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101.
물론 아닐 확률이 높기는 했다.
평범한 존재의 파편이 아니다.
최상위 법칙인 ‘죽음’의 파편이었다.
강림이 정체불명의 힘을 가지고 있고 카디악의 파편을 다수 파괴했다고 해도 죽음의 파편은 격이 다르다.
‘만약 녀석이 맞다면…….’
그런데 만약 강림이 죽음의 파편을 파괴한 것이 맞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매우 큰 문제다.
기존의 강림에 대한 생각을 전부 버려야 한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조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왜 그래?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그리 멍한 거야?”
제드의 목소리에 카디악은 정신을 차리고 제드를 보았다.
‘솔드럼이 간다고 했지.’
광휘의 솔드럼.
제드가 솔드럼이 한국에 간다고 했다.
솔드럼이 한국에 가게 되면 강림과 반드시 부딪칠 것이다.
강림이 죽음의 파편을 파괴한 장본인이라면?
솔드럼은 죽을 것이다.
‘파악할 좋은 기회야.’
물론 카디악은 이 사실을 제드에게 말해 줄 생각이 없다.
제드와 한배를 타고 있기는 했지만 한편은 아니다.
언젠가 카디악은 하선을 해야 한다.
아니, 하선이 아니라 침몰시켜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제드와 싸우게 될 것인데 굳이 제드의 힘을 지켜 줄 이유가 없다.
‘아니라면 그것대로 좋고.’
물론 죽음의 파편을 강림이 파괴한 게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솔드럼에게 강림이 죽을 수도 있다.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카디악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제드에게 답했다.
“말할 수 없다.”
“…….”
제드는 카디악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죽음께 직접 듣든가.”
카디악은 피식 웃으며 이어 말하고는 그대로 제드를 지나쳤다.
그리고 포탈을 열어 마스라드로 귀환했다.
마스라드에 도착한 카디악은 곧장 처소로 향했다.
처소에 도착 후 카디악은 지구를 확인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 있는, 자신에게 간택받은 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흐음…….”
카디악은 침음을 내뱉었다.
라숨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당연하게도 전쟁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몇몇 곳은 우위를 점했지만 말 그대로 몇몇 곳일 뿐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밀리고 있었다.
물론 한국처럼 완전히 밀린 것은 아니다.
55 대 45 정도로,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좋지 않아.’
계기가 있으면 뒤집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카디악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라숨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계기가 많은 것은 라숨 쪽이었다.
‘이대로라면…….’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패배는 영향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그리고 영향력의 감소는 법칙을 목표로 달리는 카디악에게 매우 치명적이었다.
‘집중해야 되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굳이 다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
곳곳에 퍼져 있는 힘을 몇 곳으로 모으면 된다.
물론 라숨 역시 카디악을 따라 힘을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카디악과 라숨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라숨이 자신의 목표를 버릴 리가 없다.
‘좀 지켜보다가 모아야겠어.’
지금 당장 모을 필요는 없다.
일방적으로 쭉쭉 밀리고 있는 게 아니기에.
상황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을 때.
그때 모으면 된다.
* * *
제갈무영이 땅에 박혀 있던 작은 나무를 뽑았다.
스아아…….
나무를 뽑자마자 주변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평범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복된 것이다.
강림은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제갈무영을 보며 생각했다.
‘봐도 봐도…….’
수없이 보았다.
그리고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제갈무영은 무엇을 보고, 느끼는 것일까?
제갈무영의 시야가 너무나 궁금했다.
‘오래 걸리겠지.’
물론 언젠가는 제갈무영이 설명해 줄 것이다.
하지만 제갈무영 역시 본능적으로 하는 일이라 했다.
정리하고 설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이군.”
돌아온 제갈무영이 말했다.
“그러게, 벌써 마지막이네.”
강림은 고개를 돌려 동쪽을 보았다.
숲 중심부의 마지막 지역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기에 있겠지?”
강림이 물었다.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네.”
제갈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만약 저기에 없다면 외곽에 있다는 뜻인데 그럴 것 같지는 않으니.”
“확인하러 가 보자고.”
강림과 제갈무영은 마지막 지역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지역에 도착했고, 강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달라.’
파편이 있는 곳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중심부 마지막 지역이라 그런 것일까?
다른 곳들에 비해 유독 환경이 극악이었다.
얼마나 극악이냐면 강림도 살짝 부담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며칠만 더 머물면 육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을 정도로 극악이었다.
‘이 정도면…….’
강림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집중했다.
파편을 찾기 위해서였다.
“……!”
이내 강림이 눈을 떴다.
그리고 제갈무영에게 말했다.
“찾았어.”
진법은 여전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독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파편으로 추정됐다.
“기다려 줘?”
강림이 제갈무영에게 물었다.
진법이 펼쳐져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괜찮네. 찾았다면야 굳이 심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지.”
제갈무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수차례 경험해 보았다.
파편을 찾지 못했다면 해체를 했겠지만, 찾았는데 굳이 심력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어.”
제갈무영의 답을 들은 강림은 곧장 무신기에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5개의 무신기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신기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강림은 무신기를 통해 묵직한 느낌을 전달받았다.
스아악!
그와 동시에 극악의 환경이 사라졌다.
스윽.
강림은 고개를 돌려 무신기가 향한 곳을 보았다.
맹렬히 회전하고 있는 무신기와 무신기를 막아 내고 있는 시스템의 파편이 시야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훨씬 크네?’
강림은 시스템의 파편을 보고 살짝 놀랐다.
시스템의 파편은 지름 2m 정도의 거대한 수정구였다.
생각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랐던 강림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이 기운…….’
파편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다.
극악의 환경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확실히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대로 느껴졌다.
‘카디악?’
파편의 기운은 카디악의 기운과 매우 흡사했다.
‘조금 더 순수하긴 한데…….’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비슷할 뿐이었다.
더구나 초월자의 파편이 아닌 시스템의 파편이다.
카디악의 기운은 확실히 아니다.
‘잠깐, 설마…….’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진짜 죽음?’
킬리아드라와 대화했을 때 나왔던 ‘진짜 죽음’, ‘가짜 죽음’.
가짜 죽음은 카디악이었다.
혹시 시스템의 파편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주인은 ‘진짜 죽음’이 아닐까?
진짜 죽음이라면 카디악의 기운과 비슷한 것도 설명이 된다.
바로 그때였다.
“부술 생각인가?”
제갈무영이 물었다.
“혹시 필요해?”
“아니, 그건 아닐세. 궁금했는데 너무 위험해 보이는군.”
처음에는 연구해 보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인지.
그런데 막상 마주해 보니 연구 생각이 쏙 사라졌다.
“좋은 생각이야.”
혹시나 연구에 사용한다고 하면 파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갈무영도 같은 생각이란 것을 확인한 강림은 파괴에 집중했다.
쩌적!
이내 수정구에 실금이 나타났다.
쩌저적!
실금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쩡!
이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수정구가 조각조각 파괴됐다.
스아아!
그리고 수정구에 담겨 있던 엄청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매우 위험한 기운이었다.
닿기만 해도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강림은 기운을 끌어 올림과 동시에 제갈무영에게 보호막을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파편의 기운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뭐지?’
강림은 살짝 긴장했다.
‘설마 끝난 게 아니었나?’
당연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끝이 아닌 것 같았다.
이내 한데 뭉치던 파편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편의 기운이 향하는 곳은 강림이었다.
강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파편의 기운을 보며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말 그대로 잠시였다.
5개의 무신기가 일제히 파편의 기운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어진 상황에 강림은 무신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스아악!
아공간이 열렸다.
그리고 파편의 기운이 아공간에 들어갔다.
“…….”
강림은 멍하니 아공간을 보았다.
이내 아공간이 사라졌고, 강림은 고개를 내려 팔찌를 보았다.
‘안 열었는데?’
방금 생긴 것은 ‘태초의 자루’의 아공간이었다.
문제는 강림이 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악!
이내 팔찌에 새로운 문양이 추가됐다.
“……!”
강림은 문양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먹었다고?’
문양이 추가됐다는 것은 흡수를 의미했다.
‘멸망의 근원만 먹는 게 아니었나?’
여태까지 태초의 자루가 흡수한 것은 전부 ‘멸망의 근원’이었다.
그런데 시스템의 파편까지 흡수하다니?
‘하기야, 킬리아드라도 잘 모른다고 했으니.’
태고의 용 킬리아드라 또한 태초의 자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더구나 태초의 자루를 만든 것은 ‘최초의 법칙’.
최초의 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의 파편을 흡수한 것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뭐가 바뀌었으려나?’
멸망의 근원을 흡수할 때마다 태초의 자루는 새로운 기능이 생기거나 기존 기능이 강화됐다.
이번에 흡수된 것은 시스템의 파편이다.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궁금했다.
‘……와.’
이내 변화를 확인한 강림은 감탄했다.
‘2배나?’
아공간이 대폭 커졌다.
그것도 이전 크기의 2배로.
‘이제는 진짜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
점점 보관해야 될 것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아공간의 자리가 부족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당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공간의 크기가 커진 것만 해도 대박인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군단 아공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동력원이 생성됐다.
강림은 동력원의 크기를 확인했다.
‘……이게 무슨.’
이내 확인을 마친 강림은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 하트 10개 분량이었다.
‘파편이 이 정도면…….’
방금 파괴한 것은 ‘파편’이었다.
파편은 ‘일부’를 의미한다.
일부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비중이 그리 크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파편에 담긴 기운이 드래곤 하트 10개 분량이라니?
파편이 이 정도면 파편의 주인은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바로 그때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겐가?”
제갈무영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강림은 생각을 멈췄다.
그리고 팔찌를 들며 답했다.
“요 녀석이 먹어치웠어.”
“방금 그걸 먹어치웠단 말인가?”
제갈무영이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응, 아무래도 이거…….”
말끝을 흐린 강림은 태초의 자루를 힐끔 보고 이어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물건 같아.”
* * *
“…….”
김철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김철수는 강림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