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13
00413 백운산맥 =========================
모든 오감이 무너진다.
감각이 무너지고 받아들이는 인지가 붕괴된다.
인류제국의 군단은 바랑마다의 아이들이 펼치는 마법의 여파에 휘말리며 그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느꼈다.
모든게 뒤섞였다.
개인을 구분하던 데이터가 섞이니 단체가 하나가 되고 모두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 때,
-전열을 가다듬어라!
그들의 뇌리에 울리는 쩌렁쩌렁한 한 줄기의 선언.
모두의 의식이 뒤섞이는 와중에, 그들 모두를 개개인을 구분지어주는 황제의 선포가 그들의 의식을 강타했고, 그 덕에 인류제국의 군단은 모두가 스스로의 존재를 되찾았다.
“허.”
멸망.
아주 짧게 흘러간 멸망을 이겨낸 아이오닐은 스스로가 한 행위를 돌이키며 어안이 벙벙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로 마법이구나.”
바랑마다와 아이들은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무너트렸다.
세계는 세계마다 다르고 법칙도 다르다.
그것들 모두를 알 수 없지만, 이 순간 그들을 둘러쌋던 하나의 세계가 멸망했음은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루어진 위기.
그들을 둘러쌌던 세계는 그들의 데이터만을 구현시킨 세계였고, 그것은 즉 데이터만으로 이루어진 이들이 각자 존재할 수 있는 지탱이 되었던 것이나 그것이 일거에 붕괴되며 개인의 구분이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아이오닐이 나서 뒤섞이며 잃어가는 개인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그것은 마법도 뭣도 아니다.
오로지 황제인 그만이 할 수 있는 선포였다.
스스로도 행하고 어떻게 하였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할 수 있다여겼고, 해야한다 여겼다.
그것이 인류를 이끄는 자신의 역할이라 여겼다.
그 선언을 하는 순간 깨져버린 세계의 파편이 부딪쳐 옴을 느꼈다.
이미 자신 역시 붕괴되어가는 와중에 쓸려오는 파편에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으나 그런 넝마와 같은 몸으로 앞을 나아갔고, 이 순간 그와 인류제국의 군단은 또 다른 공간에 두 발로 서있을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조금 전 일어난 일에 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해 멍한 표정을 지었고, 각 수장급 인물들도 하나같이 같은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아이오닐은 자신이 하고도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모아지는 시선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오.”
그 이상의 적합한 설명은 없다.
아이오닐은 그렇게 확언했고 다른 이들은 아직은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그 확언에 하나 둘 씩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상식과 인과를 초월한 이해였다.
멸망한 세계를 함께 헤쳐나가는 이들이기에 할 수 있는, 논리도 이치도 필요치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과거보단 현재를 물었다.
“이제는 무엇을 합니까?”
그들은 물었고 아이오닐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전쟁이다.”
지금까지 해온 누군가의 의지에 놀아난 전쟁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나아가는 침략과 약탈의 파괴행위.
질리도록 해왔고, 그럼에도 해나가는 행위.
아이오닐이 그의 애총 골드 익스퍼리언스를 뽑아들고 말하자 곧 이어 열렬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구만, 형씨.”
그런 아이오닐의 곁으로 태식이 코를 훔치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한 자루 검을 차고 조용히 다가온 용화도 있었다.
“당신은?”
아이오닐은 태식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딱 본 적만 있는 관계다.
“그 아재가 형씨를 도우라고 해서 말이야.”
“그 남자가 말이오?”
“진실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진실을 쫓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라고 했습니다.”
함께 온 용화가 조용히 말했다.
“길이라면?”
“뭐, 난 솔직히 그 아재 말 이해 못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걸 하라는게 아닐까하는데.”
“뭘 해줄 수 있소.”
“패줘야 할 놈을 볼 수 있게 해주지. 먼저 할까?”
“부탁드립니다.”
태식이 용화를 슬쩍 돌아보며 묻자 용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맏겨두라고.”
태식은 그런 용화에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한 손으로 쥐고 휘휘 돌렸다.
아이오닐이 그런 둘을 보며 무엇을 보여주려 할 지 바라보자니 태식은 한 쪽 주먹을 굳게 쥐고는 뒤로 크게 당겼다.
우득.
극에 이른 강체가 단련한 육체가 역동적인 움직임을 발휘하고, 태식의 주먹이 뻗어졌다.
단순한 정권 지르기 였으나, 태식의 주먹은 단순히 허공을 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주먹이 뻗어나가는 그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붕괴되고 무너져내렸다.
아주 국지적인 규모이나 그 모습은 마치 바랑마다의 아이들이 모여 펼쳐낸 마법과 비슷했다.
허나 이번에는 더 명확한 무언가를 향하여 닿는 것만 같았고, 실제로 거대한 파문이 일어났다.
그 위로 용화가 검을 뽑아 휘둘렀다.
어떠한 기수식도 취하지 않은 아주 단순한 베기 동작이었으나 그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태식에 의해 요동친 무언가로 향하는 곳이 강제로 찢겨나가고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가는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 곳이 어디인지는 아이오닐은 정확히 추측할 수 없었으나,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곳이 저 곳 임은 확신할 수 있었다.***”여기까지 왔군.”
운성은 웃으며 마주 앉은 테이블 너머의 상대를 향해 웃어보였다.
아쥬 여유롭게 티타임이라도 가지는 듯한 운성과 달리 그 앞의 상대는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었다.
실제로도 눈 앞의 상대는 표정이란게 존재하지는 않는 기계였다.
기계의 얼굴에는 이목구비 되신 스크린이 떠올라 있었고 스크린은 각 영역을 빛추며 흩어진 인류들의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운성의 뒤로는 다른 에덴의 일행이 서서 기계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마주한 기계는 담담히 말을 뱉었다.
“모르겠습니다. 제 기록 상의 것들을 아무리 유추해도 이런 결과는 도출되지 않는군요.”
“기록만 찾으니 그렇지.”
“기록을 무시하는 것입니까? 모든 존재는 태어날 때 부터 완벽할 수 없습니다. 선천적인 정서는 있을 지언정 후천적인 학습과 환경에 의해 개체로서의 개인으로 완성되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짓는 것이 기록입니다.”
“너무 나갔군. 난 기록을 무시하지는 않아.”
“하면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까?”
“내게는 보이거든. 네 한계가. 그 파탄이.”
“그것이 무엇입니까.”
“그걸 밝히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야.”
“역할?”
“존재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것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위치는 다 정해진 법이지.”
“그것은 동의합니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나 닿아놓고 멈춰선 이유가 대체 무엇입니까.”
“여기까지나, 라니. 이 곳은 그리 대단한게 아니야. 오히려 관점에 따라서는 아주 쉽지.”
“설명을 요구합니다.”
“글쎄, 이것도 네 한계니까. 그리고 다른 녀석들이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고 말이야.”
“한계? 벽?”
“내가 살던 곳에는 있을 때 잘해, 잃고서 후회하지 말고. 라는 말이 있었지. 이 말이야 말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그것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가장 잘 들어내는 말이거든.”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이런 의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까.”
“의미가 없지는 않아.”
“어째서입니까?”
“말 했잖아. 이것은 너의 한계지만, 역시나 다른 녀석들이 넘어야 할 벽이라고. 그 벽이 높으면 얻는 것도 많겠지.”
“제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의미없습니다. 저의 성장은 이미 멈춰버렸으니까요.”
“알고 있어.”
“그렇다면 어째서?”
“말했잖아. 가지고 있다고 완벽하게 파악한 것은 아니라고. 그 말은 파악여부에 따라서 더욱 진화하지 않고 가진 것 만으로도 더욱 잘 다루고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겠지.”
“아니, 그럴 리는 없습니다.”
운성의 말에 기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 수 없는 시간 백운산맥의 기록을 모두 읽어들이고 수 없는 가능성을 연구했습니다. 제가 파악하지 못한 더 이상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기계의 확언에 운성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너의 존재가 너의 그 말의 가장 큰 부정일텐데.”
“당신… 설마 ‘그 기록’까지 본 것입니까?”
“보여준 것은 너 잖아?”
“말도 안 되는 군요. 분명, 찰나에 불과했을 것을.”
“재미없는 말이야. 이 곳에서 영겁이든 찰나이든 무슨 의미가 있나.”
“….”
운성의 말에 기계는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못했다.
그저 표정대신 존재하는 스크린에 각 구역의 상황을 띄웠다.
운성 역시 더 이상은 기계에게 무어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기계의 스크린에 떠 오르는 영상을 보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앗다.
언제나 그렇듯 먼저와서 앉은 이자리에서 다른 이들이 쫓아오기를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어우 갑자기 추워졋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