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77
00377 망량군도 =========================
기괴한 괴물이 되버린 상대의 모습을 굳이 비유하자면 지네와 같았다.
다만 그 다리가 15쌍이 아니라 수십만쌍은 넘어보였고, 그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온갖 고통으로 얼룩진 얼굴이 박혀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이오닐은 직감했다.
“빌어먹을 타입이 또 걸렸군.”
제한적 불사不死.
어찌보면 이젠 발에 채일만큼 흔해졌다라고 우스개소리로도 할 만한 적이지만 나타날 마다 피곤하기 그지 없는 적이다.
정해진 목숨의 개수만큼 죽이고 또 죽여야 죽는 적이다.
그렇다고 수명이 약한 것도 아닌데 그 정해진 목숨의 개수는 딱 봐도 저 얼굴들보다는 많아 보였다.
‘저렇게 짓눌리고 짓눌린 개체는 하나 죽이면 그 안쪽에 쳐박혀 있던 것들이 튀어나오니까.’
다만 그러다보니 적에겐 약점이고 자신에게는 행운도 있었다.
저렇게 압도적인 수가 뭉쳐져있다보니 개개인이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지라도 수 십만의 정신이 동시에 그 판단을 내리면 당연히 엇갈리고 행동에 불협화음이 생긴다.
조금 전 처럼 아이오닐의 마도공학검이 습격하는 적의 목을 역으로 벨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
쾅!
간을 보고 있자니 거대한 지네가 습격해왔다.
생긴거처럼 사이좋게 기어온게 아닌 열심히 구현시킨 몸이 무색하게 물대포마냥 변한 육탄 돌격이 쏘아졌다.
뒤로 물러나 피하며 두 손으로 골드 익스퍼리언스를 단단히 부여잡고 큰 거 한 방 갈기니 액체비스무리한 적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장렬하게 비산했고, 그 속에서 다시 인간의 형체를 구성한 것 같은 적이 덤벼들었다.
“와라.”
이번엔 제법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두 자루 마법공학검을 뽑아들었다.
처걱, 스각!
상대의 반응은 자신이 봐도 꽤 부적화음이 있었기에 한 쪽으로 쏘아지는 팔의 손목을 베고 다른 쪽으로는 상대의 목을 베었다.
추가로 안으로 파고들며 허벅지와 복부를 한 번 씩 더 베어주고 순식간에 또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마도 공학검을 옆구리와 목의 가운데 박아주고는 구르듯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크르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가래끓는 소리가 울려퍼지다 박아놓은 마도공학검들이 화려한 폭발을 일으켰다
사지가 통째로 뜯겨나가는 적을 보며 다른 무기들을 바닥에 쏟아내듯 뿌렸다.
직후에 쏘아진 상대와 또 다시 부딪치고, 같은 일의 반복.
초반엔 꽤 깔끔하게 처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게 지연되기 시작했다.
골드 익스퍼리언스란 아이오닐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는 무기이기에 탄환도 아이오닐의 정신적 에너지를 쓴다.
낭비하다가 무리하면 백치가 된다는 소리다.
마도공학병기도 그리 많은 양을 보유한 것은 아니고 여러 종류를 어느 정도씩 까지고 있었는데, 처음에야 상성에 맞게 사용했지만 계속 싸우다보니 그것들이 전부 떨어져갔다.
그렇게 전투가 계속되니 밀릴 수 밖에.
또 오는 구나 싶어 다음 병기를 향해 손을 뻗고 있자니 갑자기 뒤에서 빠르게 쇄도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적인가 싶어 반응하려니 왠지 익숙하다.
“늦었잖나!”
“이 정도면 빠르지!”
뒤에서 달려온 자의 정체는 오그 배리어스, 그는 빠르게 아이오닐의 등 뒤를 넘어 적과 부딪쳤다.
공중에서 검은 질척거리는 것과 녹광이 부딪쳤고 오그 배리어스는 바닥으로 착지했다.
“잘 도 먼저 도착했군.”
“음?”
“떨어져내리니 광활한 어둠. 나로서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었는데 말이야.”
‘본 것이 다른 건가?’
아이오닐의 뇌리에 오그 배리어싀의 말에 이상함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들을 논의해야 했다.
“그럼 이 곳은 어떻게 왔지?”
“내가 싸우는 기운이 화려하게 피어나니 그 쪽을 향해 달렸지.”
“간단하군.”
“간단했지.”
“좋아. 일단 알아낸 것은 3가지. 적은 빌어먹을 제한적 불사타입. 목숨의 수를 세자면 최소가 수십만개다. 싸우다보면 피해를 아무리 입혀도 금방금방 달려드는데 아무래도 복구의 개념이 아니라 안에 짖눌려 있던 것들이 튀어나와 빈 곳을 매꾸는 것 같다. 두번째도 관련된 것인데, 그것들이 한 곳에서 짖어대다 보니 정상적인 판단이 상당히 느려. 세번째로, 그런 놈들이면 보통 분열을 일삼는데 저 녀석은 어찌된게 그런 일은 일절도 없더군.”
“하나하나 일일이 죽이자면 끝도 없다는 소리로 이해하마.”
다시금 덤벼드는 적을 보며 오그 배리어스는 수인을 맺었다.
미스틱 도어의 총수, 오그 배리어스.
인류제국의 특수작전기관이자 비인외도의 총집함.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괴물이 된 이들의 집단.
그들은 하나이자 여럿이었으며, 여럿이자 하나였다.
비록 그 목적이 전투의 특화는 아니었으나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여럿이었던 하나는 지금 다시 여럿이 되었다.
스르륵.
그의 주변에서 녹색 빛이 일렁이며 신기한 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수십의 인형을 이루었다.
“사냥을 시작하지.”
저마다 품에서 꺼낸 주사기 비슷한 것을 몸에 박아넣어 안에 든 녹색의 내용물을 투여한 그들은 빈 주사기병은 바닥에 내던지고 각기 다른 방위로 찢어졌다.
“키아——-”
갑자기 흩어지는 미스틱 도어들에 상대는 순간적으로 감전이라도 일어난 듯 몸을 버벅거렸다.
워낙에 많은 자아와 같은 것들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다보니 노이즈가 낀 것이다.
그 틈에 흩어진 미스틱 도어가 일제히 품에서 꺼낸 쇠사슬을 흩뿌렸다.
촤르르륵!
푹푹푹푹푹푹.
수십의 쇠사슬들은 적의 몸 여기저기에 선인장 마냥 꽂혀들었다.
일반적인 쇠사슬이라면 그 즉시 녹아내렸겠지만, 이 쇠사슬들은 미스틱 도어의 영적인 것을 구현해낸 것.
쉽사리 녹아내리지 않았고, 대신 접촉한 것만으로 미스틱 도어의 개개인에게 끔찍한 고통을 다이렉트로 선사했고, 이 모든게 총합되어 오그 배리어스에게 쏟아졌다.
“흡!”
고통으로 부릅 뜬 눈으로 배리어스는 전진했다.
적은 합의를 끝낸 건지, 그냥 알아서 각자도생하자는 것인지 꿰뚫린 쇠사슬에서 육편비스무리하게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그 내부를 터트려나갔고 미스티 도어의 대원들은 연견될 쇠사슬의 반대편을 강하게 바닥에 꽂아 고정시킨 후 품에서 녹색빛 단검들을 꺼내들고는 쇄도했다.
각기 갈라져오는 검은 탁액들을 피해가며 다시 적의 본체에다가 수십개의 단검을 하나씩 꽂아넣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인지 이제는 인간도 괴물도 아닌 녹아내린 무언가의 형태가 꿈틀거렸고, 적들을 쫓기위해 분해되었던 것들이 다시 돌아와 날아들었으나 미스틱 도어의 대원들은 피할 생각도 않고 그 자리에서 수인을 맺었다.
그 위를 검은 탁액들이 덮쳤으나 그 자리엔 이미 대원들은 녹색 빛무리로 화해 사라져있었고 그것들을 피해 밖에서 다가선 배리어스는 수인을 맺고 진언을 외웠다.
“죽일 수 없다면, 삼켜주마.”
웅!
내부에 꽂힌 수십개의 쇠사슬과, 수십개의 단검, 그리고 녹색의 빛무리들이 반응했다.
그것들은 가뜩이나 약한 적의 결속을 흐트렸고 적은 녹아내리고 붕괴하기를 반복하며 안의 것들이 계속해서 개어나오며 배리어스를 향해 전진했다.
그에 배리어스는 피하기는 커녕 오히려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와라.”
화아아악!
녹색 빛무리가 밝게 터져나왔고, 그대로 검은 탁액과 한 곳에 뭉치더니 오그 배리어스를 향해 빨려들어왔다.
오그 배리어스는 복부를 덮은 가죽옷의 지퍼를 열었고, 그 안에는 수술자국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은 빨려드는 검은 탁액이 다가오자 마치 수천개의 이빨이 달린 괴생물체마냥 쩌억하고 입을 벌려 그것들을 삼켜댔다.
쿠구구구구구.
기괴한 소음이 울려퍼졌으나 개의치 않고 배리어스는 막대한 고통속에서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끝났나.”
배리어스는 만족한 듯 아가리를 닫은 복부의 아가리를 보며 지퍼를 채워올렸다.
“괜찮나.”
그것을 보며 아이오닐이 다가가자 오그 배리어스는 피식 웃었다.
“물론, 괜찮…?!”
그런데 말하던 도중 배리어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지 못하겠군.”
“뭐?”
당황하며 달려오는 아이오닐을 향해 배리어스는 일그러지는 얼글을 부여잡으며 손을 뻗어 소리쳤다.
“오지마라!”
아이오닐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여기 들어올 때 분명 길을 찾아 들어왔겠지? 나와는 달리 주변이 보였다는 뜻일 터, 최대한 빨리 도망쳐라!”
“무슨..!”
아이오닐이 당황했을 때, 배리어스는 더욱 당황했다.
‘제길, 이렇게 빠르…’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욱 빠르게 내부의 발작이 진행됬다.
아이오닐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위해서는 더 말을 하기도 벅찼다.
품에서 다른 도구들을 꺼내들려했으나 그러기엔 늦었다.
“—그, 억–?”
목이 강제로 젖혀지고 지퍼가 찢어져나갔다.
복부에 갖힌 이형의 입을 봉인하는 역할도 하는 옷이 찢겨져나가고 그 아가리는 강제로 벌려지며 안에 든 것들이 밖으로 토해내졌다.
비명도 채 내지르지 못한 배리어스는 실신했고 그 상태로 허리가 꺾여 안에든 것들은 꾸역꾸역 토해내졌다.
“저건…”
아이오닐은 쏟아지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와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아까는 그래도 어느정도 육신이 있었다면, 이번에 쏟아지는 것은 육신이라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모두 배리어스에게 삼켜지고 그 안에 감쳐줬던 짙눌린 사념이 폭발한 형태다.
그것들은 꾸역꾸역 쏟아져나와 자신을 삼켰던 배리어스와 아이오닐 중 누굴 먼저 쳐야 될까 고민했고, 그들을 보던 아이오닐은 하, 하고 헛웃음을 내뱉고는 그대로 결정을 내렸다.
“이 쪽이다.”
탕!
총성이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끝은 다가오지만 아직 끝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