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기세.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전장의 선두에 서본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준비는 오래 걸릴지언정 나는 단번에 권력을 휘어잡고 싶었다.
창당에 앞서 난 프랑스 정치계에 퍼져있던 나의 식스맨들을 모았다.
그동안 포섭이 완료된 이들의 리스트를 추리고, 모여서 전략을 짜야 한다.
“급진당은 여전합니다. 똘똘 뭉쳐서 야당으로 남을지언정 지금과 같은 위치를 원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적힌 이름이 많은데.”
“허나 대부분이 언제든 갈아타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이지요. 아시다시피 모래알에 겨우 물 묻혀서 모아놓은 이들에 불과하니까요.”
아직 창당도 하지 않아서일까, 그도 아니면 내가 제도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여서일까. 달라디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다음은 우리 샤를.
“진영 상관없네. 이 나라의 보수는 자네 편이야.”
“그거야 알고.”
“-만 똑같지. 역시 하나같이 뭉쳐서 시위하듯 바라는 게 많아. 어쩌면 자네를 통해서 자신들이 제2의 급진당이 되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
포섭은 되었지만, 단체 행동을 그만둘 기미가 안 보인다는 샤를. 아마 저들은 우리의 날개 아래로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킬 거다.
마지막은 우리 음… 가톨릭 반공 군국 우익 전통 권위 파시즘을 대표하는 혁명사회당의 프랑수아 형님.
“우린 엘리제 궁을 점령할 준비가 끝났으니 언제든지 말만 하게. 참고로 프롤레타리아 통일당(Proletarian Unity Party) 소련 앞잡이 새끼들은 내 선에서 정리했다네!”
“어, 혹시 무슨 정리를 하셨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거네.”
“옙.”
보나파르트보다 더 우익 편향적이고 종교 집단보다 더 보수적이며 반공 때려잡는 경찰보다 더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프랑스 혁명사회당.
이름에서부터 드러나지만, 가톨릭 사회의 빵빵한 지원과 어느덧 120만에 이르는 불의 십자단 단체가 뒤에 있다.
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버릴 순 없다. 그렇다고 마냥 꿀떡 삼키기도 무서운 게 이것들은 그 어느 단체보다 진짜인 놈들이라고.
시위 진압? 될 거 같나. 파리 경찰 전부 모아도 불의 십자단 시위는 해산 못 한다.
음, 그렇다. 불의 십자단 이놈들, 현재 반쯤 정치 깡패다. 그것도 더럽게 쎈.
당장이라도 손에 총만 들면 이놈들 전부 군인이다.
절대다수가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베테랑이거나 군축 시즌에 전역한 군인이라 어설프지가 않다.
“그리고 내부에서 말이 많아서 하는 말이네만. 그냥 엘리제 궁만 점령하면 끝나는 일이지 않나?”
“공화국이 끝나겠죠?”
“부작용이 있다는 것 잘 알아. 다만 지금 이러는 시간조차 아까우니 하는 말이야. 어차피 시민들은 자네가 무슨 짓을 해도 박수를 쳐줄 텐데, 그냥 저지릅세!”
누굴 보고 배웠나 했더니 어째 말 한마디 한마디에 파스타 냄새가 폴폴 나네.
우린 아직 막장이 아닌데 왜 내 손으로 막장 짓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내가 이긴다. 이건 그냥 정해진 결과다.
저 의회의 의원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냥 난 전리품을 챙기러 온 놈일 뿐이라고.
다만 프랑수아 형님의 말대로 지금 제도에 순응하며 날려 먹는 시간이 너무 크긴 할 거다.
내가 창당하자마자 성공해야 하는 첫 번째는 바로 내년 6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그 선거에서 난 두메르그의 재선을 성공시켜야 한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 입법선거가 2년 뒤라는 거지.’
아무 인물이나 데려다가 우리 당 소속으로 넣고 투표해도 될 수준이다만 무려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게 문제다.
그렇기에 일단 우린 포섭을 우선순위에 뒀다.
‘2년 뒤의 거대한 입법처형식이 있겠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2년 뒤? 에잉, 당장 총들고 협박하는 것도 아니네?’라는 놈들이 이 나라엔 너무 많다.
그냥 꼴통 천치. 제 목을 겨누던 칼이 고작 몇 센티 뒤로 물러났다고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 줄 아는 놈들이 넘쳐난다.
“결국 한 방이 필요하다는 소리군. 내가 원수직에 오르는 것으로는 부족하겠지?”
“정부에서 제대로 띄워주는 게 아니라면 힘들 겁니다. 앞으로 저들은 열심히 떠들 겁니다. 군인이 어찌 정치를 잘하겠냐고.”
“달라디에 의원, 그게 모든 당의 의견인가?”
“색 구분 없이 정계의 정론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평생 도자기를 만들던 장인의 손재주가 얼마나 대단하던 결국 도자기 만들던 사람이다.
아무도 그에게 유리 세공을 맡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
난 아직 아무것도 정치에서 보여준 게 없다.
‘아니, 그렇다고 자기들은 할 줄 아는 게 뭐 있는데.’
없느니만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지금 10년째 보여주고 있는 놈보단 그래도 도자기 하나는 잘 만드는 놈이 낫지 않나.
물론 이건 내 생각에 불과하고, 여전히 정계에서는 ‘어? 뭐야, 너희 우리랑 같은 룰로 싸워?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라는 의견이 대세인가 보다.
결국 보여줘야만 해결될 문제.
‘20년을 군인으로 살아온 내가. 나의 장기를 가장 잘 살려서 보여줄 수 있는 것.’
곰곰이 생각해봐도 국내에는 없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보여주려면 결국 군인이라는 신분을 탈피해서인데 뭐가 더 있겠나.
자선으로 인한 나의 인성 강조?
과거 재조명으로 인기몰이?
전부 겉치레적인 것밖에 안 떠오른다.
‘그랬다간 사람들은 내가 군을 떠난다고 여길지도.’
마치 예전 페탱 원수님처럼 ‘절대 못 보내!’를 시전할지도 모른다.
그럼 남은 것은 국외로 트는 건데.
‘베트남 한번 갔다 와?’
리프 공화국 시즌2 찍어볼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과격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그리고 베트남 갔다 오기엔 시간적인 문제도 있고.
국외에 프랑스와 연관된 것들이 하나둘씩 뇌 주름 사이를 스쳐가지만 딱 걸리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연관이 없어져버린 곳이 하나 떠올랐다.
“폴란드는 어떤가?”
“…폴란드?”
“폴리쉬 놈들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
신생아 같은 폴란드. 국력은 충분하고 독재 국가이며 친위 쿠데타로 서먹해져버린 사이.
그렇다고 아직 친독은 아니며 안보 위협에 매일 두려움에 떠는 국가.
“폴란드와의 관계 회복. 이 정도면 차고 넘칠 것 같은데.”
피우수트스키의 쿠데타는 성공적이었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내부 다민족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던가.
어쩌다 보니 거대한 다민족 국가가 되어버린 폴란드와 피우수트스키가 주장하는 민족주의는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틈을 언제 소련이 공산주의자 놈들과 파고들지 모르는 일이고 무엇보다, 폴란드는 여섯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안보 위협.
우리 프랑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이 문제를 개국 이래로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무리 봐도 내가 개입하기 아주 좋은 문제 같은데.”
“그… 베르게르, 폴란드와 사이 나빠진 이유가 근본적으로 자네임을 알고 있지?”
“어허, 난 형제국을 버린 적이 없다고. 우리 의회가 헛짓거리 한 거지.”
폴란드. 역시 버리기 아까운 패다.
“그리고 독재 국가면 어때?”
“동족을 이해하는 건가.”
“형님, 그런 거 아닙니다.”
“난 다 이해하네.”
“…….”
뭘 이해한 건지 모를 프랑수아 형님처럼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무튼, 안보 문제라니.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완전 내 전문 분야잖아.
“독일에게 다시 한번 양면전쟁의 공포를 떠올려줄 수도 있겠어.”
폴란드가 느끼는 안보 위협을 독일에게로 넘겨주면 끝나는 일.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는다.
약간의 월권이 있겠지만… 뭐 어차피 나중에 할 일 미리 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를 위해 폴란드로 날아갈 사람은…
‘역시 이놈이지.’
난 곧장 라인란트에 있을 파비앵을 폴란드로 보냈다.
***
베르게르 옆에서 다년간 보고 들은 게 있는 파비앵. 보고 들은 게 있다면 배운 것도 많다.
비밀리에 폴란드로 날아간 파비앵은 수백, 수천 번 스스로 되뇌었다.
‘나는 모헬 소장님이다. 나는 모헬 소장님이다. 나는 모헬 소장님이다.’
모헬 소장님이 많고 많은 이들 중 하필 라인란트에 있는 자신을 보내겠나.
확실한 의지 피력과 자신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일 거다.
파비앵은 이곳 폴란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탄 순간부터 스스로의 판단과 생각을 전부 배제했다.
오직 베르게르 모헬이라면 했을 법한 행동, 말투,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아는 소장님은 그저 식사를 먹지 않는다.
맛이나 향 따위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영양분 공급받기 위해 입에 넣을 뿐이다.
“맛은 괜찮으십니까.”
“전투식량보다 칼로리가 높군.”
그는 절대 눈이 돌아가는 법도, 흐트러지는 법도 없다.
“혹시 필요한 게 있다면 불러주십시오.”
“내가 찾아왔지만, 난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듣고 싶소.”
“…전 호텔 관리인일 뿐입니다.”
절대 한마디 허투루 내뱉지 않으며 상대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프랑스 대육군의 베르게르 모헬 소장님이 보내셨다.’라고 소개하여서일까, 이틀 만에 파비앵은 곧장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를 만날 수 있었다.
“자키 파비앵 대령. 베르게르 모헬 소장의 심복이자 프랑스의 렌스, 6사단을 이끄는 자.”
“후우… 반갑습니다. 자키 파비앵입니다.”
실내에서 모자도 벗지 않은 파비앵은 입에 던힐을 물며 스스로 불을 붙인 뒤, 몇 초 뒤에나 인사를 건넸다.
피우수트스키는 그런 파비앵의 태도에 앞에 준비된 식사와 알아가는 시간을 전부 무시한 채 곧장 물었다.
“여긴 왜 왔소?”
“원하는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게 우리 폴란드에 있소?”
“이미 모헬 소장님이 가지고 계시는데, 더 원하셔서.”
“이런 싸가지-”
“그만. 그럼 잘 찾아보고 떠나시오.”
옆의 누군가가 끼어들려 했지만 피우수트스키는 도발이라 여겼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자리에서 피우수트스키가 일어나려는 하자 내심 ‘이, 이게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파비앵은 더 몰아붙였다.
“근데, 그걸 피우수트스키 각하께서도 원하시는 것 같아 왔습니다.”
“….”
살짝 떼진 엉덩이를 다시 소파에 붙인 피우수트스키는 더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피우던 담배를 찻잔에 넣어 끈 뒤, 파비앵은 또 한 번 뜸을 들이고 입을 열었다.
“전 전령이지 외교관이 아닙니다. 협상할 거리 자체가 없습니다.”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모르겠군.”
“폴란드의 현 상황에 대한 이야깁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아, 혹시 불가침 조약을 고려하고 계십니까?”
“…어디서 들었소?”
“딱히 듣지 않았습니다. 그냥 모헬 소장님이 그리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파비앵의 말처럼 폴란드는 두 가지 불가침 조약을 맺을 생각이었다.
현재 폴란드의 국경은 하루하루가 위기였다.
바로 아래 체코슬라비아와는 그리 친하지 않다. 우측의 소련과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쟁 중이었고 독일은 본인들이 떨어져 나온 국가다.
그 외 약소국은 제외한다 해도 폴란드는 바람 앞의 등불. 죽을 날짜를 모르는 사형수였다.
“최근 독일과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더군요. 아마 경제가 망해버린 독일이 덜 위협적으로 변해서일까요. 첫 번째 평화협정. 그러니까 불가침 조약은 독일이었을 겁니다.”
“그게 어쨌단 말이오.”
“무력과 권력을 다뤄보셨으니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딴 종이가 이 나라의 안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폴란드의 헌법이 친위 쿠데타를 막아주지 않은 것처럼 조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다.
언뜻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피우수트스키는 파비앵의 태도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혹시 모헬 소장이 원하는 게 독일의 목숨이었소?”
“대육군의 잠재적 목적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바로 베를린 점령.”
“…혹시 전쟁을 원하는 것이오?”
“안타깝게도 그건 아닙니다. 아무리 소장님이어도 대전쟁을 하루아침에 시작하실 순 없는 법이니까요.”
자꾸만 소장이라고 표현하지만 프랑스의 내부 사정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는 피우수트스키는 소장이 대통령, 혹은 총리로 언제든 바뀔 것 같았다.
“곧 원수직에 오르실 겁니다. 그리고… 이후는 뭐, 나중에 알게 되실 테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알다마다. 그는 국민을 등에 업고 독재자로 거듭날 거다.
마치 시민들이 혁명을 통해 단두대에 세운 루이 16세 이후, 다시 제 손으로 나폴레옹을 옹립하여 왕관을 씌운 것처럼.
시민들은 기꺼이 베르게르 모헬 소장을 독재자로 받아들일 것이다.
설령 그게 실패한다 한들.
‘그땐 나와 비슷한 방법을 쓰겠지.’
이 자리에 파비앵이 온 것부터가 그 증거다. 이미 모헬 소장은, 권력을 얻었다.
지금의 프랑스 정부? 의회? 지는 권력이 살아있다 한들 힘이 있겠나.
흥분감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피우수트스키는 겉으로의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증거. 여기까지의 대화에 증거가 필요하오.”
“증거라. 음, 알겠습니다.”
뒤에서 한 사람이 나오더니 파비앵에게 서류를 하나를 피우수트스키에게 건넸다.
“주요 내용은 거의 빠졌습니다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저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저희 대육군은 절대 전우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전에, 저희 소장님께서는 한 가지 확인하고 싶어 하십니다. 과연 피우수트스키 원수께서 이끄시는 폴란드군은 여전히 그랑드다르메의 전우인지를 말입니다.”
총리가 아닌 원수라는 직위로 부르며 파비앵은 군에 한정 지어 말했다. 그러나 독재자와 예비 독재자로 본다면, 그리고 그 둘이 모두 군권을 가졌다는 점을 본다면.
이는 사실상 폴란드가 프랑스와 함께할 의사가 남아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이게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오.”
대충 훑어봐도 앞으로의 프랑스 군사력이 얼마나 강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피우수트스키는 흐트러지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허나 상관없었다.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이것의 정체를 알 수만 있다면.
“저희 대육군의 차기 대독일전 전쟁 계획의 극일부입니다.”
“대독일전… 전쟁 계획?”
프랑스 육군의 대독일전 전쟁 계획이라니. 그럼 여전히 프랑스는 전쟁을 상정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 당연히 그랬겠지만 이렇게 본격적이고 가시적인 전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이 계획의 핵심이 뭐요?”
피우수트스키 또한 한 군인으로 대전쟁 당시의 서부 전선을 공부한 사람으로 전쟁 계획의 중요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다.
전쟁 계획을 알 수 있다면 사전에 얼마나 준비했는지만 봐도 그 국가가 얼마나 진심이고 전쟁할 의지가 있는지를 할 수 있다.
피우수트스키의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파비앵은 자신 있게 답했다.
“프랑스의 차기 대독일전 전쟁 계획. 6주 엘랑 비탈입니다.”
라인란트를 지나 베를린까지, 단 42일 안에 끝장내겠다는 계획.
이름 그대로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공격정신이 깃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