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127.
백호는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기 때문에 정신력 또한 보통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죽기 직전까지는 두들겨야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을 마친 강림은 백호의 뒷발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쾅! 쩌적!
백호가 땅에 박혔다.
-커억…….
땅에 박힌 백호는 짧게 비명을 내뱉었다.
강림은 여전히 백호의 뒷발을 잡고 있었고 다시 백호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땅에 내리꽂았다.
쾅! 쩌저적!
이미 구덩이가 파여 있었기에 백호는 처음보다 더욱 깊숙이 땅속으로 처박혔다.
강림은 잡고 있던 뒷발을 놓았다.
그리고 백호의 위로 올라서며 생각했다.
‘확실히 단단하네.’
백호의 육체는 앞서 잡은 주작, 청룡보다 훨씬 단단했다.
생각보다 오래 두들겨야 할 것 같았다.
강림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백호를 보며 발을 들었다.
그리고 진각을 밟았다.
쾅!
-컥!
진각이 작렬한 순간 백호가 비명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백호의 기운이 줄어들었다.
강림은 다시 발을 들었다.
그리고 재차 진각을 밟았다.
쾅!
-컥!
백호가 또다시 비명을 내뱉었고 기운이 줄어들었다.
‘15번 정도면 되겠네.’
줄어든 기운의 양을 보니 15번 정도면 죽기 직전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진각을 더욱 강하게 밟으면 횟수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했을 경우 백호가 기절을 할 수 있다.
기절을 하면 대화를 할 수 없다.
대화를 원하는 강림의 입장에서는 지금 정도의 힘이 마지노선이었다.
강림은 계속해서 진각을 밟았다.
그렇게 진각을 밟은 지 7번째가 되어서야.
-컥!…… 자…… 잠깐!
백호가 비명을 내뱉은 뒤 외쳤다.
다시 진각을 밟기 위해 발을 들었던 강림은 가만히 발을 내리고 백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백호가 말했다.
-대, 대화를 원한다고 하지 않았나?
백호의 말에 강림은 싱긋 웃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황이 온 것 같았다.
“대화할 준비 확실히 된 거 맞아?”
-무, 물론일세!
“말투를 보니 아닌 것 같은데.”
-무, 물론입니다!
백호의 답에 강림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눈치는 있는 편이고.’
행여나 눈치가 없으면 답답한 대화가 될 수도 있는데 다행히도 백호는 눈치가 있었다.
그것도 꽤나 빠른 편이었다.
대화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준비된 것 같네.”
-가,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백호가 말끝을 흐리며 강림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 녀석들이랑은 관계가 없으신 것 같은데 맞나요?
“……!”
강림은 백호의 말에 눈을 번뜩였다.
그렇지 않아도 가장 먼저 물어볼 이야기였다.
“그 녀석들이 누군지 나도 참 궁금한 상황이야.”
-역시 그렇군요.
-그럼 대체 동작과 동룡은 왜 죽이신 건가요……?
백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녀석들이 덤볐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주작의 경우 덤빈 것이 아니긴 했다.
그러나 굳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보다 그 녀석들이 누군지 듣고 싶은데.”
괜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까 강림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
-정체불명입니다. 녀석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긴 했습니다만 알 수가 없었어요.
백호가 와다다 말을 쏟아냈다.
“…….”
강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노력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니?
“……녀석들의 목적은?”
강림은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게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 될지…….
“간단명료하게. 최종 목적만.”
-봉인된 사룡 카룸을 깨우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룡 카룸?”
백호의 답을 듣고 강림은 사신수들이 두려워하는 괴물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예, 저도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모두가 힘을 합쳐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라고 들었습니다.
“응? 누구한테?”
강림은 의아한 목소리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본 적이 없다니?
그리고 듣다니?
-전대 동호에게요.
이어진 백호의 말에 강림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후대였구나.’
당연히 백호가 카룸 봉인의 당사자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었다니?
“카룸이 깨어나는 조건은 너희가 전부 죽는 건가?”
-저희가 전부 죽으면 결국 깨어나긴 할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전부 죽어야 깨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모든 봉인진이 파괴되면 깨어납니다. 저희가 살아 있더라도 말이죠.
“봉인진은 총 4개?”
-헛,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호가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그냥 찍어 봤어.”
강림은 백호의 반응에 답하며 생각했다.
‘진짜 동서남북일 줄이야.’
동작, 동룡, 동호.
전부 ‘동’이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그럼 이제 남은 사신수는 14마리인가.’
봉인진과 사신수는 한 세트다.
동쪽 봉인진을 지키고 있던 사신수 중 주작, 청룡은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작 셋, 청룡 셋, 백호 넷, 현무 넷.
총 14마리로 추정됐다.
‘알이 부화하면 15마리 되나?’
문득 아공간에 있는 청룡의 알이 떠올랐다.
알에서 청룡이 태어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바로 사신수의 역할을 하는 것일까?
“혹시 말이야, 청룡의 알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동룡의 알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백호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강림은 백호가 괜한 오해를 하지 않게 이번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전했다.
“응, 다른 녀석들이 가지고 도망치고 있길래 빼앗았지. 그 뒤에 청룡 아니, 동룡을 만난 거고.”
-아아, 그렇군요.
백호가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고는 이어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화 시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습니다. 동룡의 알에 대해 관심이 없기도 했고,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라서…….
“으음…….”
강림은 침음을 내뱉었다.
대화가 수월하게 되고 있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백호는 아는 게 없었다.
“지금 동룡이 없잖아. 그럼 태어나자마자 동룡이 되는 거야? 이것도 모르나?”
-그게……. 저희는 싹수 보이는 녀석을 키워서 물려주긴 하는데…….
백호가 말끝을 흐렸다.
결국 모른다는 뜻이었다.
“……알겠어.”
더 이야기를 나눠도 청룡의 알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할 것 같았다.
강림은 바로 화제를 돌렸다.
“혹시 카룸이 얼마나 강한지 설명해줄 수 있는 녀석 있어? 실제로 본 적 있는 녀석 중에서.”
모든 사신수가 힘을 합쳐도 감당할 수 없는 괴물 사룡 카룸.
카룸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다.
-그게 아주 오래전 일이라서. 지금 카룸에 관해 아는 것은 북룡과 남작뿐입니다.
“…….”
백호의 말에 강림은 말을 잃었다.
청룡의 알을 제외하고도 14마리였다.
그런데 14마리 중 2마리만 실제로 마주했다니?
‘얼마나 옛날인 거야?’
사신수의 수명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카룸의 봉인 시기가 궁금해졌다.
게다가 궁금해진 것은 봉인 시기뿐만이 아니다.
“너희는 언제부터 지구에 있던 거야?”
당연히 대격변 때 등장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격변 이전부터 존재한 것 같았다.
-저는 900년 살짝 넘었습니다.
“북룡이랑 남작은?”
-북룡의 경우 6천 년, 남작의 경우 5천 년이 넘은 거로 압니다.
“…….”
강림은 다시 말을 잃었다.
6천 년과 5천 년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강림이 말이 없자 백호가 이어 말했다.
-혹시 1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하신 질문이라면 저희는 진짜 아무 관여 안 했습니다! 저희도 당황해서 대회의를 열었을 정도니까요. 믿어주십쇼!
“……그래, 알겠어.”
강림은 백호의 말에 답하며 생각에 잠겼다.
‘철수 님도 모르는 정보 같은데.’
대격변 이전부터 사신수가 존재했다는 것을 김철수가 알았다면?
분명 말을 했을 것이다.
말하지 않은 것을 보면 김철수도 몰랐던 정보가 분명했다.
‘카룸은 아시려나?’
김철수는 중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을 알고 있다.
만약 김철수가 카룸을 알고 있다면?
미래에 모든 봉인진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김철수가 모른다면?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봉인진이 깨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물어봐야겠다.’
강림은 김철수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백호가 입을 열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실까요……?
“북룡, 남작이 카룸을 봤다고 했지?”
-예, 카룸이 봉인 당한 시기가 4300년 전이니까요.
“그 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지금 당장이요?
“왜? 무슨 문제 있어?”
-그게 10년 전에 일어난 변화 때문에 교류를 끊기로 했습니다.
“만날 수 없다는 뜻인가?”
-아뇨.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대화하시려는 이유를 여쭈어봐도 될까요……?
“카룸, 이대로 내버려 둘 거야?”
대격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상관 없다.
사신수가 지키는 봉인진이 파괴될 일이 없기에.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플레이어, 간택받은 자들이 성장하면 사신수도 위험하다.
거기다 멸망의 근원까지.
세상이 변한 지금 카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다.
강림은 폭탄을 그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네가 본 게 전부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강림은 머뭇거리는 백호에게 재차 말했다.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연락 넣겠습니다.
강림의 말에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린 백호가 움찔하고는 답했다.
그리고 이어 포효했다.
-크허허허헝!
그 순간 강림은 느낄 수 있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바람을.
“이게 끝이야?”
강림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얼마나 걸리지?”
-바로 응답한다고 해도 3일은 걸릴 겁니다.
“3일이라…….”
강림은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
‘계획대로 움직여야겠는데.’
금방 연락이 닿는다면 이곳에서 기다리려 했다.
그런데 3일이라니?
한곳에서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바로 그때 백호가 물었다.
-혹시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리실 생각이신가요?
“아니, 내 할 일 하고 있어야지. 설마 도망갈 생각은 아니지?”
-절대 아닙니다. 봉인진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고 도망친다고 해도 금방 잡힐 테니까요.
백호는 봉인진 때문에 근방을 벗어날 수 없다.
거기다 백호는 알고 있다.
봉인진을 버리고 도망친다고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걱정 말고 다녀오시길.
“……그래.”
강림은 백호의 말에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
문득 든 생각에 강림은 다시 뒤로 돌아섰다.
“근데 말이야.”
-네?
“내단 있지?”
주작, 청룡의 경우 내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신수의 내단은 태초의 자루 강화 재료였다.
즉, 백호의 내단 역시 강화 재료일 확률이 높았다.
-예? 제 내단이요?
“응.”
-이, 있긴 한데요.
백호가 말을 더듬었다.
“내단이 없으면 죽나?”
-그, 그건 아니지만 힘이 약해져 봉인진을 제대로 지킬 수가…….
백호가 변명을 시작했다.
강림은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었다.
혹시나 백호가 죽는다면 내단을 포기할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봉인진은 걱정 말고 꺼내 봐.”
-…….
그러나 백호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단지 애처롭고 슬픈 눈빛으로 강림을 바라볼 뿐이었다.
강림은 백호의 애절한 눈빛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직접 꺼낼까?”
-……아뇨. 바로 꺼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