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49
151화
재환이 아담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강죄환 회좡뉨!”
“하….”
여기엔 사람의 눈이 너무 많았고, 여기서 아담을 무시하면 나중에 무슨 루머가 생길지….
“자리를 좀 옮기죠. 그리고 그 이상한 한국어는 그만 하시고요.”
재환은 아담을 끌고 가다시피 하며 차로 이동했다.
그 동안에도 아담은 입을 쉬지 않고 떠들어댔기에 재환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회장님? 그 분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아담 스미스 기자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들려드릴테니 일단 KG 본사로 가죠.”
서진은 떠오르는 여러 의문을 참으며 운전에 집중했다.
KG 본사로 가는 동안 재환은 한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결이 의도적으로 전화를 무시했지만, 결국 재환의 집요함이 이겼다.
“왜, 또.”
“선배지? 알려 준 거.”
“하아…. 그럼 어쩌냐. 안 가르쳐 주면 아주 드러눕겠다는데. 그렇다고 가드들 부르자니 국경없는 기자회를 적으로 돌리는 게 TBS에 좋을 리도 없잖아.”
한결이 한탄 섞인 푸념을 계속 늘어놓자 재환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적당히 구슬려서 보내면 되지, 나한테 폭탄을 돌려?”
“폭퇀? bomb? no! i’m not bomb!”
“조용히 하고 계세요. 정신 사납게 하지 마시고. 선배, 선배!”
재환이 잠시 아담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한결은 멋대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걸어도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무기질적인 안내음만 들려올 뿐이다.
“나한테 이런 빅엿을 주고도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하지 마.”
재환이 이를 가는 사이 차는 KG본사에 도착했다.
이미 재환이 아담과 만났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뜨긴 했지만, 괜한 얘기가 사내에 돌지 않도록 조용히 회장실로 이동했다.
“차를 가져오겠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아담에게 줄 차 따위는 없다. 재환은 다리를 꼬고 아담에게 말했다.
“제 의사는 아까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 제안은 강재환 회장님께 상당히 유리한 제안입니다.”
“어떤 면에서 저에게 유리하다는 겁니까. 제가 열심히 키워둔 방송국을 생으로 가져다 바치는 게 대체 어떻게 봐야 유리하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재환의 비아냥에 아담은 손을 내저으며 차분히 설명했다.
“저희도 그렇게 날강도는 아닙니다. TBS를 아시아 지부의 본부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강재환 회장님은 저희 국경없는 기자회의 지부장 급으로 승격되실 겁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지부장이라. 이건 상당히 강력한 제안이긴 하다.
지금껏 쓰던 여권 대신 외교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권도 쓸 수 있을 거고, 재환의 명성을 드높이는 데도 일조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재환에게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었다.
재환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아담은 자신이 준비한 말을 계속 뱉어냈다.
“그리고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국경없는 기자회의 일원이 되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달라는 거죠. 그 대신 얻어갈 것들에 비하면 진짜 티끌 밖에 안 되는 것들입니다.”
아담은 말을 쏟아낸 탓에 거칠어진 숨을 잠시 멈추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지부장이라는 위치는 모든 기자라면 누리고 싶어할 영예라는 거, 기자이신 강재환 회장님이라면 아시잖습니까.”
아담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재환도 알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큰 만큼, 그 지부장이 된다는 것도 상당한 영예긴 하다.
이 기자회가 설립된 초기라면 말이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일원이 된다는 거 좋은 일이죠. 대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겠죠.”
돈이 들어오는 곳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설령 그게 비정부기구라고 해도 말이다.
재환은 그 점을 경계하는 것이다.
아담은 재환의 의도를 읽고 차분히 답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국경없는 기자회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오로지 언론인들을 위해, 언론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죠. 설령 국경없는 기자회의 설립 국가인 프랑스라고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저희의 신변을 확실하게 보장해 줄 겁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국경없는 기자회를 변호했지만, 재환은 영 못 미더웠다.
보호해준다고 말해오다가 뒤통수 까인 게 한두 번이 아닌 탓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달콤한 제안이란 말이죠.”
재환은 팔짱을 끼고 아담을 바라보고 물었다.
“굳이 저인 이유가 뭡니까.”
“제가 강재환 회장님의 팬이기 때문입니다.”
재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담이 즉답했다. 바로 튀어나온 말에 재환은 얼이 빠졌다.
무슨 이런 엉뚱한 대답이 다 있단 말인가. 말을 한 당사자보다 들은 사람이 더 부끄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담은 몸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의 팬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제가 남한과 북한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강재환 회장님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강재환 회장님이 쓴 기사를 읽어봤는데, 감명 깊게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신문에 있었을 때 쓴 기사부터 전부 찾아 봤습니다. 번역한다고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였습니다. 날카로운 어조로 엘리트 특권층을 비난하는 그 기사들을 볼 때면 전율이….”
“알겠으니까 좀 진정하시죠.”
가만 내버려뒀다가는 밤새 떠들 기세였기에 재환은 적당한 선에서 말을 잘라냈다. 그제야 아담은 헛기침을 하며 달아오른 감정을 진정시켰다.
“그러니까 다른 이도 아닌 강재환 회장님이라면 제 심정을 잘 알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도움을 줄 거라고 말이죠. 물론 대놓고 도움만 받는 게 염치가 없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물론 그냥 부탁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란 걸 저도 알기에 강재환 회장님께 도움이 될 방법을 생각했고, 그 결과가 아시아 지부장을 선물해 드리고 자 한 거죠.”
“흐음….”
재환은 턱을 쓸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지금까지 얘기를 나누면서 재환은 이 아담이란 사람이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제법 지위가 있는 이라는 건 알겠다.
팬심으로써 지부장 자리를 선물한다는 게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런데 정말 별다른 의도가 없을까.
재환은 아담을 찬찬히 뜯어봤다.
저 모습을 보면 순진무구하다란 표현이 떠오른다. 순수한 팬심으로 가득찬 팬의 모습 딱 그 자체다.
손가락으로 의자를 톡톡 두드리다가 재환이 말문을 열었다.
“아담, 당신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하지만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what?”
아담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벌 떨어져 있던 서진이 재환을 보호하기 위해 다가왔으나 재환이 제지했다. 이 정도의 체격 차이면 날붙이라도 들이대지 않는 이상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날붙이를 들이댄다면 아담은 한국에 발붙일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회장실에는 숨겨둔 cctv와 녹음기가 사각지대 없이 깔려 있으니 악의적인 편집을 하는 건 손쉬운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담은 그저 재환의 어깨를 붙잡을 뿐이었다.
“이해가 안 됩니다! 그냥 도움을 주기 힘들다는 건 이해한다고 해도, 지부장이 된다는 건….”
“네, 큰 명예가 생기는 일이죠. 하지만 저에게 그런 영예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저한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국경없는 기자회의 지부장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재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앉아있는 의자를 가볍게 두드렸다.
“전 기자지만 동시에 사업가입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 못지않게 사업가로서 야망 또한 존재한다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 자리가 더 도움이 될 텐데요.”
“아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데 방해가 되겠죠. 국경없는 기자회의 일원은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재환의 욕망이 드러난 말에 아담이 조금 전까지 보이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가진 자들에 대한 경멸감. 그걸 읽어낸 재환의 한 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언젠가, 자신이 가진 자들에게 보내던 눈빛이었다. 그런데 이젠 저 눈빛을 마주하게 됐다.
재환이 감상에 빠지던 말던 아담은 자신의 생각을 뱉어냈다.
“그래서, 이 일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못 받아들인다는 겁니까.”
“네. 제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여겨지거든요.”
국내에 견제할 세력이 줄어든다고 해도 TBS를 놔 줄 수는 없다.
만약 KG 그룹을 벗어나게 된다면 재환이 갈 곳은 그 곳이니까.
아담은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리고 재환을 싸늘하게 바라봤다.
“이건 실망이군요. 기사로 알던 사람과 많이 다르군요. 가식 덩어리입니다.”
“실망하셨다면 그대로 돌아가시면 될 것 같군요.”
재환이 고개를 까딱하자 서진이 회장실의 문을 열어줬다.
아담은 이를 갈다가도 웃었다.
“사실 이것도 어느 정도 생각하긴 했습니다. 제가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강재환 회장님에 대해서 조사했다고요.”
“……스토커로 신고해도 되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언론으로 나온 것만 조사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스토커라 불리기엔 부족하죠.”
아담은 다시 자리에 앉은 뒤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제안이 따로 있습니다. 이번 건 확실히 마음에 드실 겁니다.”
재환은 아담의 태도 변환에 확신했다.
아담은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얘기해 보시죠.”
아담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줄이고 말을 시작했다.
“이번 제안은 강재환 회장님께 명예 대신 실리를 제공할 겁니다.”
아담은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제공하는 명함을 들어보였다.
“저희 국경없는 기자회는 어느 나라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자라는 직책으로 대부분의 장소에 갈 수 있죠. 북한의 간부들만 드나들 수 있는 시설이라던가, 중국 공산당 내부 회의 장소라던가 말이죠.”
재환은 헛웃음을 지었다. 아담의 말은 확실했다.
자신에 대해 상당히 조사했다는 말과 실리를 제공할 거란 말 양측면에서 말이다.
“비서실장님.”
“네, 회장님.”
“커피 두 잔만 타 주실 수 있나요?”
재환이 한 한국말을 아담이 제대로 이해한 건 아니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건 눈치 챘다.
서진이 커피 두 잔을 가져오고 두 사람이 목을 축인 뒤 다시 얘기를 진행했다.
“아담 씨는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KG 그룹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시지 않습니까.”
아담은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그 이상을 노리고 계시는 거죠? 강재환 회장님은.”
아담의 말에 재환보다도 옆에 있던 서진이 더 놀랐다.
재환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서진도 재환이 말로 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재환의 기사만을 전부 읽었다는 아담이 자신보다 더 재환의 생각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다.
아담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있게 말했다.
“제 힘이 큰 도움이 되실 거라 확신합니다.”
재환은 작게 웃고 아담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아담.”
“네.”
“비즈니스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