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391
00391 백운산맥 =========================
이리저리 검을 휘두르고 있는 스타이너에게 레이븐이 다가왔다.
“잘 되고 있냐.”
“대충?”
연신 검을 휘두르는 상태로 스타이너가 대답했다.
“그 쪽만 파고들어도 괜찮을텐데.”
‘그 쪽’이라는 것은 ‘검’.
그 물음에 스타이너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글쎄. 나는 검의 길을 가는게 아니니까.”
“흠.”
황혼검식은 분명 위력적이다.
스타이너가 개발할 당시 레이븐이 몇 번 도와준적이 있으니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은 ‘검술’이 아니라 ‘황혼검을 다루는 방법’이다.
다른 것으로는 안된다.
오직 황혼검 – twilight 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1식 여명은 황혼검으로 공간을 벤다.
그리고 검의 궤적을 따라 베인 공간에 자신의 마력으로 물들이는 성질을 가진 황혼검의 마력을 우겨넣는다.
공간의 틈을 비집고나오는 은은한 마력이 여명과 같아 붙여진 이름.
우겨넣은 마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공간을 찢고 터져나오며 베인 상대에게 2중으로 타격을 입힌다.
2식 일몰은 황혼검의 마력을 검 끝에 집약시킨다.
모든 위력은 거기에 들어있고 검을 베는 동작은 그 막대한 힘에 벡터를 심어주는 것 뿐.
일점집약적인 수법이다.
3식 땅거미는 한 번 마력을 모았다가 단숨에 터트려버린다.
주로 땅에다 박아놓고 지지대 삼아서 사용하는데 한 번 마력을 모으는 순간 강한 마력의 흐름은 빛마저 빨아들여 순간적으로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인다.
만약 그것을 다른 어떠한 검으로도 구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그건 스타이너의 재능이 아니다.
황혼검식은 황혼검의 마력으로 물들이는 성질이 있기에 가능한 것.
물론 스타이너는 기본적으로 무투의 재능이 있지만, 그건 정말 어디까지나 보구들이 요구하는 컷을 맞추기 위함이다.
모든 무武는 무구들이 알려주고, 스타이너가 열중하는 것은 그것들의 중용中庸.
그것만으로도 스타이너는 분명 강하지만 황혼검식을 보니 아시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황제는?”
“전시에 들어가니 악몽은 안 꾸는 것 같더군. 그럼 오그 배리어스만으로 충분하겠지.”
“혹시 모르잖아?”
“그 남자도 있으니 최악에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너무 의지하는 것 아냐?”
“필요하다면.”
“큭큭. 그래서 황제는 지금도 대화중인가?”
“그렇겠지.”
“배울 것도 많나보군.”
그의 시선이 저 너머의 천막을 향했다.***임시로 세워둔 임시의 천막 안.
간이로 만들어진 2개의 의자에 마주 앉은 채 아이오닐은 스스로를 클락이라 소개한 여우인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 참, 내가 역사 강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괜찮은 교류라 생각하지.”
“뭐 상관없겠지. 계속해서 말하마. 무의 시대는 멸제滅帝 무혁이 3강 중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무휼제국을 멸망시키며 끝을 맞이했다. 당시 귀족에게만 전수되던 내공수련법은 전부 불에 태워졌다.”
“놀랍군. 멸제란 자는 그 정도로 강했나?”
“듣기로는 특수한 독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내공을 익힌자들이라면 모두 그 독에 당하면 내공이 산산이 흩어졌다더군. 후대에 주술의 시대에 밝혀지기를 멸제가 사용한 독은 어딘가에 귀속된, 특히 개인에게 종속된 마나를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우습게도 친환경적인 독이라더군. 그 독에 당해 당시 왕국들의 전력이 대폭 약해지자 당시 대부분의 주술을 익혔던 반란군들에 의해 제국은 멸망당했다. 주술은 마력을 활용하는 방식 중에도 특히나 체내에 마나를 쌓아두지 않고 각종 매체를 이용해 상징성을 만들어 트리거를 발동시키는 특성 덕에 멸제의 독이 전 대륙을 휩쓸어도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에 좀 더 나은 무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더군.”
“멸제는 그 이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애초에 뭐하러 나타난 자인지 기록에 남은게 없으니까.”
“정복도 투쟁도, 약탈도 아닌 그저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린자라.”
“반란군 세력에만 잘 된 일이지. 덕분에 주술의 시대가 되었을 때는 우리 고파를 비롯한 주술에 특화된 이들이 대륙의 실권을 장악했으니.”
“너 또한 왕족이었나?”
“서자 출신이다. 그래도 내가 있었던 테브렌 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서자도 왕이나 황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서자의 취급이 좋았지.”
“그런 곳에서 왜 나온 것이지?”
“좋은 곳이었으니까. 그런 곳을 괜히 나 때문에 혼란에 빠트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형님도 내가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말리셨지. 차라리 내게 황위를 넘기겠다고. 그게 부담스럽다면 최고의 무력부대인 지운地雲의 머리인 무리구름의 자리라도 맡아서 강병에 힘쓰지 않겠냐고 권유하셨을 정도니.”
“그런데 왜 떠났나?”
“강했으니까. 당시 대륙은 1강 7중 3약의 체제였는데, 그 1강이 나의 테브렌 제국이었지.
서자가 여럿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만 떠나면 완벽하게 깔끔했고.”
“그렇게 백운산맥에 들어왔다는 건가?”
“로망이었지. 1강인 제국의 서자였기에 알 수 있었지. 과거의 문서를 뒤적이다보면 주술이 과거에 비해 발전되었다고는 하나 과거의 무의 시대에 닿기는 어렵다고. 그러니 자연스레 궁금해질 수 밖에. 대체 백운산맥은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과거 그 대단햇다는 무의 시대에도 닿지 못한 곳이었을까. 어쩌면 멸제는 그 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멸제는 만났나?”
“글쎄.”
“글쎄라니?”
“기억의 손실이 너무 많아. 당장 들어올 때 부터 그랬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자세히라고 해도 솔직히 좀 어려워. 이 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거든. 하지만 시간감각이란 것이 타인과의 교류가 적으면 무뎌지기 마련이더군. 주술적인 경지가 오르며 수명도 늘어났는데, 그 시간 중에 홀로 주술을 익히다보니 마르단에 빠지는 일이 많았지.”
“마르단?”
“주술 용어다. 외부 매개체를 이용하는 주술의 특성상 정신을 외부로 돌리다 실수로 정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기지. 이 경우 정말 정신이 육신 밖으로 나갈 때도 있을 정도다.”
“그럼 위험한 것 아닌가?”
“당연히 위험하지. 나 정도 되니 홀로 있더라도, 정신에 주술을 걸어 일정 시간마다 질문을 던지고 그 곳에 답하지 못할 시 자동으로 육체로 복구시키는 방식으로 버텨올 수 있었던 거다.”
“그래도 완전히 정신을 잃엇다면 위험하지 않았나?”
“위험했지. 초반에는 이 곳에 먼저 있던 존재들도 많았고, 보호 주술을 걸어놨다고 해도 홀몸인 주제에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그런데도 용캐도 이 곳을 나가지 않았군.”
“여러모로 무심해졌으니까. 딱히 죽는다고 두려울 것도 없었지.”
“잃을 것도 없었나보군.”
“다 털어내고 온 몸이다 보니.”
“하긴, 그래서 내 말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건가.”
“세상이 멸망했다는 것? 놀랍긴 했지. 내 기억에 꽤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고는 해도 세계가 멸망하던 기억까지 소실되었다니.”
“난 네가 그 소식을 듣고도 그런 반응을 보인게 더 놀라워.”
세계가 멸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때 클락은 놀라워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다.
세계가 멸망했다면, 자신이 살던 곳은 어찌 됬는지, 지인은 어찌 됬는지 하는 나라가 망했을 때 하는 정도를 넘어선 혼란을 보이는게 정상일텐데, 상대는 정말 놀라운 소식 하나 들은 정도로만 반응했었다.
“죽음에 초연해지는 순간 딱히 크게 보일 반응이 없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우리가 왔을 때 너무 격렬히 싸운 것 아닌가?”
“죽음에 초연한 것과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것 아니겠나?”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죽어주지는 않겠다는 것일까.
당장 지금도 그렇게 죽일 듯이 싸운 자신들과 흔쾌히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자니 이해가 될 듯 말 듯 했다.
“이 근처에서 너와 대화가 통했던 다른 이들은 정말 본 적이 없나?”
“없었지. 대화가 통했다면 내가 그렇게 무조건 적으로 죽이지는 않았을테니.”
“이 곳에 있었던, 네가 싸웠던 적들은 어땠지?”
“적들?”
아이오닐의 물음에 클락은 생각에 잚겼다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을 쳤다.
“그래, 그들은 공통적으로 전부 달랐고, 또 강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설명하기 좀 애매하긴 하군. 백운산맥 자체가 워낙 넓다보니 이 인근만 그럴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이들은 대부분 단일 개체였다. 그런데 그들은 전부 특성이 달랐어. 비슷한 놈들이 없더군. 헌데 전부 강했어. 마치 종족의 대표로 한 개체씩만 남았는데, 그들은 그 종족의 발전이 끝에 달했던 것 같은 느낌이야. 나 또한 그렇지. 자화자찬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고파의 종족 역사상 가장 정점에 도달한 주술사일 것이다. 우리 고파는 날 때 부터 흙에 깊은 친화력을 지니지만, 나 정도에 도달했던 이는 테브렌 제국 800년 역사에도 존재하지 않아.”
“네가 거기서 더 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아이오닐의 물음에 클락은 짧지만 확고하게 답했다.
아이오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작품 후기 ==========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