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1
41화
TBS의 아침 뉴스로 KG의 비리 의혹을 추가 보도하자 구 회장은 두통이 밀려왔다.
강재환이 자신에게 주는 정보를 보면 아직 완전히 척을 지자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묘하게 자꾸 신경을 건드린다.
“이 놈이 자꾸 왜 이러지….”
사업가로서의 감이 슬슬 경고하고 있다. 강재환과는 연을 끊어내야 한다고.
이 감이 틀린 적이 없긴 한데, 강재환이 건네오는 양질의 정보는 여전히 쓸 만했다.
‘조금만 더 이용해 먹고 두 아들 놈이 씹어먹을 수 있도록 던져 줄까.’
끝없는 고민이 이어진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으니 유서진이 서재로 들어왔다.
“회장님, 치료 받으실 시간입니다.”
“쯧, 의학기술은 많이 발전했으면서 왜 이런 암덩어리 하나 간단히 제거 못하는 건지.”
구 회장은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에 타고 나니 유서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회장님, 수술 일정은 어떻게 할까요.”
제대로 치료받기로 결정한 이상 수술은 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나이도 나이다보니 조심해서 수술하면 시간이 꽤 많이 길어질 거란 점이다.
안정을 취해야 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3일에서 4일은 자리를 비워야 한다.
휴양이란 목적으로 수술을 숨기는 건 쉬운데, 문제는 그 동안 회장 대행을 누구에게 맡기느냐 하는 거다.
‘구준열 첫째 놈은 쓸데없이 권력 휘두르다 헛짓거리 할까 걱정이고, 구준표 놈도 이만 안 드러냈을 뿐, 권력에 대한 탐욕은 크지.’
어느 쪽이건 불안하다.
차라리 유서진을 회장 대리로 세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개 비서실장에게 KG 회장 대리 자리를 맡기는 것도 안 될 말이다.
“서진아.”
갑작스레 이름이 불린 유서진은 작은 놀람을 속으로 갈무리하고 차분히 되물었다.
“……네, 회장님.”
“네가 골라봐라. 누구에게 맡겨야 할 거 같냐?”
갑작스럽게 주어진 상황에 유서진은 눈을 잠깐 굴리고 답했다.
“어느 분이든 제가 잘 모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지.”
다소 두루뭉술하지만 정답이기도 했다.
구 회장은 유서진이 비서실장 그 이상의 권력은 탐내기를 원치 않았으니까.
“잡설이 길었군. 출발하지.”
“네, 회장님.”
“그리고 수술 날짜는 다음 주로 잡아.”
“알겠습니다.”
* * * * *
재환은 유서진이 보내온 구 회장의 수술 날짜를 보고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 늦어도 수요일.
그러면 남은 시간은 고작 8일 남짓이다.
그 사이에 KG를 먹어치워야만 한다.
그러려면 한성에서 슬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강철 이 놈은 왜 이리 굼떠?”
눈치를 많이 보는 놈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행동이 느리다.
진작 KG의 이사들에게 접근했어야 옳다.
‘다른 꿍꿍이가 있나?’
소극적으로 보일 정도로 신중한 이강철의 행동에서 떠올릴 수 있는 건 한성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거다.
한성에서 이 정보를 얻고도 가만히 있는 게 멍청한 짓이긴 하다.
KG만 집어 삼키면 한국은 사실상 한성 왕국이 될 테니까.
“자연스럽게 카르텔도 규모가 커질 거고. 최악이지. 아, 이놈 욕심 부려서 혼자 행동할 줄 알았는데 말야.”
필요에 따라 절제할 줄 아는 이강철이라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재명 회장을 필두로 한성 전체가 움직이는 건 계획에서 조금 엇나간다.
판을 조금 다르게 짤 필요가 있다.
“속전속결.”
원 계획은 충분한 지분을 획득하고 임원들을 모두 모은 자리에서 폭로전을 통해 KG 일가를 끌어내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다. 번거롭게 지분을 모으지 않고, 특종을 먼저 터트린다. 그리고 남은 이들을 전부 휘어잡아서 KG 일가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앉는다.
때마침 연락처를 받아뒀던 동대표에게서 까톡이 왔다.
-인터뷰 하겠다고 합니다.
“됐어!”
주먹을 불끈 쥐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 날이 갈수록 회장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지만 어쩌겠는가.
판을 엎으려면 직접 움직여야지.
재환은 곧바로 동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말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물론 재개발 건은 얘기를 잘 해놨습니다. 더 진행 못할 겁니다.”
재환이 KG 개발 사장의 비리를 전부 알고 있으니 사장은 바쁠 거다.
적당히 손절할 건 손절하고, 빼돌릴 건 빼돌리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재개발에 눈이 갈 리 없다.
“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도록 하죠.”
재환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방송국을 나섰다.
약속한 카페에 도착하니 전 가정부가 초조하게 손가락을 매만지며 재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 가정부는 재환을 발견하자마자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굽은 등을 보자니 괜히 눈가가 촉촉해진다.
회귀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예희의 등이 저랬던 거 같다.
예희가 보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누르고 최대한 젠틀하게 접근했다.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나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도 방금 막 왔거든요.”
“1초라도 기다리셨으면 오래 기다리신 거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기에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그럼에도 그녀의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금부터 폭로할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그럴 거다.
괜히 시간을 끄는 게 그녀에게 더 힘든 일이 될 거라 판단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정부 일을 하셨죠?”
그 질문을 시작으로 차분하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이어 나갔다.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그 집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담담히 폭로해 나갔다.
내용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일부 검열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될 정도로 잔혹한 얘기들을 재환은 노트에 모두 써내려갔다.
“힘든 경험을 말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강재환 대표님, 그 사람들 벌 받게 해주실 수 있나요?”
그녀의 눈에서는 촉촉한 열망이 묻어났다.
자신과 똑같은 꼴을 당하진 않더라도 적법한 처벌을 받길 원하는데….
“그건 힘들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가진 권력도 있고, 법조팀의 힘을 빌려 적당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흑….”
“하지만 그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가축 이하로 보는 짓거리는 못하도록 막아보겠습니다.”
재환은 카페에서 케이크를 몇 개 사서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감사의 의미기도 하고 격려의 의미기도 했다.
케이크와 함께 명함 하나를 같이 건네줬다.
“다른 기자들이 찾아와서 괴롭힐 지도 모릅니다. 여기 제가 아는 경찰 번호인데 힘들면 이 분에게 도와달라고 해주세요.”
“이렇게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환은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나쁜 놈들 다 잡아 낼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재환은 차에 올라 탄 뒤 녹취록을 처음부터 다시 들었다.
KG 가문의 두 형제가 벌인 지독한 일상 중 자극적으로 퍼트릴 부분을 체크하고 나니 유서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떻게 됐나요?”
“인터뷰 잘 땄습니다. 내일 아침 뉴스로 나갈 겁니다.”
“네? 저희 계획과 너무 다르지 않나요?”
“한성에서 묘한 수를 쓰려는 것 같아서요.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움직이려고 합니다. 구 회장은 관련인으로 출석하게 되겠지만, 건강상태도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유서진이 걱정하는 게 뭔지 잘 알기에 곧바로 재환이 선수쳐서 그의 걱정을 덜어냈다.
그렇다고 해도 유서진은 찝찝했지만 재환이 그린 그림을 따르기로 한 상태다.
“알겠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되죠?”
“경찰 출석 요구는 당연히 들으셔야 하고요. 임원진 긴급 총회를 열 생각입니다.”
건설 사장에게서 양도 받은 지분을 활용해서 임원진 긴급 총회를 연다.
당연히 회장과 두 아들은 경찰과 검찰에 끌려가서 출석하지 못할 테니 그 틈을 타서 정보를 이용해서 그들을 이용하면 된다.
“아셨죠?”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겠지만, 일단 그리 하도록 하죠.”
못 미덥다는 유서진의 말을 뒤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장군을 외칠 때가 왔다.
* * * * *
연습을 충분히 했음에도 긴장감으로 몸이 뻣뻣해졌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중압감은 전보다 더 커졌다.
재환이 괜히 넥타이를 한 번 매만지고 있으니 보조해줄 아나운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라리 제가 할까요?”
걱정스런 그 말에 재환은 웃었다.
“준비는 충분히 했으니 괜찮을 겁니다. 어차피 오늘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제가 조금 실수해도 티가 안 날 거에요.”
“오히려 티가 더 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텐데요. 인터넷으로 찾아서 다시 볼 지도 몰라요.”
“그건 또 좀 겁나긴 하네요. 그래도 실수했다고 저한테 시말서 쓰라고 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대표님한테 시말서 쓰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요.”
긴장감을 풀기 위해 넉살좋게 웃고 들고 있는 기사를 쭉 훑었다.
“뭐, 그래도 이건 제가 하는 게 맞죠.”
재환이 방송국의 경영과 KG 그룹, 카르텔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이번과 같은 특종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고 전달할 필요가 있다.
신뢰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 큐 들어갑니다. 스탠 바이!”
카메라 감독이 셋을 세고 큐 사인을 주자 옆에 앉은 아나운서가 뉴스의 첫 멘트를 뱉었다.
“안녕하십니까. 아침 7시 TBS 뉴스에 강은경입니다. 오늘의 뉴스를 시작합니다.”
“단독 보도입니다. KG 그룹의 장남인 구준열씨가 성폭행 및 성매매에 연루되었다고 합니다. 구준열씨는 가정부에게 돈을 지불하고 성접대를 하도록 강요하였으며….”
TBS의 아침 뉴스에서는 KG의 집에서 일어난 범죄 행위에 대해 연이어 보도를 이어 나갔다.
보도를 이어나가는 재환은 모르지만 모니터 실에서는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률이 15프로 넘었는데요?”
“계속 오르고 있잖아.”
“어쩌면 예능 시청률을 넘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힘들겠지만, 개국하고 처음으로 시청률 최고치를 기록하겠네.”
재환이 자신의 입으로 보도하는 단독 보도고 그 대상은 KG의 범죄행위다.
화제성은 당연히 갖췄으니 많은 사람들이 재환의 보도하는 뉴스를 보기 위해 채널을 돌렸다.
그 뿐 아니라 라디오의 경우 60프로가 넘는 점유율을 보여줬다.
“뭣보다 대표님 보도 잘하시는데요? 발음도 매끄럽고 시선처리도 괜찮고요. 전에 아나운서 하셨던 적 없다고 하셨죠?”
“없지. 근데 잘하시네.”
“긴장 엄청 하시던 게 엄살이셨네.”
“그보다 인터넷 반응 좀 보세요.”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들 반응은 하나같이 KG의 구 씨 가문에 벌어진 일에 대해 씹어댔다.
욕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는 것과 정비례하게 재환을 찬양하는 댓글들도 늘어났다.
-킹재환님, 이번에도 한 건 하셨네.
-대체 저런 건 어떻게 알아서 보도하시는 거지.
-난 KG 그룹 본사에서 근무하는데, 지금 경찰들이 입구 막고 한 명씩 조사한다고 한다. 어쩌냐.
-뭘 어떻게 해. 조진거지.
뜨거워지는 곳은 인터넷뿐만이 아니었다.
구 회장은 집 앞으로 찾아온 경찰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강재환 이 자식….”
“구정혁, 구준열, 구준표, 당신들을 성매매, 성접대, 성폭력 혐의로 체포합니다.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집 안으로 들이닥친 경찰들에 의해 구 회장은 경찰들에게 질질 끌려나가며 복수의 불꽃을 피웠다.
“가만 안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