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후후.”
그때 야현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딱!
마풍각 앞 석단을 뚫고 해골들이 삐죽 솟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나무들이 빠르게 자라나는 것처럼 솟아오르던 해골들은 서로 뒤엉켜 하나의 거대한 의자를 만들었다.
그 모습은 기괴하지만, 한편으로 웅장하기도 하여 마치 하나의 옥좌처럼 보일 정도였다.
야현은 그 해골로 만들어진 옥좌에 느긋하게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그러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뭐 하나?”
야현이 곡사무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우히히히히!”
대답처럼 들린 카이만의 괴소.
모든 시선이 그 웃음의 진원지인 마풍각 지붕 위로 향했다. 검은 로브를 입은 카이만이 쇳소리 섞인 목소리를 터트렸다.
“뭣들 하냐? 시작하랍신다!”
쿵!
그 명에 지붕과 담벼락 위에 포진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후웅― 쏴아아아!
마나의 파장이 마풍각 내 연무장을 휘감았다.
‘……?’
어마어마한 기의 파동.
불길함을 느낀 곡사무가 흔들리는 눈으로 주위를 살피다 야현과 눈이 마주쳤다.
“재미있을 겁니다.”
비록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만으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서걱!
“으아악!”
느닷없이 살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적들 중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단말마라니.
곡사무는 이해할 수 없었다.
“크아악!”
다시 이어진 비명.
“……!”
동시에 곡사무의 눈이 부릅떠졌다.
“가, 강시.”
죽은 백마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청마대와 적마대를 향해 닥치는 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도 무척 해괴했다.
하나같이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머리 잘린 기사, 듀라한.
백마대원들은 흑마법사들의 손에 의해 듀라한으로 새로이 태어난 것이었다.
“당황하지 마라.”
“이지를 상실한 강시일 뿐이다! 베라!”
비록 외단의 무력 단체라고는 하지만 마교는 마교, 마인은 마인.
청마대주와 적마대주는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 명에 대원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동료였지만 이제는 적.
그들의 망설임은 짧게 끝났다.
청마대와 적마대 대원들은 대주의 명에 따라 백마대 강시, 듀라한들을 상대로 착실하게 막아 나가기 시작했다.
쿵!
다시 이어진 마나의 파동.
『키키키키키!』
『키히히히히!』
연무장 가장자리의 땅들이 헤집어지며 칼과 방패를 든 해골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들이다.
문제는 그 수.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일 정도로 엄청난 숫자였다.
『키하아아아아!』
『히하아아아!』
수백의 스켈레톤들은 일제히 몸을 떨며 괴성을 터트리고는 밀물처럼 청마대와 적마대를 덮쳐 나갔다.
퍼석!
스켈레톤들은 적마대와 청마대의 칼질에 단숨에 부서져 나갔다.
하지만 스켈레톤의 무서움은 불사에 있었다.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 스켈레톤들은 다시 복구되며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오로지 앞으로 전진하며 칼을 휘두르는 것만이 귀령의 한인 듯 몰아치고, 또 몰아쳤다.
“젠장!”
묵묵히 검을 휘두르던 누군가의 입에서 거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베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부서트려도 다시 일어나는 스켈레톤들의 모습에 질려버린 것이다.
스켈레톤만 상대하고 있다면 그다지 상관없다.
문제는 외곽을 둘러싼 스켈레톤들이 아니라 내부에서 날뛰는 듀라한들이었다.
스켈레톤들처럼 어쭙잖은 적이 아니다.
그들은 생전의 백마대의 무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강했다.
강기가 아니면 베어지지 않는 피부.
강기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는 방패, 머리통.
거기에 잘려도 다시 복구되는 육체.
마공을 익힌 마인도 인간이다.
수십 년의 내공을 가졌다 해도 결국은 인간이다.
“헉헉헉!”
인간이기에 끝없는 싸움 속에서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 전력인 붉은 안광을 뿌려대는 이들이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이만.”
야현은 전장에서 자신과 눈을 마주하고 있는 곡사무를 보며 그를 불렀다.
“예, 주군.”
“볼 만한 것은 다 본 듯하니 슬슬 정리해.”
“우히히히!”
쿠웅! 쏴아아아―
카이만이 지팡이를 다시 찍었다. 이번에 울린 마나의 파장은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무거웠다.
‘……!’
“……!”
두 대주의 눈이 동시에 마풍각 지붕 위, 카이만에게로 향했다.
그때 전장 한가운데에서 검은빛이 폭사되었다. 그 빛이 터져 나온 곳은 유일하게 일어서지 않던 백마대주, 마검자의 시신이었다.
그드득!
마검자의 감겼던 눈이 다시 번쩍 떠졌고, 중력을 거스르는 듯 그의 신형은 허공으로 떠올라 자리에 섰다.
허공으로 치솟았던 검은빛이 이번에는 땅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땅에서 육중해 보이는 검은 갑옷이 튀어 올라 마검자의 몸에 덮이듯 입혀졌다.
그리고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직검(直劍)이 손에 쥐어졌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본래의 수수한 모양이 아닌 온통 검은빛을 띤 흑검이 되었다는 것이다.
* * *
다크 나이트!
“크하아악!”
살기 짙은 포효를 터트리며 다크 나이트 마검자가 직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내 또렷한 검은 안광을 뿜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비명조차 없었다.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직검은 청마대 무인을 단칼에 반으로 양단시켜 버린 것이다.
“크하핫!”
그 일살(一殺)은 시작일 뿐이었다.
다크 나이트 마검자는 압도적인 힘으로 적마대와 청마대의 무인들을 베어 갔다.
캉!
일방적인 학살이 되어가려는 시점, 한 자루 도가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직검을 막았다.
“큭!”
청마대주였다.
그러나 그는 곧 힘에 밀려 미약한 신음을 삼키며 뒤로 밀려났다.
“크흐으!”
다크 나이트 마검자는 짐승의 울음을 터트리고는 청마대주를 쳐다보며 다시 직검을 들어 올렸다.
쐐애애액―
그 순간, 한 자루 검이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등을 베어왔다.
적마대주였다.
청마대주가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시선을 끄는 동안 적마대주가 후미를 노렸던 것이다.
캉!
적마대주의 검과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갑옷 사이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도 충격이 있었는지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신형이 잠시 휘청거렸다.
일격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다크 나이트 마검자는 청마대주를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뒤가 신경 쓰일 법도 하건만 다크 나이트 마검자는 오로지 청마대주를 주시하며 직검을 휘둘렀다.
쐐애애애액!
“큭!”
청마대주는 입술을 깨물며 빠르게 도를 들어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직검을 막았다.
쾅!
충격에 청마대주는 뒤로 밀려 나갔고, 다크 나이트 마검자는 그런 그를 압박해 나갔다.
서걱!
그와 동시에 적마대주가 다크 나이트 마검자의 종아리를 베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다크 나이트 마검자는 휘청이는 걸음을 바로잡으며 여전히 청마대주를 향해 직검을 휘둘렀다.
청마대주는 일단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몸을 날렸다.
“……!”
턱!
하지만 그는 그의 바람처럼 뒤로 물러나지 못했다.
“컥!”
붉은 안광을 뿌려대는 한 사내, 화이트 기사단 제2 기사단장, 포르툼이었다. 포르툼이 그의 뒷목을 움켜잡은 것이다. 청마대주는 그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포르툼의 악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콱!
포르툼은 청마대주의 목을 강제로 꺾은 뒤 단숨에 물어 버렸다.
“크아아악!”
터져 나온 비명.
청마대주의 비명이 아닌 적마대주의 비명이었다.
다크나이트 마검자의 후미를 노리던 적마대주는 어느새 화이트 기사단 제3 기사단장인 하라스에게 물려 피가 빨리고 있었다.
“제이 단은 푸른 무복을, 제삼 단은 붉은 무복을 입은 자들을 삼켜라!”
“크하앗!”
“크하아악!”
코스카의 명에 화이트 기사단 , 제2 기사단과 제3 기사단 뱀파이어 기사들이 일제히 포효하며 전장으로 날아들었다. 반면 제1 기사단 소속 기사들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전장을 포위하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세력이.’
참담함에 곡사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뜨며 야현을 올려다보았다.
묻고 싶었다.
진정 하오문이 맞느냐고?
그 물음을 느낀 탓일까, 야현은 곡사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
곡사무의 몸이 야현에게로 끌려가다 이내 멈췄다. 내력을 끌어올려 천근추 수법으로 야현의 염력에 저항한 것이다.
“쯧, 쓸데없는 짓을.”
야현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곡사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화르르륵!
그 시선 끝에 위치한 곡사무의 얼굴 앞에서 불덩이가 터졌다.
“헙!”
곡사무는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양팔을 휘둘러 얼굴을 보호했다.
푹!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바늘처럼 가는 바람 한 줄기가 송곳처럼 회전하며 곡사무의 배를 파고들었다.
쩌정!
그리고 곡사무의 귀에 그릇이 깨어지는 듯한 파음이 들리고, 곧이어 엄청난 충격이 그의 몸을 타고 흘렀다.
“푸학!”
곡사무는 단전이 깨어지며 역행하는 기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충격에 휘청거리는 곡사무의 몸은 단숨에 야현 앞으로 끌려갔다.
“죽기 전에 의문 하나 정도는 풀어 주지요.”
“진정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하오문이 맞소?”
“맞습니다.”
“끄으으! ……내가 아는 하오문과는 너무 다르오.”
“주인이 바뀌면 그 조직도 바뀌는 법이지요.”
“그렇구려. 당신이었군.”
“후후후.”
퍼석!
허공에 떠 있는 곡사무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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