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프랑스가 구축한 반공 포위망의 첫 시작은 스페인 내전 당시 소련의 국제 여단이 움직이며 처음으로 무력 공산화의 가능성을 알렸을 때였다.
그때 난 단호한 대응으로 이탈리아와 협조해 프랑코를 적극 지원. USSR 군대를 작살내고 좌파들을 싹 잡아들여 프랑코의 손에 쥐여 줬다.
그 이후로 프랑스의 반공 포위망은 점점 거세졌는데 39년경에는 유럽에서 소련과 국경을 맞댄 모든 국가에 적극 영향력을 행사하며 포위망에 동참시켰다.
반공 기조는 약 11년 정도 이어져 하나의 체제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한 목표지향적인 흐름이었다.
많은 국가가 반공을 외치며 친프랑스로 갈아탔고 이를 명분으로 동맹을 맺었다.
최초로 만들어 유지보수하고 발전시켜온 반공 포위망. 그 포위망의 가치와 필요성은 세계 대전이 증명했다.
이제 다시 돌아온 평시.
여전히 프랑스는 반공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다. 아니, 작금의 프랑스는 이를 한발 더 나아가 본인들의 영향력을 투사할 최고의 명분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반공의 상징과도 같은 국가, 프랑스.
그들의 유산을 국제 기구가 이어받게 된다면 어찌 될까.
‘속내가 뻔히 보이네. 역시 식민지 해방으로는 명분이 좀 약했지?’
아무리 국제 기구를 창설하고 그 기구에 소련 봉쇄라는 임무를 부여해도 세계의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
최초로 반공을 외친 것도.
그 반공을 전쟁에서 보여준 것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유지하는 것도 결국 프랑스.
이것은 마치 프랑스라는 나라가 홀로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듯한 그림을 연출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반공은 절대. 혼자서 유지가 불가능하지.’
만약 내 손이 닿지 않는 제3세계에서 빨갱이들이 움직인다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삼국에서 소련 흔적 지우는 것조차 버거운 지금 막 독립한 국가들이 혼란에 빠진다면?
그럴 때마다 프랑스는 자신의 의지를 타국에 관철시킬 수 있을까?
오히려 반발 위험성과 내정 간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을까?
그러니 내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반공의 주도권을 넘긴다. 정확히는, 우리 모두가 분담한다.
‘그런다고 유럽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여기에는 만에 하나 시간이 흘러 프랑스와 사이가 나빠진 국가가 소련에 가담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서로 가진 것과 얻을 것. 그리고 내줘야 할 것까지 모두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 뒤,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 말은…. 소련과 맞닿은 국가들에 주둔할 군대가 무지막지하게 커질 것처럼 보입니다.”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중국. 조선. 최선봉만 뽑아도 엄청날 겁니다. 폴란드, 일본과 같이 지원하는 위치도 빠질 수 없습니다.”
“즉, 프랑스가 단독으로 소련에 선전포고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반공 포위망이 잘만 작동한다면 제가 굳이 전쟁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나도 저들이 프랑스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안다. 30년대 말부터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포악하게 국가를 키워온 프랑스.
그들의 눈에 반공 기조는 프랑스의 새로운 확장 방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유럽을 내가 집어삼키려는 손길로만 봤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국제 기구에서 반공을 맡게 된다면 그 모든 오해는 풀린다.
저들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고민이 되겠지. 이게 마냥 쉬운 게 아니거든.’
국제 기구가 반공 포위망을 넘겨받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곧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병력을 빼야 합니다. 조지아 정상 선거가 코앞이고 아시아 중립국들의 정부 설립도 거의 끝나가고 있는 판이지요.”
“내 눈에는 막대한 책임과 의무만 보이네만.”
“처칠 경, 난 그걸 홀로 해왔습니다. 그리고 설령 미국과 영국이 도와주지 않아도 계속 해나갈 것이고요.”
한두 해도 아닌, 이미 십 년이 넘게 해왔다.
영국이 소련 공산당과 정상 외교를 선언하고 대사관을 설립할 때.
미국이 무역을 위해 빨갱이들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스탈린이 착한 좌파라 믿으며 소련의 공업화에 한 손 거들 때.
난 전쟁이 터지는 전날까지 이 포위망을 공고히 해왔다. 별반 프랑스에 도움 되지 않는 국가와 동맹을 맺었고 극좌를 청소했다. 때로는 직간접적으로 무력을 동원해서 말이다.
영국이 길게 계산해보지도 않고 느끼는 그 부담.
소련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망하면 주워 먹으려던 미국.
난 그들에게 아주 원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 아니꼬우면, 그냥 너희가 직접 하라고.
“이해합니다. 난 프랑스가 아무것도 아닐 때부터 소련과 싸울 준비를 한 사람이라 힘들어도 당연하게 느끼지만 두 나라는… 아직 일러 보이는군요. 그럼 이 일은 없던 것으로-”
“허허,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왜 이렇게 급합니까?”
“모헬 원수, 국제 기구란 응당 공통된 위협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지. 내 자네의 진심을 이때까지 몰라줬구먼.”
생각하는 게 눈에 뻔하다 이것들아. 내가 무슨 죽음의 양자택일을 줬냐.
두 인간 다 내 제안이 머릿속으로 ‘또 한 번 세계 대전이냐, 아니면 돈 좀 드는 평화냐.’라는 선택으로 이해한 것 같네.
굳이 그들의 오해를 풀어주진 않겠다.
5년 안에 일어날 것 같은 세계 대전과 본인들이 수십 년 유지해야 할 것 같은 체재. 둘 중 하나를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적당히란 없다. 적당히란. 소련이 내 손에 죽거나. 아니면 내 손 잡고 소련을 가둔 채 강강술래 하거나.’
만주는 어떻게 주위 아시아 국가에 미국까지 얹어서 틀어막는다 치지만 저 핀란드에서부터 튀르키예까지 이어지는 반공 포위망을 프랑스 혼자 감당? 미쳤나. 확 그냥 소련 풀어줘 버릴라.
‘물어라. 물어라. 제발 물어라.’
난 너희들이 이렇게 소련에 관심 많은 줄 몰랐지. 여전히 프랑스를 정상 국가로 상정 안 할지도 몰랐고.
사실상 나를 제외하면 소련에 관해 발언권이 가장 강한 루스벨트가 준비 중이던 노선을 바꾸고 여기에 미국의 이익을 붙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내 하나 묻고 싶습니다. 만약 현 연합국이 모두 소련의 확장을 막겠다고 약속한다면, 프랑스는 소련을 정상 국가로 대할 수 있습니까?”
“정상 국가라면? 난 소련의 국익에 도움 되는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만.”
“소련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동의하냐 이 말입니다.”
“난 그들이 동토에서 얼어죽든 굶어죽든 관심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굳이 방공이 군사적으로 완벽히 봉쇄한 상태를 의미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물었다.
비록 루스벨트는 군사에 외교를 더할 생각을 하지만 어쨌든 한번 입안에 박힌 바늘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이로써 국제 기구는 창설과 함께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반공. 빈틈이 있어선 안 될 겁니다. 난 동유럽 국가들을 전부 재무장시키고 주둔군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겠군.”
여차저차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이 있으나 일단 세계 대전 승전국이 다 헤처먹는다는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저들은 프랑스를 겨우 막아섰다는 것에 자축했고.
나는 외로운 냉전에 새로운 친구들을 동참시켰다.
어느새 연합국 승전국들의 영원한 죄수가 되어버린 소비에트 연방.
이제 유럽에서 프랑스의 위치는 떨어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
전후 런던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체제.
시원하게 말아먹었던 대전쟁 직후의 국제 연맹과 달리 새로 탄생한 국제 기구(Organisation des Nations Unies)는 시작부터 막중한 힘을 얻게 되었다.
당연히 이 기구의 본래 모체. 계승하는 단체가 있으니, 바로 연합군들의 머리가 한데 모였던 최고전쟁위원회이시다.
“저, 저보고 또 하라고요?”
“왜, 나이 먹으니 정치라도 하고 싶어지던가?”
“아니 이쯤 되었으면 저도 보직 바꾸고 편한 데로 가면 안 됩니까?”
“파비앵 옆으로 보내줘?”
“제가 이래 봬도 공산주의 척결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기필코 각하께서 만드신 안보를 완성시켜보겠습니다!”
“그래, 의장이 총장으로 바뀐 거 빼곤 별거 없네. 그냥 반공 포위망이 좀 더 체계적이고 커졌다고만 생각해.”
“…언어 수십 개 쓰는 애들을 하나의 군대로 만들고 분담금 걷어서 전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범세계적 기구가요?”
“어디 보자, 대만도 군통 자리가 남았던데 한 10년 정도-”
“제 인류애를 보여주기 딱입니다!”
적당히 고등 판무관이나 그랑제콜 교장 자리를 원하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 다를랑보다 연배 더 많은 분들도 군축한다고 밤을 지새우는데 어떻게 보내줘.
딱 5년 임기 동안 기초를 잘 닦아보자고.
‘아, 중임제라 10년도 되던가?’
임기는 일하는 거 봐서 더 시켜도 되니 당장 생각할 일은 아니다.
45년 새해가 밝자마자 달라디에가 사임하고 그 뒤를 플랑댕이 이었다.
3분의 2가 넘는 당수로 한때 프랑스의 모든 법을 만지작거리던 드라로크 대신 샤를 드골이 후임으로 올라섰다.
썩은 물을 퍼내봤자 그 자리를 썩은 물이 채우는 것 같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히 권력을 쥔 인간은 줄어들고 있다.
존재만으로 프랑스 어느 기관에서든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수직 또한 다시 한 자리로 줄어든다. 뒤늦게 가믈랭이 똑같이 이 자리에 올라 봐야 명예직에 가까울 뿐, 지금과 같을 수 없으리라.
나름 개혁이라면 개혁이고 평시를 위한 준비라면 준비.
분명 하나씩 착실하게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지금의 내게도 지나치게 개방적인 한 가지가 있다면.
“아들아, 왔니.”
그건 전쟁 끝내고 돌아왔더니 한때 적국이던 나라와 국제결혼해버린 자식놈이다.
재건위원회에서 일하는 가스파르를 불러들인 난 오랜만에 자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앉아라.”
“아시아는 다 끝나고 오신 겁니까.”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네 설명인지 변명인지부터 들어보자.”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운 거라면.
그래서 아들이 앞뒤 분간 못 하고 저지른 일이라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자식한테까진 객관적이지 못했던 것이겠지.
부디 가스파르가 신중히 답하길 바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시가가 아니라 연초를 피우시네.’
길게 들을 것도 없이 짧게 끝내라는 의미.
다음으로 꺼낼 단어를 고르던 가스파르는 아버지에게 무엇도 숨기지 않고 직진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연스러운 만남이었고, 별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이미 외부 개입 흔적이 없다는 건 파요레가 다 확인했다.”
“독일과의 충돌은 아버지가 살아 계시는 한 일어날 리 없습니다. 그 어떤 작은 분쟁 거리도 용납 안 하시겠죠. 그럼 굳이 제가 아버지의 모습을 완벽히 계승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습니까? 차라리 아버지와는 다른, 저만의 길을 보이겠습니다.”
가스파르의 발언을 하나씩 곱씹으시던 베르게르는 잠시 뒤 짧게 평가했다.
“좀 더. 자세히.”
“독일인이기에 양국 통합에 도움이 될 겁니다. 나치 가족? 오히려 독일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겠지요. 가족 중에 나치 당원 하나 없는 독일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프랑스인들의 반발은.”
“모헬의 이름에 감히 매국을 연상시킬 프랑스인이 있습니까?”
“없지.”
재떨이에 불을 비벼 끄고, 손을 깍지 낀 아버지는 자세를 바로 하며 발언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아들아, 네가 모르는 게 있다. 물론 넌 내가 아니지. 내가 될 수도, 나처럼 행동하지도 말아야 하고.”
그래, 다른 길도 좋고 스스로만의 길을 걷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지금 재건위원회에서 일하며 세상에 나와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넌 내 아들이다. 전쟁귀. 아르덴의 악마. 마른의 기사. 대학살자의 아들로 널 바라본단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저와 아버지를 분리해서 볼 겁니다.”
“그게 쉽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지금 한 짓은 완벽한 너의 위치에 틈을 낸 것이다. 전 유럽의 보수파, 우파들의 시선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종교계가 도덕적 흠을 찾으려 들 것이며 종국에는 내가 없는 널 공격하기에 이르겠지.”
아무리 거대한 권력을 쌓아도 그것이 영원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때로 프랑스인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미국과 영국 같은 강대국조차 현 프랑스의 힘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아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무서워하는 것은 22년의 대계를 완성한 나와 원수들이지 대육군의 순수 무력이 아니다.
“표정을 보니 이 나라에서 모헬 가문을 적대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 것 같구나.”
“설령 제 선택이 잘못되었다 한들, 약간의 흠을 허용하는 것조차 안 되는 겁니까?”
“예를 하나 들지. 폴란드의 리츠시미그위 원수는 죽기 직전까지 내게 독일인들을 죽이고 정당한 값을 폴란드인들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네 행동이 폴란드인들에겐 어떻게 보일까?”
“…친독파로 보일 겁니다.”
“네가 지금 의심을 사지 않는 이유는 하나. 내 아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적인 정치인이었다면 진작 커리어가 끝났겠지.”
어떻게든 프랑스 내부의 반독 여론은 내가 통제한다 치자.
그럼 폴란드의 민심은? 수도 앞까지 영토를 빼앗길 뻔했던 체코는? 조용히 살다가 우리 때문에 반독으로 돌아섰던 핀란드와 덴마크는? 이제 막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은?
고작 한 개인의 흠이라기엔 결과값이 막대하다. 왜냐면 가스파르의 성은 모헬이니까. 이놈이 유일한 내 선택지니까.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에는 긍정적일지 몰라.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글쎄, 난 얻을 게 없다고 본다.”
“베르게르 모헬의 자식인 전 선택할 자유도 없는 겁니까?”
아련하게 묻는 가스파르의 질문은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만들었다.
“그건 아니지.”
“그럼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자리에 앉아 계시는 동안 다른 이들의 의심을 지울 자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국제 기구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마음먹었습니다. 유럽 블록화. 제가 해낼 겁니다. 사람들이 모헬의 이름이 아니어도 프랑스에서 떨어질 수 없도록.”
나름 생각해온 방식이 그 어떤 제국도 하지 못한 유럽 통합이라니. 비록 그것이 내가 만든 기반 위를 장식하는 행위에 가깝다만 그것만으로도 쉽지 않을 여정으로 본인다.
‘누굴 닮은 거야.’
실제 내가 생각한 정답에 가깝긴 하다. 군사 주도적인 상황을 경제로 옮겨야 한다는 것은 잘 파악한 점은 아주 칭찬할 일이고.
“그 일, 7년 안에 가능한 거냐.”
“아뇨. 못해도 20년은 걸리겠죠?”
“기각. 하지 마.”
이 새끼가 내 이름값으로도 부족해서 날 아예 가져다 써먹으려 했어?
아주 뼛속까지 불속성 자식 같으니라고. 유럽 통합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반공도 떠넘겼고 이 정도 해줬으면 쉬어도 되잖아.
그 어떤 것도 7년 뒤의 날 막을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