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50
152화
“북한 취재를 위한 지원을 부탁한다고 하셨죠.”
“네, 이동 수단과 약간의 자금 지원 정도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준을 원하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재환이 호의를 비추는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아담은 곧바로 노트북을 꺼내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보여줬다.
그 자료는 자신의 취재 예상 경로와 더불어 예산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영어로 난잡하게 적혀있어서 쭉 읽어내는 게 번거로웠지만, 재환이 계약서류를 다 읽는 동안 아담은 그저 싱긋 웃으며 기다렸다.
예산안 부분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재환은 서진에게 서류를 넘겼다.
“이거 비서실에 넘겨서 오점은 없는지, 돈이 허위로 나가는 곳은 없는지 한 번 더 검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KG 그룹 내에서 유용할 수 있는 자금에 대해서도 한 번 확인해주시고요.”
지금 필요한 예산이면 재환이 가진 자금으로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KG 그룹 내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
“아담, 당신의 요구 조건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제 요구 조건을 말할 차례인가요?”
“말씀해 보시죠.”
“그런데 그 전에. 이 얘기는 절대로 밖에 새어 나가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중국 시장을 집어 삼키겠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사안이다. 이 계획이 밖으로 빠져 나간다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리란 게 분명했다.
“전 절대로 정보를 누설하지 않습니다.”
“아담이 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게 있는 법이죠. 특히 이 일에는 저 하나의 목 뿐만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운명이 달려 있습니다.”
재환은 목소리를 착 깔고 중얼거렸다.
“아담씨, 당신이 KG 그룹 전체를 책임 질 수 있습니까?”
“그건….”
KG 그룹의 규모를 아는 아담이기에 그게 불가능한 제안이란 걸 알았다.
“비밀 유지 서약서의 필요성을 아시겠죠?”
“알겠습니다. 그 종잇조각으로 강재환 회장님의 마음이 편해진다면야 그렇게 하시죠.”
재환이 꺼낸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난 뒤에야 재환은 얘기를 이어 나갔다.
“아담이 생각한 것처럼 저희는 조만간 중국을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중국 전체를 집어 삼킬 계획이죠.”
“어메이징하군요. 제 생각보다 더 배포가 크신 분입니다.”
놀랍다면서도 아담은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저걸 보자면 지금 재환이 욕을 해도 웃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 중국 정부, 그러니까 공산당부터 무너트려야 겠군요. 중국의 모든 일은 공산당을 통해서 이뤄지니까요.”
“네, 거기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공산당이 뒤에서 무슨 더러운 짓을 하고 있는가. 그걸 알아내야 한다.
“사실 그 점에 대해서 좀 더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아담은 웃음기를 지우고 말을 꺼냈다.
“제가 북한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한 사안이 있습니다. 솔직한 심경으로 뭐 그런 국가가 다 있나 싶더군요.”
북한의 경제가 무너졌고, 인권이 박살났다는 건 아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문맹률과 빈곤률은 최하위에 언론 자유도는 말할 것도 없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 갈 수가 없는 곳이 북한이었습니다.”
“참 씁쓸한 현실이죠.”
차라리 북한에 핵무기가 없었다면, 진작 통일을 이룩하고 그 사람들도 좀 더 사람답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제가 하나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중요한 사실이요?”
“북한이 어떻게 지금까지 국가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아담은 다른 누가 들을 새라 목소리를 깔고 중얼거렸다.
“순수히 중국의 지원 덕이죠. 까놓고 말해서 지금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식민지라고 봐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중국은 무슨 생각으로 북한에 막대한 지원을 하는 걸까요.”
아담은 재환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로 뱉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순수한 호의로 이루어진 관계는 없다고 말이죠.”
“중국에게 모종의 계획이 있다는 거군요.”
“세계가 뭐라 하든 자기 멋대로 구는 국가를 속국으로 두고 있다면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테니까요.”
재환은 아담의 말의 뜻을 대략적으로 알아차렸다.
“핵 개발 말씀이십니까?”
“YES!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담은 신나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더불어 인체 실험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는 있습니까?”
“아오지 탄광이라고 들었습니다. 북한 체제에 반대하는 반동분자들을 잡아넣는 악랄한 탄광이 있다고 말이죠.”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알려진 악명이 자자한 탄광이 바로 아오지 탄광이다.
“그곳은 왜요?”
“정말로 그 탄광에 들어간 사람이 전부 광부 일을 하는 걸까요.”
아담은 컴퓨터를 조작해서 북한의 석탄 매장량과 수출량을 조사한 자료를 띄워줬다.
그래프로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자료를 보니 한 눈에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맞지가 않군요.”
“언밸런스하다고 하죠. 꽤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데 말이죠.”
그 만한 인력들이 투입되는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은 양의 석탄만이 수출되고 있을 뿐이다.
석탄을 사는 국가가 적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제가 의심을 하는 겁니다. 북한이 중국 중부를 상대로 사람 장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참, 말도 안 된다고 하기엔 그럴싸했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비인도 적인 짓을 해왔다는 것이기도 하고, 북한 역시 상당히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재환은 아담의 예상이 맞을 경우를 생각해봤다.
중국 정부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들의 무력 압박도 가해지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부에서는 강경 대응으로 갈 지, 유하게 흘려보낼 지에 대한 의견이 나뉘게 될 것이다.
재환은 그 틈을 파고들어 중국 정부를 뒤흔들면 될 일이다.
‘잘못하면 전쟁이 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중국이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오겠다면 곤란해지긴 하겠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중간에서 조절을 해야 할 듯싶다.
재환은 몇 가지 가능성과 예상 되는 결과를 그려보고 물었다.
“그럼 아담은 그와 관련된 정보들을 자세히 조사해 주시고 저에게 먼저 공유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정보의 독점을 요구하시는 겁니까?”
“엠바고라고 해두죠.”
재환이 원하는 바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만들려면 어쨌든 이 사실이 세계적으로 알려져야 한다.
그러니 정보를 독점 할 수는 없다.
“엠바고라…. 솔직히 말하자면 내키지 않는 제안입니다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얼마든 내 줄 수 있다.
지금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 완성된다면 얻는 이익이 상당할 테니까.
아담은 턱을 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건에 제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인원을 고용해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괜찮은 용병들을 구해두시죠.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처음 아담의 연략을 받았을 때와는 정반대로 재환은 완벽한 예스맨이 되어 있었다.
지금이면 KG 그룹의 지분 일부를 달라고 해도 어느 정도 줄 요량이 있다.
하지만 아담은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거면 됩니다.”
“더 부족한 건 없으십니까.”
“네. 그거면 됩니다.”
재환은 웃으며 아담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담은 그 손을 꽉 붙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담.”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서진 편을 통해 아담에게 최고급 숙소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재환은 회장실에 남아 아담의 행동거지를 떠올려 봤다.
“회장님은 그 분이 마음에 드신 눈치입니다.”
“아시겠어요?”
“네.”
아담의 말을 들은 재환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요.”
“옛날 생각이요?”
옛날이라고 해도 전생의 이야기다.
그 당시의 자신은 지금 아담처럼 원하는 진실을 캐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당한 고생을 하리란 걸 알면서도 세상에 진실을 밝힐 수만 있다는 목적 하나만을 보며 열정적이었다.
그 때 자신에게 지금 자신처럼 후원해 줄 수 있는 이가 있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님.”
“네.”
“내년엔 더 바빠지겠네요.”
“그 정도는 각오 한 바입니다.”
재환은 가볍게 웃으며 창밖을 내려다 봤다.
다음 날 국내 신문사들은 재환과 아담이 만났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람들은 그 보도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아담 스미스가 국경없는 기자회의 이사라는 걸 알고는 반응이 달라졌다.
“그 비정부기구가 왜?”
“설마 강재환 회장을 데려가려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지.”
재환의 이미지가 이미지다보니 다들 알게 모르게 기대를 했다. 헬반도라고 욕을 해도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일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재환은 만났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기레기들이 여러 루머를 만들어 퍼트리긴 했지만, 그것들에 대해서도 반박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
지금까지 루머에 강경대응하던 걸 생각하면 다소 소극적인 대응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 오갔냐.”
다음 날 재환에 대한 미안함으로 먹을 걸 싸들고 온 한결이 물었다.
재환은 그런 한결을 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선배, 나한테 폭탄 돌리기를 해?”
“야, 폭탄 돌리기가 아니라… 미안하다.”
구질구질한 변명을 하려던 한결이 양손을 들고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했다.
재환은 피식 웃고 한결이 가져온 치킨을 낚아챘다.
“치킨 때문에 봐준다.”
“봐줄 거면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말해봐. 궁금해 미치겠다.”
한결이 그리 묻자 재환은 고민하다가 일부분에 대해서만 털어놨다.
“이번에 우리가 중국 쪽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건 알지?”
“어, 알지. 알지.”
“그래서 아담이 그 쪽에 관련된 좋은 정보를 물어 준다는 조건 하에 같이 손잡기로 했어.”
“오….”
한결은 눈을 크게 뜨고 이어 물었다.
“그럼 우리도 국경없는 기자회에 한 다리 거치는 거야? 그 사람 이사란 직책이든만.”
이사란 말에 재환은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담이 제법 직급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게 그대로 맞아 들어간 셈이다.
“그건 아냐. 국경없는 기자회하고는 관련 없이 아담 개인으로써 거래 한 거야.”
“왜? 기자회랑 엮이는 게 더 좋지 않아?”
“그건 또 모를 일이지. 아무튼 얘기는 잘 풀렸는데, 이 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마.”
재환이 손가락을 입에 올려서 침묵할 것을 요구했다.
그 요구가 한결 입장에선 다소 의외였다.
“이런 건 알리는 게 더 좋지 않냐?”
“내 행동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더라고.”
아담이 자신의 기사를 전부 읽어봤다는 말을 듣고 당황스러움도 들었지만,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괴짜가 또 있겠냐 싶지만, 세상은 넓고 특이한 사람은 많은 법이니까.
“그래서 최대한 조심할 생각이야.”
“그러냐.”
한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뭔가 너가 큰 일 벌일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아냐.”
“맞는 것 같은데.”
재환은 그 부분에 대해 길게 얘기 하지 않았다.
더 부정했다간 자신의 양심이 쑤셔서 못 견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