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30
132화
이번 일에 엮인 방산 업체, 정확히는 군납 업체인 아크유통은 피복부터 시작해서 베개, 이불, 가방까지 상당수의 군 물품을 납품하고 있다.
“정확히는 중개 업체입니다.”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사서 군 부대에 납품하는 식으로 말이죠?”
“맞습니다.”
이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군대 한 부대에만 적게는 몇 백, 많으면 몇 만 명이 지낸다. 그 인원 모두에게 물품을 지급해 주려면 돈은 둘째 치고 생산속도가 발목 잡게 된다.
그러니 베개는 베개 전문 업체에게, 피복은 피복 전문 업체에게 맡기게 된다.
“왜 그런 식으로 진행한 거죠? 머리가 있으면 이게 비효율적이고 돈이 더 든다는 걸 알 텐데 말이죠.”
“조사해 본 결과 지금 군납업체의 사장이 한마음당 의원의 조카로 여겨집니다.”
정보 사이에 애매한 빈틈이 서진의 입에서 나온 말로 매워지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근데 회장님, 직접 찾아가셔서 어쩌실 생각입니까.”
언제든 유턴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서진이 물었다. 그 질문에 재환이 태연히 답했다.
“가서 물어봐야죠. 납품한 계약 건에 비리가 있었느냐고요.”
“……그런다고 대답해 줄 리 없지 않습니까.”
바보도 아니고 순순히 자백을 할 리가 없다.
반면 재환의 생각은 달랐다.
“순순히 답하게 될 거에요.”
근거 없이 자신감 넘치는 재환의 태도에 서진은 더 말을 말았다. 자신이 보는 세상과 재환이 보는 세상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이건 횡포입니다!”
아크 유통의 회사 근처에 다와서 재환은 한 노동자의 한이 섞인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
소란이 들려온 곳을 가만 보니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붉은 머리띠를 둘러쓰고 피켓을 든 남성을 둘러 싼 이들은 하나 같이 덩치가 있었다.
저 장면만으로도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 것 같았다.
“비서실장님, 잠시 세워보시죠.”
“네?”
일단 시키는 대로 차를 세운 서진은 뒤늦게 회사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을 목도했다.
두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소란은 점점 커져갔다.
“당신들이 지은 죄가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냐! 까놓고 말해서 찔리는 게 없으면 가만있겠어!”
“하…. 이분 진짜.”
“그동안 일한 의리를 봐서라도 그냥 봐드렸는데 더는 안 되겠네요.”
“못 봐주면 어쩔 건데!”
그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덩치들은 거기까지 본 덩치들은 서로를 한 번 본 뒤 그를 힘으로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구타가 시작되기 전 서진이 물었다.
“경찰에 신고할까요?”
“해도 늦을 겁니다.”
재환은 그리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 말보다 몸이 먼저 나서는 그를 본 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본인의 신분을 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 말이죠.”
투덜거리며 뒤를 따라 내린 서진은 재환과 함께 소란스런 현장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우십니까?”
“신경 끄고 갈 길이나…. 헉.”
망을 보던 남자는 말을 걸어 온 이를 쫓아내려다 뒤늦게 그가 재환임을 알아차렸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적당한 말을 찾고 있으니 재환이 재차 물었다.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요.”
“하아…. 그….”
그가 제대로 답을 못하고 어물쩍거리니 점차 그들의 눈이 재환에게 쏠렸다.
재환의 명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기에 전 대통령이 누군지 모르는 이는 있어도 재환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가운데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이는 재환을 보고 구세주라도 만난 것 마냥 표정에서 화색이 돌았다.
“K, KG 그룹 강재환 회장님? 강재환 회장님 맞으시죠!”
그가 피켓도 내버려두고 재환에게 다가오자 일단 서진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와 막아섰다. 이 상황에서 누가 봐도 그는 약자였으나 그게 악인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만에 하나가 있을 수 있다 보니 막아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환은 서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안전불감증 같은 재환의 태도에 서진은 조금 불만이었지만 비켜 설 수밖에 없었다.
“설명 좀 해주시죠.”
“저, 전 안성채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 죄송하지만.”
남자가 설명하려던 차에 다른 이가 막아섰다. 재환이 그를 차갑게 바라봤지만 그도 지지 않고 재환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이 재환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여긴 저희끼리의 일이라 그냥 지나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러분의 일이라… 그렇긴 하죠.”
재환의 말에 안성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붙잡고 있던 유일한 동아줄이 끊긴 것만 같은 모습이다.
그와 함께 덩치들은 안도의 숨을 뱉었다.
그런 반응들을 쭉 보고 난 뒤 재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제가 들은 시점에서 여러분만의 일이 아니게 된 거 같거든요.”
말 한마디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하는 걸 본 서진은 재환이 원래 이런 인간이었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 사이 덩치들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사생활 침해가….”
“사생활은 사적인 공간에서 행해지는 거고요. 이런 대로변에서 소란을 피우면서 구타까지 벌어지려고 했는데, 그것도 사생활이라며 넘어가야 합니까. 그러다가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으면 저 역시 방관죄를 물어야만 하는데, 그래도 사생활이라 우기실 겁니까?”
그 말에 그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조금 배운 이였다면, 하다못해 이한철이나 이강철만 되었더라도 재환의 논리에 적당히 반박을 했을 거다. 하지만 기초 교육과정도 제대로 밟지 않은 그들이 그러기엔 무리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한숨을 내쉬고 침을 뱉는 것뿐이다.
“KG 그룹 회장님. 나중에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라…. 그건 여러분이 열심히 하실 일이죠.”
재환은 서진을 보며 싸늘하게 말을 뱉었다.
“비서실에 연락해서 이 사람들 인적사항 조사하라고 하세요. 먼지 한 톨에 대한 대가도 전부 치르도록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지시에 그들은 얼어붙었다.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이런 미치….”
“다시 한 번 혓바닥 놀려봐. 후회를 어디서 하게 될지, 장소까지 정해줄 테니까.”
촌철살인이란 말에 딱 들어맞는 재환의 행동에 그들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다 그 자리를 떴다.
등 뒤에서 욕과 적의에 가득찬 눈빛이 날아왔지만 재환은 무시했다.
벌레들이 왱왱거린다고 똑같이 왱왱 거려서야 되겠는가.
“자, 그럼 상황이 대충 정리됐으니 얘기를 좀 나눠볼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은 가까운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눴다.
안성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크 유통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흔한 회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성실하고 적당히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중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부당해고라고요?”
재환은 반사적으로 노트와 펜을 꺼내 그의 말을 적어 내려갔다. 그 행동에 안성채는 힘을 얻었는지 보다 자세하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부당해고당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으나 회사에서는 정확한 답을 회피했다.
어쩔 수 없이 친한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물어 알아낸 이유는 지나치게 사소한 것이었다.
“사장 아들에게 인사를 안 해서 그랬다고요?”
“네.”
고작 인사 하나로 해고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적어도 KG 그룹 내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재환은 이유 불문하고 그런 일을 한 이들을 잘라낼 것이다.
사내에 악질 문화가 자리 잡으면 그 또한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는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 사업가가 아닌 재환도 아는 것인데, 그걸 못하는 곳이 있단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아니, 뭐 사장 아들이 직책이 좀 있는 사람입니까.”
“아닙니다. 회사 직원도 아닙니다. 그래서 사장 아들인지도 몰랐고요.”
“허 참.”
이건 갑질 중의 갑질이다.
안성채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일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사실상 처리를 안 되고 있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인 시위를 하게 됐습니다만…,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고생 많으셨겠군요.”
재환은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난 뒤 수첩을 덮었다.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조금 다른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요.”
지금의 이야기와는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에 안성채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이곧대로 전부 애기해줬다.
잡무부터 중요한 거래처 관리까지 전부 했다고 가감 없이 말했다. 물론 직접 말을 하는 거니 자신도 모르게 조금 과장이 보태졌으리란 건 알 수 있다.
“많은 일을 하셨네요. 혼자 하기 힘드셨을 텐데요.”
“직원이 얼마 안 되거든요. 어쩔 수 없었죠.”
얘길 마저 듣고 난 뒤 재환은 품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 옆에 앉아있던 서진은 그 손을 붙잡으려다가 말았다. 이런다고 안 할 사람이면 자신이 지금까지 고생도 안했을 거다.
“KG 계열사 중에 KG 유통이 있는 건 아실 겁니다. 생긴 지 얼마 안됐지만, 전 대성 기업의 루트를 유지하고 있죠.”
“네, 모든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 아니겠습니까.”
“회사 찾아가서 그 명함 보여주면 적당한 자리 하나 내줄 겁니다. 열심히 일해 보세요.”
“네?”
안성채는 상황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를 보고 재환은 자세한 설명을 하는 대신 한 마디만 더 보탰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그걸 밝히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본인 인생도 생각할 줄 아셔야죠.”
재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다. 서진은 남아서 그에게 재환의 명함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부가 설명을 더해줬다.
“회장님의 명함 뒤에는 위조 불가능한 날인이 찍혀 있습니다. 그 명함을 가지고 있다는 거 자체가 회장님의 추천서를 받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그, 그럼….”
“그 명함이 있는 한 KG 계열사는 프리패스로 입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입사한 뒤 업무 태도나 실적이 미달될 시, 곧바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다시는 KG 계열사에는 일할 수 없게 되니 알아두세요.”
모든 설명을 마친 서진이 떠난 뒤에 안성채는 자신의 앞에 놓인 명함을 멍하게 바라봤다.
하루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던 인생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걸 누가 믿겠는가.
그는 자신의 뺨을 세게 한 대 후려친 뒤 얼얼한 뺨을 부여잡았다.
“허허, 허허허.”
실성한 것처럼 웃는 그는 이후 사내에 재환의 팬클럽을 만들어 운영한다. 열렬한 광신도의 탄생이었다.
“회장님, 과한 특혜를 주신 거 아닙니까?”
“특혜 줄만했죠. 방금 정보로 아크 유통을 처참히 밟아버릴 수 있게 됐는데요.”
재환이 하려던 일이 좀 더 수월하게 풀려가게 됐다. 수월하게 풀렸다는 건 이번 일에 들어가는 품이 줄었다는 것이니 번 시간을 생각하면 명함 하나 값은 충분했다.
“어차피 비서실에서 철저히 감시할 거 아닙니까. 일 열심히 하는 지 안 하는 지.”
“그건 그렇죠.”
특례로 들어온 경우 다른 이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 하에 일하게 된다.
억울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받는 특혜를 생각하면 타당했다.
“주어진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느냐 아니냐는 그의 몫이죠.”
“회장님은 자비로운 건지 냉철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한 면만 지니고 살겠습니까.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맞춰 살아야죠.”
두 사람은 거기까지 말하고 난 뒤 동시에 앞에 놓인 아크 유통 건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