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재환이 준비한 자료는 무려 15년간 이어져 온 검찰과 조선 신문과의 긴밀한 커넥션을 담고 있었다. 이 자료를 받은 기자들의 일부는 놀라서 특종이라 소리쳤고, 일부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환이 담고 있는 자료 중 일부는 짬 좀 있는 기자라면 알 법한 내용들이었다. 다만 같은 업계의 일이기에 암묵적으로 쉬쉬하고 있었을 뿐.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이지만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이 업계가 그리 넓은 게 아니기에 잘못하면 업계에서 나가리 될 수 있으니까. 서로 몸을 사리는 수 밖에 없었던 거다.
하지만 재환은 달랐다. 그 누구도 그를 해코지 할 수 없고, 건드릴 수 없었다.
“준비 끝났습니다.”
방송 10분 전, 김정연 검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재환의 뉴스에 맞춰 움직일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고소장을 준비해보긴 처음입니다.”
“원래 쿠데타는 준비기간이 길면 망하는 법이거든요.”
쿠데타하고는 다르지만 어떤 성질 면에서는 비슷하다. 썩어빠진 윗대가리를 잘라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재환은 전화를 끊고 옷을 정리했다. 대본을 보는 사이 뉴스룸의 온에어 불이 들어왔다.
그 날 TBS의 뉴스 시청률은 20%를 기록했다. 케이블 뉴스임에도 시청률 20%를 기록했다는 건 특종의 무게감이 남달랐다는 걸 의미했다.
뉴스가 시작되자마자 재환이 직접 출연했다는 점에서 이미 사람들은 오늘 뭔가 터지겠구나 하는 예감을 받았다. 그리고 재환의 입에서 조선 신문과 검찰이 연이어 오르내리자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강재환이라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음모론 수준이잖아. 말이 되냐고.”
“TBS도 찌라시나 나르나 보네.”
재환이 보도하는 기사들은 쉬이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검찰이 돈을 주고 피해자의 신분을 의도적으로 여론에 노출시킨다거나, 언론이 여론 몰이로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했다. 그리고 진짜 범죄를 저지른 이는 쉬쉬해서 조용히 묻어버렸다. 온통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이게 현대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믿을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환이 본격적인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수록 믿을 수밖에 없었다.
-15년?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란 소리야? 이거 구라지? 구라라고 해줘라.
-와, 검찰 썩어 빠졌네. 저런 놈들이 법 지킨다고 저 자리에 앉아 있어?
-동아 신문이랑 중앙 신문에서도 관련 기사 떴음. 이거 진짜인가 본데?
재환이 공유한 자료를 받은 두 신문사 역시 본격적으로 기사를 써 내려갔다. 제대로 그들의 만행을 세상에 공유하겠다는 일념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이름까지 정확히 기재했다.
이후에 사생활 침해나 모욕죄로 고소를 받을 수도 있지만 건수가 건수다보니 문제될 확률이 낮았다. 이걸 문제 삼으면 역으로 욕을 먹을 테니까.
재환이 담담히 기사를 보도되는 동안 김정연이 움직였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수사팀을 움직여서 보도된 이들을 체포해 나갔다.
“검사장님, 저랑 잠깐 같이 가셔야 겠습니다.”
“김정연. 미쳤냐? 지금 너 검찰 자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야!”
“그건 잘 모르겠고, 전 법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법? 법이면 구속영장 가져와야지!”
“신청할 겁니다. 일단 체포 먼저 하고요. 뭣들해! 얼른 모셔가!”
김정연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수사관들이 검사장을 체포했다. 검사장은 저항하려다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저항해봐야 불리한 건 자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네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발급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너 이 자식….”
“발급 받고도 남습니다. 걱정 마시죠.”
김정연은 이후에도 다른 검사들을 체포해 나갔다. 전부 재환의 기사에 거론된 이들이었다. 빠르게 뉴스를 접한 이들은 그들이 체포되는 이유를 납득하면서도 걱정스레 지켜봤다.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건 검찰 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신문 역시 혼란에 휩싸였다.
“기사 막아! 막으라고!”
“저희 신문사가 아닌데 어떻게 막습니까! 그리고 저희가 반박 기사를 낸다 해도 저쪽의 증거가 너무 명확합니다!”
“씨발! 그럼 보고만 있어? 당장 움직여! TBS에 가서 차단기라도 내리란 말이야!”
초조한 편집장들은 기자들을 윽박지르기 바빴고, 말단 기자들은 불타는 전화를 받기 바빴다. 눈치 빠른 몇 몇 기자들은 빠르게 회사를 벗어나 전화기를 꺼버렸다.
그 혼란의 한 가운데에 놓인 류진혁은 손톱을 뜯으며 머리를 긁었다.
“강재환, 그 미친 놈은 눈에 보이는 게 없나? 저걸 기사화 하면 기자들의 명예가 바닥을 기게 되는 건데 저런 짓을 해?”
당장 강재환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었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다. 그저 재환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얻어터질 수 밖에.
류진혁은 이를 악물고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망해도 이렇게 망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곧바로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신호음이 가고 곧 상대와 연결되었다.
“저 류진혁입니다. 지금 큰일 났습니다! 이거 어떻게 도와주실 방법 없으십니까?”
“……도움?”
류진혁은 싸늘한 이한철의 목소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직감적으로 이건 망했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이미 썩어빠진 동아줄이란 걸 알면서도 남아있는 동아줄에 그는 기댈 수밖에 없었다.
“강재환을 뭉개버리라 한 건 당신들 아닙니까! 절 보호해 준다 했지 않습니까!”
“내가 언제? 우린 처음부터 정보만 줬을 뿐이지. 보도해줬으면 한다고 제안을 했을 뿐이야.”
꼬리 자르기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당할 줄은 몰랐다. 배신감에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어쩔 수 없이 류진혁은 가진 마지막 수를 써야 했다.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이한철 사장님.”
류진혁의 말에 이한철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껏 긴히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이한철은 자신의 이름을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목소리 또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한 번 씩 변조기기를 썼다. 그런데도 류진혁은 상대가 이한철임을 알아냈다.
“놀라우십니까?”
“아니, 그저…. 이걸로 동급이라 생각하는 건가 싶어서 웃겼거든.”
“제가 잡혀가면 이한철 사장님도 곤란할 텐데요. 한성에서도 여론 조작을 위해 저희 신문사에 돈줄을 댄 걸로 압니다.”
만에 하나라는 가정을 두고 류진혁도 어느 정도의 보험차원에서 정보를 알아뒀다. 그 과정이 꽤 까다로웠지만, 이 정보가 있으면 이한철과도 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한철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 자금줄을 털어놓겠다?”
“강재환 회장이 좋아라 하겠네요. 신나서 관련 정보를 기사화 할 테니까요.”
“큭큭큭. 재밌군, 정말 재밌어.”
이한철은 한껏 비아냥거리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정보에 대한 확신이 있나 보지?”
“자금 세탁 루트도 다 파악했으니 발뺌할 생각 마시죠.”
“하여간 이래서 밑에 놈들을 믿을 수 없어.”
“그걸 좀 아셨으면 이번 일을 도와주시죠! 같이 죽기 싫으면!”
류진혁이 소리를 버럭 지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보통 같으면 비서겠지만 지금 비서는 저 지옥도에서 같이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그는 휴대폰을 손으로 가리고 소리를 질렀다.
“나가! 들어오지 말란 말 못 들었어!”
들어온 이는 쭈뼛쭈뼛거리다가 커피를 들어보였다.
“수습기자 배준열입니다. 이거 좀 드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수습기자? 정신머리가 빠져가지고, 니 사수들이나 챙길 것이지! 당장 안 나가!”
호통이 쏟아지자 수습기자는 안색이 질려서 가져온 커피를 내려놓고 후다닥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뒤를 보고 혀를 한 번 찬 뒤 휴대폰의 수화부를 가린 손을 뗐다.
“죄송합니다. 잠시 소란스러웠네요. 그러니까 도움이 필요하단 겁니다.”
“뭐, 저도 방법을 좀 알아보죠. 저희도 확성기 없어지면 타격이 좀 있을 거니까요.”
이한철의 누그러진 말투에 류진혁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이제 살았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니 목이 바싹 마른 게 느껴졌다. 사건이 터지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셨다. 그리 여기니 앞에 놓인 아이스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수습이 눈치는 없어도 아부는 좀 떨 줄 아네. 나중에 뭐 하나 챙겨 줘야겠어.’
컵에 담긴 커피를 한 번에 들이키고 삐딱하게 앉았다.
“그 확신은 어떻게 시켜주실 겁니까. 한 번 버려질 뻔한 걸 알아서인지 확증이 있어야 될 거 같은데요.”
“큭큭, 확증이라…. 그런 건 없지.”
“뭐요?”
“곧 죽을 인간에게 뭐하러 그런 수고로움을 끼쳐야 하지?”
그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목에서 화끈함이 밀려왔다. 마치 인두를 직접 목에 가져다 대고 지지는 것 같은 고통에 뇌신경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의자에서 굴러내려와 목을 부여잡았지만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류진혁은 목을 부여잡은 채로 숨이 끊어졌다.
잠시 후 아까 들어왔던 수습기자가 조용히 들어왔다. 바닥에 나뒹구는 휴대폰을 집어든 그는 끊어지지 않은 전화를 이어 받았다.
“접니다.”
“처리했나?”
“네.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뒷처리도 깔끔하게 하고 휴대폰도 처리해. 그리고 강재환은 언제 처리할 거야?”
“조만간 처리하겠습니다. 지난번 사고 이후 경호가 빡빡해서 빈틈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쪽을 찔러서 빈틈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쯧. 한 달 내로 처리해. 늦으면 거래는 없던 걸로 칠 테니.”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수습기자, 아니 킬러는 대포폰을 주머니에 챙겨 넣고 류진혁의 시신을 적당히 옮겼다. 책상 서랍에 청산가리가 든 봉투를 넣어두는 걸로 현장을 꾸민 뒤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사건이 벌어지고 30분이 지나 조선 신문에 경찰들이 들이 닥친 뒤에야 류진혁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 * * * *
한결은 TV에 나오는 재환을 보면서 어제의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이한철의 제안은 달콤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많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더 없을 거니까.
그래서인지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돈이 든 가방이 아른아른거렸다. 2억이 든 가방을 직접 볼 일이 또 있을까.
“아이고, 아까워라.”
“뭐가 그리 아까우세요.”
재환의 동기였고, 지금은 문화부 편집장 자리에 오른 배승열이 한결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반항적이었지만 지금은 재환의 승승장구에 편승해 과거의 일을 조용히 묻어둔 그였다.
“그런 게 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부장님. 저희 기사 계속 올려요?”
“어, 계속 써. 아주 질릴 정도로 기사 써.”
배승열을 보내고 한결은 어제의 일을 다시 회상했다.
“재환이가 올곧아서 피곤한 적은 많죠. 근데 전 그 올곧음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 제안은 못 받아드리겠네요.”
“……후회할 겁니다.”
“글쎄요. 재환이가 준비하는 거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이던데요? 한성이야말로 바짝 긴장해야 할 겁니다.”
한결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벗어났다. 돈 가방을 슬쩍 낚아채서 올까 싶었지만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구차했으니까.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워. 강재환 이놈아, 넌 나한테 진짜 잘해야 돼.”
한결이 연신 입맛을 다시는 사이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또 배승열인가 싶어 귀찮은 표정으로 보니 처음 보는 청년이 서있었다.
“누구신가?”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수습기자로 들어온 한승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허, 수습이 여기까지 인사하러 오고. 패기가 대단하네.”
세상 어느 수습이 지부장의 사무실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겠는가. 한결은 그를 지그시 보면서 물었다.
“근데 청결한 거 좋아하나 보네. 흰 장갑을 끼고 다니고 말이야.”
“제가 좀 특이하죠.”
수습기자는 그리 말하고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았다.