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재환은 다음 날 퇴원 수속을 밟았다. 예희는 재환이 조금 더 쉬었으면 했지만, 재환은 아쉬운 웃음만 지었다. 병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에 빨리 복귀해야 했다.
KG 본사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인물들의 얼굴을 볼 수 이었다.
“이동훈 대표님.”
“강 회장님!”
연락 두절되었던 이동훈이 재환을 만나기 위해 KG 본사까지 찾아왔다. 상황이 묘하다는 걸 눈치 챈 재환은 곧바로 동훈을 데리고 회장실로 올라갔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그고 난 뒤 운을 뗐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다치신 덴 없으십니까?”
“네, 다친 데는 없지만….”
이동훈은 말을 말다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부터 할 얘기가 다소 황당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동훈과 장미래가 실종된 지 4일 째, 연기처럼 사라졌던 그들은 DH엔터테이너먼트 사무실 앞에서 기절한 채로 발견됐다.
정신을 차린 두 사람은 곧바로 경찰을 찾아갔고, 거기서 납치 된 일을 전부 털어놨다. 그 일이라는 게 올드보이를 연상케 했다는 게 특이점이다.
두 사람을 납치한 납치범은 각기 다른 방에 두 사람을 가둬뒀다. 구속구를 채운 것도 아니었고, 삼시 세끼 밥도 도시락으로 넣어줬다고 한다. 화장실 대신 요강을 이용해야 했지만 TV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3일을 보내고 오늘 풀려났다고 한다.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였기에 들은 경찰들은 코웃음치고 넘겼다.
대충 사정 청취를 마친 경찰은 조사하겠다고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그들의 태도로 보건데 제대로 조사할 의향은 없어보였다. 그저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넘기고 넘어가려 할 게 뻔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 회장님도 큰일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네, 그러니까 퇴원했죠. 그보다 범인으로 짐작가는 사람 있습니까?”
이동훈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납치당할 당시에 밤이었고, 상대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신상 파악이 불가능했다.
경찰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을 테니 납치범이 누군지 알아내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어쩔 수 없는 문제는 내버려두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했다.
“스캔들에 대해서는 루머라는 자료를 뿌렸습니다만…,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더군요.”
“오늘의 신문과 TBS에서 크게 보도를 했습니다만 스캔들 기사가 터지고 시간 어느 정도 흐른 뒤여서 그런지 효과가 약하더군요.”
세 신문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무려 4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이 없었기에 엔터테이너먼트는 사과문이든 입장문이든 내놓지 못했고, 그 사이 사람들의 뇌리에 장미래는 강재환의 내연녀가 되었고 재환은 대기업 회장이 되자마자 가정을 내버린 쓰레기가 되었다.
자극적인 정보만 섭취한 이들은 새로운 루머를 양산해 나갔다. 이미 아이가 있다느니, 장미래가 잠적한 이유가 출산 때문이라는 등 누가봐도 안 믿을 루머들이지만 유희거릴 찾는 이들에게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착실하게 재환과 장미래의 평판을 깎아 나갔다.
“어떡하면 좋죠.”
“저희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4일 사이 올라온 사직서만 10장이 넘는다고 합니다. 일단 반려시키긴 했는데, 직원들 분위기도 안 좋고 난리입니다.”
이동훈의 걱정을 재환은 이해할 수 있었다. KG 그룹도 재환과 관련된 소문으로 크게 술렁였다. 진위 여부는 둘째 치고 내용이 자극적인 탓이다.
“대표님은 일단 사내 분위기부터 잡으세요. 내부에서부터 휘둘리면 안됩니다. 그리고 악플 단 사람들과 악성 루머를 제시한 사람들 전부 고소장 접수하세요.”
“고, 고소요?”
“네.”
팬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게 옳은 방법이다. 연예인만큼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이 또 없다.
이 시기에는 악성 팬을 고소하는 게 흔히 있는 일은 아니기에 반감이 더 클 수 있지만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다.
고민하는 이동훈에게 재환은 엄중하게 말했다.
“장미래씨를 생각하면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변호사 통해서 고소장 접수하겠습니다.”
납치 건과는 별개로 이번 건 증거가 확실하다. 이 일마저 제대로 처리 안하면 재환이 여론을 흔들 거다.
“그래도 악성 루머가 더 커질수도 있습니다. 다른 대처 방법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준비 중인 게 있습니다.”
똑똑.
타이밍 좋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법무팀장입니다.”
“네, 들어오세요.”
법무팀장은 서류를 한 가득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동훈이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자 법무팀장도 꾸벅 인사했다.
“준비는 다 됐나요?”
“네, 회장님이 지시하신 부분의 검토는 끝났습니다. 회장님이 한 번 더 확인해주시고 컨펌해주시면 저희가 고소장 접수하겠습니다.”
“네, 오늘 내로 컨펌해드릴게요.”
법무팀장은 자신의 일을 마쳤다는 듯 뿌듯한 얼굴로 회장실을 나섰다. 이동훈은 타자에 놓인 서류의 산을 눈동자만 굴려 슬쩍 훑었다. 서류에 크게 언급되는 몇 몇 단어를 읽고 이동훈은 눈을 크게 떴다.
“세 신문사를 고소하시려고요?”
“이번에 훼손된 명예가 꽤 크거든요. 못해도 10억 이상의 배상을 해야 할 겁니다. 각각.”
10억이면 상당한 돈이지만 메이저 3사기에 충분히 지불할 능력은 된다. 꽤 뼈아프긴 하겠지만 그들도 이런 상황을 예상 못한 건 아닐 거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들로서도 만족할 거다.
신문사들만 연루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빨리 조치해 볼 테니 기다려 보시죠.”
“강 회장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이동훈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회장실을 나갔다. 재환은 법무팀장이 올린 서류를 검토하면서도 이 법적인 조치가 큰 효력이 없을 거란 걸 알았다.
이번 사건은 카르텔이 조직적으로 재환을 묻어버리기 위해 꾸민 흉계다.
법정으로 사건을 끌고가면 세 신문사에게 유리한 판결이 날 게 분명하다. 혐의 없음이든, 무죄판결이든, 그 판결이 뜨면 세 신문사는 신나서 그 판결문을 신문 대문에 걸어버릴거다.
이거 봐라, 우린 죄 없다. 다 맞는 말을 했는데, 쟤네가 아니라고 우기는 거다. 라고 말하기 위해서. 거기까지 상황이 흘러가면 체크 메이트다.
카르텔에게 유효한 무기 하나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거다.
‘그 전에 선수쳐야 해.’
재환은 법적인 서류를 쭉 훑고 컨펌을 내렸다.
“고소장은 세 신문사로 보내세요.”
“……네?”
“검찰이 아니라 신문사로 보내라고요.”
“회장님, 나중에 이 사실이 밝혀지면 협박 혐의로 추궁당할 수 있습니다.”
법무팀장의 걱정섞인 말에 재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타계하려면 바늘 구멍에 낙타를 통과 시켜야만 한다.
“도박 한 번 해봐야죠.”
“뭘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는 건 좋지 못한 선택입니다.”
“때론 약점을 보여야 상대가 득달같이 달려드는 법이죠. 너무 완벽하면 가까이 오려고도 안 하잖습니까.”
재환의 속을 읽을 수 없는 의미심장한 말에 법무팀장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재환이 곧바로 KG 그룹의 회장이 됐다지만 그 정도 생각이 없는 인물은 아닐 테니까.
‘생각 없는 사람… 아니겠지?’
법무팀장은 지끈거리는 골을 누르고 고소장을 봉투에 담았다.
* * * * *
류진혁은 앞에 놓인 서류를 뜯어보고 동공이 흔들렸다.
이게 왜 자신의 자리에 와 있는가. 서류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고 사무실을 나와 비서에게 물었다.
“이거 뭐야.”
“아까 퀵으로 도착한 건데, 국장님이 놓고 간 거라고요. 중요한 물건 아니에요?”
중요?
중요하다면 중요하다. 이 내용물이 어떻느냐에 따라 자신의 자리가 유지되느냐 마느냐가 결정 될 테니까.
국장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끔 만들고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고소장이란 단어를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내용이 거기에 그대로 적혀 있었다. 명예훼손으로 10억원을 청구한다.
그가 지금까지 뼈빠지게 일 해서 모은 돈이 5억 조금 안 된다. 그런데 대뜸 10억을 부르는 건 말도 안되는 처사였다.
분노와 두려움으로 숨이 가빠졌지만 심호흡을 크게 해서 간신히 이성을 놓치지는 않았다.
그도 여기까지 그저 올라 온 건 아니기에 이 고소장의 허점을 발견했다.
“합의를 하자 이거지.”
원래라면 이렇게 고소장을 자신에게 전달할 게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에 넘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했다는 건 원하는 게 있단 소리다.
류진혁은 잠시 고민했지만 남은 서류를 모조리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자신의 뒷배는 든든하다. 이 정도 일로 자신을 내칠 리도 없으니 치킨 레이스를 벌여도 괜찮다. 어차피 망가지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재환일 거니까.
그리 생각하니 자신이 승리자만 된 것만 같았다.
자아도취에 빠진 사이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그 두드림에는 묘한 불길함이 담겨있었다.
“국장님, 동아 신문 편집국장님이신데요. 연결해드릴까요?”
류진혁은 잠시 움찔했지만 숨을 한 번 고르고 차갑게 말했다.
“연결해.”
수화기를 드니 다급한 편집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류진혁 편집국장, 이거 어쩔 거야! 자그마치 10억이라고!”
류진혁과 달리 동아와 중앙 신문의 편집국장은 직접적인 카르텔의 비호를 받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일에 꼬리 자르기 당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게 이 두 사람이다.
“고작해야 작은 방송국 대표 아닙니까.”
“그 대표가 지금 KG 그룹 회장이야! KG 그룹 쪽에서 압박해오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자신들이 메이저 3사로 오르게 된 데에는 다른 대기업들의 도움이 컸지만, KG의 도움도 있었다. 그런데 KG가 발을 빼고, 업계에 악평이 퍼진다면? 광고는 더 안 들어오고 신문사는 순서대로 망함의 길을 걷게 된다.
“이거 다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거야. 말려들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
“류진혁, 확신할 수 있어? 이거 잘 풀릴 거라고 100퍼센트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냐고!”
윽박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잠시 머뭇거렸다. 무의식의 반증일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판단이 늦어서 일수도 있다. 어떤 이유건 간에 상대방의 말에 타당성을 입증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거봐! 너도 말 똑바로 못 하잖아!”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대는데 어떻게 말을 하냐. 강재환 그 놈이 우리 엿먹이려고 그러는 거야. 실제로는 고소 못해. 하면 지가 더 손해 보는 데 어떻게 하겠어.”
손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있나 싶다.
동아 편집국장은 입을 꾹 다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대신 우리 꼬리 자르려는 거 보이면 가만 안 있어.”
“별 걱정을 다 해. 우린 신문사 이름만 다르지, 그냥 한 몸이잖아.”
“쯧….”
류진혁은 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잘 타이른 것 같긴 한데 영 믿음이 안 간다.
필요에 의해 잠시 손을 잡은 게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다. 괜히 생수만 벌컥벌컥 들이켜서 타는 속을 달랬다.
그날 저녁 재환은 레스토랑의 룸에 혼자 앉아 시계를 쳐다봤다.
고소장을 담은 서류봉투에는 이 시간에 여기로 오라는 쪽지를 같이 넣어뒀다. 한 명 쯤은 걸릴 텐데….
상념이 이어지려는 순간 룸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