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70
172화
선제타격이란 말에 대통령의 표정이 굳었다.
국방부 장관은 바로 반대 받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이미 실험을 통해 생화학 무기도 만들어 놨겠다. 세계 정세에서 고립될 바에야 다 같이 죽자고 덤비겠죠.”
“제 3차 세계 대전이 되겠군요.”
“그리고 3차 세계 대전은 선제 타격하는 쪽이 우위를 가져가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과 현대의 무기 화력은 차원이 다르다.
각 나라들이 핵 억지력이란 걸 괜히 갖춘 게 아니다.
“선제 타격을 하게 되면 후에 전범국가란 오명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이미 이유는 갖춰져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물러서는 건 그냥 샌드백이 되겠다는 겁니다.”
“흐음….”
대통령은 전쟁이 내키지 않았다.
전쟁은 불행만을 낳을 뿐이니까. 그럼에도 국방부 장관의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맞을 바에야 먼저 때려야 한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CIA 국장을 돌아봤다.
“중국 내부에 관해 추가로 입수한 정보는 없습니까?”
“안타깝게도 별 다른 소식은 없습니다.”
“그럼 일단은 조용히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걸로 합의를 봅시다.”
다소 소극적인 제안에 국방부 장관은 인상을 썼지만, 반발하진 않았다.
국방 회의가 일단락되고 대통령은 홀로 남아 고민했다.
전쟁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에 관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
그들이 정말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그에 관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지금 하는 건 전부 헛발질일 뿐이다.
한숨만 늘어가는 중 보좌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통령님, 한국으로부터 전화입니다.”
“한국?”
“네. 대통령입니다.”
그 말에 대통령은 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누굽니까.”
“오랜만입니다 대통령님, 강재환이라고 하는데 기억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재환의 목소리를 듣고 대통령은 눈만 움직여 보좌관을 바라봤다. 총명한 그는 눈치껏 문을 닫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대통령은 차분히 물었다.
“어떻게 이 번호로 연락 주셨는지 모르겠군요.”
“하하, 대통령님. 저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어떨까요. 전 아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게 중국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요.”
의미심장한 재환의 말에 대통령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까 나눴던 얘기대로 재환은 위험인물이 맞다.
분위기가 싸해지니 재환이 가볍게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로 싸우자고 연락한 게 아니니까요.”
“그럼 무슨 일로 연락하신 겁니까?”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치 앞에 있었던 회의를 전부 지켜본 사람처럼 하는 말이었다. 대통령은 모른 척하며 물었다.
“그야 전쟁 준비라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기자님이 중국 내부의 큰 건을 터트려주셨으니 말입니다.”
“확실히 그런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곤 하더군요. 근데 의외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재환의 말에 담긴 의도에 대통령은 슬쩍 웃었다.
상대가 상당한 정보력을 가진 기자라서 걱정했지만, 정치나 외교 방면으로는 허술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실력을 믿고 직접 딜을 하기 위해 연락해 왔다.
아직 허술하다는 증거다.
“중국은 전쟁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까?”
“아뇨,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되 주요 안건으로 삼고 있진 않다는 거죠. 미국과 달리.”
“……도발이 지나치시군요.”
“전 들은 정보만 전달 드리는 겁니다. 대통령님.”
재환의 확신에 찬 말에 대통령의 눈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지금 그는 들은 정보라고 말했는데, 전쟁 준비에 대해선 조금 전의 국방 회의에서 처음으로 거론 되었다.
‘CIA나 국방부 쪽과 연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도청?’
도청에 생각이 닿았다가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백악관의 회의 내용을 도청할 정도로 실력이 좋진 않을 테니 고위직에 정보원이 있다는 쪽에 신뢰가 갔다.
그런데 국방부나 CIA의 고위 간부에 정보원을 두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아까 나눴던 강재환 암살 계획도 이미 그가 알고 있다 봐야했다.
침묵이 길어지니 재환이 느긋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조용하시군요. 대통령님. 생각하실 게 많아지신 모양입니다. 혹시 정보원이 누군지에 대해 고민하고 계십니까?”
“마치 제 머릿속에 들어와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고민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제 정보원은 입이 무거워서 자신에 대해 절대로 노출하지 않을 거거든요. 물론 제가 정보원에 대해 밝힐 리도 없습니다.”
“하.”
당당한 그의 태도에 대통령은 슬슬 짜증이 났다.
언제까지 이런 연극에 어울려 줄 수는 없다.
“할 말은 그게 다입니까? 정보원이 있으니 조심하라?”
“그것도 있고, 중국은 전쟁을 할 여력이 안 되니 전쟁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말라 말하려는 겁니다.”
“그 증거가 있습니까?”
“증거라…. 2주만 기다리시죠.”
재환은 구체적인 시간을 언급했기에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달력을 바라봤다.
2주 뒤면 3월이 다 지나간다.
“2주 뒤면 중국 내부에서 아주 재미난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그게 무슨….”
“거기까지 알려드릴 순 없습니다. 엠바고가 걸려있거든요.”
기자 나부랭이 주제에!
대통령은 이를 갈았다가 숨을 골랐다.
여기서 페이스를 뺏기면 철저히 농락당할 뿐이다.
“강재환 회장. 나하고 장난치려는 생각은 접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KG 그룹의 제품이 미국 내에서 금지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요.”
재환이 기자임과 동시에 KG 그룹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리고 한 말이었다.
KG 그룹의 매출이 나락으로 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작작하라는 협박이었지만, 그건 재환에게 먹히지 않았다.
“이런. 자유의 나라인 미국에서 특정 기업의 상품의 판매를 금지한다라,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설마 국민이 개 돼지로 보이시는 거 아니죠?”
“강재환!”
“대통령님.”
재환은 그의 말을 칼같이 자르고 말했다.
“제가 이번에 낸 기사는 세계적인 특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해외 언론사들도 제 입을 주목하겠죠. 그런 제가 미국 대통령의 불륜 스캔들을 터트리면 어떻게 될까요.”
“억지 주장하지 마시죠. 그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메일로 보내드릴까요? 사진도 있고 영상도 있는데요.”
재환의 반 협박에 대통령은 이를 갈았다.
저건 분명한 블러프다. 하지만 만에 하나 진실이라면?
자신의 가정은 물론 정치 인생이 완벽하게 박살난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겠느냐고 재환은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묻는 거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어차피 2주 뒤면 알게 되실 겁니다.”
“……2주 뒤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미국의 핵잠수함이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그게 움직이는 원인은 당신이 될 겁니다.”
“여기서 제 탓을 한다라. 참 뼛속 까지 나쁘신 분이네요. 알겠습니다. 맘대로 하시죠.”
재환은 자신의 말을 다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고 곧바로 보좌관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당장 국방부 장관과 CIA 국장의 뒷조사를 시작해. 가까운 이들에 대해서는 사생활까지 전부 조사해.”
“네? 그건….”
“시키는 대로 해!”
그의 호통에 보좌관은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언제까지 네 맘대로 굴 수 있나 두고 보자.”
대통령이 이를 빠득빠득 가는 그 시각 재환은 고급진 의자에 앉아 안도의 숨을 뱉어냈다.
“위기는 넘겼네.”
식은땀이 흘렀던 이마를 닦고 책상 위에 올려둔 수첩을 바라봤다.
요즘 심심하면 수첩을 다시 읽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덕에 수첩에 새로 생긴 변화를 빠르게 캐치할 수 있었다.
‘설마하니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전쟁의 포문을 열 줄이야.’
수첩에는 많은 내용이 빠르게 휘갈겨져 있었다.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 동해에 도착한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중국 본토를 타격했다.
-중국은 괴멸했다고 생각했으나 일부가 살아남았다.
-그들은 다 죽자는 심정으로 핵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 미국 유럽, 러시아등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막을 수 없었다.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미국 내부의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
-다음은 실패하지 않아야 하니까.
이 뒤로는 재환이 죽기 직전까지 그러모은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에 미 대통령의 스캔들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쟁의 위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내가 죽었다.
아니, 전과 다르게 이번엔 나라 전체가 괴멸하게 됐으니 더 끔찍한 상황이었다.
“미국 대통령과 딜을 한 게 제대로 먹혔으면 싶은데.”
적당한 블러프와 진실을 섞어 말함으로써 2주라는 시간을 벌었다. 2주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하나의 중국을 여러 개의 중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그럴 기미는 보이게 만들어야겠지.
갑자기 일이 급격하게 진행되니 피로감이 밀려왔다. 눈가를 문지르고 있으니 노크를 하고 서진이 들어왔다.
“회장님. 루 왕이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 하세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루 왕은 예의있게 재환에게 인사한 뒤 응접용 소파에 앉았다.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중국에서 보낸 자객들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죠.”
“그 부분에 대해선 죄송합니다. 제 관할이 아니었던 탓에 막을 수 없었습니다.”
루 왕은 정중하게 사과를 했고, 재환은 됐다는 의미로 손을 내 저었다.
이에 대한 탓을 하고 뭔가를 취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중국 내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내분이 일어났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수를 쓰고 있습니다. 저도 거기에 일조하고 있고요.”
“흐음….”
생각하고 있던 최고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만 되면 문제될 게 없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미국에서 전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쟁 준비란 말에 루 왕이 바짝 긴장했다.
자국 내에서도 세계 전쟁을 일으키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는 있지만, 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단 사실에 걱정이 앞선 것이다.
“일단 제가 미 대통령과 딜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합니다.”
그 여우같은 대통령은 2주 뒤에 핵 잠수함을 동해로 보내겠다 했다.
즉, 2주 뒤에 선전포고를 하겠다는 말인데 그 2주를 허투로 보낼 리 없다.
연합군을 구축하고, 그에 맞는 외교작전을 펼칠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주석을 끌어내리고 분열을 조장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군요.”
루 왕은 여러 방법을 떠올렸다가 지웠다.
시간제한이 걸리니 아무래도 좋은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 기색을 읽은 재환은 차분히 말을 던졌다.
“루 왕. 제게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