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28
130화
모든 언론사가 검찰의 고위 간부들에게서 등을 돌렸기에 이번 일에 재환을 엮으려던 일은 지지부진해졌다.
그 사이 김정연을 필두로 검찰 내부의 물갈이가 시작됐다.
“오랜만입니다. 총장님.”
“……김정연 부장검사였지?”
“이젠 차장검사입니다.”
재환이 던져준 정보를 이용해서 YK 건을 깔끔하게 처리해 내면서 진급이 확정됐다.
이번 진급도 윗선에서는 막고 싶었지만, 김정연이 지금까지 쌓아온 실적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번에도 진급 누락을 하게 되면 라인에 있는 이들도 진급시킬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총장실까지 직접 찾아온 김정연은 옷깃을 정리하고 그와 마주 앉았다.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기에 총장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정연은 할 말을 했다.
“조사받으러 가실 시간입니다. 총장님.”
“후우….”
총장은 의자에 삐딱하게 앉으며 김정연을 바라봤다.
“자네 강재환과 한 편인거 후회하지 않나?”
“후회 많이 했죠.”
김정연은 지긋지긋한 야근의 나날들과 동기와 후배들로부터 받은 온갖 멸시들을 떠올려봤다.
강재환과 함께 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고생들이긴 했다.
총장은 그런 김정연의 태도를 보고 넌지시 물었다.
“지금이라도 우리와 같이….”
“이미 끈 다 떨어진 총장님과 같이 하면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고작 차장검사가 총장을 무시하는 상황에 총장은 이가 갈렸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도 준비한 한 수가 있다.
“조만간 강재환도 똑같은 처지가 될 텐데? 그러면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와 손을 잡는 게 더 좋을 텐데?”
“강재환 회장이 왜 똑같은 처지가 됩니까. 지금 나라가 두 쪽이 나도 멀쩡히 살아남을 게 강재환일 텐데 말이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하긴 그러니 강재환한테 붙어서 꼬리나 흔들고 있지.”
총장은 김정연을 비아냥대고 슬슬 낚싯줄을 던졌다.
“자네는 왜 윗분들이 검찰총장이란 자리를 끌어들였는지 모르나? 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거야.”
다소 두루뭉술한 말에 김정연은 인상을 썼다. 좀 더 정보를 캐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허술한 인간은 아니다.
김정연이 침묵을 유지하니 총장이 낚싯줄을 팽팽히 당기며 다시 꼬드기려 했다.
“자네는 강재환하고 약속한 게 있겠지? 검사를 그만두면 KG 그룹의 전담 변호사 자리를 받기로 했다던가는 식으로 말야. 근데 그 전에 강재환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어떻게 될 거같나.”
유일하게 믿는 구석은 그거 하나인데, 그게 사라지면 뒷일은 뻔하다.
검사 옷을 벗고 어디 시골에서 시시콜콜한 잡무를 처리하는 변호사나 하겠지.
그건 김정연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래서 총장님 편을 들면 그런 일은 안 생긴다 이겁니까?”
“잘 아는군.”
총장은 김정연을 낚았다고 생각했다. 저런 태도를 보이고도 돌아선 이가 없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총장에게 김정연은 면전에서 굴욕을 안겨준 첫 번째 인물이 됐다.
“총장님, 혹시 생각이란 걸 못하십니까? 아니면 눈이 좀 삐었다던가요.”
“……지금 뭐라….”
“백 번 양보해서 총장님의 말대로 강재환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쳐보죠. 근데 그게 총장님이 그 자리를 보위할 수 있단 말은 아니죠.”
플러스는 플러스고, 마이너스는 마이너스다.
따로 계산을 해야 하는 영역이지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이번 일로 인해서 총장님을 비롯해서 관련인물들은 전부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 부분은 유도리 있게….”
“하실 수 있겠어요?”
김정연은 비릿하게 웃었다. 사람의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그 웃음에 총장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기록상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벌써 확인이 끝났습니다. 남은 건 총장님을 비롯한 검사장님들의 증언을 듣고 비교 대조하는 것 뿐이죠.”
김정연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적을 잡을 준비를 마친 뒤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검사장님들도 전부 바뀔 텐데, 검찰 전체의 개혁이 이뤄지겠죠.”
“………….”
“여기까지 말했으면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낙오될 인간이 확실한데 굳이 같이 할 이유가 있느냐.
김정연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가 길었네요. 이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려고 모인 건 아닌데 말이죠. 밑에 조사 준비가 끝났으니 빨리 같이 가시죠.”
“하….”
“참고로 지금 문제는 전부 언론에 보도 됐으니 언플할 생각은 접어두시고요.”
김정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총장실 밖으로 안내했다. 총장은 주먹을 꽉 쥐고 그 뒤를 따라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 날 총장 대리로 임명된 검사장은 검찰 전체에 대한 개혁을 선언했다.
카르텔의 마지막 보루인 검찰이 무너지자 상황은 빠르게 흘러갔다.
정부에서는 이번 선거의 부정을 인정하고, 선거를 무효했다. 더불어 부정 선거에 가담한 자들을 전부 법적으로 처벌 받도록 지시했다.
“우린 죄가 없어!”
“모르는 일이니까, 이거 놔!”
범죄의 주축이 된 한국당의 당원들 대부분이 검경 합동 조사팀에 철저하게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한국당 다음으로 조사된 곳은 경찰의 상부였다. 특히 이번 일을 경찰청장이 직접 지시했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다.
사건의 규모가 점점 커져갈수록 반대급부로 재환의 명성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이로 인해 재환의 이름은 근 현대사를 배우는 이들이 외워야 할 이름이 되었다.
“카르텔은 확실히 정리됐다고 보면 되겠네요.”
“잔당이 남아있긴 하겠지만, 이 정도면 대부분 정리되었다고 보면 되겠죠.”
정계 쪽은 대부분 정리 됐다지만 한성은 여전하다. 물론 이재명 회장도 검찰 포토존에 서는 게 확정됐다 하더라도 두 아들내미가 눈 부릅뜨고 있는데, 한성의 성향이 바뀔 리 없다.
정신 차리고 보면 다시 카르텔과 같은 조직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를 위해선 법을 아예 뜯어 고치는 게 답이다.
대선을 다시 진행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토론하는 걸 보고 있으니 서진이 물어왔다.
“앞으로 어쩌실 겁니까.”
“질문이 되게 모호하네요.”
“전에 회장님이 질문을 했지 않습니까. 카르텔을 처리하고 나면 다시 기자로 돌아가실 거라고.”
“아, 그랬죠.”
재환은 KG 그룹의 회장으로 보내면서 회장이라는 게 자신과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건지 깨달아갔다.
기자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장 돌아갈 거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저도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비서실장님께 넘겨드리고 싶어요. 근데 지금 회장직 내려놓고 기자로 돌아가면 내일 즈음 쥐도 새도 모르게 실종당할 겁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죠.”
특히 이한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환을 동해에 매장해버리려 할 터다.
적어도 재환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확보하기 전까지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문체원씨를 필두로 해서 정권을 교체해야겠죠. 그리고 법을 바꿔야겠죠.”
법을 바꾸는 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지금 잡혀간 이들은 법의 빈틈을 이용해서 언젠가 풀려난다.
그 때가 되면 이들이 다시 결집할게 분명하니 근본적으로 법을 뜯어고쳐야한다.
하지만 이건 문체원이 해야 하는 일이다. 재환이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지원이고, 적당한 방향으로 유도해 주는 것뿐이다.
“그보다 우선해서 한성을 처리해야겠죠.”
카르텔이란 조직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구심점이 되는 이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이재명이 사라진 한성을 잘게 잘게 쪼개서 KG 그룹이 완전히 흡수하는 게 다음 목표다.
“그것도 쉽진 않겠군요.”
“언젠 쉬웠나요. 일단 목표로 잡고 해봐야죠.”
재환은 그리 말했지만 카르텔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우리란 건 알 수 있었다.
전생에서 얻은 정보는 대부분이 카르텔에 대한 것뿐이다. 오죽하면 간단한 연예계의 정보조차 얻지 못했기에 연예 기획 사업을 제대로 굴리지 못했다.
‘이 앞은 진짜 모른다. 이강철, 이한철이 가진 악행의 패도 대부분 썼으니 그걸로 언론 플레이도 불가능해.’
지금부터는 오로지 재환이 가진 순수한 능력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조합해서 가치 있는 결과를 창출해 낸다.
그러려면 일단 정보망을 구축해야한다.
“수습 기자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네요.”
“초심을 찾았다고 보면 긍정적이겠네요.”
“너무 긍정적이라 골이 아플 지경이지만요.”
어디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나….
재환이 고민하는 중에도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갔다.
이재명은 검찰 내부의 조력자를 통해 다음 날 자신이 포토존에 설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올 날이 왔다.
그 날 밤, 이한철과 이강철은 서재에 호출 당했다. 이재명은 둘을 보고 말을 꺼냈다.
“왜 불렀는지는 알겠지? 시킨 일은 얼마나 했어.”
“그게….”
“반 정도 진행했습니다.”
반이란 말에 이재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내놓은 과제가 제법 빡센 거긴 했지만 반 밖에 못했다니.
“형편없는 것들.”
“하지만 회장님.”
“닥쳐!”
이재명은 일갈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재명이 침묵하니 서재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수심에 잠겨있던 이재명이 다시 말을 꺼냈다.
“일주일 주마. 일주일 내로 일을 처리해.”
“……회장님,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참다못해 볼멘소리를 낸 건 이한철이었다. 그로서는 지금 이재명이 내리는 지시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회장님이 내리신 지시가 한성을 위한 것이고, 앞으로 한성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란 건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움직여야하지 않겠습니까.”
“사업을 진행할 때 갖춰야할 덕목 중에는 과감함도 포함된다는 걸 모르는 거냐?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이 늦어지면서 입은 피해가 얼마나 됐는지 모르냐!”
이재명은 짜증을 내다가 한 마디를 더했다.
“강재환 그 놈은 한성을 잡아먹으려 할 거다. 먹기 좋게 갈기갈기 찢어서 한 입거리로 만들어 놓겠지.”
적지 않은 시간동안 재환과 대립하면서 행동 방식과 사고 정도는 대략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지금쯤 한성을 잡아먹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텐데 아들이란 것들은 우둔하기 짝이 없어서 그 정도도 파악하질 못했다.
“네 놈들은 그 상황이 닥치면 아무것도 못하고 어버버하다 전부 뺏길 거냐!”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잘도 그러겠군. 니들이 지금까지 강재환에게 당한 게 한 둘이야? 그 놈이 지금보다 힘이 없을 때도 쳐 맞고 와서 질질 짜던 것들이.”
이재명은 신랄하게 두 아들을 까내리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마지막 경고다. 강재환을 얕보지 마라. 니들 손에 쥐고 있는 걸 전부 뺏기기 싫다면! 그리고 그 놈에 대응하려면 당장 중국 공안과 긴밀한 커넥션을 쌓으란 말야!”
국내 카르텔이 붕괴하고 한성은 독자적인 노선을 밟기로 정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재명의 생각은 달랐다.
강재환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언제든 한성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세력을 무조건 갖춰야했다. 그리고 그에 딱 맞는 게 중국 공산당이었다.
“기술이든 사람이든, 넘겨주고 그들의 환심을 사! KG그룹을 찍어 누를 수 있도록 그 놈들의 힘을 합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