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39
EP.139 이거 먹어. 이거 – 2
탑의 공략, DLC의 메인스토리를 계속 진행했고, 그 와중에 안정적으로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파티의 상태가 안정적이냐는 조금 의문이라 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때가 되었군.”
카린은 양 손에 맺혀진 빛과 어둠의 마법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천천히 합치자 빛의 검이 만들어진다.
“흡!”
-콰아아아아앙!!!
그녀가 만들어낸 빛의 검이 몰려드는 수많은 괴물들을 후려친다.
그 강력한 마법에 친은 감탄하며 양 손에 들린 단검을 크게 휘둘렀다.
-서거걱!!
“도적의 왕. 세스윈님의 기술을 이렇게 배우게 될 줄은 몰랐네.”
친 역시 리빙포인트로 익힌 스킬, ‘열풍참’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 외에도 다들 한가지씩 강력한 스킬을 익혔다.
탑을 진행하며 얻은 리빙포인트가 모여 스킬이 된 것이다.
“…아니 왜 나만…”
케루빔은 시무룩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들어오는 리빙포인트는 그저 쓰레기들 뿐이었으니까.
청소를 잘 해야 한다거나.
아침 점심 저녁 양치질을 해야 상태이상 ‘치통’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그런 류만 배우다보니 탑을 진행하다가 강해진 이들을 손가락만 빨며 부러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적을 쓰러트리는 사이,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클레어였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면 진행할 수록 그녀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야. 클레어.”
“어, 어?!”
“넌 이번에 뭐 들었어?”
“…그냥 별 거 아니었어. 오덴 산의 심장을 먹는 자의 약점 같은거…”
오덴 산의 심장을 먹는 자는 마왕처치 여정 중에 나 혼자 잡은 마인이다.
그의 약점은 방금 전 카린이 쓴 합성마법.
특히 불과 얼음 계열의 합성마법이 잘 통한다.
“그런가.”
“…응.”
클레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카린과 친의 강력한 공격들 덕분일까?
끊임없이 몰려드는 마물들의 공세도 이제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
“다 했나? 현자. 이제 남은 건.”
“없어.”
“…응?”
난 열린 문을 가리켰다.
“저기 가서 파편 먹고 나가면 이제 마지막이야.”
“오~. 그런가~.”
카린은 여유롭게 웃었고,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나름대로 만족한 듯 보였다.
단 한명. 클레어만 빼고.
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클레어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탑에서 나오자 괄테이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 많았다.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군.”
“그러게 말야. 그런데 괄테이락. 결국 우리 중에 사도가 생기지 않았는데 괜찮은건가?”
“글쎄… 코스모께서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으니 문제 없지 않겠나?”
“현자.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뭐 아는 거 있어?”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딱히 숨길 생각은 없으니 그냥 말해주자.
“마지막 층에 들어갈 때까지 사도가 정해지지 않았으면 크로노스가 시험을 해. 그리고 자격을 가진 자 중에, 가장 크로노스에게 마음이 기울어진 자가 자동적으로 사도가 될거야.”
“…응?”
당황한 듯한 모두가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또한 내 계획에 있었던 일.
그렇기에 난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었다.
“걱정 마. 대책정도는 생각해놨으니까. 자. 그럼 가서 좀 쉬자. 클레어. 포탈 좀 열어줘.”
하지만 포탈이 열리지 않았다. 클레어가 무언가 깊게 생각하듯 눈을 감고 있었기에.
“클레어?”
“어? 아. 응. 여, 열어줄게.”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클레어가 포탈을 연다. 그렇게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 난 클레어의 어깨를 잡았다.
“오늘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클레어와 함께 나와 수도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지배인은 가장 조용한 자리에 나와 클레어를 안내해주었고, 좋은 자리에 앉자마자 난 그녀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
또르륵. 와인이 잔을 채우는 소리를 가만히 듣던 클레어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녀의 머릿 속에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크로노스의 사도가 될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그, 그런 생각 한 적 없는데?”
“크로노스는 아무래도 널 찍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클레어가 리빙포인트로 얻은 정보들은 거의 대부분이 용사의 자리를 포기하는 법.
혹은 마왕을 처치하거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정보들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잘못을 지적하는 정보들 뿐이라는 얘기다.
“…그건… 하지만 나는. 나는.”
“누차 말하지만 네가 나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또한.”
“….”
“과거는 절대로 바뀔 수 없어.”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적들은 뭔데? 그들은 분명 회귀를 사용했어.”
“그렇지. 다만 긴 시간을 회귀할 수록 시간이 어그러져. 그 어그러짐이 클 수록 이 세계에 크로노스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고. 크로노스가 바라는 것이 그것이야. 누군가가. 오래 전으로 과거로 가고, 그로인해 과거를 바꾸고. 그러며 시간의 축이 완전히 비틀어지게 하는 거. 그럼 네가 원하는 미래는 커녕, 이 세계가 크로노스의 장난감이 되어버리는 결과만 생길 뿐이지.”
난 설정에서 봤던 이야기와 커뮤니티의 추측글을 토대로 말해주었다.
내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진지하게 듣던 클레어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째 분위기가 무겁다.
“네 기분 풀어주려고 밥 먹자고 한건데 어째 기분이 더 나빠지는 것 같네. 이런 얘기는 관두자고.”
그때 식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난 맛있어보이는 스테이크를 가리켰다.
“자. 먹자.”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클레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걷기만 할 뿐.
포장이 잘 된 길을 걷던 와중에 우리가 멈춘 곳은 수도의 한 가게였다.
“…여기 아직도 하나보네.”
처음 수도에 왔을 때 클레어와 함께 왔던 가게다.
방어구를 취급하는 가게로 그리 귀한 것은 아니지만 초반에 쓸만한 갑옷들을 많이 팔았었지.
물론 그때는 돈이 없어서 클레어만 여기서 산 갑옷을 쓸 수 있었다.
“너는 항상 우리를 먼저 생각했었지…”
클레어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왜 그랬던거야?”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래. 필요한 일이었다.
고인물들이나 쓰는 타임어택을 할 수 없는 이상 정석적인 루트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클레어였으니까.
당연히 그녀에게 모든 투자를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넌 항상 필요한 일이었다고만 하네.”
“뭐. 그렇지.”
클레어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고, 성에 돌아갈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탑에 들어가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늘을 끝으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크로노스가 물러나든, 아니면 결국 크로노스가 우리를 쓰러트리든.
“야. 준비들 됐냐?”
“물론이지.”
“오늘로 끝나는 거지? 으아~ 진짜 힘들었다.”
“힘든 일은 현자가 다 했잖냐. 친. 넌 뭐.”
“에이~. 나도 힘들었어~.”
레이시의 타박에 친은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힘든 일이라.
하긴 일이 참 많았지.
중간중간 도둑 길드장 에드워드씨가 중독되어 회복시켜주며 크로노스의 사도와 싸우기도 하고.
루실을 납치하려는 놈들과 싸우기도 했고.
베로니카를 공격하기 위해 교회를 친 놈들도 잡았고.
세실을 죽이기 위해 자폭테러를 하려는 놈들도 제거했다.
진짜 별에 별 일이 다 있었지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끝나고 밥이나 한끼 하자고. 자. 가자.”
클레어가 저주받은 황야로 가는 포탈을 연다. 그 안으로 들어간 순간.
“…아니?”
탑 앞에서 기다려야 할 괄테이락이 보이지 않았다.
있는 것은 피투성이가 된 채 매달려 있는 괄테이락.
그리고 탑 주변에 서 있는 몇명의 추종자들이었다.
“잘도 해댔구나.”
추종자들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려는 듯 보인다.
서 있는 놈들 하나하나가 보통 놈들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기본 궁극기를 익힌 회귀 가능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난 월광을 들었다.
“귀여운 자식들. 얘들아! 쳐라!!”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물러날 이유는 없었다.
이미 사망회귀 가능자들과 우리는 여러번 싸웠고, 저들을 상대하는 법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싸워 전투에서 승리.
탑으로 도망쳐 들어간 몇명을 뺀 나머지를 전부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베로니카!!”
“응!”
이번이 마지막이고, 여기서 저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게임과 같았다.
그렇기에 전력을 데리고 이쪽으로 온 지라 회복도 문제가 없었다.
베로니카의 힐을 받은 나는 루실에게 다가갔다.
“루실. 미안한데 지팡이 좀 빌려 줄 수 있니?”
“예? 어. 상관없는데. 왜요?”
“쓸 곳이 있어서. 다 쓰고 돌려줄테니까. 응?”
“후후. 여기요.”
루실은 아무렇지 않게 코스모의 지팡이를 내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품에 넣은 나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다들 파편 가지고 있지?”
시련을 통과하며 얻은 파편을 들어올렸다. 다들 하나씩 갖고 있는 그 파편.
이게 없으면 탑의 마지막 층에서 정신력과 마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아. 이게 그런 용도였어?”
“그럼 이제 인원수 제한은 없는건가?”
“인원수 제한은 없는데 이거 없으면 똑같아.”
게임에서는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기사단 하나를 몰고 들어간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별 도움은 안됐다.
최종전 시작하니 정신력과 마력이 바닥나버려서 다들 리타이어 해버리더라고.
“그렇지. 자. 들어가자고.”
일층을 지나고, 이층을 오르고, 삼층에서 숨어 있던 추종자들과 싸우고.
그렇게 계속 올라가 저번에 봤던 마지막 층에 도착했을 때.
추종자들의 보스이며 크로노스를 따르는 주교와 최후의 결사대가 악귀처럼 인상을 쓴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네놈들이 이곳을 통…”
“쳐라!!”
마지막 추종자들이 발목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이 또한 게임에서 봤던 것이고, 이 또한 내 계획에 포함된 부분이라 부담은 없었다.
.
.
.
“으아아악!!”
카린의 마법에 맞고 튕겨져 나간 놈이 내 그림자 족쇄에 몸이 묶인다.
혀를 깨물지 못하게 입을 막아버리고, 팔과 다리를 묶어버리고.
-쾅!!
난 문을 걷어차 열었다.
문 안쪽은 아주 넓은 공간이었다.
그곳에 난 만신창이가 된 주교를 밀어 넣었다.
“전술적 임시 방어구로 써먹는거냐?”
“음. 훌륭한 자세다. 쓸 수 있는 건 전부 다 써먹어야지.”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뒤에서 친과 사이론, 레벤티아가 한마디씩 하는 것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라 부정하지 않았다.
바닥을 구르던 주교가 헐떡거리며 천장을 바라본 순간.
천장에 있던 그림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한 손에는 모래시계.
또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자.
그 자의 그림.
시간의 외신 크로노스의 그림이 움직이고 있었다.
“신이시여! 나의 신이시여! 시간을 지배하는 위대한 신이시여!! 당신에게 저항하는 자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윽?!”
“헉!?”
“아으윽!!”
“끄아아악!”
주교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모두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나. 나가앗!! 나가!! 내 머릿 속에서 나가!!”
끔찍한 비명과 함께 에반젤린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녀 외에도 다른 사람들 중에 꽤나 타격을 입은 자가 있는 듯 보인다.
물론 나도 멀쩡한 것만은 아니었다.
[코스모의 종자야. 시간은 절대적인 것. 너에게 그 절대의 힘을 부여하겠노라. 그러니…]
거 참 혓바닥 기네.
아니, 지금은 얘가 중요한게 아니다.
“아. 아아… 으… 아아아아…”
역시나 가장 걱정했던 클레어가 눈물을 죽죽 흘려대고 있었다.
역시 우리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흔들리고 있는 자가 클레어라는 것을 크로노스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 나는… 흑… 혀, 현우야… 나. 나는…”
머리를 감싸쥔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는 날 향해 간절하게 말했다.
“…큿… 하으윽… 나… 나…너를 위해서라면…”
클레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다면. 죽어도 좋… 꺄악!”
– 퍼억!
앗. 용사가 망가졌다!
하긴 오래 버티긴 했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난 사도 타락 분위기를 잡는 그녀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바닥을 나뒹군 클레어가 신음을 토해내는 사이, 난 이를 드러내며 그림을 올려다보았다.
“엄한 애 건드리지 말고 준비된 먹이나 드시지 그래?”
난 헐떡이면서도 고통스러워하는 우리를 보고 즐거워하는 주교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 후, 그의 손에 월광을 꼭 쥐어주었다.
“…응?”
“이제부터 네가 주인이다.”
“어. 어어어어?!”
크로노스의 사도가 될 수 있는 자격.
용사의 검을 가진 자.
여덟 별의 추구자.
그리고.
월광의 주인.
“아, 아아악! 아아아악!!”
아까 우리와 싸우느라 만신창이가 되고, 파편을 지니지 않아 정신과 마력이 밑바닥인 주교가 비명을 터트린다.
당연한 일이다.
크로노스의 추종자답게 주교는 크로노스에게 가장 많이 기대고 있었고 심지어 월광을 내가 넘겼기에 그가 주인이 되어 자격이 생겼다.
그렇기에 그의 몸에 크로노스의 힘이 강제로 깃들어 사도가 되어 고통 받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나를.
아니, 내 뒤에 있는 자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스킬.
호가호위.
멀쩡한 상태라면 모를까, 이미 정신적으로 넝마가 되어버린 놈은 내게 깃든 코스모의 위엄에 겁을 집어먹었다.
그래.
그래야지.
두려워해야지.
“아. 아아아악! 아아앗!! 크, 크로노스 시…”
놈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그의 뒤에 만들어진 차원의 틈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렸으니까.
모두가 멀쩡한 상태에서 크로노스의 사도와 조우했고 모두가 멀쩡한 상태로 크로노스의 사도를 제거했다.
난 웃으며 천장의 그림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림 속의 크로노스는.
사도의 허망한 죽음에 분노했는지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모두가 이곳에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게임에서 했던 ‘중간보스 스킵’ 에 성공하며 업적 하나를 달성했다.
좋아. 전부 계획대로 진행되는군.
남은 건 메인 스토리의 업적 뿐.
위엄깃든 목소리에 난 콧방귀를 뀌었다.
그림이 사라지고, 그것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모래시계와 지팡이를 든 남자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 같잖은 코스모의 떨거지 따위가…
“뭐래. 잡신 따위가.”
얌전히 업적 놓고 꺼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타 지적 항상 감사드립니다 ㅎㅎ
이따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