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56
00456 녹림綠林 =========================
부러울 게 없는 삶.
그것은 정말 부러울까?
딱히 모자랄 게 없는 그런 삶.
그런 삶이 계속 된다면 어떻게 될가.
몇 년 단위면 행복하겠지, 몇 십년 단위면 즐겁겠지.
몇 백년 단위면 안정감이 있겠지.
그런데 그게 몇 천년을 넘어서면?
몇 만년에 닿으면?
그 이상을 간다면?
모자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바랄 게 없다는 것이고, 바랄 게 없는 이는 변화할 것도 없다.
변화 없는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는 어떤 기분일까.
건강에도 수명에도 모자랄 것이 없어 병들일 없고 죽을 일 없으며, 기억력과 사고력도 모자랄 것이 없어 망각이 없고, 정신이 혼탁해질 일이 없다.
언제나 또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며 수 없이 긴 시간을 홀로 살아가는 이는 어떻게 될까.
너무나 완벽해서 희망하는 법을 잃었고, 너무나 완벽해 함께하는 법을 잊었다.
모자랄 게 없으니 모자란 이를 이해할 수 없고, 바랬던 적이 없으니 욕망을 몰랐다.
변할게 없는 삶은 감정이란 것을 그저 화학반응이자 글귀에 적힌 무언가로만 알게 했고, 심해져가는 파랑은 깊은 골을 만들어가면서도 아픈지를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극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 속삭였다.
‘꿈을 꾸고 싶나?’
꿈?
그게 무엇일까.
뜻은 안다.
부족한 이들이 부족한 휴식을 채우기 위해 수면을 취하는 중 가지지 못하는 것을 꿈꾸는 행위.
하지만 자신은 휴식이 필요할 만큼 지친 적이 없어 수면을 취할 일 없고, 가지고 싶어할 만한 것이 없었으니 꿈을 꾸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무런 생각이 없어야 하건만, 느껴지는 이 격랑은 무엇인가?
‘흐흐흐, 그게 ‘욕망’ 이다.’
속삭이던 자는 작은 빛덩어리를 자신에게 가져다 댔다.
그것이 닿는 순간 누군가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너무나 작은 존재의 일생이었다.
자신과는 달리 부족한 게 너무나 많은 이었다.
태어나 눈을 뜨는 것 조차 힘겨워하는 이었다.
그렇기에 그 존재는 아둥바둥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쳤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으나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길고 길었던 평생.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그는 격동했다.
휘몰아치는 감동이었다.
밤하늘의 별 빛을 보고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이들의 감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
완벽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손을 뻗어도 쥘 수 없고, 다가가려 해도 도달하지 못한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저것이야 말로 자신이 부족한 것이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런 그를 이해한다는 듯이 속삭이던 자가 또 하나의 빛을 건내주었다.
또 다시 누군가의 일생이 흘러갔다.
아름다웠다.
이 역시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야기의 주역은 평생을 전쟁터에서 몸받치다 부질없게 죽어버린 어느 삼류 용병.
어느 흔하디 흔한 산의 화전민으로 태어나 힘겹게 살며 밤의 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동경하다 마을을 떠나 현실을 자각하고 용병이 된다.
떠날 때 품은 꿈은 동화에 나올 멋진 방랑검객이었으나 현실은 그저 고기방패 취급에 불과했음을 알았으나 돌아갈 수 도 없어 전쟁터를 전전하며 값싼 비용에 팔려다니고, 겨우 살아돌아와서는 주점에 탕진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창녀와 몸을 뒤섞는다.
하루하루가 희미하지만 무엇하나 준비되지도 않은 채 언젠가 다가올 것이라는 헛되 희망을가지고 살아가다가 어느날 허망하게 죽는다.
부질없는 삶이요 하루살이와 같은 일생이나 그 순간순간의 명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도, 나도 저런 꿈을 꿀 수 있다면!
갈망하는 것은 부족한 자들의 비애라 여겼건만, 사실은 자신만이 가지지 못한 특권이었다.
욕망한다.
바란다.
가지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너무 오랜 시간을 희망하지 않은 채 살아온 자신은 희망하는 법 조차 잊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속삭이던 자가 노래하덧 읇조렸다.
‘못할 것 도 없지.’
그것은 너무나 요사스런 것이었으나 그 순간의 그에게 있어는 더 없이 감미로우며 더 없이 달콤한 속삭임이 었다.
‘네가 꿈을 구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이 꾸어주면 되지 않나?’
다른 이들이?
그렇구나.
내가 하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것을 가져오거나,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 주면 될 일이다.
저 부족한 이들이 종종 쓰는 방법.
자신 역시 지금 그 꿈이란것이 부족하니, 다른 부족한 이들이 하는 방법을 본 다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의 세계에 부족한 이들이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었으나, 그에게는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그가 원함에 따라 세계 전역으로 그의 힘이 뻗어져나갔다.
세계 곳곳 그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고 그 힘은 구름을 뚫고 하늘위로 뻗어 올라갔다.
그의 힘에 닿는 곳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이 느껴졌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별미.
그를 숭배하고 따르던 이들이 받치던 어떠한 공물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더,더,더!
이 기분을 더욱 만끽하고 싶다.
더욱 강렬하고, 더욱 아릅다고, 더욱 감미로운 욕망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그 때 또 다시 속삭이는 자가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속삭이는 자의 등장에 그는 반갑게 인사했다.
그 덕에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됬으니까.
그리고 그는 속삭이는 자에게 자신이 처한 문제를 토로했다.
빙긋 웃은 속삭이는 자는 답했다.
‘간단한 문제야.’
아주 쉽다는 듯이.
‘욕망은 절실할 때 더욱 짙어지는 법. 그들을 절실하게 만들어.’
절실하게?
그것이 무엇일가.
속삭이는 자가 떠나간 뒤로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기에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누군가에게 절망을, 누군가에게 분노를, 누군가에게 환희를.
그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수 많은 이들이 희노애락을 겪었다.
그것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한 방향을 향해 치달았고, 그 흐름과 변화는 또 다시 그에게 기쁨이 되어갔다.
과거에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보다 그가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을 때, 더욱 많은 이들이 그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오직 그들이 더욱 큰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만이 중요했다.
세계의 높은 곳에 있는 자로 숭배받던 그가 세계의 적으로 지목되었을 때 조차, 그를 해하기 위해 몰려든 세계의 이들이 뿜어낸 적의라는 욕망이 더욱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는 기뻐하며 웃었다.
기쁜 마음으로 그들과 어울려주고, 또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죽었다가는 더 이상 자신을 기쁘게 할 존재가 사라질 지 모르니 일부는 살려주기도 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됬다.
그러다보니 그는 더욱 강한 욕망을 원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는 누군가 기계를 만든다면, 그 기계를 만든 자 보다 더욱 효율적이고 더욱 능숙하게 기계를 다룰 수는 있어도 새로운 기계를 창조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렇다고 그의 세계에 있는 자들에게 기대를 하자니, 그의 세계에 있는 자는 모두 그의 영향을 받아버린 자들이다.
그가 고민할 때, 또 다시 속삭이는 자가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또 다시 나타난 속삭이는 자를 본 그는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렇기에 그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친 이야기였으나 속삭이던 자는 묵묵히 들어주었고, 그러다가 예의 그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거라면 방법이 있지.’
정말인가?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는 듯이 말하는 속삭이는 자는 자신을 믿으라고 했다.
그는 속삭이는 자를 믿었다.
아니, 사실 믿음따위는 어찌됬든 상관없었다.
그였기에 믿은 게 아니라, 당장에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믿음을 줘도 상관없었으니까.
그래, 그렇기에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건 상관없었다.
설사 그의 세계가 멸망하고, 조각나서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에게 흡수당한다고 해도.
원래 세계에 있던 이들이 어떤 꼴을 당한다 해도.
높고 높은 곳에 있던 자신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속삭이던 자가 말했던 대로 되었다.
그 후 아무리 긴 시간이 흐르고, 그 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낮은 곳으로 떨어져 더 이상 부족할 게 없는 자가 아니게 되었고, 부족해지며 욕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 역시 상관없었다.
이 욕망에 살아갈 수 있다면 다른 것 따위 무슨 상관일까?
욕망을 탐하던 그는, 욕망에 먹혀 욕망의 괴물이 되었다.
***
“이게 뭔 개같은 상황이야.”
레이븐은 인상을 구겼다.
“너도?”
아이오닐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어보니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 뿐만이 겠나.”
주변에 있는 이들, 아니 인류제국 전원의 표정이 한결같았다.
참 더러운 꼴 봤다는 표정이었다.
========== 작품 후기 ==========
점점 봄이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