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85
00085 살아가는 것 =========================
“흐아아암~”
혜진은 기지개를 펴며 아지트로 삼는 섬주변을 걷고 있었다
숲의 주술이라 불리는 드루이드의 주술을 쓰는 그녀에게 세계수와 자이언트 터틀의 효과를 받는 이 섬은 그 주술의 재료를 얻기 위한 최고의 환경이였다.
물론 섬의 둘레가 오죽 넓은 것이 아니기에 한번 다 둘러보려면 꽤 오랜시간이 걸리지만, 그 덕에 정말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 그녀가 향하는 곳은 마침 츠바사가 머무르는 거처의 근처.
겸사겸사 인사도 할 겸 직접 딴 나무열매도 소쿠리에 담아서 츠바사가 평소 검을 휘두르는 폭포앞 정자로 향했다.
그렇게 걸어서 폭포소리가 울려퍼지는 근방에 도착했을 무렵,
“어라?”
그녀가 알던 츠바사와는 다른 기세를 풍기는 자가 있었다.
‘이상할 것도 없긴 하지만…’
상대 또한 자신의 접근을 알았는지 휘두르던 검을 정돈하고는 걸어왔다.
“어서오십시요. 혜진씨.”
“네네, 잘 지내셨나요? 용화씨?”
정중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상대는 츠바사의 제자 용화.
언제나 예의 바른 모습으로 대하는데 오히려 더 어려운 상대인 그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이들을 보러 오는 김에 방향이 같아서, 츠바사씨께 인사라도 드릴려 했는데, 안 계시네요?”
“스승님은 지금 밖으로 외출을 가셨습니다.”
“외출이요?”
자신이 알기로 츠바사는 번잡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성의 요청이 있기에 간간히 나가고, 혹은 탑의 잔류시험을 거쳐야 할 때만 외부로 나가서 검을 휘두를 뿐, 그 외에는 이 곳에 머무르며 검무劍舞를 추거나 사색에 빠져있고는 한다.
그런데 외출이라니?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즈음은 밖의 어느 작은 마을을 외유하시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구경하러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흐음, 그래요?”
아무래도 타이밍이 안 맞았나보다.
혜진 자신이 이 곳을 가장 최근에 들른 것이 한달이 넘었으니 그 전부터 가진 취미인가 싶다.
“으으, 안타깝네요. 으음~ 그럼 이거 용화씨라도 드실래요?”
그녀는 웃으며 용화에게 나무열매가 든 과일열매를 건냈다.
용화또한 성의에 감사하며 고맙다며 받아들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수고하십시요”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그녀를 배웅한 후 용화는 수북히 쌓인 나무열매 중 하나를 베어물었다.
“이건, 좋은 일이군.”
지구상에 있을 때는 이런 호의를 받아본 일이 없었다.
막막한 가정 환경에 웃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여동생 세희가 자신을 향해 지어주는 웃음의 뒷편엔 어둠이 짖게 깔려있었다.
어쩔 수 없지 자신을 위해 꿈도 희망도 모두 접은 길은 걷느라 모두가 힘들어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힘든 길을 걷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가는 길을 걷는다.
자신은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해졌고,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 녀석아, 소중한 사람과 지내는 것도 좋지만, 너도 세상사는 것을 좀 보고해라’
나무열매를 베어먹다보니 문득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생각해보면 자신 또한 아지트가 아닌 밖을 돌아다니긴 했다.
하지만 부랑자들을 척결하는 것만을 하다보니, 정작 자신이 도와준이들도 그들 남매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보다 넓게 바벨여기저기를 돌아다녔으나, 마땅히 알고지내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항시 자신의 지표가 되어주는 스승님과, 이 열매를 준 그녀와 트리니티, 스테인씨와 레인씨, 세계수소녀 뮤즈. 그리고 거북이까지. 이제는 모두 소중해진 이웃이다.
‘그 남자는… 조금 무서우니까 배재해야지.’
“세상 구경이라…”
그저 작게 웃으며 스승님의 말을 곱씹는다.
***인류는 바벨을 오르며 인적 자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아무리 강한 네임드도, 바벨의 탑을 오르다보면 너무나 쉽게 죽어나간다.
네임드라불리며 마치 하늘의 천명을 받은 듯한 영웅의 행보를 걷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이가 자신의 천명에 휩쓸려 사라져갔다.
그것은 당사자에게도 비극인 일이지만 인류 전체로 봐도 손해다.
그들이 죽음으로써 그들에게 몰아주기 식으로 쏠리던 예산등이 한방에 공중분해가 되니까.
그렇기에 인류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뒤쳐지는 이들까지 전부 챙기기로 했다.
이제 마주하는 적은 점점 강해지고 거대해져갔다.
또한 발생하는 것은 전투를 넘어 전쟁에 닿아가고 있었다.
단순히 하나둘 강한 것으로는 전부 커버할 수 없는 정도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대도시라는 거대 거점을 여럿 파고서도 기타 작은 섬등을 공략하며 소도시들을 만들어 아직은 약한 이들이 거주할 섬들을 얻어내고 있었다.
네뷸라 섬 또한 이러한 이유로 개발된 섬이다.
대길드 엠파이어가 정벌한 수많은 섬 중하나.
아직은 그 전투력이 미약한 인류들이 살아가는 후방거점.
그 곳에 속한 7개의 소 마을 중 하나인 오란마을에는 아이렌이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어릴 적에 바벨에 끌려와서 제법 좋은 사람들을 만나 탑을 오를 수 있었던 그녀다.
이제는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앳된티를 가진 그녀는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밝게 지내며 죽음을 끼고 살아가는 이 바벨에서 작지만 소중한 오란마을의 빛이였다.
그녀는 피가 튀는 전투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싸우고 전투지속불가의 판정의 부상으로 이 곳 후방으로 밀려나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도 다가가 여러가지 도움을 주곤했다.
“오~늘~은~ 카제할아버지에게 놀라갔다와볼까”
카제할아버지는 약 한달이 좀 되기전에 이 곳에 들은 동양인인 할아버지다.
이따끔씩 마을에 들르기도 하지만 거처는 산속의 오두막이다.
아무래도 마을의 방벽밖인지라 위험하니 마을안으로 들어오라 해도, 그 때 마다 그는 웃으며서 고개를 젓는 걸로 답했다.
워낙에 흉한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 이유가 사람사이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한 지라,
인적을 피해 사는 이들도 많다.
그것을 아는 아이렌이기에 그녀는 결국 카제할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이따끔씩 찾아가며 안부를 물었다.
그래도 확실히 이 층까지 오를만큼 재간은 있는지 그는 찾아갈때마다 무사한 모습을 보이며, 큰 말은 없었지만 몬스터고기인지 모를 신기한 음식을 대접해주고는 그랬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적당한 생필품을 들고가서는 나눠주며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벌컥!
부실하게 지어진 정원 입구의 삐걱거리는 나무문을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왔느냐”
그런 그를 맞이하는 것은 조금 떨어진 나무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는 노인.
그녀가 카제할아버지라 불리는 노인이다.
“우와! 제가 올 지 어떻게 알고 또 준비해놓으셨어요?”
드르륵 거리며 자리를 앉아빼는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차가 준비되어있다.
따스한 김이 오르는 것이 탄지 얼마안된 것 같다.
“글쎄, 그냥 올 것 같더구나.”
“오오~ 이게 동방의 신기라는 신통력?!”
과장스럽게 팔을 벌리는 그녀를 보며 카제할아버지는 그저 웃었다.
“홀짝. 으음~맛있어~ 맛있어~”
한 입 마시자 신체 곧곧으로 퍼지는 청량함이 느껴졌다.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우와, 이거 뭐에요? 되게 맛잇다!”
“이름은 잘 모르겠구나. 아는 사람이 구해준거란다.”
“아하~”
‘아는 사람? 할아버지가 아는 사람도 있나?’
묻고 싶지만 그러기는 힘들었따.
이렇게 사회와 떨어져사는 사람은 대게 숨기는게 많고, 그것은 주로 그 사람의 아픈 곳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먼저 밝히지 않는 한은 굳이 먼저 물어서 좋을 것은 없다.
“으으~ 배불러어~”
카제할아버지가 주던 차와 다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배가 가득 불러왔다.
처음보는 과일을 얇게 잘라 구운 것 같은데 어찌 과일을 구운게 이런 식감과 맛이 나는지, 그 맛에 빠져버려 배를 탕탕두드릴 정도까지 와구와구먹어버렸다.
의자 허리받침뒤로 벌러덩 누워서 으에에~하고 퍼질러져있자니 기분은 좋은데 막상 생각하니 이렇게 많이 먹어도 되나 하고 죄송스런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슬그머니 자세를 바로하고 앉아 머리를 숙였다.
“저기, 혹시…”
“후후, 괜찮단다.”
하지만 카제할아버지는 말이 끊나기도 전에 손을 저으며 웃었다.
“네?”
“어차피, 네가 먹으라고 준비해둔 것이란다.”
“오오오오! 할아버지 최고!!”
양팔을 쫙 벌려 만세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러고는 다시 남은 과자를 와구와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확실히 정숙한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래도 학습시기의 대부분을 바벨에서 보낸덕에 격의와 격식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큰 덕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보기 좋은 듯 노인은 그저 웃었다.
소녀다운 쾌활함을 가진채 다과를 먹는 소녀와 그것을 바라보며 따스한 웃음을 짓는 노인.
그것은 확실히 보기 좋은 한폭의 그림과 같았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다음이야기를 전개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