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캬하아아!』
이어진 비명은 더더욱 낯설었다.
“흡!”
이내 당필의 눈은 너무 놀라 화등잔처럼 크게 떠졌다.
자신의 앞으로 죽어가는, 아니 부서져 가는 해골 뼈다귀가 보인 까닭이었다.
『키키키, 키핫!』
옆에서 들려온 또 다른 귀성과 함께 투구를 쓴 해골이 반월도를 휘둘러 왔다. 그 모습에 당필의 몸이 순간 움찔거렸다.
서걱!
“으아아악!”
미처 도망치지 못했던 하인이 그 칼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키히힛!』
그 해골, 스켈레톤이 연이어 귀성을 터트리며 당필을 향해 반월도를 휘둘러왔다.
서늘한 살기에 당필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며 반월도를 피했다. 그리고 드러난 옆구리를 향해 발을 차올렸다.
빠각!
의외로 스켈레톤은 힘없이 부서졌다.
퍼석― 파박! 빠각!
동시에 달려드는 스켈레톤 3구를 단숨에 부순 당필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많이 옅어져 있었다.
“갈!”
당필은 생각 외로 약한 스켈레톤을 상대로 더욱 난폭하게 부숴 나갔다.
“히익!”
그러나 자신감에 찬 무력도 잠시, 부서진 스켈레톤들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에 당필은 다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온 뼈를 부숴주마!”
당필은 그렇게 살기를 표출하였다.
그리고 그가 다시 살수를 뿌리려 할 때 그를 둘러싼 십여 구의 스켈레톤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
그리고 갈라진 스켈레톤 사이로 거구의 그림자가 묵직한 발걸음 소리를 만들며 다가왔다.
“흠!”
거구의 체격이라 여긴 몸집은 다름 아닌 묵빛 갑옷이었다.
한 눈에도 단단해 보이는 갑옷을 입은 사내의 눈도 녹빛 귀광을 띠고 있었다.
“이 귀물들을 조종하는 자가 네놈인가?”
스르르릉!
묵빛 갑옷을 입은 사내, 다크 나이트 남궁무결은 일언반구 없이 날카로운 장검을 뽑아들었다.
“네놈의 피와 살로 원혼을 달래고야 말겠다!”
아무 말도 없는 남궁무결을 향해 당필은 살심을 터트렸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쉽사리 덤비지는 못했다.
잠시 시간을 두고 탐색하려 했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쾅― 쐐애애애액!
남궁무결이 단숨에 거리를 좁혀오며 강하게 검을 휘둘러온 것이었다.
“큭!”
당필은 허리를 젖혀 남궁무결의 검을 피하며 허벅지를 발로 후려찼다.
캉!
마치 두꺼운 종을 발로 친 것처럼 상당한 충격이 되돌아왔다.
힘으로 갑옷을 뚫기 어렵다 판단한 당필은 뒤로 훌쩍 물러나며 남궁무결을 향해 독을 뿌렸다.
그러나.
쾅― 쾅―
남궁무결은 독가루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남궁무결은 그의 가슴을 사선으로 베어갔다.
“헙!”
독을 뒤집어썼음에도 남궁무결의 날카롭고 매서운 공격에 당필은 헛바람을 들이켜며 재빨리 몸을 틀었다.
서걱!
그러나 온전히 피하지 못하고 그의 가슴은 얕게나마 베이고 말았다.
“큭!”
신음이 목구멍을 비집고 흘러나왔지만,
쐐애애― 쑤아아악!
당필은 연신 쇄도하는 남궁무결의 검을 피해 이빨을 꽉 깨물고 방어에 나서야 했다.
팍― 파바박― 서걱!
독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잃은 당필에게 남궁무결의 검은 한없이 버거운 존재였다.
“……!”
힘겹게 남궁무결의 검을 막아 가는 당필의 눈에 서서히 그의 검결이 익어 갔다.
“나, 남궁!”
이어 확인한 그의 검공은 남궁의 것이었다.
경악, 놀람, 불신의 감정이 그의 눈동자를 하염없이 흔들어버렸다.
마음이 흐트러지자 그의 몸도 흐트러지는 것은 자명한 일.
가뜩이나 아슬아슬하게 버텨가던 당필이었다.
남궁무결은 한순간 드러난 그의 허점을 일말의 감정도 없이 파고들었다.
서걱!
남궁무결의 검은 그의 옆구리를 깊게 베고.
푹!
이어 빛살처럼 그의 가슴을 꿰뚫어버렸다.
“꺼억!”
벼락을 맞은 듯 당필은 눈을 부릅뜨며 몸을 한차례 바르르 떨었다.
스으으윽!
남궁무결의 검이 가슴에서 뽑히고 당필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이렇게…….”
당필의 눈이 남궁무결의 검으로 향했다.
검 끝이 흔들리는 순간 자신의 목이 떨어질 것이다.
“끝인……, ……?”
갑작스럽게 남궁무결이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나자 당필은 눈에 의문을 담아 힘겹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남궁무결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그 뒤로 야현이 차가운 미소와 함께 걸어왔다.
“서, 설마…….”
당필은 마지막 희망마저 잃은 듯 휘청이다가 바닥에 무릎을 찧으며 주저앉았다.
툭―
그런 그의 앞으로 당혁의 수급이 데굴데굴 굴러 왔다.
“크크, 크크크크크!”
당필은 미친놈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느냐?”
웃다 지친 당필이 야현을 올려다보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대들의 손에 죽은 본인의 수하들은?”
야현의 담담한 목소리에 당필의 몸이 한 차례 더 부르르 떨었다.
“믿었던 아군의 손에 처참하게 생을 달리한 본인의 수하들은 죽으며 그대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
당필은 입을 꽉 닫았다.
“사천당문의 가훈은 유명하지.”
이어진 목소리에 눈마저 감았다.
“은혜는 열 배, 원한 백 배.”
할 수 있다면 귀마저 닫고 싶었다.
“그걸 실천하려 해. 본인은.”
턱.
그의 머리 위로 야현의 손이 느껴졌다.
“끄으으!”
야현의 손가락이 당필의 머리를 뚫고 들어오자 지독한 고통이 그를 엄습했다.
“이제 시작이야.”
“그 무, 무슨?”
당필의 눈이 부릅떠졌다.
“사천 성도, 북촌.”
“아, 안 돼!”
성도 북촌.
일명 당촌이라 불리는 사천당문 방계들이 살아가는 집성촌이었다.
“당씨의 성을 단 자, 모두 죽일 것이야. 오늘 밤에.”
“그들은 무고한 이들이다.”
마지막 발악.
“훗!”
야현은 가벼이 코웃음을 치며.
콰지직!
그의 목을 뜯어버렸다.
* * *
웅성웅성.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인의 장막을 치고 통행을 차단한 병사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경을 치고 싶지 않거든 썩 물러가라!”
장수가 매섭게 눈을 부라리며 구경꾼 아닌 구경꾼들을 향해 호통 쳤다.
군중들은 그 호통에 찔끔하는 눈치였지만 그의 말대로 물러가는 이들은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챙!
“정녕 매서운 맛을 보아야 정신 차리겠느냐?”
결국 장수는 검을 뽑아들며 다시 호통 쳤고, 시퍼런 날이 선 검날에 그제야 군중들은 저마다 빠르게 사라졌다.
수많은 이들이 썰물처럼 사라지자 넓은 대로에 적막이 찾아왔다.
“흠.”
장수는 검을 갈무리하며 장막을 친 병사들 너머 사천성 성도 내 또 다른 마을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북촌, 당촌을 쳐다보았다.
“그 누구도 북촌에서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해야 할 것이야. 알아들었느냐?”
“알겠사옵니다.”
“그리고 평생 보지도 듣지도 못한 괴사가 벌어진다면 그때 이걸 펼쳐 보도록 하라.”
장수 앞에 금빛 주머니가 툭 떨어졌다.
사천성 최고 군사령관 도독의 명이 장수의 머릿속에 다시금 떠올랐다.
“이 일만 잘 처리한다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이어진 속삭임까지.
장수는 빠르게 고개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버리며 품에 든 주머니를 꾹 쥐었다.
그렇게 잠시 의문이 담겼던 눈빛은 지워지고 강렬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놓치지 말고 단단히 길을 지켜라. 알겠느냐?”
장수는 아랫배에 힘을 줘 우렁찬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고.
“명!”
“명!”
그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듯 우렁찬 복명 소리가 뒤를 이었다.
* * *
폐허가 된 사천당문 터 위로 야현이 날아올랐다.
사천당문 대장원 주위로 들어선 천여 가구 집에서 하나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얼마 가지 않아 마치 불야성처럼 북촌 집 대부분에서 불이 밝혀졌다.
이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에서 나왔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거대한 폭음이 일었으니 당연한 행동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사천당문을.
이들의 뿌리이자, 근원이며, 자랑이며, 원천이며, 삶의 모든 것인, 그들의 성이자 그들의 왕이 살고 있는 궁이 타오르고 있었다.
“으어, 으어어! 으어어어어!”
누구는 울부짖으며 사천당문 대장원으로 달려갔고.
“……!”
또 누구는 말도 잊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쳐다보았다.
각양각색의 반응이 일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자 야현은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양팔을 찢었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나왔다.
그 피들은 비처럼 수백 핏방울로 바뀌어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마냥 비처럼 바닥을 적신 것은 아니었다. 피들은 죽은 사천당문의 무인들의 입으로 떨어졌고, 그 핏방울들은 그들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몇 호흡의 시간이 흐르자.
꿈틀!
시신들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경련은 움직임으로 변했고, 마침내 죽은 자들이 눈을 떴다.
좀비.
『끄으으―.』
『끄윽, 끄윽!』
좀비들은 인간의 소리가 아닌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코를 킁킁거리며 무언가에 이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잔해에 부딪히고 넘어져도 좀비들은 악착같이 움직였다.
우르르 콰르르르!
좀비들이 억지로 담을 밀어젖히듯 넘어가자 결국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한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담에 팔다리가 깔리고 짓이겨졌지만, 좀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들이 향한 곳은, 아니 그들의 목표는 바로 사천당문 대장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었다.
담이 무너지는 제법 큰 소리에 이끌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고, 그들은 무너진 담에서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좀비들을 발견했다.
“사, 살아 있다. 여기 생존자가 있어!”
체격이 건장한 사내가 가장 먼저 좀비들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달려가 가장 위태위태하게 걷는 좀비를 부축했다.
“괜찮으……, 흐억!”
사내는 어두운 밤이라 앞뒤 가리지 않고 업어 들었는데 막상 가까이 얼굴을 마주하자 문드러지고 기괴한 얼굴에 기겁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놀람은 시작일 뿐이었다.
콰득!
좀비가 가까이 붙은 사내의 목을 그대로 물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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