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7
027화
프랑스의 군사적 행동은 8월 3일. 벨기에가 독일의 통행을 거부하고 난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룩셈부르크가 독일의 손에 떨어지자마자 독일은 벨기에로 군을 쏟아부었다.
추정치 약 3분의 2. 수비 병력이 아닌 벨기에-룩셈부르크 우회 공격에 독일이 쏟아부은 병력 비율이다.
정확한 수치 파악은 못 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프랑스 수뇌부는 놀랍게도, 기뻐했다.
왜냐면 이는 알자스-로렌이 비었다는 소식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4년짜리 게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서로 본진 털기라.
이거 진짜 손가락이 자동 반응할 정도로 익숙한데.
어차피 저글링은 후방에서 넘쳐나게 부화하고 있으니 초반 러쉬를 통해 GG 받아내겠다는 심보.
다들 턱살에 욕심이 그득그득 붙어있다.
‘근데 그게 되겠냐고.’
문제는 몰트케를 주축으로 한 독일 수뇌부가 우리 조제프 대갈빡이랑 수준이 또이또이 하다는 점에 있다.
그나마 차이점이라면, 몰트케가 좀 더 과감했다는 점이다.
전 병력 완전 군장에 군수물자까지 챙겨서 42일 마라톤이라. 벨기에가 아우토반 인도로 보이나?
차라리 한니발처럼 알프스 넘는 게 쉬울 것처럼 보이는 진격로를 놀랍게도 독일은 시도했다.
반면 프랑스는, 그냥 아주 간단하게 그냥…
직진.
우회? 그거 왜 막음? 직진하면 적 본진 나오는데. 마침 주력군 자리도 비웠다며? 벨기에가 버텨주겠지. 엉덩이 무거운 영국도 움직이잖아?
조프르 총사령관은 곧장 육군을 5조각 낸 다음 적당히 지원군이랍시고 사단 몇 개 편제해서 만든 한 조각, 제5군을 중앙과 북부 사이에 배치하는 것으로 끝냈다.
병력을 보내서 막은 것도, 국경 방비에 힘쓴 것도 아닌 애매한 배치가 정말 끝이다.
파리에 상주하고 있는 벨기에 마티아니 차관이 지원 규모에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는 소문이 있긴 한데 신경 쓰는 프랑스 장교는 없었다.
‘참모부, 그놈들이라면 벨기에가 크게 당하면 영국의 참전을 더욱 이끌어 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할지도.’
어쨌든 영국의 장점이 원하는 곳에 상륙할 수 있다는 거니까 깊게 들어오면 적 후방 상륙까지 생각하는 거 같다. 아니, 돌아가는 꼬라지 보면 틀림없다.
이번 알자스-로렌 공격은 단순히 많고 많은 공세 중 한 번이 아니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팔고 적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까지 버리면서 취한 에리스 여신의 황금 사과와 같은 선택.
이에 영국은 죽어도 도와주기 싫은 프랑스의 편에 서서 벨기에 병력 투입과 동시에 독일 압박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난 8월 10일.
피에르 페슬린(Pierre Zéphirin Charles Peslin) 준장이 자살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만 남기고.
***
며칠 만에 다시 만난 페탱 연대장, 아니. 이젠 사실상 사단장이 된 그는 정상인의 몰골이 아니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극한에 달했는지 페탱은 반쯤 감은 퀭한 눈으로 나를 대면했다.
“충성.”
“들어와.”
우리 아라스 제33보병 연대는 찰스 란레작 장군이 이끄는 5군 휘하로 배치되었다. 위치상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배치와 함께 적응할 틈도 없이 페탱은 직속상관의 자살로 사단장이 되었다. 정식 발령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확정이나 다름없는 인사이동이었다.
“그토록 별을 달고 싶었지만 이런 방법은 아니었는데. 슬퍼할 틈도 없다는 게 야속하군.”
제6보병 사단 사단장 대리, 필리프 페탱. 페슬린 준장이 죽고 나서야 난 그제야 내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페탱의 고속 승진에는 그의 유능함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설마 그게 페슬린 준장의 자살이었을 줄이야.
장례는 당연히 생각도 못 한다. 전시에 지휘관의 사망은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일밖에 되지 않으니.
“이런 혼란 속에서 자네에게 다행인 점은 5군은 곧장 알자스-로렌에 전격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야.”
“다행인 점입니까?”
“뭐, 사실상 공세의 핵심이 아니란 뜻이지. 정치적으론 아니어도 군 전체적으로 보자면.”
냉정히 말하자면 제5군이 작은 것은 아니다. 후방 지원 부대를 제외해도 29만 명. 올해 내로 45만까지 충원을 목표로 한다는데 그건 29만이 멀쩡히 살아있을 때 이야기 아닐까 싶다.
“알다시피 란레작 장군은 총사령관과는 달라. 지금 프랑스가 처해있는 위험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신다네.”
“그렇기에 5군이 빠진 겁니까?”
“그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지. 어쨌든 누군가는 예비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니까.”
몇 안 되는 벨기에 우회를 우려한 인물. 다만 그 또한 조프르 파벌의 핵심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허나 란레작 장군도 결국 스당이 적의 목표일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스당. 벨기에 국경 근방이긴 하나 여전히 지나치게 아래쪽이다.
몰트케의 목표는 고작 스당 따위가 아니다.
오직 파리. 그들은 파리를 향해 오고 있다.
“우리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우린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지?”
“다시 제 임무에 집중하란 의미 아니십니까.”
“그래.”
페탱은 더 설명할 힘도 없는지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긍정했다.
“나도 자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 아라스에 가만히 5군이 주둔하는 것만으로도 파리를 지킬 수 있다, 이거 아닌가.”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군인은 명령에 따라야지요.”
이미 독일군이 벨기에 국경을 넘은 순간부터 우린 늦었다. 그렇기에 차라리 벨기에를 주고 영국군까지 끌어들여 파리 국경을 지키는 게 더욱 현실성 있는 계획이지만… 또 국제 정치라는 게 있지 않은가.
애초에 벨기에 때문에 참전한 영국이 이를 두고 보지 않을뿐더러 우리 조프르 장군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무언가를 포기한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난 독일만을 생각하지만 조프르는 자신의 권력, 국내의 여론, 국제 정치와 군부 장악까지 고려하며 움직이고 있다.
생각하고 나니까 드는 의문인데 이 새끼 주적 독일 맞지?
난 페탱에게 굳이 이번 일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임을 설명하지 않았다.
나도 알고 그도 알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할 수 있는 걸.”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피식 웃으며 축객령을 내리는 페탱. 자연스레 부대가 커지고 징집한 병력들이 살이 되어 최전방에 붙고 있다.
아직 5군은 적을 마주하지 않았지만 이미 프랑스군은 독일과 맞붙었다.
리에주를 독일이 손쉽게 집어삼킨 일의 등가교환처럼 프랑스군은 알자스-로렌에 첫걸음을 내디뎌 뮐루즈를 점령했다.
아직까지는 서로 한 방씩 먹여준 거 같은 그림. 실제로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동맹의 도시 하나 내주고, 적의 거점 하나 먹었으면 머릿속에서 ‘우린 어쨌든 이득’이라는 청신호가 켜질 법도 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독일은 피를 거의 안 흘렸다는 것이다.
‘요새 도시가 마치 물 흘러가듯 적의 손에 넘어가버렸다.’
무려 적을 막을 최전방 요새 도시다. 당연히 주위에 리에주를 제외하고도 여러 요새가 존재하고.
그런 와중에 벨기에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 근방이 전부 독일 손에 넘어가는 데 며칠이 걸릴까. 5일? 1주일?
얼마가 되었든, 프랑스의 예상만큼 벨기에가 버텨주진 못할 거다.
***
통칭 리에주 전투. 벨기에가 죽을힘을 다해 저항한 전투다.
그에 걸맞게 통계적으로만 보면 첫 저항의 결과도 심상치 않았다.
사망한 벨기에군 2만. 적은 약 5천. 그 외 실종이나 포로는 측정 불가.
압도적인 독일 포병에게 처맞고 난 다음 저항한 결과치고는 나쁘지 않다.
문제의 뼈까지 아프게 울리는 여드름은 벨기에가 아닌 프랑스에서 터져 나왔다.
뮐루즈를 점령하고 나서 적이 후퇴하며 생긴 2일. 적이 명백히 도망치며 후방에서 재정비할 게 뻔하지만 조프르는 지난 며칠간 생긴 피해에 이 2일을 부대 재정비에 소모했다.
문자 그대로 황금 같은 시간. 벨기에가 벌어주고 있는 그 시간을, 조프르는 고작 부대 재정비에 쓰며 허공에 흩뿌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작 48시간이라고 보기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간 생긴 피해는 우습다는 듯이 다음 날부터 물량으로 진격을 시도한 프랑스는 처음으로 ‘대규모 사상자’라는 보고를 올려야 했다.
알자스-로렌 자체가 요새화가 잘되어 있는 지역이다. 무엇보다 거대한 숲과 산으로 가득 찬 이 지역을 오직 보병 주력으로 밀어붙이려면 생기는 결과는 딱 하나.
“제21군단 보고입니다. 노인키르헨(Neunkirchen) 요새 공세 실패! 추정 사망자 9천을 넘겼습니다!”
“제8기병사단 적 포병 우회 실패! 적 보병과 교전 중 후퇴하였습니다!”
“뮐루즈에서 적의 역공입니다! 현재 단독 공세 중인 7군단이 탄(Thann)까지 후퇴를 결정하였습니다!”
“후퇴라니! 감히 누가 후퇴를 명령했단 말인가!”
도망친 게 아니라 내준 거라고 비웃듯 독일은 한 차례 물러나고 나서부터 엄청난 수비를 자랑했다.
제1 참모차장에서 야전 장군으로 바뀐 노엘 드 카스텔노(Noël de Castelnau) 장군이 이끄는 2군은 로렌 공세의 선두이자 주축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피해에 카스텔노 장군은 자신의 판단을 의심해야만 했다.
적의 벨기에 우익 기동으로 중부와 좌익이 약화되었는가? 그렇다.
동맹 러시아로 인해 적의 전력이 분산되었는가? 그렇다.
적이 요새를 나와 군단급 작전, 기동전, 포위전을 할 능력이 없는가? 그렇다.
그럼 왜 국경 근처에서 이리 처발렸는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카스텔노와 2군 참모들은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모르겠다!’
그냥 진 거다. 이건 그저 소소한 전투에서 한 번 패배했을 뿐이다.
누구도 독일이 좌익 강화 또한 준비했고 되려 프랑스군이 로렌 전 지역에 깊숙이 처박히길 바란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번 전쟁은 불시에 일어난 전쟁이고, 적은 준비되어 있지 않을 테니. 아니, 않아야 하니까.
그리하여 2군의 움직임은 정해진 역사와도 같았다.
카스텔노는 짧은 과거로부터 배운 게 없었고, 야전의 보고를 들어 처먹질 않은 그는 다시 한번 로렌 공세를 명령했다.
군악대와 함께 진격하며 병과의 특성을 살리기보단 소중한 야포와 물자를 다 챙겨 박자에 맞춰 전열을 유지한 채 만반의 준비를 한 독일군을 향해 걸어갔다.
학습과 복습을 하지 않은 프랑스군에게 독일은 다시 한번 재수강으로 참된 교육을 보여주었다.
시레이(Cirey)에서 제26보병사단 학생이 ‘엄폐물 없는 평지 전진’이라는 답을 제출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넌 공부는 아닌갑다. 걍 학교 때려치아라’라며 존재를 지워줬다.
무식하게 채점 기준이 틀렸다며 세유(Seille) 교무실까지 찾아온 제2군에게는 친절히 코트 드델메(Côte de Delme)와 모르주-디외즈(Morhang-Dieuze), 이중 요새라 읽고 진실의 방이라 부르는 곳으로 끌고 와 – 독일 선생이 손짓하니 프랑스 학생은 의심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중포 포격 세례라는 사랑의 매도 들었다.
실질적으로 전투가 시작된 지 3주도 안 되어 발생한 만 단위 사망자.
대전쟁 1단원: 알자스-로렌 과목 단원평가에서 낙제 성적표를 손에 쥔 조제프 조프르 학생은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뮐루즈 전투부터 국경 인근의 전투들은 전부 좋은 선전거리가 될 거라 생각했거늘.’
아직 깊게 들어가지도 않았다. 정말 프랑스 땅에서 나와 한 발자국 내디뎠을 뿐이다.
사단 두 개와 전열 및 전략적 지형 우위를 날려먹은 코트 드델메와 모르주-디외즈? 낭시(Nancy)에서 몇 킬로나 떨어져 있지? 30km? 구불구불한 산길 다 돌아가도 40km가 안 될 거다.
무슨 처절한 싸움을 할 곳도, 힘들게 점령해야 할 위치도 아니란 말이다.
그냥 가벼운 아침처럼 빠르게 먹고 지나갈 일개 거점에 지나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도 불과 며칠 만에 입은 피해는 군 내부에서 숨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총사령관님, 제2군 사령관 카스텔노 장군이 전군의 보병교리 변화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무슨 보병교리 변화?”
“포탄과 총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호시설이 필요하답니다.”
“방호시설? 장난하나! 지금 우리가 공격인지 방어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게야! 보병교리 변화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게!”
몇 번 진실의 방에서 현실을 맛본 카스텔노가 3만이 넘는 피가 묻은 오답노트를 제출했지만, 조프르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조프르는 들었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만점 받을 수 있다고.
“하루 진군을 5km로 제한하고, 적의 유인책에 걸려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전군에 전하게.”
“알겠습니다.”
그래도 총사령관 감투는 뻘로 쓰고 있는 게 아니라는 듯 조프르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 욕심을 버리고 하나씩 풀어내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사실 또한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뺨치는 거대한 시험이 벨기에를 지나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D-day 20.
조프르의 교과서는 여전히 1단원: 알자스-로렌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