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아침 뉴스를 마무리 지은 재환은 길게 숨을 토해냈다.
못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묘하게 불만족스럽다.
“대표님, 오늘 잘하시던데요?”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진짜라니까요?”
“네, 네. 그보다 추가적인 정보는 국장들 통해서 전달할 테니 누락되는 정보 없이 보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난 뒤 곧장 대표 사무실로 올라왔다.
사무실 앞에 있던 비서는 날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표님.”
“네.”
“구정혁 회장님께서 연락해 달라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구 회장의 의견을 우선시 하는 게 역시 KG에서 온 사람답다. 재환은 싸늘하게 비서를 한 번 보고 손을 내저었다.
“연락할 일 없습니다. 더불어 KG그룹에서의 연락은 저한테 직통으로 오는 거 외엔 전부 무시해요. 다른 연락 온 건 없었어요? 꽤 많이 왔을 텐데요.”
“아, 그게….”
자신 외의 연락은 전부 차단하라는 게 구 회장의 지시였기에 작은 메모조차 남기지 않았다. 재환은 혀를 차고 손을 내저었다.
“대충 알겠어요. 안으로 아무도 들이지 마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비서는 직접 뽑아두려 했는데, 구 회장의 손을 빌렸다가 괜히 손해봤다.
역시 구 씨 일가는 배제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신문사들이 많이 쫄리겠구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경찰들이 조사를 마치기 전까진 작은 정보도 주지 않으려 할 거다. 검찰로 송치 된 다음도 마찬가지. 그럼 유일하게 정보를 얻을 루트가 재환인데, 비서가 모조리 쳐냈으니 그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리란 건 뻔했다.
귀찮은 일에 안 휘말려도 되는 건 장점인가.
“뭐 보도는 이제 어떻게 되든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건 주총이다.”
보도로 얻는 인기와 신뢰도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
-계열사 사장들이 다 모여서 긴급 총회 시작했습니다. 오시면 됩니다.
유서진의 까톡을 보고 재환은 다시 사무실을 나왔다.
비서가 뒤를 따르려 했지만 억지로 자리를 지키라 지시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전부 구 회장에게 흘러들어가는 건 사양이다.
KG 그룹 본사로 향하니 1층에서 유서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올라가시죠.”
“오케이. 분위기는 어때?”
“혼란 그 자체입니다. KG 그룹의 존속 여부를 논하기도 하고, 배신자를 찾아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이야기 자체가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건 저한텐 감사한 일이네요.”
저들끼리 단합하지 못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는 소리다.
재환이 휘어잡기 쉽다는 얘기기도 하고.
유서진의 안내를 따라 회의실에 들어가니 말 그대로 시장통이었다.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건설사 놈이 범인 아냐? 아니고서야 이 사단이 났는데도 모습을 안 보이는 게 말이 돼!”
“저희는 KG 그룹과 계열 분리할까 싶네요. 지금 KG 그룹과 엮여 있으면 전부 다 죽는 거 아닙니까.”
“최대한 빨리 KG와의 거래 내역을 축소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재환과 유서진이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북적이는 모습을 보다가 재환은 비어있는 상석으로 가서 앉았다.
테이블에 다리까지 올리고 오만한 자세로 소란이 잠들 길 기다렸다.
그 의도대로 재환의 난입을 알아차린 이들이 하나 둘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재환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직접 봤든 비서를 통해 전해 들었든, 재환이 보도한 기사를 접했으니까. 그렇기에 이 사단을 만든 재환에 대한 적의가 사방에서 뻗어 나왔다.
여기가 판타지 세계나 중세 시대였으면 당장 칼침 맞지 않았을까.
시장 바닥이었던 대회의실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이제야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다 떠드셨나요?”
“여긴 관계자 외 출입금지 입니다. TBS 강재환 대표 맞으시죠? KG 그룹의 중요한 대책 수립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니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정중하게 나가달라 요청한 건 KG 카드사 사장이다.
여기서 그나마 권력이 있는 편에 속한다.
그의 말은 일견 타당했지만 글쎄….
“임원진 회의면 저도 어느 정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건설사 임원들의 지분을 제가 임시로 대여했거든요. 거기에다가 구 회장님이 저에게 회장 대리 직함을 넘기셨거든요. 여기 참여할 자격은 충분하죠?”
유서진은 입이 떡 벌어지려는 걸 억지로 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뻔한 거짓말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코웃음 칠 뿐이다.
“TBS 사장님. KG와는 연이 하나도 없으시면서 그게 무슨 헛소리십니까. 오늘 큰 건 하나 터트리셔서 아무 말이나 뱉어도 다 진실이 되는 줄 아십니까?”
“구 회장님이 최근에 법무팀 불러서 그린벨트와 관련된 법적 사항 확인하셨죠? 그거 왜 확인하셨을까요?”
재환의 말에 한 쪽에 자리하고 있던 법무팀의 팀장에게로 시선이 몰렸다.
임원들만 모이는 자리지만 법적인 문제가 관계된 만큼 법무팀 팀장도 이 자리에 들어와 있었다.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유서진 비서실장을 통해 기존의 땅이 그린벨트로 묶이게 될 경우, 건축 중인 건물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셨습니다.”
“제가 일러 드린 겁니다. 개발 중인 땅 몇 개가 그린벨트로 묶일 것 같다는 정보를 얻었거든요.”
재환의 말에 다른 임원진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할 말은 많지만 쉽게 뱉을 수 없었다.
팩트만 보도하는 강재환을 상대로 정보로 싸움을 건다는 건 무모한 일이다.
그렇다고 지금 경찰서에 가서 구 회장에게 직접 확인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순순히 KG 그룹 회장 대리 자리를 넘길 수는 없다.
차라리 자신들끼리 진행한다면 모를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좀 더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싶은데요.”
“참나.”
누군가가 꺼낸 의견에 재환은 코웃음쳤다.
삐딱하게 앉으며 임원들을 쭉 둘러봤다.
“뉴스가 터지자마자 경찰이 영장을 들고 구 회장님 본가를 급습했습니다. 제가 대리하라는 문서를 남길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그렇다하더라도 이곳에서 오고가는 내용들이 내용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죠.”
“초가삼간 다 탄 다음에 물 뿌릴 생각입니까? 비서실장님 KG 현재 주가 좀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던 유서진은 재환의 지시에 빠르게 노트북을 꺼냈다. 빔 프로젝트에 노트북을 연결하여 곧바로 주가 화면을 띄워냈다.
KG 그룹의 주식 그래프를 본 임원들은 침음을 흘렸다.
어느 정도 떨어졌을 거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처참했다. 스마트폰의 출시로 나날이 고공행진을 하던 그래프가 단 한 순간에 바닥으로 쳐박혔다.
반등의 여지는 없다.
“앞으로 더 떨어지겠죠. 주가가 반 토막, 아니 30퍼센트 그 이하로 떨어질 겁니다.”
단순계산을 해봐도 50조에 달한다 평가받는 KG의 가치 평가가 순식간에 20조 그 이하로 추락하게 된다.
불필요한 사업들을 하나 둘 접어야 할 거고, 동시에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한다.
기업의 이미지 역시 박살났으니 안전하다고 여기는 생산 라인 역시 가동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KG와 같은 재벌 그룹이라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 회장님을 저렇게 만든 게 누군지, 제가 구 회장님의 대리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하십니까?”
“……KG 그룹의 존속이 달린 이런 상황이기에 더 중요한 거 아닙니까.”
임원들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상대가 호구인 시장이었으면 여기서 이미 게임은 끝났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어차피 아직 본제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구 회장님이 저에게 대리 직함을 맡긴 이유는 제가 가진 정보들 때문입니다. 질과 양을 모두 갖춘 제 정보가 있으면 KG에 큰 도움이 될 텐데요.”
재환의 말에 분위기가 크게 술렁였다.
여전히 그들은 재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내버려두고 재환의 업적에 대해서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재환이 대표가 되기 전 그저 기자였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홀로 특종의 정보를 얻어낼 정도로 뛰어난 정보 수집 능력이면 가라앉는 KG를 살릴만한 정보가 있을 거다.
하지만 실리와는 별개로 감정적으로 재환과 손을 잡는다는 게 그들에게는 거부감이 상당했다.
구 회장을 직접 보낸 놈이 KG를 도우려고 한다?
좋은 꿍꿍이가 있을 거라 보이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서로에게 총알받이를 떠넘기는 중 KG전자의 전무가 총대를 멨다.
“원하는 게 뭡니까.”
“단도직입적이시네요.”
“지금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죠.”
“그걸 알면서 이렇게 피곤하게 일을 진행합니까.”
재환은 핀잔을 한 번 주고 난 뒤 좌중을 쭉 둘러봤다.
처음보다는 확실히 적대감이 옅어졌다.
줄어든 적대감은 호기심으로 변해서 그들 사이에 머물렀다.
슬슬 주도권이 넘어오는 것 같지만 보다 확실하게 휘어잡을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저도 KG에 어느 정도 투자를 했거든요. 이대로 두면 손해만 입을 거 같으니 거들려는 겁니다.”
“구 회장을 직접 매장하려 한 사람이 할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돈 보다는 사람이죠.”
물론 돈, KG 그룹도 야무지게 챙겨 갈 생각이다.
“그러니까 너무 경계 말고 들으세요. 며칠 내로 한성 그룹에서 KG 계열사 몇 개를 M&A를 진행하려고 할 겁니다. 그들로서는 적기죠. 스마트폰 사업도 삼킬 수 있고, 뒤쳐지고 있는 사업들의 경쟁자도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한성에서?”
“확실한가?”
경계는 여전한 지 묻는 말투에 불신이 가득했다.
맘 같아선 말 끊는 놈들 다 나가라고 하고 싶지만, 저들 손에 든 사탕을 뺏어야 하는 입장이니 이쯤에서한 번 어르고 달래는 게 좋겠지.
“지금 KG가 무너지면 쌍수들고 기뻐할 게 한성이죠. KG의 가전기기 개발 기술을 먹을 수 있고, 한 발 늦은 스마트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다 아는 얘기야!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정말로 그 놈들이 M&A를 진행하려는 거야.”
“합니다. 한성은 지금 두 아들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실적 경쟁을 하고 있죠. 그래서인지 이강철 사장이 접근해 왔습니다. 이번 기회에 KG를 먹으려고 하는데, 쓸만한 정보가 있냐고요.”
이강철의 이름이 거론되자 임원들 사이의 술렁거림이 강해졌다.
예상 외의 일이지만 그들 중 일부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가라앉는 배인 KG에 타고 있느니 한성 쪽으로 넘어가는 게 나아보이니까.
반면 몇 몇의 안색은 거무죽죽해졌다.
한성으로 넘어가도 자신의 자리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주로 큼지막한 사업을 진행하는 사장들의 얼굴이 좋지 못했다.
당연한 일인 것이다.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우려면 가장 위를 잘라내는 게 우선이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재환은 그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폈다.
한성에서 움직이기 전에 턴을 가져오려고 사건을 터트렸다. 이걸로 주도권은 여전히 재환이 쥐고 있지만 이미 몇몇에게는 접근했을 수도 있다.
그 몇몇이 누구인가.
다들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구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셋이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전부 큼지막한 사업이라는 게 문제다.
화학, 통신, 전자.
셋이 넘어갔으면 사실 KG의 큰 기둥은 다 뽑혔다 봐야한다.
‘흐음…. 그래도 전자는 구 회장과 사돈 지간이 될 거란 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야.’
한성이 어떤 달콤한 과실을 내세웠기에 이렇게 확 돌아섰는가.
궁금증이 일었지만 조금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이 회의실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 차례니까.
“여러분에게 하나만 묻겠습니다. 한성에게 갈가리 찢겨져서 지금의 명성이 과거의 명성이 되길 바라시나요? 아니면 지금의 위치가 계속되길, 더 높아지길 바라시나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재환은 말을 이었다.
“저를 전적으로 한 번 믿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