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29
131화
재환은 회장실에서 최근 언론들의 뉴스를 쭉 살펴봤다. 메이저한 언론사를 비롯해, 마이너한 언론사까지 쭉 살펴본 결과 한 가지 변화를 읽어낼 수 있었다.
“기레기가 많이 줄었네.”
재환이 진실만을 전달하는 언론을 모티브로 TBS를 운영하면서 생겨난 변화 중 하나였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다른 언론의 말을 믿기보다 TBS에서 관련 소식이 보도되는 지 아닌지를 지켜봤다. TBS에서 보도 된다면 진실이고, 아니라면 기레기에 의해 왜곡된 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니까.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언론사들의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대책이 필요해.”
“더 자극적으로 써보는 건 어떨까요. 사람들이 안 볼 수 없게 기사를 쓰는 거죠.”
이와 같은 길을 걸은 언론사들이 있었으나, 그들의 말로는 확실했다.
돌아올 수 없는 지경까지 떨어진 언론사들을 본 나머지 언론사들은 제대로 변화해야함을 자각했다.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그것만이 독자층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보다 팩트체크를 빡세게 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기레기가 쓰는 기사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재환이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래도 TBS를 따라 올 수는 없겠지.”
신뢰도는 카드로 탑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 쌓아 올리는 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고, 한 번 무너졌다면 다시 쌓아올리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런 면에서 지금 TBS가 쌓아올린 독보적인 명성을 쫓아올 언론사는 없다 봐야했다.
* * * * *
재환은 최신 뉴스까지 전부 확인하고 난 뒤 상념에 빠졌다.
며칠 째 재환을 괴롭히고 있는 하나였다.
‘정보를 구할, 줄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지….’
이럴 때면 고위 공무원들이나 다른 기업들과 많이 교류를 가지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일단 서진을 통해 새로운 정보들을 받아보곤 있지만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 참에 비서실이 정보 구하는 거나 구경하러 갈까.’
항상 재환은 회장실에 앉아서 서진이 가져오는 정보들을 확인했다. 그 정보들의 질은 상당히 좋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그 정보들을 구하는 지 지켜보면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하자마자 재환은 곧바로 움직였다.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비서실로 걸어 내려가니 제일먼저 서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정보 확실해? 불순물 섞여 있는 건 아니고?”
“정보 출처도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원입니다.”
“좋아, 그거 한 쪽에 정리해놔.”
“실장님, 이거 또 올라왔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비서실 내부를 보지 않아도 정신없이 바쁘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긴 하다. KG 그룹의 비서실은 기본적으로 여러 비서,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들이 있고, 그 바로 위에 서진이 있다.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아줄 이가 없다보니 모든 일은 서진을 거쳐야만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비효율적인 방법이기에, 이 건에 대해 재환도 의견을 낸 적이 있다.
팀장을 뽑는다거나 팀으로 나눠서 작업을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이에 대한 서진의 답은 하나였다.
“저희들은 회장님에게 드릴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람이 여럿 참여하게 되면 배가 사공으로 가는 꼴을 볼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는 관리자는 저 혼자 하는 게 맞습니다.”
꽤나 단호한 어조였기에, 재환은 이 일에 대해 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그저 일손이 필요하다면 더 뽑으라고 말을 했을 뿐이다.
비서실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난리도 난리가 아니었다. 차라리 전쟁터에서 피난가는 이들의 모습이 더 차분해 보일 지경이다.
“비서실장님.”
비서들은 곧바로 허리숙여 인사했고, 서진은 재환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주위 비서들에게 손짓으로 기다리란 지시를 내렸다.
“어쩐 일이십니까?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연락 주셨으면 될 텐데요.”
“비서실 일하는 거 보고 싶어서요. 괜찮죠?”
재환의 말에 비서들이 크게 움찔했다.
재환도 안다. 일하는 중에 상관이 와서 지켜보고 있으면 껄끄럽고 부담스럽다는 걸. 하지만 오래 있을 것도 아니니 잠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를 시킬 것도 아니니까.
서진은 주위를 쭉 둘러보고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혼잡해서 그런데, 다음에 날 잡고….”
“아뇨, 지금이 더 현실감 넘쳐서 좋네요. 일들 봐요.”
재환은 그리 말하고 반 걸음 물러나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서진마저도 저 시선이 조금 불편했지만, 일단 주어진 일을 다시 처리해 나갔다.
약 한 시간 가량 비서실을 지켜본 재환은 생각보다 비서실의 일 처리가 효율적이란 걸 알아갔다.
한 명이 정보의 일편을 얻으면 그와 관련된 정보들을 추가로 조사하고, 정보원이나 관련 직원들과 접촉해서 정보를 교차 검증한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니 질적으로 높은 정보를 얻어 낼 수밖에 없을 거다.
‘TBS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안되겠지.’
일반 기자들에게 도입하기엔 너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팩트를 중요시 여기는 TBS긴 하지만 그렇다고 속도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비서실을 쭉 둘러보다가 재환은 한 쪽에 쌓여 있는 서류 뭉치를 발견했다.
“이건 뭔가요?”
“아, 그건….”
서진이 답을 하기도 전에 재환은 서류를 몇 개 들춰서 읽어봤다.
본문만 보자면 팬레터나 옛날 왕에게 올리던 상소문에 가까웠다.
몇 개 읽어보던 재환은 헛웃음을 지었다.
“비서실장님, 이게 전부 사람들한테서 온 거에요? 자기네 일 기사로 써달라고?”
“맞습니다.”
재환이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사이비 종교 건을 기사화해 보도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상에서 퍼져나갔다.
재환이 직접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발로 뛰어서 조사하고 기사로 써줬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억울한 일을 보도해 달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두건이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50건도 넘게 들어옵니다.”
“이런….”
재환은 몇 개를 들춰보면서 서진에게 다시 물었다.
“이건 왜 말 안하셨어요?”
“지금도 충분히 바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직접 기사에 필요한 정보 얻겠다고 뛰쳐나가실까봐 그랬습니다.”
아마 바쁘다는 이유보다 직접 나갈까봐 걱정되어서 그랬다는 게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재환도 지은 죄가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묵묵히 내용을 쭉 읽어보고 있으니 큼지막한 건들이 하나 둘 보였다. 다단계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건이나 억울한 피해를 입었으나 어디 말할 곳이 없다거나 하는 일들이 말이다.
“참 많네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거기 있는 일들 보도하실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일이 많으니까요.”
서진은 단호했지만 재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어차피 정보를 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만나볼 필요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삿거릴 얻어낸다면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두어 개만 기사화 해보죠.”
“하아…. 비서진들의 일이 늘어날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대응책을 좀 생각해보죠. 이 일들이 여기가 아닌 TBS로 가도록 조치해보면 될 겁니다.”
일감을 한결에게 떠넘기는 셈이 되겠지만, 어차피 매일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환의 의견에 서진도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겠노라 답했다.
재환은 답을 받고 나서도 상소문 같은 내용을 쭉 읽어봤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내용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방산 비리 내용도 있네요.”
요지는 이렇다.
군부대에서 선정한 업체가 상당히 질 낮은 물건을 제공했는데, 윗선에서는 꽤나 비싼 값을 주고 그것들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존재하는 것 같으니 조사를 해달라는 의견이었다.
“방산 비리는 항상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생계형 비리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도 하죠.”
재환은 자신의 군 시절을 떠올려봤다.
훈련병 때, 자신의 몫으로 배당된 수통이 6.25때도 쓰던 거란 소리를 듣고 식겁했었다.
‘근데 이후에 새로 샀다고 했는데 바뀐 게 없었지.’
중간 어디선가 돈과 물건이 증발한 셈이다.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이들을 생각하면 이런 개짓거리가 또 있나 싶다.
“회장님?”
“네?”
“그거 조사하시려고요?”
서진의 걱정스런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진은 한숨을 내쉬고 비서 몇 명에게 관련된 보도 요청이 있는지 확인해보라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하실 거 군 부대 특집으로 가시죠.”
“이제 비서실장님도 제 생각을 아시는 군요.”
“말려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을 뿐입니다.”
재환은 피식 웃었다.
“이거 보도하면서 아마 카르텔의 잔당들도 처리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겸사겸사 이거 보도 요청한 사람과 커넥션도 만들 수 있을 거고요.”
재환은 직감적으로 이 보도 요청을 한 사람이 일반인이 아니란 걸 느꼈다.
적어도 군 간부일 확률이 높고, 그를 정보원으로 둘 수 있다면 군 내부의 정보를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 일거 양득이다.
“다른 건 몰라도 직접 보도하는 일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어요.”
이미 큰 건들은 대부분 처리했다. 앞으로 재환이 데스크에 나간다면 한성을 마무리 지을 때 뿐일 것이다.
재환이 기사를 쓰기로 결정을 내린 뒤 비서실을 통해 관련된 정보를 쭉 받아볼 수 있었다.
워낙 질 좋은 정보들이라 이걸 토대로 곧바로 기사를 써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만 같다.
“그래도 좀 더 조사해 봐야겠지.”
보도요청을 한 인물을 만나보겠다고 말을 전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회장실로 한 사람을 데려왔다.
“어서 오세요. 앉으시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재환 회장님을 직접 뵈게 되서 영광입니다.”
재환은 머쓱하게 한 번 웃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가 직접 말하는 내용은 보도 요청자료에 쓰여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재환은 꼼꼼하게 놓친 부분은 없는지 언급되지 않은 관련인이 있는 지 체크했다.
그런 재환의 태도 덕에 보도 요청을 부탁한 이는 재환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제가 언제고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은혜랄 게 뭐 있습니까. 전 기자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 이런 일은 사람들도 많이 알아야 되니까요.”
짧은 만남을 가지고 나서 재환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봤다.
이번 일에 연루 된 건 쓰리 스타 몇 과 투 스타 여럿, 그리고 한국당의 의원 몇 명이다.
“아니, 이젠 한마음당인가.”
한국당은 이미지가 완전히 박살이 났기 때문에 당을 유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당을 해체했다.
그리고 한마음당이란 이름의 새 당이 창당됐는데, 사실상 이름만 바뀐 한국당이다.
“잘됐네. 아주 싹 다 털어버리면 되겠어.”
재환은 일단 관련 업체부터 잡아 족쳐보기로 결정했다.
“비서실장님, 차 준비해 주세요.”
“직접 가시는 겁니까.”
“네.”
재환은 외투를 걸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웃음은 누군가를 족칠 때면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 됐다.
“얼마나 품질 좋은 물건을 납품했는지 직접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