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이윤은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쿵!
이윤은 주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폐하께 진언한 후 그 소식을 들었나이다.”
“그런데 왜 말을 전하지 않았느냐?”
“사건이 사건인지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여겼사옵나이다.”
주치는 조금은 목소리가 떨렸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에 주치의 마음도 풀렸는지 그를 내려다보는 눈빛에서 노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옵니다.”
그런 둘 사이에 장보가 끼어들었다.
워낙 낭랑한 목소리라 주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무슨 말이더냐?”
“독살을 저지른 자가 바로 이윤 상선의 양아들이기 때문이옵니다.”
그 말에 주치의 눈이 번쩍 떠졌고, 이윤은 그보다 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이윤이 격에 맞지 않게 몸을 반쯤 일으켜 장보를 향해 물었다.
“모르고 물으시는 게요? 아니면 모른 척하시는 게요?”
장보가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고는 이윤을 노려보며 이죽거렸다.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동창을 내주기 싫었겠지. 아니 그렇소?”
“폐하 앞에서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을 말을 내뱉는 것인가?”
이윤도 눈을 치켜세우며 장보의 말을 맞받아쳤다.
장보를 노려보는 이윤의 눈동자가 짧게나마 흔들렸다.
확고한 장보의 눈동자.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저런 눈빛을 띨 수 없었다.
‘야현?’
이윤의 머릿속에 야현의 얼굴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조정에 손을 뻗고 있었음이야.’
“아아―.”
이윤은 아찔함에 몸이 휘청였다.
“이윤!”
그런 모습에 주치가 다시 노성을 터트렸다.
“어찌 된 일이더냐?”
“폐하. 이 일은…….”
다급함에 이윤이 주치를 향해 몸을 틀어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이윤의 눈동자 속 동공이 급격히 확장되었다.
“……!”
그의 몸이 의지에서 벗어났다.
갑자기 몸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더니 손이 무언가를 움켜잡았다.
놀랍게도 그 손에, 아니 자신의 손에는 날이 시퍼런 단도가 쥐여 있었다.
“허억! 폐, 폐하!”
그 모습에 장보가 기겁성을 터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용상으로 몸을 날렸다.
“……!”
이윤의 몸은 주치를 향해 달려들었고, 단도가 그의 목을 노렸다.
“헙!”
놀란 주치가 다급히 몸을 비틀어 용상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럼에도 시퍼런 칼날을 피하지 못한 주치의 눈앞에 하나의 등이 그를 가렸다.
푹!
섬뜩한 소리가 주치의 귀를 파고들었다.
마치 자신의 가슴이 꿰뚫린 듯한 감정에 주치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폐, 폐하를 지켜라!”
듬직하고 거대해 보이는 등의 주인은 바로 장보였다.
그의 일갈에 수신호위가 모습을 드러내 주치를 보호하고, 수장인 매가 단칼에 이윤의 목을 날려 버렸다.
“괜찮으시옵니까?”
“이부 상서.”
주치는 피가 번져 가는 장보의 복부를 바라보며 그를 불렀다.
“어의는 무엇 하는 겐가? 어서 용안을 살피지 않고!”
장보는 오히려 어의에게 주치의 몸을 살피라 소리쳤다.
“짐은 괜찮다. 어의는 어서 이부 상서를 살피라!”
그렇게 아수라장으로 바뀐 대전.
천장 구석에서 붉은 안광이 잠시 번뜩이다가 사라졌다.
* * *
화악―
공간이 찢기며 야현이 무림성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량할 것이라 여겼던 무림성은 제법 북적거리며 사람들의 온기로 차 있었다.
야현은 고개를 돌려 무림성 밖 정주 성내를 쳐다보았다.
무림성 밖, 인근 번화가는 활기가 넘쳤지만, 분위기는 어딘가 묘하게 느껴졌다.
야현은 곧장 맹주실로 이동했다.
그의 입맹에 수뇌부들이 맹주실로 집결하였다.
“제법 사람들이 많더군.”
“무림대전 후 그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무림성에 속속 모여들고 있사옵니다.”
“무림대전?”
“무림맹과 정도맹의 전쟁을 그리 부르고 있습니다.”
“무림대전이라.”
야현은 조소를 머금었다.
“살아남은 자의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었는데.”
“일단 살아남은 자들의 무위가 낮지 않으며, 암암리 퍼진 황실의 암계에 어느 곳에도 편을 들지 않고 중립 및 은거했던 이들마저 비분을 터트리며 합류하고 있사옵니다.”
“중원은 말이야.”
야현은 찻잔을 들며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참으로 많아.”
그 말의 의미를 모를 리 없었기에 몇몇은 쓴웃음을 짓기도 하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르지 않는 화수분은 아니옵니다.”
초량이 답했다.
“알아. 말이 그렇다는 거야.”
야현은 찻잔을 비웠다.
“현 무림맹의 무력은 어떻지?”
“병력 수는 과거 무림맹과 비교하여 십분지 일, 일만 명에 조금 못 미치옵니다. 허나 전체적인 평균 무력은 오히려 예전을 상회하옵니다.”
“상회?”
“절대적인 고수의 수는 확실히 부족하나 허울뿐인 삼류 무사는 없사옵니다. 최소한의 칼밥은 하는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사옵니다.”
소수 정예화되었다는 말.
“그만하면 일개 소국의 병력 이상이군.”
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박함과 분노, 그렇다면 희망찬 미래를 줘야겠군.”
“생각해 두신 방도가 있으시옵니까?”
“특별할 건 없어. 가장 원하는 것을 주면 돼.”
“그 말씀은?”
“한 지역의 패주(覇主) 자리. 영원한 승자는 없으니 승리 후 일정 기간 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지.”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당근책이기도 하였다.
“향후 계획을 듣고 싶사옵니다.”
초량의 말에 자리에 모인 이들의 눈동자가 야현에게로 모였다.
“일차적으로 정주를 시작으로 하남성을 손에 넣은 후, 새로운 황제를 옹립해야지.”
동요는 있었지만 비교적 분위기는 차분했다.
어느 정도 초량을 통해 사전에 내용을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황제의 손발은 모두 잘랐다.”
야현은 초량에게 말을 덧붙였다.
“손발이라 하심은.”
“상선 이윤, 그리고 하북팽가와 팽일로.”
“흠.”
초량은 빠르게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그리고 현 조정의 실권을 잡은 자는 장보, 이부 상서다. 매혹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그리 알고 방향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초량의 대답에 야현은 고개를 돌려 좌중들을 쳐다보았다.
모용곽을 비롯해, 야현의 눈길이 향한 곳은 중원인들이었다.
“모두가 알 것이야. 이 전쟁이 끝이 아님을.”
천마.
좌중의 표정이 굳어졌다.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 뒤에 더 큰 태산이 존재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마지막 패는 그대들이며, 우리가 승리한 후 중원은 그대들 것이다.”
야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대들은 본인의 사람이고, 본인은 본인의 사람에게 내 전부를 주지.”
야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시진 후, 각 지역을 대표할 만한 자들을 모아. 본인이 앞서 말한 패주 자리, 그대들이 나눠 줘.”
그 의미를 모를 사람은 없다.
새로운 권력과, 새로운 미래의 힘을 야현이 손에 쥐여 준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보여준 후, 오늘 안으로 정주를 손에 넣고 새로운 황제를 옹립한다.”
“명!”
“명!”
야현은 복명 소리를 들으며 맹주실을 나와 북경 야풍장으로 이동했다.
민란의 직격탄을 맞은 진경.
어수선한 진경 안, 비교적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 야풍장 뒤뜰에 한 아이가 뒷짐을 쥔 채 연못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비교적 위엄을 내비치고 있었다.
“제법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낯선 목소리에 어린아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이는 이내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돌렸다.
“야 공이시구려.”
낯선 목소리의 주인은 야현이었고, 아이는 바로 주호였다.
야현은 주호를 빤히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인이 무섭다 하여도 황제라면 눈빛마저도 그런 감정을 내비치지 말아야 합니다.”
“눈빛이라. 어렵군.”
주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어인 일로 짐을 찾아온 것인가?”
아직은 어색한 감이 없지 않으나 많이 자연스러워진 모습에 야현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말에 주호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이런 모습도 보여서는 안 되겠지?”
주호는 이내 야현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쓴웃음을 지었다.
“황제가 천자라 하나 그도 인간인 법. 그 정도 욕망의 표현은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그런가?”
주호는 야현을 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왜 그리 보십니까?”
“짐을 책망할 줄 알았는데, 아니군.”
야현은 그저 미소로 일관하며 화답을 대신했다.
“그래, 짐은 무엇을 해야 하지?”
“용상에 앉으시면 됩니다.”
“그런가?”
주호는 다시 연못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짐은 그대가 놓아 둔 용상에 앉으면 되는 것이로군.”
“하하하하하!”
그 말에 야현이 대소를 터트렸다.
“…….”
주호는 아무 말 없이 연못을 바라보았다.
“본인은 기분이 좋습니다.”
“짐을 두고 천하를 가질 수 있어서?”
주호의 목소리가 제법 날카롭게 변했다.
“본인이 폐하께 말씀을 올렸었습니다.”
“……?”
“그리고 지금 다시 한 번 말씀을 올리지요.”
“말하라.”
“본인이 해 드리는 것은 폐하를 용상에 앉히는 것까지입니다. 천하를 움켜쥐든 독살을 당하든 그건 본인의 소관이 아니옵니다.”
주호의 눈이 다시 흔들렸다.
“진정인가?”
“하지만 이것 역시 기억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무엇인가?”
“밤.”
“밤?”
“밤!”
야현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그 기세에 주호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밤은 건들지 마십시오. 그리하면 되옵니다. 그것만 지키시면 낮의 천하는 폐하의 것이옵니다.”
야현의 눈빛에 주호가 제법 강단 있게 허리를 폈다.
“약조하마.”
“사내와 사내의 약속이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지키겠다!”
“그리하면 우리는 영원한 우방, 친구로 지낼 것이옵니다.”
야현의 미소에 주호도 어색하지만 당당하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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