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61
163화
재환은 일단 호텔의 경비실로 이동했다.
아담의 객실로 들어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곳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
“내 손님이 이 호텔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제 눈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재환을 막았던 직원들은 단호한 말에 움찔했지만,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 했다.
“규정에 따르면….”
“이로 인해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손 놓고 가만있으란 말입니까?”
재환의 눈이 매섭게 변하며 반걸음 더 다가갔다.
그 반걸음은 경비실 직원의 여린 가슴을 짓밟는 행위였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철저하게 직원의 불안감을 헤집었다.
“혹시 직원 중에 공범이 있어서 그 사실을 감추려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물어야 할 겁니다. 당신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물론 어디에도 취업하기 힘들겠죠. 보안 업무를 제대로 못하는 경비원을 고용할 직장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요.”
“그건….”
“아니면 비켜.”
결국 직원은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경비실에 들어가니 CCTV를 보던 직원들이 재환을 보고 놀랐지만, 뒤에 선 직원을 보고 아무 말도 못했다.
여기서 개기면 저렇게 된다는 느낌을 제대로 받은 탓이다.
“스위트 룸 앞에 CCTV있죠. 그거 돌려보세요.”
“네.”
빠릿빠릿한 직원이 곧바로 화면 하나를 조작해 스위트 룸 앞의 CCTV를 되감았다.
빠른 속도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으니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객실로 들어가는 게 확인됐다.
“잠시만요. 저 사람 얼굴 자세히 볼 수 있습니까?”
“확대해 볼게요.”
모니터가 남자의 얼굴에 확대되었다. 화질이 깨져서 누구인지 알아보는 건 불가능했지만, 불안감이 두드러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일을 처리하고 나갈 때 급히 나가는 모습에서는 그 불안감이 더 증폭되었다.
‘전문가는 아니다. 시나리오가 대충 맞는 모양이네.’
탈북인을 고용해서 일을 처리했다는 시나리오가 어렴풋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진짜 시간문제다.
“저 사람의 이동 경로에 찍힌 영상 전부 백업해서 넘겨주세요.”
“그 영상을 유출하는 건….”
“후우….”
재환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은 백 마디 말보다 많은 말을 담고 있었다.
직원은 식은땀을 흘리다가 곧바로 빈 USB를 하나 찾아 영상 파일을 옮기기 시작했다.
“비서실장님은 저거 챙겨서 KG 본사에 백업해두고 내 메일로 보내세요.”
“회장님? 또 혼자서 어디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신고 받고 온 경찰들에게 가보려고 합니다. 기레기들에게 이 소식 퍼지는 걸 막아야죠.”
경찰 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이 이 소식을 물고 기사화하기 전에 대응을 해야 한다.
기사가 나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떡밥을 물고 활개를 칠 기레기들이 많다.
“호텔 직원들의 입을 전부 막지는 못합니다.”
“압니다. 그 사이 정확한 정보를 모아야죠.”
모든 건 시간 싸움이다.
서진도 그 사실을 알기에 재환을 더 막을 수 없었다. 재환은 곧바로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에게 향했다.
스위트룸 앞에서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있던 순경이 재환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강재환 회장님?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네. 혹시 팀장급 되시는 분을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괜히 여러 사람에게 말하는 것보다 윗대가리에게 한 번 전달하는 게 빠르다.
다행히 폴리스 라인 뒤에 있던 강력반 형사가 재환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왔다.
“이거 또 뵙습니다. 회장님.”
“아, 전에 뵜던 분이군요.”
예전 재환이 경찰에 수감 됐을 때 만났던 그 팀장이었다. YK 회장 건 때도 엮여 있으니 여러모로 재환과 인연이 있는 이다.
덕분에 얘기가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듯 싶다.
“무슨 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몇 가지 부탁드릴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부탁이요?”
팀장은 부탁이란 말이 썩 달갑지 않았다. 높으신 분들의 부탁을 받고 마음 편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번도 그럴 거란 묘한 예감도 들었다.
“어떤 겁니까.”
“첫째로 범인에 대한 정보를 엠바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범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팀장의 눈매가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변했다.
범인에 대한 정보를 숨겨 달라,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밖에 더 되겠는가.
형사로서의 직감에 따라 반사적으로 그의 손은 허리춤의 수갑에 다가갔다.
재환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범인이 누군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범인과 관련된 사안이 있다는 건 압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재환은 바로 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봤다.
여기엔 눈과 귀가 너무 많다. 팀장도 그걸 느꼈는지 헛기침을 하고 다른 형사들을 돌아봤다.
“난 여기 직원들 증언 들으러 갔다 올 테니까, 너희들 조사 다 해놓고 있어.”
“넵.”
“가시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 팀장이 물었다.
“회장님. 회장님이 KG 그룹을 호령하시는 분이더라도 살인 사건에 연루 되면 곤란하다는 거 저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럼요.”
“그러니 아는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주실거라 믿겠습니다.”
팀장은 그리 말을 해두고 수첩을 꺼냈다. 재환의 말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기록하기 위함이다.
재환은 그걸 보고 준비된 말을 꺼냈다.
“이번에 살해당한 인물은 저와 거래를 한 인물입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임원으로 있는 아담 스미스이라고 하죠.”
“아담 스미스라. 그 분과 무슨 거래를 하신 거죠?”
“아담은 중국과 북한 내부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보를 제가 조금 빨리 받아보도록 거래를 한 거죠.”
팀장은 재환이 다른 누구보다 정확한 정보를 발 빠르게 얻어내는 방법에 대해 이해한 듯 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북한과 중국 내부의 민감한 사안이라. 그런 것들도 알 수가 있습니까? 어떤 내용….”
“그 부분에 대해선 당장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기밀 취급 되는 위험한 정보니까요.”
“흐음….”
재환이 선을 딱 그으니 팀장은 그 선을 넘어가는 걸 포기했다.
대신 범인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범인의 특징에 대해 안다고요.”
“방금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아담은 중국과 북한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럼 누가 죽였겠습니까.”
“……허.”
“이건 국제적인 문제가 될 겁니다.”
팀장은 자신의 손을 벗어난 스케일에 골을 부여잡았다.
왜 자신은 이런 큰 규모의 일들만 맡아 처리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왜 엠바고를 걸어달라고 했는지 아시겠습니까.”
“대충 알겠군요.”
기레기들이 달려들어서 있는 말 없는 말 다 퍼트릴 건데, 그리 되면 국가 위신 깎아먹는 건 물론이고 수사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건 재환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팀장님. 팀장님에게만 말씀 드리는 건데, 이번 범인은 탈북난민일 겁니다.”
“그럼 북한의 소행이라는….”
“그렇게 보이게 만들려는 거죠. 실제로는 중국이 배후에 있습니다.”
팀장의 머리는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지만 아랑곳 않고 재환은 말을 이었다.
“그 배후에 대해 조사한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그건 제가 책임 소재를 물을 가능성이 있어서 곤란합니다.”
“묻어버리는 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끄응….”
팀장은 재환의 말에 반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정보보다 재환이 가진 정보가 압도적이었고, 재환의 말은 신뢰도가 너무나도 높았다.
어쩔 수 없이 재환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번 일은 강재환 회장님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겠네요.”
“현명한 판단입니다.”
“대신 이번 일에 강재환 회장님이 연루됐다는 의심이 들면 저희가 어떻게 나갈지 모릅니다.”
“그런 걱정할 시간은 없을 겁니다.”
재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동하면서도 전화기로 한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또 뭐야. 왜.”
“선배, 지금 당장 기사 준비해. 상황이 좀 많이 바뀌었어.”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차로 다가가는 중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통화를 유지하면서 주차장 전체를 둘러봤다. 아까까지는 안보였는데 지금은 차 사이사이에 몸을 숨긴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 뭔데. 왜 말을 하다 말아.”
“선배, 오늘 저녁내로 기사 나갈 수 있게 바꿔.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든 예희한테 연락하지 마.”
“너 또 무슨….”
“강재환 회장님, 마즈시죠?”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선 남자가 재환에게 어눌한 어조로 물었다.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와 손에 들린 날카로운 흉기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바로 인지시켜줬다.
재환은 전화를 끊지 않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겁니까?”
“긴 말 안켔습니다.”
그가 한 발 다가오자 재환은 두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주위에 조용히 접근하는 이들을 눈에 담았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수첩은 변화가 없었다.
‘나는 여기서 죽지 않는다.’
그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게 곧 여유로움으로 드러나자 남자가 도리어 초조해졌다.
“머해! 주겨!”
지시가 떨어지고 남자들이 재환을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이었다.
탕! 탕!
두 발의 총소리가 울리면서 괴한들의 몸이 딱 얼어붙었다.
재환 역시 잠시 움츠러들었으나 총소리가 난 방향을 보고 안도의 숨을 뱉었다.
‘이래서 안 죽었구나.’
“동작 그만.”
총을 쏜 이는 다름 아닌 형사 팀장이었다. 그 뒤를 따라온 다른 형사계 경찰들도 가스총을 꺼내들고 괴한들을 정조준했다.
“지금 공포탄 두 발 빠졌다. 움직이는 새끼는 대가리에 바람구멍을 내 줄 테니까 가만 있어라.”
“이런 씨앙!”
“뭐해. 체포해!”
“다 죽여!”
분위기는 곧바로 형사들과 괴한 무리의 전투로 바뀌었다. 전투라고 해도 총과 흉기가 맞부딪쳤을 때의 결과는 뻔했다.
팀장은 곧바로 재환의 옆으로 다가와 재환을 호위했다.
“암만 생각해도 그 인간들이 회장님을 가만 냅둘 거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따라 붙었습니다.”
“고맙네요.”
재환은 그 사이에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팀장은 차에 타지 않고 보넷을 손으로 두드렸다.
“출발 하세요.”
팀장은 재환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총을 두어 발 쐈다.
그 사이 재환은 액셀을 밟아 호텔의 주차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도로위로 나온 뒤에야 재환은 숨을 돌리고 아직 연결되어 있는 전화를 이어 받았다.
“선배, 지금 나 TBS로 가고 있거든?”
“방금 총소리 아니었냐? 야! 이게 무슨 상황인데!”
“가서 설명할 테니까. 기사 준비해.”
재환은 갑갑한 넥타이를 풀고 차분하게 지시를 이어나갔다.
“빌드업은 필요 없어. 오늘 곧바로 화약고에 불 지른다.”
“한 방에 가자고? 그러면 진짜 확 불태우고 끝나.”
“알아. 근데 지금은 그게 효과적일 거 같거든.”
천천히 초가삼간을 다 태워주려고 했는데 생각을 조금 바꿨다.
“한 방에 다 태워 버려야지.”
다 태워서 재만 남겨 주리라. 그리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