다.
황금의 빛무리는 검은 토악질과 같은 것들과 상쇄되었고, 아이오닐은 그 결과를 보지도 않고 마도공학검에 손을 뻗어갔다.
“키아앗!”
황금빛무리와 질척한 검은 물질이 상쇄된 곳, 적은 그 곳에서 비명인지 기합일지 모르는 괴성을 내지르며 나타나서 그래도 사람 팔 비스무리하던 것을 이형의 것으로 바꾸며 찔러들어왔다.
“느리군.”
다만 그 모습은 현저히 느리다.
단순 속도만 따지자면 빠른데, 단순한 속도의 빠름은 의미가 없다.
카각!
마도공학검이 체공중이던적의 목을 찢어발겼다.
크드득.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곧 그 몸이 터져나가더니 아이오닐을 향해 터져내렸다.
콰르르르르.
아마 일반적인 벽이었다면 그대로 녹여버렸을 비주얼이다.
무언가를 베었다기보다는 염산에다가 푹 담궜다가 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뒤로 물러서 피한 아이오닐은 적의 목을 베었던 자신의 검이 녹아내려버린 것을 보고 질린 듯 자폭 장치를 킨 후 다시 재구성되는 상대를 향해 던져넣었다.
내장된 폭발 장치가 적의 몸에 터져나가는 틈새에 새로운 마도공학병기를 꺼내들려하니 그럴 틈새도 주지 않고 검은 덩어리가 물대포처럼 날아들어 박힌다.
주변 벽은 녹아내리지 않지만 아이오닐이었다면 그대로 뼈까지 사이좋게 녹아내렸겠지.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골드 익스퍼리언스를 단단히 잡은 그가 뒤로 돌며 갈겼다.
강한 충격파가 날아들고 반동으로 그를 뒤로 밀려나게 하고 그 틈에 거리를 벌리니 전신이 터져나갔어야 할 적은 기괴한 괴물이 되어 녹아내리는 몸으로 으르렁거린다.
========== 작품 후기 ==========
으으 졸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