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맥아더 준장과의 만남은 매우 사적이었고, 개인적이었지만 그 어느 행사보다 공신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필리핀에 박혀서 소규모 반군이나 소탕하는 신세지만 난 그가 다음 퍼싱 장군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지금 준장이면 아마 다음 전쟁 즈음에는 미합중국군을 통솔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수준에 이를 거다.
며칠간 그와 함께하며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비록 식민지를 불필요의 대상으로 여기는 나와 달리 그는 진심으로 식민지를 함께할 동반자로 여기는 부분처럼 좁혀지지 않는 의견도 많았지만 우린 가장 크게 한 가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
바로 워싱턴 군축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군축의 첫 번째 이유는 무리한 해군 예산의 부담이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대의는 바로 전쟁의 씨앗 제거였다.
보유하는 것만으로 분쟁이 될 수 있는 해군만 싹을 자르면 평화가 영원할 것 같았던 거다.
이에 맥아더 준장이 아주 적나라하게 평가한다.
‘차라리 끝을 보면 봤지 이제 와서?’
차라리 압도적인 해군력으로 아시아의 이득을 극대화해야지 이제 와서 돈도 안 들이고 전처럼 타대륙을 쪽쪽 빨아먹고 싶다는 조국의 발상에 그는 코웃음을 쳤다.
나의 결론도 별반 다를 거 없다.
“몽둥이 뺏는다고 안 싸우나. 그럼 주먹으로라도 싸우지.”
고작 그걸로 전쟁이 막아지리란 발상은 희망회로 과부하로 인한 망상에 불과하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 또한 나처럼 다음 전쟁을 확신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무슨 준비를 하는지, 어떠한 계획을 가졌는지 묻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우린 애써 이 주제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난 다시 잔장으로 돌아왔다.
“으어…. 배 그만 타고 싶어.”
항공기를 타도 욕할 판에 배타고 오가니 진짜 미쳐버리겠다.
역시 집이 최고야.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었지? 1년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파리로 돌아가고 싶다.
역시 이건 휴가가 아니라 유배다. 자기가 일드외 섬에 갇힐 미래를 본 대악마 필리프 페탱이 나부터 아시아로 보낸 거다.
무엇을 하든 내 자유지만, 정작 이는 본토로부터 완전에 가까운 단절이 있기에 가능한 일.
“이주 뒤, 일본 제국으로 떠나시게 될 겁니다.”
“으아, 취소. 취소해줘.”
“이제 와서 취소는 안 됩니다. 듣기론 환영인파까지 준비할 거라던데…”
“씨발, 나 귀축영미라고! 왜 환영하는 건데!”
“자꾸 그런 괴상한 말씀 하시는데 무슨 뜻입니까?”
“귀신과 가축 같은 영국과 미국이란 뜻이네.”
“역시 일본 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진보를 이룬 자들답게 더러운 영국과 미국의 진면모를 알아보고 있는 이들이군요.”
“어허!”
거기까지. 우리 파비앵이 아주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구먼. 누가 들으면 프랑스가 저것들하고 비슷한 사상을 가진 것처럼 보이잖아.
역시 고민해봐도 나중에 친일 이미지를 가져서 좋을 게 없다. 그렇다고 당장 일본을 적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고.
‘한 10년만 기간제 친구 하기로 약속하고 절교는 어렵나?’
이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이미 일본과 미국의 사이는 틀어질 조짐이 아주 잘 보인다.
저번 달에 나온 미합중국의 아시아인 배제법. 흔히 이민법이라고 불리는 놈이 재탄생했는데 주요 골자는 황인들을 더는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아주 제대로 일본을 자극했다.
이걸 계기로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 셈. 고작 이민법에 뭐가 난리냐고 할 수 있지만 애초에 같은
백인이어도 민족만 달라도 방화와 린치를 미덕으로 아는 세상인데 인종이 다르다? 바로 적아 딱 나뉘기 너무 쉽다.
“문제는 이후 흐름인데…”
영국과 프랑스가 일본의 다음 움직임에 긴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
“소비에트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청나라에서 비밀리에 접촉하는 게 포착되었습니다.”
“영국이 이걸 우리한테 공유하는 이유는?”
“당연히 같이 막자는 거지요. 곧 미국한테도 들어갈 정보입니다.”
일본-소련 구도라. 동맹까진 안 가도 최소한 싸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함 같은데 여기에 난 한 가지가 더 떠오른다.
‘여기에 독일이 끼면… 독일-소련-일본 구도인가.’
아주, 개같은 구도가 아닐 수 없네. 분명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인데도 만에 하나 친해지면 너무 구도가 불편해.
영국과 소련.
미국과 일본,
프랑스와 독일.
짝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더욱 불편하다.
소련이 두 국가와의 관계를 어디까지 진척시키려나.
아마 난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을 거다. 저 사회주의자 새끼들 대가리는 역사를 알아도 파헤치기가 더럽게 어렵거든.
점점 안정화 기조를 보이는 소련이 이후 팽창을 택할지 내부 고립을 택할지도 모르거니와 공산 세력 자체가 해마다 변해서 소식 듣기도 버겁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은 아니다. 두 국가는 참으로 알기 쉬운 게, 미래에는 무조건 군국주의 극우거든.
“파비앵, 일본 총선거 결과가 어땠는지 아나?”
“과반 정당이 없으며 큰 정당 세 곳이 연립 정부를 구성하였습니다.”
“아직은 괜찮아 보이네.”
연립 정부라. 아주 마음에 드는 단어다.
“혼탁해지기 너무 좋아 보여…”
정당 외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심지어 정부를 구성하는 놈들도 갈라졌다고? 그것도 협력의 가능성이 없이?
“자네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난 사실 이념 싸움은 진짜 낭비라 생각해.”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필요하다면 소비에트와 손을 잡아도 괜찮을 만큼. 난 동맹 국가가 민주 국가든 공산 국가든 상관없어.”
“……준장님?”
“근데 여기서 더 싫어하는 게 있지. 바로 나 몰래 뒤에서 짝짝꿍 손잡고 내 주위를 맴도는 거지. 아주 날 바보로 아는 거야.”
올해 이 베르게르 모헬에게 주어진 역할은 딱 하나로 보인다.
“소비에트와 손잡을 생각을 다 지워주마.”
알고 있다. 적군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점령하니 일본 입장에서는 당장은 친해져 나쁠 게 없어 보인 거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 이건 아니다. 너흰 소비에트와 싸워야 할 사이지 절대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남을 사이가 아니다.
‘너희의 팽창력을 보여줘! 러일 전쟁을 잊지 말라고!’
내가 소련과 손을 잡는 것도 괜찮고, 내가 일본과 손을 잡는 것도 괜찮지만.
절대 일본과 소련이 손잡는 꼴은 못 본다.
“일본 일정 한번 길게 잡아봐.”
“얼마나 길게 말씀이십니까?”
“아주 내 이름을 모르는 일본인이 없을 정도로.”
“…일단 한 달 잡겠습니다. 본토에는 잘 설명드리셔야 할 겁니다.”
“그건 걱정 말라고.”
꼽으면 귀국시키시든가.
우리 원수님은 알고나 있을까. 내가 유배지에서조차 이렇게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알려드려야겠다.
***
더글러스에겐 미안하지만 그와 미합중국 친구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난 사실, 일본 제국이 조온나게 팽창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미합중국도, 대영제국도, 심지어 이탈리아도 우리의 동맹이었다. 분명 대전쟁을 함께 보냈고 그들 덕에 우리 프랑스가 지켜진 것 또한 맞다.
그러나 전후의 구도는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독일을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국가는 오직 우리 프랑스뿐이다.
영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소련, 독일. 전부 잠재적 위협으로만 대하고 있다.
미국은 먼로주의에 입각하여 유럽에서 발을 빼버렸고 다시 돌아올 기미는 없어 보인다.
그럼 현재 미합중국은 우리 프랑스에게 최우선으로 섭외해야 할 동맹일까?
‘절대 아니지.’
우리가 최우선으로 섭외해야 할 동맹은 강력한 해군력을 가진 영국이고, 그다음이 이탈리아나 스페인이다. 가능하다면 발칸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절대 미합중국은 아니다.
독일과의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미군이 다시 한번 엔트워프로 쏟아질 게 아니라면, 난 일본제국이 얼마든지 커도 상관없다고 본다.
루르 점령 이후 영국과 미국이 느끼는 구도는 매우 명확해졌다.
‘우리 프랑스가 자신들의 유럽 이익을 위협하는 1순위라고 여기지.’
이는 곧 독일의 고립은 서서히 풀리는 반면 우리 프랑스의 고립은 거세져 갈 거란 의미다.
일본 제국의 성장은 곧 미합중국의 위축이란 공식은 적어도 아시아에선 진리나 마찬가지다.
우리 프랑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일부 식민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아마 경제 군사적 손실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커질 수도 있지.
허나 미합중국과 영국이 입을 손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게 될 거다.
누군가 들었다면 아주 더럽고 악의적인 생각이라 욕하겠지만 이미 대전쟁 끝난 프랑스만 봐도 알지 않나.
모두가 광란의 20년대를 즐길 때, 오직 우리 프랑스와 벨기에만이 그 효과를 미미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다음 전쟁은 지금처럼 전간기를 주지도 않을 거다.
지금 생각하기엔 너무 먼 미래이고 불확실성이 크지만 어차피 일본 제국이 막장을 향해 달려갈 운명이라면, 난 그들의 성장에 제동을 걸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본 방문은 그 선택에 확신을 더하기 위한 것에 가까웠다.
파비앵과 주일 프랑스 대사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로는 부족하다.
내가 직접 보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지 가늠해봐야겠다.
‘초대가 여러 곳에서 온 것부터 아주 좋은 신호야.’
만날 수 있는 만큼 닥치는 대로 만나고, 필요하다면 난 그들을 옹호해줄 생각까지 있다. 물론 이곳, 아시아에서만이겠지만.
문득 일본 제국의 식민지, 조선이 잠시 떠올랐지만 이내 사라졌다. 작금의 프랑스조차 어찌 못하는 주제에 감히 남의 나라 식민지를 어찌해보겠다는 발상은 오만이다.
이렇게 난 나의 허용범위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들은 어떠할까.
내가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바로 폴 끌로델(Paul Claudel), 도쿄에 지내고 있던 주일 프랑스 대사였다.
그는 외교관 중에서도 강력한 반공주의자에, 독일과의 협력은 역겨운 짓이라고 설파하고 다니는 아주 신념에 가득 찬 부류였다.
외교관으로 정치적 객관화가 안 되어 있다는 점은 실격이지만.
“소비에트와 국교 정상화를 준비 중일 것입니다. 앞으로 극동에서 부딪힐 게 아니라면 서로 싸워서 좋을 게 없기 때문입니다.”
수천km 떨어진 곳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격이다.
“영미와 악화. 소련과 정상화? 그럼 노리는 게 어디라고 보나?”
“중화입니다.”
“어디랑 손을 잡겠나?”
“준장님, 이들은 처음부터 중화 내부 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발상 자체를 안 하고 있습니다.”
일개 대사치고는 아주 일본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어느 국가도 일본이 아시아 대륙을 직접 점령하려 들 것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여태껏 모든 열강들은 청나라를 함께 뜯어먹어 왔지 홀로 삼킬 수 있다고 판단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끌로델 대사, 내가 볼 땐 곧 새로운 청나라를 얻기 위해 내부 두 집단이 싸울 것 같네. 아마 미합중국은 중화민국의 편을 들겠지. 일본은 어디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하나?”
“제가 볼 땐… 편을 들지 않을 거라 여깁니다. 굳이 들어야 한다면 공산이겠으나 이들은 이미 소비에트의 지원을 받을 테니 내부반발을 받으면서 일본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겠지요.”
“아주 좋네.”
프랑스에 몇 안 되는 아시아 전문가답게 동아시아 특유의 ‘저것들 도움받을 바에야 차라리 죽고 만다!’ 마인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
“자넨 당분간 나랑 함께 다니지. 물론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우리 둘만의 비밀이네. 지킬 수 있겠나?”
“저, 비밀이라 하심은…”
“그러고 보니 미국 대사 자리가 내후년에 빈다고 들었는데.”
“하겠습니다!”
그래, 잘 알지. 이 시대 외교관들은 백인 국가에서 상류층으로 잘 먹고 잘 지내거나 온갖 식민지와 안 친한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고생한다는 것을. 우리 군인들의 보직만큼 외교관도 보직에 민감한 부류라고.
일본행.
난 파비앵과 폴 끌로델 대사를 포함한 10명도 안 되는 사람들로 일본행을 결정했다.
총독과 해군 측에서는 말도 안 된다며 위험하다고 말려댔지만 어차피 아시아에서 날 막을 수 있는 프랑스인은 없다.
그리 소수의 인원만 데리고 간 일본.
거리를 채운 수많은 환영 인파와 온갖 편지가 첫날부터 나에게 쏟아졌고,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여기저기 끌려다녀줬다.
그리고 나서 이주일 즈음 지나자.
“자, 부어라! 오늘 마시고 죽자고! 전부 잔을 들어라!”
“와아아!”
“내 이리 아시아의 대육군을 이제라도 만났으니 어찌 안 기쁘리오! 마시고 죽어 보자고오!”
“베르게르 모헤르 준장 천세!”
“오늘부터 내 이름은 베르게르 요시코 모헤르다! 가즈아아!”
난 일본 육군의 의형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