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143
EP.143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 2
눈 조각 대회 이후로도 마을을 돌았다.
적당히 즐길 만한 것들을 즐긴 나는 베로니카와 함께 사냥대회에 신청장에 도착해 신청서를 작성하려 했다.
“엥? 사제님이랑 같이 하려고?”
“안되나?”
“저번에는 궁수랑 해서 우승하지 않았수?”
늑대인간 여성 접수원이 의아해하며 물었고 베로니카는 날 보았다.
“왜?”
“궁수라면… 에반젤린?”
“응. 마왕처치 여정 중에 들러서 사냥대회에 출전했지.”
그리고 딱히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우승했었다. 에반젤린이 워낙 잘 한지라.
내가 무덤덤하게 대꾸하자 베로니카는 신음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접수원은 피식 웃으며 곰방대를 물었다.
“정 뭐하면 밤 사냥에 참가하는 건 어때? 그쪽은 사제님이 유리하다고.”
“밤 사냥? 그건 또 뭐야?”
“안그래도 그걸로 하려고 했어. 그걸로 등록해줘.”
사냥꾼은 곰방대를 까딱거리며 내 신청서를 안에 넣었다. 의아해하는 베로니카에게, 접수원은 히죽거렸다.
“밤 사냥은 바로 언데드 사냥이거든.”
“…아. 그거라면 내가 또 자신있지. 그런데 언데드가… 이 근처에서 나오나?”
“음? 아무것도 모르시나보네.”
그녀는 날 보았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오면 알게 될 것 같아서 딱히 말하지는 않았는데.
“이 마을은 말이지. 원래 죽음을 이겨내기 위해 불로불사를 연구하던 자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야. 당연히 그 실패작인 언데드가 많지.”
트레버 마을의 명물이며, 이 마을의 축제때는 반드시 들러야 할 마을 중앙의 노상 찻집에 베로니카와 함께 들어왔다.
아까 사냥대회에 등록한 이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꾸만 날 쳐다보다 입술만 달싹거리는게 뭔가 할 말이 있어보인다.
“할 말 있으면 해.”
“응. 일단 두가지. 이 마을이 불로불사를 연구하던 자들의 마을이었다고?”
“응.”
“왜 말 안했어?”
“난 네가 모를 줄은 몰랐지. 이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거야.”
트레버 엔더슨.
뛰어난 학자이며 연금술사였던 그는 자신의 애인을 너무나도 사랑하였다.
하지만 그의 애인은 치료할 수 없는 중병에 걸려 있었고, 트레버가 대륙을 돌며 갖은 고생을 해 간신히 얻어낸 만병치유약을 가져 왔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차갑게 식은 시신 뿐이었다.
아무리 만병치유약이라 할지라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다.
그것에 절망하며 트레버 엔더슨은 영생을 연구했었다.
“용병 길드나 모험가 길드, 그게 아니면 마법사 길드나 연금술사 길드에 가서 불로불사를 주장한 트레버에 대해 물어보면 개나소나 다 가르쳐줄걸?”
내 말에 옆에서 차를 마시던 개 수인과 검은 소 수인이 힐끔 내게 눈길을 보냈다.
난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웃어주었다.
“주문하신 파오 차와 복분자 쿠키입니다.”
아직 어려보이는 햄스터 수인은 우리 자리에 차 두잔과 복분자로 만들어진 쿠키를 올려놓고 쪼르르 달려갔다.
그것을 힐끔 본 베로니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랬어?”
“흠. 이보슈.”
“음머. 뭐요?”
“트레버 엔더슨에 대해서 아나?”
“그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자자. 신경쓰지 말고 우리 장사 얘기나 하자고. 이번에 우리 쪽에서 내올 것은…”
“음머~! 이건 사겠어.”
“그리고 이건…”
“음머~!! 이것도 사겠어!”
“그리고 이것도!”
“음머~!!! 이것도 사겠어!!!”
…뭐지? 저 흑우는?
개 수인이 내미는 것을 족족 받아가는 흑우 수인을 보던 나는 다시 베로니카에게 눈을 돌렸다.
상인으로 보이는 그들도 아는 듯 하자 베로니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으으. 나도 나름대로 공부 많이 했는데…”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마렴. 배우지 않으려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지. 아무튼간에.”
불로불사를 연구하고자 하는 자들은 트레버 외에도 많았다.
역병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
마물에게 친지를 잃은 이들.
불치병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들.
그들 모두 트레버에게 공감하며 그와 연구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그 수는 늘어만 갔고,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게 이 트레버 마을이야.”
“오. 좋아. 그런데? 언데드가 많은 이유는 뭐야?”
“트레버 엔더슨은 결국 성과를 보지 못하고 죽었고, 그 뒤를 이은 2대 촌장인 로발레인은 마법과 연금술만으로 불로불사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 그래서…”
“그래서?”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부터 말할 것은 남들이 알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말로 하기보다는 베로니카의 손에 글자를 적었다.
“은…!!”
“쉿쉿.”
내가 그녀의 손에 적은 글자는 은잠비.
베로니카가 절대 모를리 없는 이름이었다.
타락한 사제.
자신이 돌보던 고아들이 역병에 모두 죽자 신을 부정하고 악마를 소환한 대주교.
성자의 위치에 있었지만 결국 신을 저주한 배교자 은잠비 벨레루치.
이단심문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열셋 은화회를 홀로 전멸시키고, 정식 이단심문관을 양성하게 만든 그를 모르는 이단심문관은 없을 것이다.
베로니카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물었다.
“그게 진짜야? 은잠비가 누군가와 협력했다는 증거는…”
“아. 이건 좀 민감한 주제라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거야. 그러니까 입 조심.”
난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제서야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튼 그와 손을 잡았고, 이후 연구를 이어나갔지. 그리고 나서 둘 다 알게 되었어.”
“뭘?”
“불로불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
“문제는 그것을 아는데 너무 많은 피를 흘려버렸다는거야. 수많은 이들이 죽었고, 또 수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었지.”
“아…”
“자신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로발레인은 절망하고, 자신들의 실패로 만들어진 끔찍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바쳤어.”
“….”
“그 이후로 트레버 마을의 연구자들은 결심했지. 더 이상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지식으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잘못된 것을 되돌리자고.”
“…외부의 도움이라…”
“은잠비도 결국은 외부인력이니까. 어쩌면 이 마을의 연구자들은 외부에서 난입했기에 순수성이 사라져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게 된거지.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고.”
“그렇구나…”
베로니카는 차를 홀짝거렸다. 그녀를 향해 웃어 준 나는 복분자 쿠키를 한입 먹었다.
“문제는 잘못된 부활의 여파가 강했다는거야. 로발레인이 자신의 생명을 희생했음에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이후 불로불사를 이루기 위해 행해졌던 끔찍하고, 잘못된 실험들은 저주가 되어 주변에 있는 죽은 자들을 부활시켜버리게 되었다.
라고 설정에 나와 있었고, 예전에 이 마을에 왔을 때 들었었다.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찻집에는 무기를 든 모험가들이 꽤 모여 있었다.
“저 사람들 모두 밤 사냥 때문에 온거야.”
“그런데 이때만 사냥을 하는 이유가 뭐야? 평소에는 안나와?”
“응. 연구자들이 남았다고 했잖아? 그들은 평소에는 필사적으로 연구와 봉인을 이어가지만. 일년에 단 칠일. 이 땅에 깃든 저주를 억누를 수 없게 되는 때가 있어. 그때를 위해 모험가들이 찾아오는 거지. 그리고 그때가 이 축제날이고. 사실 축제도 그것 때문에 열리는거지. 활기가 많을수록 죽음의 기운이 약해진다고 하더라고.”
“그렇구나… 그럼 네가 여기 온 이유가…”
“응. 이 마을의 저주를 해주해야 할 것 같아서.”
베로니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홀짝였다.
어? 근데 두가지를 생각하고 있다더니 왜 한가지만 얘기한거지?
내가 궁금해하며 물으려고 할 때, 뒷쪽에서 유쾌함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오옷?! 이게 누구신가!!”
“냐냐냐냐냥~!”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머리를 가진 거구의 대머리 인간 전사 남캐.
식스맨과 그의 아내인 레이첼이었다.
“이러언! ‘S급’ 모험가 현자님 아니신가! 이 S급’ 모험가 식스맨의 절친한 친구인! 하하! 내가 사랑하는 아내이자 S급’ 모험가인 레이첼의 절친이기도 한!! S급 모험가!!”
거 S급 더럽게 강조해대네.
이해 못할만한 것도 아니다.
나야 업적 떄문에 S급 모험가가 된 것이지만 일반 모험가에게 S급이라는 위치는 진짜 꿈의 위치다.
S급이 되면 어지간한 귀족들도 함부로 못 대하는데다가 의뢰 같은 것도 좋은 의뢰만 선점해서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식스맨이 S급을 자랑하듯, 아예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S급의 인장을 내밀며 외치자 몇몇 모험가들은 그들을 선망의 눈빛으로, 또 몇몇은 재수없다는 듯 침을 뱉었다.
“씨발!”
“파티원 잘 만나서 S급 된 주제에!”
“재수없는 빡빡이 같으니라고!”
“개씨팔! 나도 트롤새끼들만 아니었으면 S급이었다고!”
…쟤들은 저번 시험에서 떨어졌나보군.
으르렁거리는 그들을 향해 콧방귀를 뀐 식스맨은 베로니카에게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야~ 이거 추기경님 아니십니까?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그보다 요새 교회 쪽에서 의뢰가 좀…”
손바닥을 비비며 굽실거리는 식스맨. 아무리 S급 모험가라지만 교회의 추기경에게는 안되는 모양이다.
“글쎄? 요새 의뢰로 낼 만한 것은 거의 현우가 맡아주고 있어서.”
“…적당히 해. 자식아. 아니면 같이 하든가.”
“아니 그럼 교회에 좋은 의뢰 나올 때까지 대기하시든가.”
왜 나한테 난리람?
내가 어이없어하는 사이 레이첼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히죽 웃었다.
“그런데 둘은 신혼여행이냥?”
“시, 시, 그… 그, 그런 거 아닌데…”
“냐냥? 그런게 아니면? 왜 여기에 온거냥? 밤 사냥에 참가하러 온거냥?”
“레이첼. 당신도 이 마을에 대해 알고 있었나?”
“그거 모르는 바보도 있냥?”
“…..”
“무, 물론 사람이 모를 수도 있다냥~! 어떻게 사람이 다 아냥? 다 현자도 아니고. 냥냥냥~!”
베로니카가 떨떠름해하자 레이첼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아무리 S급 모험가라 하더라도 교회는 역시 슈퍼 갑인지라…
“워낙 바쁘시고 다른 곳에 신경 쓸 곳도 많고! 또 그 뭐냐. 아. 맞다! 악마 추종자들 대가리 깨기도 바쁘신데 이런 거 알아서 뭐합니까!! 이런 건 저희 같은 모험가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걸요! 그렇지? 여보?! 하하하!”
“물론이다냥!”
어쩜 이렇게 알랑방구를 잘 뀌는지. A급일때보다 아부 실력이 더 늘었다.
헤실헤실 웃으며 어떻게든 교회 쪽과 거래를 틀려는 그를 향해 난 웃었다.
“친구야. 내가 나중에 하나 소개시켜줄게. 보기 참 민망하다.”
“내 마음의 친구여!! 이제부터 그대를 형제라 부르겠네!!”
식스맨은 기뻐했다.
저리 기뻐하는데 이왕이면 좀 제대로 된 성물을 얻을 수 있는 의뢰를 하나 소개시켜줘야겠다 싶다.
“그나저나 현자님이랑 추기경님도 밤 사냥에 참가하냥?”
“그런데?”
“흠. 같이 하는 것은 어떻냥?”
“아. 그건…”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좀.”
베로니카가 거절하기 전에 내가 먼저 거절했다. 놀란 그녀가 날 보았지만.
이번 밤 사냥에는 그리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우승한다고 업적을 주는 것도 아니고.
잡아야 할 언데드는 딱 넷 뿐이니 괜히 힘 뺄 생각 없다.
“왜?”
“그런게 있단다.”
난 궁금해하는 베로니카에게 웃었고, 그녀는 뚱한 얼굴로 날 보았다.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던 식스맨과 레이첼이 웃으며 떠나가자 베로니카는 갸름한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히죽히죽 웃었다.
앗.
저 표정.
뭔가 날 곤란하게 할 때마다 짓는 표정인데?
“그러고보니 내기에서 내가 이겼는데.”
“앗.”
“저주를 해주한다고 했겠지? 그건 분명히 위험한 일일테고.”
미지근해진 차를 단번에 마신 그녀는 한쪽 눈을 깜빡이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거 같이 해. 라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
설마 그걸 요구할 줄이야.
요 여우 같은 계집애한테는 진짜 못 당하겠네.
“해야지.”
“그렇지?”
“그래.”
그것이.
대륙에 위엄을 떨치는 교회의 추기경님과 한 내기의 약속이든.
테러로 모든 것을 잃고 매일 밤 공포에 질려 잠 못 드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맺은, 그저 입발림 소리로 한 약속이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따가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